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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그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

심보선 | 문학동네 | 2019년 05월 24일 리뷰 총점8.9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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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5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26g | 135*205*30mm
ISBN13 9788954656375
ISBN10 8954656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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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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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시인, 사회학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 『내가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오늘은 잘 모르겠어』 『눈앞에 없는 사람』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예술비평집 『그을린 예술』이 있다. 어빙 고프먼의 『수용소』를 옮겼다.... 시인, 사회학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 『내가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오늘은 잘 모르겠어』 『눈앞에 없는 사람』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예술비평집 『그을린 예술』이 있다. 어빙 고프먼의 『수용소』를 옮겼다. 김종삼시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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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57

출판사 리뷰

영혼이라는 수수께끼, 예술이라는 수수께끼, 공동체라는 수수께끼
―내가 이 세계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심보선은 자신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가 있다고 말한다. ‘영혼이라는 수수께끼, 예술이라는 수수께끼, 공동체라는 수수께끼’이다. 책은 그에 따라 총 세 개의 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삶과 사람, 가족, 일상과 관계를 소재 삼아 ‘영혼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 그에게 영혼이란 선험적인 무언가가 아닌, “언제나 일상으로부터, 태도들 사이에서, 몸짓과 말투 속에서, 모종의 신호로서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강박과 예속에 대해 매 순간 저항하게 하고, 망설이게 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최소한 어색하게” 하는 것이다. 일용직 노동자, 아버지, 택시 기사, 시인, 활동가, 친구와의 대화와 일화에서 마주한 영혼의 목소리를 제1부에 담긴 글에서 만날 수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적인 길을 따라가는 것이란 무엇인가, 그가 품은 첫 번째 수수께끼이다.

그 길은 자존심이나 생계처럼 모든 이에게 통용되는 가치나 필요성을 따르는 길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 길은 겉으로는 창작의 길일 수도 있고 노동의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의 이면에는 비밀스러운 또다른 길이 깔려 있다. 보이는 길 안에 보이지 않는 길이 있다. 보이는 길과 보이지 않는 길, 명명될 수 있는 길과 명명될 수 없는 길, 그 둘 사이의 갈등과 모순 속에서, 길은 어찌됐든 굽이굽이 이어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어제는 없었던 새로운 지평선을 향하여. (18쪽, 「영혼의 문제」)

어째서 이렇게 영혼의 문제에 집착하는가, 하고 심보선에게 묻는다면 그는 “영혼은 ‘행복하지만 삶의 의미에 무지한 아이’와 ‘불행하지만 삶의 의미에 도통한 노인’을 합체시켜서 새로운 인간을 탄생시킨다”고 대답하리라.

영혼은 목적어의 자리가 텅 빈 명령어와 같다. 영혼은 어쩌면 허튼소리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허튼소리다. 영혼은 불가능성에 대한 가장 경이로운 역설(力說)이요, 가장 아름다운 역설(逆說)이다. 이 수수께끼 같은 영혼 때문에 나는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는다. 영혼 때문에 나는 시를 쓰고 시를 산다. 영혼은 나의 시와 나의 삶을 뒤죽박죽 섞어버린다. 그러니 지금 영혼의 희미한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미명을 맞이하는 나는, 내가 시인이든 아니든 그것은 하등 중요하지 않으며, 다만 저 미명 이후의 아침만이 나의 유일한 윤리가 될 것임을 아는 것이다. (22-23쪽, 「영혼의 문제」)

제2부는 심보선의 유년으로 시작된다. 사회학적으로 ‘문화 자본’이 결여된 집안에서 자라 시인이 될 확률이 지극히 낮았다. 어쩌면 그랬기에 그에게 시쓰기란 ‘내가 쓸 수 없는 것’을 쓰는 행위, 상식의 세계에서 강요되는 정체성을 거부하고 ‘타자’가 되어 쓰는 것일 터이다. 그것이 책 속에 끼워진 아버지의 육필 메모를 비밀스럽게 계승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내밀한 고백도 담겼다. 이후 다양한 예술가와 작품들을 레퍼런스 삼아 예술이라는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성동혁·신해욱·최승자 시인의 시에 대한 단상, 김소연 시인과 함께 진행한 시 창작 워크숍 ‘퀼티드 포엠’ 활동부터, 체사레 파베세와 존 버거, 페르난두 페소아, 아르튀르 랭보 등을 다루며 이때 심보선의 해석과 사유는 작품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화와 만남의 장소로서의 예술, 예술과 삶/계급의 관계, 작업실의 의미부터, 예술(시)이란 진리보다는 행복에 가까운 것이며, 자족적이기보다는 확산될수록 비범해지고 위대해지며, 무엇보다 자유로워진다는 데까지 나아간다.

무수한 익명의 인간이 시를 통해, 혹은 시적인 말과 행위를 통해 그 세계를 만들었고 거기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바로 그 익명성으로 인해 그 세계의 윤곽은 희미하고 그 세계의 지속은 위태롭다. 그 세계를 너무나 사랑해서, 혹은 그 세계를 너무나 소유하고 싶어서, 애호가의 맹목적인 열정으로, 혹은 호사가의 명예욕으로 그 세계를 상식과 학식으로 포획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하게 돼 있다. 그 세계를 예술적 탁월함이나 미적 완성도로 규정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하게 돼 있다. 왜냐하면 그 세계는 예측 불가능하며 언제나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게 전부가 아니야”라는 잉여의 감각 속에서, 예감 속에서, 텅 빈 침묵 같지만 사실은 넘쳐나는 수다의 말로, 서늘한 금속 같지만 사실은 뜨겁게 달아오른 칼날의 이미지로 출몰했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134-135쪽, 「내가 시를 쓰기 시작했을 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규명하자는 취지의 거리연극제인 ‘안산순례길’, 고공 농성중인 해고 노동자들에게 트위터를 통해 소설, 시, 에세이, 혹은 개인적인 지지 메세지를 녹음하여 육성으로 들려주었던 ‘소리연대’ 등 심보선은 사회적 갈등과 운동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를 시로 써 기록해왔다. 공동체라는 수수께끼, 공동체라는 애틋한 이름에 대한 심보선의 생각을 제3부에서 만날 수 있다.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안도하는 순간, 망각은 거스를 수 없는 물리법칙처럼 작동하여 우리가 그토록 싸웠던 무책임과 무자비함을 어느새 승자의 위치에 되돌려놓기 때문이다. 기억의 힘을 잃은 세상이야말로 우리가 또다시 패배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끔찍하도록 평화로운 지옥이기 때문이다. (263쪽, 「불편한 이야기꾼들」)

나는 타인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타인이 나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나 또한 동일하게 가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나는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 내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타인 또한 동일하게 가지기 때문이다. (316쪽,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비핵화」)

작은 것이 작은 것 너머로 이동할 때
―그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


이 책의 부제 ‘그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는 “내가 읽는 시가 그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말, 공통의 말이 되기를 소망하면서”(259쪽)에서 가져와 변형했다. 책에 실린 77개의 글은 과거에 쓰였고 글이 쓰일 당시보다 더 과거의 일들에 대해 쓰인 것도 많지만, 이 책은 결국 미래의 누군가를 향해 띄우는 편지 같다 생각했기에. “작은 것이 작은 것 너머로 이동하는 마술이 일어날 때가 있다. 확실성에서 불확실성이 발견될 때도 있다. 이때 불확실성은 불안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놀랍고도 설레는 모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98쪽)는 믿음을 담았다. 신랄하게 비판하고 단정적으로 확언하지 못하는 사람, 사실은 희망하기 위해 비관하는 사람, 세 가지 수수께끼를 화두로 붙잡고 죽을 때까지 쓰고 싶다는 사람, 그가 가만히 묻는다.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추천평

질투는 판단을 방해한다. 세상에는 질투심 때문에 일그러진 평가와 문장들이 많은데, 그렇다는 것을 당사자만 모른다. 그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나는 다른 저자의 뛰어난 글을 읽을 때마다 내 순수한 경탄에 질투가 섞여들지 못하게 주문을 왼다. ‘안 돼, 질투하지 마, 그냥 인정하고 좋아해버려.’ 각고의 노력 끝에 이제 나는 티끌 하나 없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 나는 심보선의 글을 얼마나 좋아하는가.

나는 사회학을 하는 그의 좌뇌와 시를 쓰는 그의 우뇌를 질투하지 않는다. 명석하게 진단하고 논증하는 그의 좌뇌를 질투하지 않고, 섬세하게 공감하고 연대하는 그의 우뇌를 질투하지 않는다. 그 두 뇌가 절묘한 균형을 이룬 이 책의 우아한 ‘좌우합작’을, 그래서 ‘삶의 의미’나 ‘영혼의 문제’ 같은 주제로 글을 쓸 때조차 관철되는 두 능력의 아름다운 협주를 질투하지 않는다. 그를 질투하지 않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그냥 그를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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