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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08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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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908쪽 | 1,544g | 153*224mm |
2024년 4월 30일(화) 저녁 7시 30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024년 03월 18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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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01일 ~ 2024년 0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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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무 교수가 지은 <난처한 미술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중세 유럽 문화가 보여준 다양한 건축물에 매료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그러한 화려한 왕궁이나 성당 그리고 전원과 어우러지는 건축물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러니까 <난처한 미술이야기 3,4>권을 읽은 얼마 후에 저자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9.10> 권을 서둘러 구입한 것은 어쩌면 전혀 무관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9권과 10권은 서울을 다루고 있다. 서울에서 거의 400Km에 육박하는 남쪽의 섬에서 태어난 나에게, 비록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서울에서 10년 이상 생활을 했지만, 서울은 여전히 어렵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종로와 강북 지역은 나의 생활권과도 멀어, 시간을 내어 가끔 들리지 않으면 가기 힘든, 그야말로 가깝고도 먼 지역일 뿐이었다. 그런 나에게도 서울의 이 지역과 공유하는 몇 가지의 장면은 있다.
장면 1 - 종묘
90년대 초중반 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에서 같이 문학을 공부하던 후배들과 따뜻한 봄날 궁궐투어를 나섰다. 그 과정에서 후배가 추천한 종묘에 들렀던 기억은 아슴푸레하게 남아있다. 길고 낮은 건물이 대지를 누르고 있는 엄숙한 장면에서 받은 묘한 적막감은 따뜻하고 생기 넘치는 봄날의 풍경을 진정시키는 묘한 힘이 있었다. 나는 그곳이 죽은 자들의 공간이라는 것을 건물이 주는 이미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장면 2 - 창덕궁 비원
결혼을 하고, 아내가 직장을 다니고, 집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할 때, 가난했던 신혼 부부였던 우리는 거의 매주 서울 나들이를 했다. 연애 기간이 없이 결혼한 우리들에게 인사동 골목에서 경복궁, 창덕궁, 미술관으로 이어지던 코스는 가난한 신혼부부의 연예 장소였던 셈이다. 그때 가을날 보았던 창덕궁 비원의 풍경은 아직까지도 내가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장면 3 - 숙정문
산을 좋아하던 친한 후배와 숙정문이 개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북악산 산행을 했던 2007년의 어느 날, 북악 스카이쪽에서 시작된 산행이 숙정문 근처의 성벽으로 이어졌다. 나는 남대문, 동대문, 서대문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북대문이라는 것은 들어 보지도 못했기에 당연히 숙정문이 서울의 북쪽 대문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후배와의 산행도 좋았지만 숙정문 근처에서 성벽을 통해 바라본 서울의 모습은 자리를 잘 잡아 포근해 보였다.
장면 4 - 경복궁
2013년, 어린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간 가을날의 경복궁 나들이. 글을 모르는 딸아이는 마냥 신나서 뛰어 다녔고, 글을 깨우친 아들은 건물이나 안내판 앞에 쓰인 글을 읽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따뜻하고 포근했던 한 낮의 풍경.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서울의 공간과 전혀 인연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몇 몇의 공간들은 풍경과 분위기만으로 기억될 뿐, 건축의 미학적 측면이라든지, 그것의 역사적 의미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단지 조선왕조 500년을 지탱했던 왕궁을 나는 그냥 공원 정도로 생각했고, 그 건물들의 가치에는 무관심했던 것이다.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인데, 나는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건물과 그 건물의 의미는 보지 못하고, 건물의 분위기만을 느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만이라도 좋았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가 이룩한 모든 것들이 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성취라는 것을 알면서도, 과연 사람 한 명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나는 다분히 회의적이었다. 그러다가도 어떤 사람들이 이룩해 내는 삶의 성과와 그 성과를 통해 만들어지는 변화된 삶을 보면서, 아! 한 명의 사람이 일으키는 변화가 끝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가 바로 그런 사람이 아닐까?
사마천은 <사기 열전> 첫 편인 <백이 열전>에서 ‘백이와 숙제’가 유명해 진 것도, 제자 ‘안회’가 유명해진 것도 모두 ‘공자’가 그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준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생의 황혼에 든 나 같은 사람은 이제 와서 어떤 천리마 꼬리를 잡아야 한단 말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그동안 그것이 천리마의 꼬리인지 아닌지 상관없이 문화유산의 꼬리에만은 파리가 아니라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살아왔던 것 같다. 내가 붙잡은 문화유산은 교(敎)도 아니고 학(學)도 아니기에 누구에게 믿으라고 할 것도 없고 알아달라고 애쓸 것도 없이 나 홀로 찾아갔다. 성균관 은행나무 단풍이 절정에 달하는 때를 다이어리에 써놓은 것은 그날 날의 천리마가 거기로 달려갈 것이기 때문에 꼬리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려는 것일 뿐이다.(10권, 466쪽)
그렇다! 유홍준 교수가 우리들의 문화유산에 대해서 되집어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들 몇몇을 제외하고, 필부(匹夫)인 우리 같은 사람들이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었을까? 살다보면 깨닫게 된다. 좋은 사람, 장소, 맛 집, 책, 영화를 소개해 주는 사람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 .
내가 그의 첫 답사기를 읽은 것이 1993년이니까 횟수로 어느덧 25년 가까운 시기가 지났다. 그가 25년 동안 낸 10권의 답사기(븍한과 해외편 제외)는 나의 젊은 시절을 관통하면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내 앞에 있다. 그리고 미래의 어느 순간까지 같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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