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문도』에는 온몸을 붕대로 휘감은 남자의 충격적인 고백을 통해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운명의 끈을 반추해 보는 「붕대를 한 남자」, 릭샤를 끄는 열여섯 인도 소년의 아련한 사랑을 그린 「노 프라블럼」, 아빠와 섬 여행을 하며 가족의 지난 시간을 추억해 가는 「내기」,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일어난 아주 특별한 경험 「페이퍼컷」, 이국적 분위기와 이미지가 강렬한 「missing」, 기찻길 옆 허름한 집에서 친구와 보낸 기묘한 하루를 통해 기억과 상실의 틈새를 헤매는 「기적 소리」, 144장의 필름 사진을 통해 만난 적 없는 이의 여행길을 되짚어 보는 독특한 여행담 「필름」, 서늘한 반전을 선사하는 「무대륙의 소년」, 프랑스 고르드의 어느 수도원에 사는 소년의 가슴 시린 열정과 절실한 꿈을 그린 「시튀스테쿰」이 실려 있다. 살면서 겪어 나가는 사랑, 그리움, 행복, 연민, 상실과 기억이 이야기마다 촘촘히 들어서 있다.
스페인어로 ‘세상 어딘가’를 의미하는 제목처럼 『델 문도』의 아홉 개 단편에 담긴 세계는 다채롭고도 새롭다. 작가는 청소년소설에 등장하는 반복적인 일상의 동선을 폴짝 뛰어넘어, 이야기 공간을 무한히 확장해 간다. 여행 작가이기도 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뿐 아니라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 영국, 호주 등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 낸 것이다.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그 어떤 작품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삶의 풍경이다.
멀리, 혹은 가까이 한 번쯤 그려 본 세상 속으로
첫 작품 「붕대를 한 남자」는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야기다. 호주, 10월의 뜨거운 어느 여름날. 장난감 공기총을 만지작거리는 이안에게 아빠가 물 한잔을 가져오라고 재촉한다. 컵을 들고 나간 이안은 온몸이 얼음처럼 굳어 버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붕대를 감은 한 남자가 문 앞에 서 있다. 이안은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남자를 지켜본다. 곁에 있던 아빠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남자에게 묻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온몸을 붕대로 휘감은 남자의 충격적인 고백을 통해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운명의 끈을 반추해 보는 이 이야기는 실제로 호주에 사는 작가의 친구가 보낸 편지에서 시작되었다. 흥미로운 소재가 좋은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니기에 작가는 고심했지만 어느 날 문득 어떤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고, 그것이 「붕대를 한 남자」로 완성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 「노 프라블럼」은 열여섯 살 인도 소년 ‘아룬’의 아련한 사랑을 그린다. 릭샤를 끌며 하루하루 어렵사리 생계를 유지하는 아룬은 한국에서 온 ‘유진’이라는 여자아이의 등하교를 돕고 있다. 동갑내기 열여섯 살 유진은 새침할 정도로 말이 없고 피부가 하얀 소녀다. 대화를 나누기는커녕 눈 한번 제대로 마주친 적 없는 두 사람에게 특별한 일이 생긴다. 가이드 대가로 300루피를 제안하며, 유진이 아룬에게 함께 영화를 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유진과 아룬은 제일 비싼 좌석에서 영화를 보고, 갠지스 강가를 걷고, 이루고 싶은 꿈과 현실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 유진의 목소리와 눈빛이 가까이 느껴질 때마다 심장이 요동치는 아룬. 사는 게 별것 없다는 유진의 투정에도 자꾸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그래서 아룬은 고개를 더욱 깊숙이 숙이고 발밑만 바라본다. 유진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도, 눈을 마주볼 수도,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는 자신의 처지를 잊어선 안 되는 것이다. 집으로 들어가는 유진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아룬은 다시 릭샤를 끌고 거리로 나선다.
「내기」는 아빠와 제주도를 여행하며 가족의 지난 시간을 추억해 가는 소년의 이야기다. 아빠와 소년의 여행에 ‘계획’ 같은 건 따로 없어 보인다. 둘은 발길 닿는 대로 걷고 있다. 야트막한 산에 올라 들판을 내려다보고, 걷다가 지치면 그늘 아래 앉아 물을 마신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숲길을 걷다가 기습적으로 다가온 말 떼를 만나고,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여행에는 특이한 뭔가가 있다. 여행 내내 내기를 벌인다는 점인데, 특정 단어를 입 밖에 내지 않는 ‘말하지 않기’ 게임이 그것이다. 아빠와 소년은 왜 이런 내기를 하고 있을까. 두 사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억 속을 걸어 나가는 사이, 금지어가 불현듯 모습을 드러내고야 만다. 두 사람이 절대 말해서는 안 될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비밀과 진실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한없이 먹먹한 슬픔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고2 여름방학, 하기 싫은 보충 수업 대신 해외여행을 떠난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 네 번째 이야기 「페이퍼컷」의 ‘나’는 자유롭게 일하며 사는 엄마와 함께 한 달 동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러나 엄마가 갑자기 허리를 다쳐 입원하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학교엔 벌써 소문이 쫙 퍼졌으니, 이제 와 못 간다고 말할 수도 없다. ‘나’는 집에 콕 박혀 있기로 마음먹지만 엄마는 다르다. 항공권을 환불받지 못하고, 숙소비도 다 치렀으니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가야 한다는 거다.
결국 ‘나’는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지만, 가는 길부터 진이 빠진다. 무척이나 뚱뚱한 여자의 옆자리인 것이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순간, 여자는 ‘나’의 심정을 알아차렸다는 듯 몸을 움츠린다. 자리에 앉아 여자를 흘깃 쳐다보던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여자는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무척 섬세하고 부드러운 모양의 손가락을 지녔다.
그러나 정말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 일은 런던 공항에서 일어난다. 지하철역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 때문에 외국인의 출입국이 금지된 것.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고, 휴대폰 배터리는 다 닳았다. 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 말고 모든 게 막막해졌을 때, 옆자리에 앉았던 여자가 다가온다. 여자가 건넨 물을 벌컥 들이켠 뒤에야 ‘나’는 이상한 느낌을 알아차린다. 이제껏 여자는 소리 없이 말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나’는 여자와 뜻밖의 대화를 이어 나가며 특별한 밤을 보낸다.
사랑, 그리움, 상실과 기억의 순간을 담은 이야기들
「missing」과 「기적 소리」는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missing」이 이제 곧 ‘어른의 세계’에 다다를 한 소년의 기억을 차분하게 따라가는 이야기라면, 「기적 소리」는 기억의 틈새를 헤매며 ‘아이의 세계’를 맴도는 소년의 시간 여행이다.
「missing」의 주인공 아더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다. 침침한 어둠 속 술 취해 잠든 아버지, 기름에 절어 말라 버린 음식들, 집 안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맥주 캔과 리모컨, 푹 꺼진 소파…. 오직 텔레비전만이 멀쩡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듯 환하게 켜 있다. 실종 사건 뉴스를 보던 아더는 여덟 살 때 낯선 사람을 따라간 기억을 떠올린다. 클로이 아줌마. 아더에게 클로이 아줌마는 결코 무섭고 위험한 존재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폭력과 엄마의 무관심, 혼자라는 외로움에 물든 마음을 내려놓고 평온과 휴식을 느끼게 해 준 유일한 존재였다. 아더는 바로 어제 일인 듯 선연하게 떠오르는 기억을 통해 그때 그 순간으로 스며든다.
한편 기억을 잘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다. 「기적 소리」의 주인공 ‘나’가 그렇다. ‘나’는 사람 이름이나 얼굴, 예전 일들을 기억하는 데 늘 애를 먹는다.
기억을 잘 못하는 건 잦은 이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지방 발령으로 가족은 얼마 전 이사를 왔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는 전에 살던 아파트와 비슷하다. 하나 다른 게 있다면 창 아래로 선로가 보인다는 점이다. 기차가 다니지는 않지만 선로 양옆으로 집들이 붙어 있어서 장난감 기차 마을 같다. 선로 옆 마을을 오가던 어느 날, ‘나’는 같은 반 아이를 만난다. 물론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친구네 집에 들러 라면을 끓여 먹고, 만화책을 보고, 별것 없는 대화를 나눈다. 그러고 보니 이 분위기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나’. 예전에도 이렇게 친구와 함께 놀고, 육교를 달리고, 내달리며 길을 건너던 기억이 나는 듯하다.
어떤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앞서 길을 건너던 친구.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소리. 어깨에 멘 가방에서 필통 속 연필이 달그락대던 소리. 경적 소리. 달려드는 트럭. 그다음. 그다음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다. 기억나지 않는 게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거다. 그런 친구는 내게 없었다. 육교 건너에 있던 마당 있는 집도, 스테인드글라스가 끼워져 있던 현관문도, 레이스 손뜨개가 씌워진 피아노도, 처음부터 없었다.
“이제 가야겠다.”
나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 애는 내 말을 못 들었는지, 멀뚱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유난히 환한 햇살 가운데에 그 애가 느긋이 누워 있다. 그 모습이 오래된 사진처럼 흐릿하게 보였다. 뭔가 떠오를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는 건 없었다. (본문 184쪽)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기억들은 진짜 ‘나’에게 일어난 일일까? 잃어버린 기억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끝없이 이어지는 기찻길처럼 아득한 기억 속을 헤매는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자.
일곱 번째 작품 「필름」은 독특한 여행담을 그린다. 아무도 찾지 않는 한 사진관.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일보다 고객들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컬러 출력해 택배 발송 하는 일이 더 많다. 그런데 인적 드문 이곳에 꼬박꼬박 필름을 맡기는 여학생이 하나 있다. ‘나’는 아빠의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는 여학생이 궁금하지만 만나 보지는 못했다. 타이밍을 번번이 놓쳐서다. ‘나’는 여자아이의 사진을 보며 ‘금붕어를 키우는구나’ ‘이런 색깔을 좋아하다니’ ‘고양이에 관심이 많은가 봐?’ 추측하곤 하는데, 그것이 꽤 재미있는 취미가 되어 버렸다. 한동안 발길이 뜸해 소식이 궁금하던 어느 날, 여학생이 필름 6통을 맡기고 갔다. 여름방학 때 여행을 다녀온 모양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여학생은 사진을 찾아가지 않고, ‘나’는 체념한 듯 144장의 사진을 꺼낸다. 그러고는 한 장 한 장 들춰 보면서 여행을 되짚어 나간다. 따로, 또 같이 길을 걷는 이색적인 여행담이 펼쳐진다.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여행 장소가 누군가에게는 무료한 일상 공간이 되기도 한다. 「무대륙의 소년」은 이 미묘한 차이에서 일어나는 고단한 삶의 순간을 포착한다.
‘물의 도시’라 불리는 이곳은 인기 많은 여행지이지만 언젠가부터 조금씩 퇴색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도시는 물에 잠기고, 자랑과도 같던 ‘눈부신 날씨’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 그럼에도 관광객은 끊이지 않는다. 하루면 다 보고도 남을 도시를 돌아다니며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고, 환호를 내지른다. 아무도 사지 않는 우산을 파는 안젤로와 ‘나’ 또한 이들에게 좋은 구경거리다. 가난에 전 허름한 모습조차 이들의 프레임 안에서는 더없이 이국적 풍경으로 둔갑하는 듯하다.
도시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는 관광객들을 따라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나’의 엄마가 사라진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도착과 떠남을 반복하는 관광객들과 달리, 엄마는 온종일 호텔에서 일했다. 침대 시트를 갈고, 변기를 닦고, 먼지를 털어 내서 떠난 이의 흔적을 말끔히 없애는 게 엄마의 일이었다. 도시가 물에 잠길수록 엄마와의 추억 또한 사라진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안젤로뿐. 그러니 물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어서 빨리 잠든 안젤로를 깨워야 한다. 열심히 안젤로를 부르는 ‘나’에게 돌아오는 건 차가운 발길질이다. 안젤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서늘한 반전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여덟 개의 세계를 돌아, 마지막 작품「스튀스테쿰」으로 안내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프랑스 고르드의 수도원. 갓난아기 때 수도원 앞에 버려진 뒤 줄곧 이곳에서 살아온 에밀에게 ‘세상’이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성가가 아닌 노래, 다양한 색깔의 물감, 무엇이든 그려도 좋은 커다란 스케치북, 수도원 너머 ‘바깥세상’의 많은 이야기와 소란스러운 시장과 사람들…. 에밀은 꿈꾸듯 여행하듯, 본 적 없는 세상의 다양한 풍경을 스케치북에 그려 나가지만 수도원에서는 에밀의 자유로운 열정을 가만두지 않는다. 악에 휩싸인 영혼이라며 비난하고, 회개만이 살길이라며 끝없는 용서를 강요한다. 결국 수도원을 떠나기로 결심한 에밀은 높고 단단한 쇠창살 문 앞에 다다르는데……! 에밀은 위기를 극복하고 무사히 수도원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이제 곧 새로운 세계에 가 닿을 에밀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으며 조용히 읊조려 본다. ‘시튀스테쿰’(Sit vis tecum), 너에게 힘이 깃들기를.
사계절출판사 창립 35주년, 사계절1318문고 20주년 기념 에디션, 욜로욜로
‘욜로욜로’는 한 번뿐인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열망하는 독자들의 삶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다시 ‘문학’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끝이 없을 듯한 좌절과 무력감이 혼자의 것이 아니라는 위로, 혹독한 현실에서 뛰쳐나올 용기, 씁쓸한 삶에도 아직은 존재하는 사랑과 유머…. 욜로욜로에는 웃음이든 눈물이든, 오직 문학만이 가진 치유와 공감의 힘이 독자들의 삶을 진정 욜로욜로하게 하리라는 굳은 믿음이 담겨 있다. 그것이 1982년 창립하여 35년간 ‘시대정신’과 ‘성장의 의미’를 생각하는 출판을 모토로 독자들과 함께해 온 사계절출판사가 바로 지금, 성인을 위한 문학 브랜드를 시작하는 이유이다.
그렇기에 욜로욜로는 사계절1318문고 109권의 책 가운데 독자들의 사랑과 평단의 인정을 받은 열 작품으로 시작한다. 이 작품들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된 당시의 청소년 독자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이기도 하다.
최근 발표한 단편집 『바다, 소녀 혹은 키스』을 통해 요즘 청년 독자들의 감성을 가장 잘 아는 작가임을 또 한 번 증명한 최상희 작가의 『델 문도』를 비롯한 10종의 야심작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난다. 이후로도 『다윈 영의 악의 기원』으로 탁월한 천재성을 알리기도 전에 짧은 생을 마감한 고 박지리 작가의 『3차 면접에서 떨어진 MAN에 관하여』(가제) 등 남다른 시선과 작품성을 갖춘 소설들을 소개해 갈 것이다.
PaTI, 가장 욜로욜로한 아티스트들의 과감하고 아름다운 디자인
안상수 디자이너가 설립하고, 한국 디자이너들이 독창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배움을 주고받는 디자인 학교 PaTI(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욜로욜로’는 파티에서 스승 혹은 배우미로 활동 중인 젊은 아티스트 18인이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파티출판디자인연구소장인 북 디자이너 오진경이 총괄 아트디렉션을 맡아 사계절출판사와 함께한 첫 번째 산학협동 프로젝트다.
상업 디자인에 처음 도전하는 디자이너, 자기 그림을 누군가에게 보여 준 적이 없는 일러스트레이터….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할 날을 기다리며 남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은 스스로가 욜로욜로 주요 독자층인 청년들로, 동시대 독자들의 취향과 감수성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가장 욜로욜로한 아티스트다. 각 권의 개성을 담은 일러스트와 열 권을 하나로 잇는 독특한 패턴, 제목을 은근히 숨긴 표지, 펼치면 한 장의 포스터가 되는 커버, 한 손에 들어오는 가볍고 편안한 판형 등, 시각적인 아름다움부터 독자들을 고려한 세심함까지 한층 감각적이고 수준 높은 북 디자인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승 오진경과 아티스트 18인이 함께한 여섯 달 동안의 도전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