1부 아이 없이 살기, 모두 100% 확신해서 결정했을까? : 내 마음과 모성 서사에 관한 토크“차라리 병원에서 저더러 임신을 못 한다고 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엄마가 되지 않는 삶은 끝없는 노력의 연속이죠”“내가 아이라는 거대한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아이가 없으니 더 의미 있게, 즐겁게 보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저만 느낄까요?” 저자를 포함해 18명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았다. “내 삶을 흔들어놓을 타인”을 받아들일 엄두가 나지 않아서,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부부만 있는 삶이 좋아서, 아이에게 투자하기보다 세상에 다른 방식으로 투자하고 싶어서 무자녀를 택했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무심한 듯 솔직한 저자의 질문 속에서 인터뷰 참여자들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본다.아이 없는 삶을 살기로 선택했지만 여전히 불안하게 하는 세상의 말과 요소는 넘친다. 모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내가 경험 못 할 세계’라는 묘한 아쉬움과 부담을 갖게 하고, ‘아이라는 연결고리가 없으면 부부가 오래 못 간다’, ‘나중에 애가 없으면 외로워’ 등의 예언(?)은 언어적 폭력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이런 불안과 질문들을 마주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상의 많은 사람이 내가 모르는 세계에 살고 있다는 걸 느낄 때 왠지 조급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한다. 어차피 누구도 모든 이야기에 속할 수는 없듯,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겠다는 것 또한 내 치기 어린 바람이 아니었을까 하고. 나는 이 세계의 자유를 선택하면서 저 세계로 향하는 문을 닫았다. 내가 속한 이야기가 너무 적어 쓸쓸하다면, 내 자리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수밖에.”2부 출산은 내가 하는데, 왜 비출산은 모두와 합의해야 할까?: 배우자, 부모, 친구들과의 관계와 ‘엄마 됨’에 대한 토크 “결혼 전부터 배우자와 합의했냐고요? 그보단 우리가 원하는 삶이 뭔지 충분히 대화했어요”“결혼은 강화도 조약이에요. 사방에서 다 쳐들어와요~”“제가 강아지 사진을 엄마한테 보내면, ‘네 애는 더 귀엽지~’ 그러세요. 그래서 이젠 전략을 바꿔서 ‘여기 엄마 손주 사진!’ 하고 보내요”아이 없는 이들은 여러 편견에 맞서 분투하는데, 그중 가장 직접적인 곤란함은 가까운 사람에게서 온다. 아이가 있는 친구들과 관계가 묘하게 달라진다거나 배우자와 합의했어도 시부모의 기대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것, 형제자매가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나라도...?’라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마음이 무거운 것 등. 게다가 무자녀 부부가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할 때는 ‘아이고, 차라리 애를 낳지 동물한테 정을 쏟네’ 하는 오지랖까지 더해진다. 2부에서는 무자녀 여성을 괴롭게 하는 이 같은 간섭과 관계뿐 아니라 여기서 비롯한 긴장과 복잡한 감정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무자녀에 대한 결정은, 누군가와의 타협이나 합의가 아니라, 부부 둘이 어떤 삶을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지에 달려 있음을 말한다. 3부 한국에서 엄마가 되어도 괜찮을까?: 무자녀 여성의 커리어, 구직, 사회 구조에 대한 토크“경제적으로도, 일의 성취라는 측면에서도 둘이 충분히 잘 사는 상태가 예상돼야 낳을 수 있지 않을까요?”“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를 돌려봤더니, 3억원이 훌쩍 넘게 나오더라고요. 근데 진짜 무서운 건 다음 문장이었어요. ‘물론, 이 명세표에는 집값이 제외됐습니다.”“지방에선 아이 얘기가 일종의 통성명이에요. ‘결혼은 했고?’ ‘아이는 있고?’ 영고(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통)예요”“면접 때 일어나는 일은 보통 두 가지예요. 출산 계획을 묻거나, 비출산이라고 하면 훈계하거나”3부에선 여전히 많은 조사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 1위로 꼽히는 경제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주요하게는 딩크 부부의 가사 노동, 딩크 여성의 구직이 힘든 이유, 지방에서 무자녀로 산다는 것, 육아예능에 담긴 대한민국 사회의 정서 등을 다룬다. 무자녀 여성이든 유자녀 여성이든 어느 쪽도 삶이 쉽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사는 삶이 계속 취약하고, 돌봄 노동을 당연하게 요구받는 한 “어딘가에서 엄마가 될지 모르는 사람들도 한국에서는 출산과 멀어”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거나 확신이 서지 않아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이 책의 인터뷰 참여자들을 대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상에는 이런 삶도 있고 우리는 이 삶이 마음에 든다”는 것을, 그리고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될까’ 하는 흔들림과, ‘아이를 키우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봐야 할까?’ 하는 소외에 대한 불안감이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이 책을 읽은 여성들은 삶에 훨씬 많은 선택이 있음에 충분한 용기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안 낳고와 관계없이 나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는 삶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삶임을 깨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