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었다. 

 '백 세 시대'라고는 하나,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100살이라는 한 세기를 살아내어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는 어른을 마주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손에 들기 좋은 사이즈로 표지에는 인자한 미소가 그득하게 번진 할머니의 인상이 나의 할머니를 연상케도 해서일까. 책을 대하는 마음도 차분해져 있었다. 

 이 책의 부제로는 <100세 정신과 의사 할머니의 마음 처방전>으로, 일본인 정신과 의사로 현역에서 병원을 경영하고 환자들을 진료하는 등 아직도 활발한 본인의 일을 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존경을 살만한 인물이었다. 단순 일을 하는 멋진 여성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건강을 그토록 잘 관리했다는 면에서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한 여성으로 닮고 싶은 면도 컸던 것이다. 실제로 뵈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저자이자, 사진으로나마 만나는 모습에서 삶의 지난한 일들이 없진 않았을 터, 그럼에도 곱게 웃고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어떻게 하면 그 긴긴 세월을 저렇게 살아낼 수 있을까란 궁금증도 자아내고, 건강 유지의 비결은 무엇이며, 말 그대로 제목에서 언급한 '균형 잡힌 마음'이란 어떤 것일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책에선 전반적으로 5분야로 나누어 균형에 대해 써내려 가고 있다. 인생의 균형, 생활의 균형, 건강의 균형, 인간관계의 균형, 사랑의 균형이 그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조목조목 항목별 본인이 살아온 삶의 방식과 버무려 노하우를 전달하는데, 간단하고 쉬운 것만 같아도 결코 보통 내공이 아니고서야 흘려보내기에 벅찬 삶의 구간들이 있고 젊은 혈기로 저지르는 실수가 있음을 직면해야 했다. 그렇기에 책을 대하면서 속도를 한껏 늦추고 마음을 다스리면서 그 삶의 전면적 방식을 하나하나 체득하기 위해 가독성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한 템포 늦추어 책을 대한 것이 저자를 그만큼 깊이 만나고 싶은 연유에서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살면서, 또 일을 하면서 적지 않게 열등감으로 힘들어 하거나 본연의 모습을 발휘하지 못하고 정체된 듯한 순간을 맞을 때가 있는데, 이에 대한 조언이 격려가 되기도 했다. 그 어떤 책이나 젊은 사람들이 써내려간 단지 열정에 찬 웅변조의 어투보다 훨씬 진정성이 느껴져서가 아닐까 싶다. 

'열등감에서 비롯한 자신감 상실'에 해당하는 우울증이라고 자가진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상당히 가벼워서 우울증 직전의 '우울상태'에 가까웠죠. 이러한 우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착실하게 해 나가며 자신감을 회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테면 청소나 빨래를 하거나 밥상을 차리며 "나도 하면 할 수 있어!"하고 낮은 눈높이에서 자신을 긍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p.28)

전 딱히 가리는 음식은 없습니다. 뭐든지 맛있게 잘 먹는 '잡식성'이죠. 굳이 특징을 꼽자면 단백질을 적극적으로 섭취한다는 점입니다. 거의 매일 요구르트를 먹고, 끼니 때마다 소량이나마 고기나 생선을 주요 반찬으로 챙겨 먹죠. 단백질은 근육과 피부를 구성하는 핵심 성분이므로 열심히 섭취하면 좋습니다. (p.88)

 위에서 제시한 비결만 살짝 엿보아도 정말 대단한 것이 아님을 알 수가 있듯이, 얼마나 꾸준히 성실하게 본연의 속도대로 이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또한, 이러한 일상적인 습관을 배워 따라해보기에도 무리가 없고 억지스럽지 않아 약간 흐트러져 있던 일상의 리듬을 재정리하는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었다. 

 특히, 노후의 긴 시간을 보내면서 생활 면면에 녹아든 생존비법들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는데 TV시청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피력하는 부분과 잠이 오지 않을 때에는 억지로 잘 필요가 없다고 담담히 전하는 부분은 신선하면서도 공감이 되었다. 티비를 보는 면에 대해서는 그 주도권이 온전히 보는 우리에게 있기 때문(p.71)이라는 논리였는데, 이는 평소 본인의 할 일을 다하면서 휴식의 일부 방편으로 취하는 시청이 시간을 무리하게 방해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책 후반부에서 다루는 부분은 관계와 사랑에 관한 것인데, 일평생 부부나 친구, 가족이 건강하게 오래토록 함께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그보다 행복하고 좋은 것이 없겠지만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하는 이별의 순간에 헤어나오지 못함이 아니라 적응하고 살아가도록 하는 차원의 것이어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외모를 치장하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기보다는 따뜻한 말, 봉사, 가치있는 삶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격려하고 있다. 

저는 타인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야말로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p.159)

소중한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애정을 전할 수 있다면 이는 분명 사랑에 충실한 삶입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좋으니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p.173)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저자의 따뜻한 마음과 삶의 짙은 내공에 물들어가는 듯하다. 책 속 구절마다 담아낸 인생비법을 하나하나 배우고 내 삶으로 옮겨 놓고 싶은 태도이자 건강 비결이랄까. 그래서 이 책이 삶이 소확행을 담아내고 있다 말할 수 있다.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