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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호위

조해진 | 창비 | 2017년 02월 20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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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76g | 145*210*20mm
ISBN13 9788936437459
ISBN10 8936437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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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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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환한 숨』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대산문학...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환한 숨』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를 장면으로 기억하는 내게는 인생 영화가 딱 한 편 있지 않고, 대신 끊임없이 재생해보는 ‘장면들’이 있다. 지금까지 잊은 적 없고 앞으로도 잊고 싶지 않은 두 장면이 있는데, 슬픔이 차오를 때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하게 일렁이는 차이밍량 감독의 [애정만세] 엔딩 신과 언제라도 나를 웃게 해줄 수 있는 시드니 루멧 감독의 [허공에의 질주] 속 생일 파티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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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

기억해야 하는 존재들을 이야기하다
도서1팀 김유리 (asalighter@yes24.com) | 2017-03-29
인간은 기억하는 존재다. 몇 개의 휴대전화번호들을, 사랑하는 이의 생일을, 즐거워하며 함께 나누어먹던 음식을, 꼭 껴안아주며 축하의 말을 던지는 시간을 기억함으로써 자신을 구축한다. 허나 동시에 무언가를 빠르게 망각함으로써 온전해지기도 한다. 헤어진 이와의 기념일을, 처음 만나 걷던 어느 길목을, 서로 주고받던 연서들, 헤어지던 순간 떨었던 입술들과 공기를 지워버린다. 이렇게 기억과 망각을 반복하며 인간은 무수한 삶의 통로를 지나간다. 그곳에는 선택적으로 남은 기억들, 혹은 지워버릴 수 없어서 덮어놓고 꺼내지 않은 파편들이 흩어져 있다. 어느 것은 기억하고 싶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괴롭기도 하다. 신기하게도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발생한 돌연변이들이 인간을 전진하게 한다.

조해진의 소설은 이 ‘전진’에 관해 이야기한다. 불행히도 방향성은 없다. 『빛의 호위』 에 실린 단편소설 속의 인물들은 정처 없이 헤매거나 떠돈다. 그들은 세상에서 소외되고 잊혀지는 존재다. 일생에 가족을 가져보지 못한 일용직 노동자, 기초수급대상자가 되어버린 전직 대학강사,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간 사람, 고아가 되어버린 아이...... 그들은 유실물보관소에 놓인 유실물처럼 유한한 시간 속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처리시각을 기다리듯 방치되어 있다. 주인이 찾지 않으면 무의미한 그들은 이방인일뿐.

자신의 근원조차 알 수 없는 그들은 세계에서 도주하거나 자신을 그 속으로 편입하려 발버둥치지 않는다. “개인은 세계에 앞서고, 세계는 우리의 상상을 억압할 수 없”기에. 오히려 조해진의 인물들은 자기 내부의 결핍을 고집스레 마주한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생(生)을 끊임없이 묻는다. 우리는 가난과 고독 끝에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된 권은과 3년 간 지하 창고에서 숨죽이고 있어야 했던 알마 마이어의 깊은 내흔을 「빛의 호위」 속에서 함께 더듬는다. 작가 특유의 타자-소외를 다루는 관찰자적 시선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불행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서로 너무나 닮았음을 선명히 보여준다.

도저히 개인이 해결 불가능한 폐허에서의 일상은 잔인하기 그지 없다. 때때로 「산책자의 행복」의 홍미영처럼 “미치도록 살고 싶어”라고 절규하기도 하고, 「문주」의 문주처럼 “버린 건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을 일으켜 세우는 건 바로 ‘그들’이다. 답장 없는 홍미영에게 계속 “살아 있다는 감각”을 전달하는 메이린(「산책자의 행복」), 절망에 빠져있던 나를 꺼낸 안젤라(「번역의 시작」), 아픈 동생을 살게 하는 죽은 언니(「잘 가, 언니」), 역사의 폭력에 희생당한 안수 리를 기다린 한나(「동쪽 伯의 숲」)에게서 연대를 발견한다. 소설 속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삶의 이유가 되어준다. 객관적 세계 앞에서 더없이 남루한 서로를 잊지 않기 위해 찾아 가고, 읽히지 않을 편지를 보낸다. 비록 자신들을 짓밟은 역사 속에서 사라질지언정 부재로서 남기 위해 절실히 타인을 기억해낸다.

결국 9편의 단편소설들은 인간은 단지 기억하는 존재가 아닌 기억해내는 존재임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얄팍하게 접혀 있던 빛”으로 서서히 비추어낸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끄집어내고, 부재의 흔적을 존재함으로 점점 바꿔간다. 이윽고 암순응이 찾아오고 우리 눈에는 여태껏 보지 못했던 타자가, 그들의 가느다랗고 연약한 연대가 보일 것이다. “살아 있고, 살아 있다는 감각에 집중”하기 위해 주변을 살피는 건 이제 소설을 덮은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생존자고, 생존자는 희생자를 기억해야 한다.”(「빛의 호위」 중)

출판사 리뷰

“저는 살아 있습니다.
살아 있고, 살아 있다는 감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절망과 고독을 감싸주는 기억에 대한 9편의 이야기
2016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산책자의 행복」 수록


신동엽문학상(2013), 젊은작가상(2014), 이효석문학상(2016)을 연달아 수상하며 문단의 믿음직한 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 조해진의 세번째 소설집 『빛의 호위』가 출간되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발표한 작품을 묶은 이번 소설집에는 “소외와 불안의 문제를 개인의 삶을 통해 포착”하며, “이 시대에 호응할 수 있는 문학적 상상력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환기한 작품”(심사평)이라는 호평을 받은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산책자의 행복」을 비롯한 9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서는 조해진이 오랫동안 천착해왔을 뿐 아니라 세월호시대를 살아가며 더욱 견결해진 주제인 “역사적 폭력이 개인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한기욱, 해설) 하는 지점을 한층 섬세하고 차분하게 파고든 점이 돋보인다. 작가는 절망과 고독을 감싸주는 기억들을 이야기하며, “사라졌으므로 부재하지만 기억하기에 현존하”(「사물과의 작별」 69면)기 때문에 “생존자는 희생자를 기억해야 한다”(「빛의 호위」 16면)는 절실함으로 단어 하나에도 진심을 담아 눌러 썼다. 조해진이 보듬어 전달하는 ‘빛의 호위’로,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기억해야 하지만 어둠속에 숨어 있던 진실들에도 따뜻한 온기가 전해질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장롱 뒤나 책상 서랍 속, 아니면 빈 병 속처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얄팍하게 접혀 있던 빛 무더기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일제히 퍼져나와 피사체를 감싸주는 그 짧은 순간에 대해서라면, 사진을 찍을 때마다 다른 세계를 잠시 다녀오는 것 같은 그 황홀함에 대해서라면, 나는 이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권은이 내가 알고 있는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악기상점의 쇼윈도우에 반사되는 햇빛이 오직 그녀만을 비추고 있었다.(「빛의 호위」 32면)

실제로 유실물에는 저마다 흔적이 있고, 그 흔적은 어떤 이야기로 들어가는 통로처럼 나를 유혹할 때가 많다. (…) 엄밀히 말하면 그 이야기는 유실물을 사용한 누군가의 손때로 만들어진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 누군가를 잃어버린 유실물은 선반의 고정된 자리에서 과거의 왕국을 홀로 지켜가는 것이다. 간혹 유실물에서 빛이 날 때가 있다. 일년 육개월이라는 보관기간을 채우고도 찾아오는 이가 없어 처리되기 직전, 홀연히 나타났다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빛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한 개인에게 귀속되지 못하고 망각 속으로 침몰해야 하는 유실물이 세상에 보내오는 마지막 조난신호를 본 것 같은 상념에 빠져들곤 했다. 일종의 상실감이었다.(「사물과의 작별」 69면)

“사는 게 원래 이토록 무서운 거니, 메이린?”

또하나 주목할 점은 이번 소설집에서 조해진이 말하는 ‘살아 있음’에 대한 감각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를 살게 하기 위해 고투하면서 그 힘으로 살아가는데, 그 상대는 아주 가까운 사람이기도 하지만 상관없는 이국의 누군가가 되기도 한다. 세상을 떠난 언니가 동생을 살아가게도 하며(「잘 가, 언니」), 어린 시절 친구에게 선물한 카메라가 그를 세상 밖으로 이끌기도 하고(「빛의 호위」), 신문에 실린 사진 한장이 “먼 나라의 화가에게 작품을 완성하도록 부추기는 영감을 주”(「시간의 거절」 181면)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를 살리는 절실함은 「산책자의 행복」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철학과 강사였지만 학과 통폐합으로 직장을 잃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는 홍미영(라오슈)에게 답장이 없는 편지를 계속 보내는 중국인 제자 메이린은 “살아 있는 동안엔 살아 있다는 감각에 집중하”(127면)라는 라오슈의 말을 되새기며 살아가고 라오슈는 현실에 괴로워하면서 마음속으로만 답장을 보내지만, 둘 사이의 믿음은 분명 서로를 살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살고 싶어.
목적 없이 뻗어 있는 길 한가운데서 그녀는 속삭였다. 미치도록……
미치도록 살고 싶어.
메이린, 부르며 그녀는 흐느꼈다.
(…)
저는 살아 있습니다.
살아 있고, 살아 있다는 감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다예요, 라오슈……(「산책자의 행복」 140~142면)

『빛의 호위』에서 조해진은 “나와 나의 세계를 넘어선 인물들”과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소통”하고 “유대를 맺”(‘작가의 말’ 267면)으며 타인의 생애에 따뜻한 빛을 드리운다. 조해진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삶에는 ‘빛의 호위’를 받는 순간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걸 언제까지고 기억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순간들이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하는 빛”(「빛의 호위」 23면)이 되어주고, “새로운 출발을 가능하게”(한기욱, 해설) 할 것임을 믿는다. 그날에 우리는 진정 ‘행복한 산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야기도 한 사람을 대신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생애에는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이 표현되는 순간보다 훨씬 더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야기 너머로 뻗어가는 지평에 수많은 문장과 생각과 감정이 흩어졌다가 모이며 또하나의 작은 길이 되어가는 상상은, 언제나 두려울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
이제야 나는,
진짜 타인에 대해 쓸 수 있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작가의 말’ 266~267면)

추천

조해진의 떠도는 존재들은 공감적 상상력을 통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타자에게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하는 빛”이 되기도 한다. 찰나적이었지만 한때 한순간 타자를 살게 한 아슬아슬한 빛, 그 빛이 한줄기 실낱같은 희망이 되었다는 기억이 떠도는 존재의 현재적 삶을 지탱하고 새로운 출발을 가능하게 한다. 한기욱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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