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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패밀리

고종석 | 문학동네 | 2013년 01월 21일 리뷰 총점7.9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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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3년 01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00g | 145*210*20mm
ISBN13 9788954620208
ISBN10 89546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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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간결하면서도 냉철한 글로 유명한 고종석은 이 시대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그는 24세에 한 영어 일간지의 기자가 된 이 후 지금까지 직업적 저널리스트 생활을 해 왔다. 좋아하는 작가는 애... 간결하면서도 냉철한 글로 유명한 고종석은 이 시대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그는 24세에 한 영어 일간지의 기자가 된 이 후 지금까지 직업적 저널리스트 생활을 해 왔다. 좋아하는 작가는 애거서 크리스티, 에릭 시걸, 존 그리셤 같은 영어권의 대중 소설가이고, 저널리즘에 대한 취향이 까다로운 그가 선택한 신문은 르몽드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정도이다.

그를 정서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눈물을 훔쳐내며 읽은 심훈의 『상록수』이며, 그를 지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고등학교에서 내쳐져 자유롭던 열 일곱 살 때 골방에서 담배 피우기를 익히며 읽은 노먼 루이스의 『워드 파워 메이드 이지』다. 그는 자신의 문체에서 에릭 시걸과 김현과 복거일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각에서 칼 포퍼와 김우창과 강준만을 느낀다.

[코리아타임스], [한겨레신문], [시사저널] 등지에서 스물 두 해 동안 기자 노릇을 한 그는 2005년 봄 [한국일보] 논설위원직을 끝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멍에와 명예에서 벗어났다. 현재 도서출판 개마고원 기획위원으로 있다. 나이에 걸맞은 가장 노릇을 못하며 살아온 터라, 그는 더러 자신이 객원남편, 객원아비, 객원자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득 자신을 객원한국인이나 객원인류로 여길 때도 있다. '객원'의 비정규성과 느슨함이 베푸는 자유의 감촉을 그는 무책임하게도 흐뭇해하는 편이다. 언젠가 페르시아어로 '루바이어야트'를 읽어보는게 꿈이다. 특별히 집착하는 기호품은 디스 플러스 담배와 붉은 포도주와 아스피린이다.

지은 책으로는 사회비평집 『서얼단상』, 『바리에떼』, 『자유의 무늬』,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 『경계 긋기의 어려움』, 문화비평집 『감염된 언어』, 『코드 훔치기』, 『말들의 풍경』, 한국어 크로키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어루만지다』, 『언문세설』, 『국어의 풍경들』, 역사인물 크로키 『여자들』, 『히스토리아』, 『발자국』, 영어 크로키 『고종석의 영어 이야기』, 시 평론집 『모국어의 속살』, 장편소설 『기자들』, 『독고준』, 『해피 패밀리』, 소설집 『제망매』, 『엘리아의 제야』, 여행기 『도시의 기억』, 서간집 『고종석의 유럽통신』, 독서일기 『책 읽기, 책 일기』, 에세이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등이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이게 다예요(C'est tout)』, 『어린 왕자』를 우리 말로 옮겼다. 주저主著 『감염된 언어』는 영어와 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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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금지된 것은 없습니다, 느닷없이 이 문장이 내 입 밖으로 중얼중얼 흘러나왔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 파편화된 개인들이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데면데면하게 피상적으로 소통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족이라는 명사에서 느끼는 것들, 최소한 느끼기 원하는 것들은 대개 따스하고 편안한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었다.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그 방식이 온전하거나 뒤틀려 있거나를 떠나 우리 서사에서 ‘가족’이라는 말은 ‘외롭다’는 말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해피 패밀리』의 가족들은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가슴에 맺힌 커다란 상처를 허무주의로 메우고 있는 한민형의 모습이나, 직접 입양해온 한영미를 철저히 필요에 의해서 물건처럼 대하고 심지어 그런 태도를 아무렇지 않게 정당화시키는 어머니 민경화의 모습은 이들을 정말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되묻게 한다.

나는 사람보다 책이 좋다.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유년기를 되돌아보면, 책 읽는 나보다 동무들과 뛰노는 내가 더 선명히 기억된다. 아마 십대의 어느 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책을 사람보다 더 좋아하게 된 것이. 책보다는 아닐지라도, 내가 사람을 좋아하긴 하는 것일까? 선뜻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 것일까? (한민형, 12쪽)

내가 영미에게 늘 따뜻한 엄마는 아니었다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민희나 민주도 나한테 싫은 소리를 많이 들으며 자랐다. 나는 영미에게 은혜를 베푼 것뿐이다. 그 아이의 엄마가 됨으로써. 올데갈데없던 애를 내 딸로 삼음으로써. 영미는 집안일을 통해 그 은혜를 아주 조금 갚은 것뿐이고. 영미에 관한 한, 나는 세상에 부끄러울 게 없다. (민경화, 64쪽)

이런 살풍경한 이야기는 다만 소설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실로 돌아와 살펴보아도 이처럼 남남처럼 살아가는 가족들을 우리는 쉬이 발견할 수 있다. 늙고 힘없는 부모들이 거리에 나앉고, 형제들은 돈 때문에 싸우고, 무수한 아이들이 학대받고 버려진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성(父性)과 모성(母性), 한 핏줄에 대한 경이와 존중을 신문기사 속에서 발견하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그들을 지금까지 함께 살게 한 것은 그저 관성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해피 패밀리』의 주인공들이 가족에 대해 익숙하게 생각해오던 관념이나 생각 들에 대해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들을 단순히 악하거나 잘못된 생각을 가진 인물들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내 위선은 지혜로운 위선이다. 가족들 사이에 평화를 만들어내는 위선. 가족들 사이에 사랑을 만들어내는 위선. 비록 그 평화가 당장이라도 바스러질 듯 위태위태한 것이고, 그 사랑이 보기에만 아름다운 치장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서현주, 82쪽)

죽은 친구의 남동생인 한민형과 결혼한 서현주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며느리, 과분한 아내, 친밀한 엄마로서 가족 구성원들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그녀조차 사실 이런 생각으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말하는 위선을 진짜 위선으로 받아들이기는 다소 어려운 감이 있다. 어쨌든 그녀는 진실로 남편을 사랑하고 시부모들을 위하며, 아이에게도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관계에 항상 방관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아버지 한진규도 사실 자식들에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애정을 쏟고 있었다.

나는 민형이를 아낀다고 생각해왔지만, 자식들 가운데서도 가장 아낀다고 생각해왔지만, 그건 나 좋을 대로 해온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나는 분명히 이 아이를 아꼈다. 이 아이가 나를 실망시킨 뒤에도 말이다. 그리고 내 정이 이 아이에게 자연스레 전달되리라 여겼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한진규, 39쪽)

그들을 지금까지 함께 살게 한 것이 말 그대로 관성 때문이었을까?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을 뿐, 어쩌면 이 가족들도 때때로 아끼고 위하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생활 곳곳에서 생겨난 작은 균열들, 상처를 주는 아픈 말이나 무심한 행동 들이 결국 커다란 구멍이 되어 서로를 갈라놓았을 것이다. 이들을 나쁘다고 질책하며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조금 부당한 일이다. 우연이든 운명이든 너무 커다란 비극을 겪게 된 이 가족으로선 이러한 삶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가족 가운데 우리 가족 가운데 미친 사람 아무도 없어.
그냥 특별한 일을 겪었을 뿐이고, 다 많이 놀랐을 뿐이야.”


이 우주에서 이런 일쯤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재벌이나 왕가의 일원이었다면 이 ‘별남’은 오히려 권위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알겠다. 내가 뭇사람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아니 이제 나는 뭇사람조차 아니다. 아빠의 여신이었던 내가! (한민희, 198쪽)

한민희의 죽음이 가족에게 가져온 충격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녀는 그녀의 방식대로 태어난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온전한 최선을 다했다. 한민희의 불행은 그녀 혼자서 감당하고 안고 가야 할 일이 아니었다. 가족 모두의 책임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그녀의 선택을 인정하고, 그 뜻을 존중해줄 수밖에 없었다. 남겨진 가족들은 커다란 상처가 아물 때까지 견디고 인내했으며, 서현주를 새 가족으로 받아들여 가까스로 평온해 보이는 일상에 다시금 안착할 수 있었다.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간직한 채, 이 가족은 오늘도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났다.”

고종석은 소설 연재를 시작하는 글에서 『해피 패밀리』라는 소설의 표제가 반드시 역설적인 의미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며,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소설에 등장하는 가족들 중 누군가는 소설의 제목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며, 누군가는 행여 불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들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쯤에서 우리는 가족이란 게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린 한지현도 아빠와 엄마, 그리고 외할머니에게 가족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응, 그렇구나. 사람들은 모두 식구구나. 그럼 저기 경비 할아버지도 식구고 만둣집 아줌마도 식구고 응, 응, 다 식구네?”
“그렇지.”
“유치원 선생님도 식구고 은미도 식구고 봄이도 율이도 식구네?”
나는 신이 나서 소리쳤다.
“그렇지, 그렇지. 그런데 사람들만이 아니란다. 원숭이, 고양이, 개, 사자, 참새, 꽁치, 소나무, 대나무, 장미꽃 이런 것들도 따지고 보면 다 식구란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꽁치나 장미꽃이 우리 식구라구?” (한지현, 182쪽)

어린 지현이는 가족의 범위를 한 집에 사는 식구들로 정한 아빠의 대답, 친척들까지 포함시킨 엄마의 대답보다 외할머니의 대답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꽁치를 좋아하는 지현이가 앞으로 식탁에서 꽁치를 마주할 걱정을 하는 사랑스러운 장면에서, 우리는 이 서늘한 서사에도 한 줄기 온화한 빛이 내리쬐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모두들 제각기 힘든 삶을 홀로 마주하고 있는 외로운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서로 이어져 있다. 이 미약한 실타래가 끊어지지 않기를 기대해보는 것은, 어쩌면 절필을 선언한 소설가의 마지막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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