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날 풍경을 한 번 떠올려 볼까요?
모처럼 만난 가족이나 친척들 간에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얼굴을 붉힌 경험을 본 적이 한두 번은 있을 거예요. 그만큼 우리 국민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뜨겁습니다. 정치의식 또한 앞서 있죠. 정치권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이지만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 드라마’처럼 정치권을 질타하면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요. 뉴스의 앞 순서에 정치 이슈가 배치되는 것도 그만큼 정치가 세상 살아가는 데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일 거예요. 세상이 존재하는 한 정치는 존재할 것이고, 정치가 존재하는 한 정치컨설턴트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거예요. 한 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을 만드는 일, 신나고 보람 있는 직업, 정치컨설턴트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대통령을 만든다고요? 대통령은 원래 훌륭한 분 아닌가요?
“맞아요. 대부분의 대통령은 훌륭하죠. 하지만 훌륭하다고 모두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대통령이 되려면 스토리가 있어서 사람들에게 울림을 줘야 하고, 내세울 만한 성과가 있어야 하고,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과연 후보 혼자만의 힘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정당과 참모, 열성적 지지자가 탄탄해야 도전이 가능하죠. 그리고 정치컨설턴트는 참모 중에서도 특급 참모라 할 수 있어요. 선거의 흐름을 읽고 전략을 자문하는 정치컨설턴트 없이 선거에서 승리하기는 매우 어렵거든요.“
실제 컨설팅을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 있나요?
“네. 문재인 대통령이에요. 제가 선거 전략을 세웠죠. 첫 번째 전략은 적폐 청산, 즉 촛불을 구현하고 대변하는 맏형의 역할로 포지셔닝을 명확히 하는 것이었어요. 두 번째는 준비된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었죠. 세 번째는 당과 후보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야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제가 제안한 슬로건은 촛불의 정신이 오롯이 담긴 ‘나라다운 나라’였어요. 문안을 다듬어 최종 대선 슬로건으로 ‘나라를 나라답게’가 탄생했죠. 서브 슬로건으로는 ‘준비된 민주당, 든든한 문재인’이었고요. 슬로건이라는 건 단순히 멋있는 말의 조합이 아니에요.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해서 나오는 거죠.”
정치컨설턴트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선거에 직접 나서야 하는 정치인이 되지 않더라도 대우를 받으면서 광의의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거죠. 정당, 정부 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우리 사회 공공분야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굉장히 중요한 기관들이잖아요. 그런 기관과 협력하면서 공적인 영역을 자문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보람 있는 일이에요. 이를테면 청와대 비서관이나 서울시, 경기도의 고위 간부, 정당 지도부, 국회의원들과 국정 기조에 관한 얘기를 하기도 하고 시정·도정의 방향, 정치 현안에 대한 대처 방향 등 의견을 나누기도 하니까요. 넓게 보면 정치권의 핵심 인물들과 같이 일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여러 기회 요인이 생기기도 해요. 정부 기관이나 정당에 발탁되어 중책을 맡게 되는 경우도 있죠. ”
가장 기억에 남는 선거는 언제였나요?
“2018년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 컨설팅이 기억에 남아요. 여론조사를 해보니 이재명 후보는 유능함과 선명성 2가지 핵심 이미지가 존재했어요. 이 중 무엇을 앞세울지 고민하다 유능함으로 정했어요. 성남 시장을 잘했기 때문에 일을 잘한다는 이미지가 워낙 탄탄했기 때문이죠. 민주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타 정당 지지층도 이재명 후보가 유능하다는 것은 인정하는 부분이었으니까요. 일 잘한다는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족 문제 등 개인사에 대한 논란의 파장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기도 했어요.”
정치컨설턴트가 되기 위한 일반적인 방법을 알려주세요.
“사실 코스가 정형화되어 있진 않아요.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것은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모든 길은 다 정치로 통한다는 말처럼 정치라는 영역은 사회, 문화, 경제가 다 맞물려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사람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어야 해요. 정치라는 것은 시민에 대한 애정이나 삶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안 되거든요. 이를 바탕으로 해서 실무적으로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나간 후 정치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정치컨설턴트가 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겠네요.“
정형화된 코스가 없어서 좀 막연한 거 같아요. 일상생활에서 준비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정치가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평소에 훈련을 하는 것이 좋아요. 첫째,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해요. 방송이나 신문, 뉴미디어 등에서 다루는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쟁점 이슈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는 것이 좋겠죠. 둘째, 정치적 이슈에 대한 자기만의 관점이 있어야 해요. 내가 평론가라면 어떻게 분석할까, 내가 책임자라면 어떻게 해결할까 등 자신을 대입시켜 그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거예요. 그런 훈련을 하다 보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른 시간에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기죠. 마지막으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기가 중요해요. 전략을 잘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철하는 것은 더 중요하니까요. 학창 시절부터 적극적이면서 강하게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연습을 통해 설득력을 키울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