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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5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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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83g | 138*210*20mm |
ISBN13 | 9788959406975 |
ISBN10 | 895940697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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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01일 ~ 2024년 0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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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가까이 나는 딸아이와 대화하며 언어교정을 받았다. '다르다'고 해야하는 데서 나도 모르게 '틀리다'는 말이 튀어나와서다. 말끝마다 교정을 받으며 잘 지적해준 딸아이가 고마웠다. 한편으론 무의식에 밴 언어습관이 참으로 끈질기다고 느꼈다. 올봄에 들어서야 비로소 틀리지 않고 말하게 되면서 그동안 공범자라 몰랐던 틀린 언어습관이 내 주변의 거의 모든 중년들이 안고 있는 문제라는 걸 알고 놀랐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받은 교육과정 중에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용한 틀린 교육이 있었을 거다.
그런데 이것이 단지 잘못된 언어습관만의 문제일까. 언어를 혼용해 사용해온 만큼 크고 작은 사안에 대해서도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올바른 게 무엇인지 헷갈리거나 틀린 구석이 있지는 않았을까. 아닌 게 아니라 언젠가부터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핑계로 두루뭉술 넘어가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하는 사람 옆에서 음식을 시켜 먹으며 자신의 자유라고 말해도 되나? 그건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라고 용기있게 말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이 책을 읽어보니 그런 목소리를 내온 사람이 저자다.
대중문화 전문기자인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틀림'을 비판하지 않고 '옳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로 글문을 연다.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논의 안에 발을 담그는 것이고 "근본적으로 하나의 전선을 긋는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선과 경계는 다르다. 경계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평화롭게 맞닿은 접점이라면, 전선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접점에서 서로 부딪히는 격렬함을 동반한다. 이 책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에 실린 글은 이러한 부딪힘과 충돌을 회피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한 글이다.
[페미니스트 선언은 실천이다]에서 저자는, 페미니즘이 아니라 이퀄리즘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페미니즘에 반대하면서도 스스로가 성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선 페미니즘을 성차별주의로 몰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페미니즘 아닌 다른 언어가 필요하다. 그것이 이퀄리즘이다."라고. 게다가 이퀄리즘의 개념과 역사가 안티 페미니스트들이 나무위키를 중심으로 날조한 문서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에, 성별·피부색·성적 지향 등 생득적인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페미니스트여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존재하는 그대로 존엄하며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가장 근원적인 한 줌의 도덕"이 페미니즘이며, "깨어있는 시민이라면, 페미니스트여야 한다."고 말이다. "일, 치안, 육아, 가사 등 시스템과 생활 세계 모두가 이성애자 남성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그것이 인류의 보편의 것처럼 이해되는 사회에서 이성애자 남성이 아닌 이들의 권리를 찾는 일은 근본적으로 투쟁적일 수밖에 없다. 페미니즘의 투쟁적인 측면이 불거질 때마다 나오는, 남녀 싸우지 말고 친하게 잘 지내요, 따위의 속편한 소리"는 강요된 화해며 실천적인 페미니즘의 도래를 끝없이 미룬다고 일갈한다.
['지식 셀럽'과 방송의 위험한 공모]도 이 책의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성숙한 사회와 방송문화를 위해 비판적으로 생각할 점이 많다. 2017년 2월에 방영된 SBS의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출연한 면접관 5명(허지웅, 강신주, 진중권, 전여옥, 김진명)이 정치, 경제, 안보 등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대중 친화적 지식인이라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이 구성은 지상파로서 너무나 무책임하며, 방송의 지식인 셀러브리티에 대한 활용이 도를 넘었다는 거다.
방송의 지식 셀럽의 문제를 지적하며 저자는 "생전에 TV권력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날을 세웠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한 말을 소개한다. "어제는 보스니아 문제를 이야기하고, 오늘은 이민 법안 토론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내일은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알제리 문제를 다루는 학자에게서 어떤 깊은 성찰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순기능은 자기 제한의 미덕을 갖추지 않는 순간 그대로 역기능이 되어버린다"는 저자의 일침은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을 무시하고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한 방송의 얇팍한 행태를 잘 지적하고 있다.
[백종원이라는 알파메일Alpha Male과 징벌 서사의 정당화]를 읽으며 언젠가 무심코 보았던 이 TV프로에도 가부장적 메시지가 들어있다는 걸 알고 놀랐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대해 저자는 "백종원이 옳은 지적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약자가 강자에게 혼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거나 누군가를 미숙하고 비호감이란 이유로 미워하는 것은 어떻게 봐도 병적"이라고 하며 그들을 혼내는 사람이 백종원이기에 쉽게 정당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모두가 인정하는 무리의 알파메일, 그리고 아버지의 법, 가부장적 권위는 강력한 가부장의 존재로 시작되지만 또한 그의 관점을 다른 구성원들이 내면화하는 것으로 완성된다."고 간파한다. 시청자들은 자신과 가까울 일반인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혼나는 기분을 느끼기보다 백종원의 입장에서 징벌 서사를 정당화한다는 거다. 이를 통해 "가부장적 서사는 새로운 방식으로 회귀한다."는 저자의 통찰이 날카롭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페미니즘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에서 다른 것과 틀린 것의 경계에 서서 애매모호하게 느낀 의문들 중 위에 소개한 내용을 비롯해 해소된 부분이 많다. 그것은 한편으론 우리 사회 대중문화에 대한 나의 무지의 발견이었고, 다른 한편으론 지적으로 게으른 데서 오는 사유의 불철저함 때문으로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전선에서 치열하게 사유하고 글을 쓴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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