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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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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강력추천 동인문학상-34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2003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김연수 | 문학동네 | 2002년 11월 12일 리뷰 총점8.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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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11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87쪽 | 41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2815935
ISBN10 898281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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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명)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단편소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원더보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소설집 『스무 살』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 『우리가 보낸 순간』 『지지 않는다는 말』 『소설가의 일』 『시절일기』 『대책 없이 해피엔딩』(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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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리뷰

인생은 그런게 아니었다
김영표(zero@yes24.com)
인상 깊은 단어 하나, ‘천애지각(天涯地角)’. 하늘의 끝이 닿는 땅의 한 귀퉁이란 뜻으로 아득하게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을 이르는 말이다. 역시 인상 깊은 구절 둘. “이 소설만은 연필로 쓰기로 결심했다”는 것과 “세상을 살아가는 데 그렇게 많은 불빛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만 있으면 된다.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니겠는가.”

김연수는 자기 작품의 경향을 ‘포스트 모더니즘’이라 부를 만큼 자신만만해 하던 작가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잘못 가던 길을 유턴하는 심정’으로 들고 나온 이 작품집은 과연, ‘포스트 모더니즘’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는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리얼리즘’에 입각한 소설을 써냈다. 누구에게나 아이였던 시절은 있을 것이고 이러한 과거는, 추억은 모두 리얼하다.

자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뉴욕제과점」은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며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게 한 뉴욕제과점이, 어느 날부터 국밥집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안에 남은 불빛’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불빛은 기억이고 그 기억은 따스하다. 단 한 푼이 아쉬워 자식이 먹을 빵 조차도 아까워하던 부모님은 늙어가고, 빵 부스러기를 먹다 지친 나는 어른이 되었다. 어느 날, 희미한 웃음을 짓는 추억의 시간 속에 ‘뉴욕제과점’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그저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내 안에 고스란히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은 이가 어디 작가 한 명뿐이랴.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는 쫓고 쫓기는 세 명의 남녀를 통해, ‘천애지각(天涯地角)’의 의미를 확연히 보여주는 소설로 마치 낡은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크리스마스 전날, 빵집에서 일하던 경자는 돈을 훔쳐 사라지고 주인 김씨와 제빵 기술자 태식은 그녀를 찾으러 길을 나선다. 그녀의 꿈은 미국으로 가는 것. 태식과 김씨는 그녀가 빵집에서 훔친 돈으로 미국으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결국 은성탄좌에서 일한다는 경자의 할아버지를 찾아가지만 일자리를 잃은 할아버지의 허름한 사택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컬러 텔레비젼이 놓여있을 뿐이다. 그들은 게이코가 훔쳐간 돈을 대신하여, 컬러텔레비전을 떠메고 눈 내리는 길을 나선다. 마지막으로 태식의 한 마디. “꼭 이래야 합니까?” 그러나 그 말은 이내 눈 속에 파묻히고 만다. “꼭 이래야 합니까?” 눈이 녹기 전까지 그 소리는 눈 속에 파묻혀 있겠지. 소설에서 그들이 벌이는 짓거리 모두는 내리는 눈 속에 파묻혀 버린다.

이 소설(집)은, 소설가로서 혹은 한 인간으로서 ‘천애지각’에 들어섰다는 위기감 혹은 자각의 긴 시간 끝에 “세상을 살아가는 데 그렇게 많은 불빛이 필요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 이야기라고 하겠다. 불빛의 의미야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각기 틀리겠지만, 맞는 말인 것 같다. 평범하지만 언제나 통하는 진리,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니겠는가” 말이다. 작가는 “이 소설집 덕분에 다음 작품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는데, 과연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단편집에서 2,3 편만 건져도 훌륭하다던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썩 괜찮은 소설집이다.

소설 이야기말고 다른 것 두어 개
1. “이 소설만은 연필로 쓰기로 결심했다”는 「뉴욕 제과점」을 쓸 당시 그는 회사원이었고, 일하다 몰래 나와 카페에서 틈틈이 쓴 소설이라고 한다.
2.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겠지만,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를 보면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이,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에서는 영화 《쉬리》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총을 겨누고 있는 한석규와 김윤진의 눈빛 말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살아 있는 생명을 있는 그대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야말로 용기 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쉬리》에 관한 색다른 영화평을 읽고 싶은 이들이라면, 집문당에서 간행된 영화평론가 채명식씨의『스크린 데이트』를 읽어보길 권한다.

줄거리

글쓰기의 시원을 찾아가는 조용하고 특별한 시간 여행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 작가는 어느 해 크리스마스 전날 빵집에서 있었던 사건을 꺼내는 것으로 기억 여행을 시작한다. 빵집에서 일하던 게이코(경자)가 돈을 훔쳐 달아나자 빵집 주인 김씨와 제빵 기술자 태식이 찾아나선다. 게이코는 어머니가 죽어 까마귀가 되었을 거라고 믿는 '천애고아(天涯孤兒)'로 그 상처로 하루에 열 마디 이상을 하지 않고 말한다고 해도 더듬기 일쑤다. 게이코의 유일한 낙은 '실용 펜팔편지 예문'을 베껴가며 미국 소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미국행을 꿈꾸는 것. 김씨와 태식은 기차를 몇 번 갈아타고서, 은성탄좌에서 일한다는 게이코의 할아버지를 찾아가나, 일자리에서도 쫓겨난 늙은 광부가 사는 사택촌의 허름한 방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컬러텔레비전이 덜렁 놓여 있을 뿐이다. 게이코가 훔쳐간 돈을 대신하여, 둘은 컬러텔레비전을 떠메고 하염없이 눈 내리는 길을 걷는다.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1984년, 중학생 원재의 반에는 '체력단련 시간'이 있다. 담인 조선생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반장 경호는 훈육과 폭력을 반 아이들에게 행사하고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 그들은 무기력하게 길들여진다. 고아원 출신의 '유별나게 유순한' 고아원생 택식은 이러한 반장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둘의 대결에서 태식이 승리한다. 그러나 담임의 응징에도 항의한 태식은 설 자리는 더이상 학교에 없다.

·「똥개는 안 올지도 모른다」 평화동 80번지 아이들 사이에는 '이수여인숙 똥개'가 돌아온다는 소문이 퍼진다. 폭행, 강간, 절도부터 시작해 계모를 패고 제 아버지의 뒤통수를 각목으로 후려치는 등 온갖 망나니 짓을 하고 다니던 '똥개'가, 자신과 띠동갑인 계모 윤희엄마를 죽이러 돌아왔다는 것. 세 살배기 여자아이를 데리고 아버지의 장례식에 갑자기 나타났던 '똥개'는 결국 칼부림으로 인해 교도소로 향하고, 그가 돌아왔다는 소문만 두려움 속에 무성하다.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 '나'는 군 입대를 앞두고 치과를 운영하는 삼촌, 지금은 총을 꺾었지만 한때 덕유산 인근에서 몰이꾼으로 이름을 날렸던 '도라꾸 아저씨'와 함께 멧돼지 사냥을 떠난다. 삼촌은 카페 '물망초' 동갑내기 여자와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찐한' 사랑에 빠졌다가 실패하고 이번에는 사냥에 빠진 것. 하얀 눈밭 위로 굴러떨어지는 바윗돌 같은 멧돼지와 정면으로 마주친 '나'와 삼촌, 도라꾸 아저씨는 그러나 멧돼지를 쏘지 못한다. '나'에게는 집회 도중 분신자살한 한 학생이, 삼촌에게는 '물망초 여자'의 눈망울이, 도라꾸 아저씨에게는 새끼들을 죽여 어미를 사냥했던 옛 잔인한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눈 쌓인 리기다소나무 숲에서 멧돼지 대신 삶과 생명의 의미를 안고 돌아온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데스카 오사무 만화 속의 등장인물 같은 보건소 의사가 평화동 80번지에 나타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궁쥐와 지붕쥐 그리고 박쥐를 전문용어인 라투스 노르베기쿠스, 라투스 라투스, 게누스 리노로푸스 따위로 부르는 그에게 평화동 80번지는 비위생적인 곳이며 비위생적인 곳에는 전염병이 돌 수밖에 없다. 전염병의 원인이 환경과 그 속의 사람들이 아닌 '대장쥐'에게 있다고 믿는 마을 사람들에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시궁창 복개천 속으로 직접 들어간다.

그 밖에 광주항쟁이라는 현대사의 깊은 상처를 배음으로 깔고, 부정한 권력의 조종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타자들에게 가하는 상징적 폭력의 양상을 담담하게 그려낸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 비대칭적인 감정의 결과로 한순간 무너지게 마련인 짝사랑, 아름다워서 차마 부술 수밖에 없는 첫사랑의 아픈 기억을 편지 형식으로 쓴 「첫사랑」, 교차 서술을 통해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정갈한 문체로 그려낸 또다른 사랑소설 「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 자전소설 「뉴욕제과점」까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기억들이 가득하다. 이는 문학평론가 김동식씨의 말대로 그의 소설이 작가 개인의 자서전인 동시에 자기 세대의 자서전 쓰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따스한 기억의 불빛이 그에게 새로운 소설양식이자 글쓰기 전략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 두번째 소설집은 그의 창작 행로에서 거칠 수밖에 없는 통과의례이자 하나의 전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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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밀어보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약속시간에 조금 늦은 작가는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한 채 나타났다. 염색 한번 안 해봤을 것 같은 검은색 직모에 갈색 뿔테 안경이 언뜻 완고한 인상을 주지만, 잘 어울리는 라이프가드 숄더백과 친근한 눈웃음은 작가를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성실하고 조금 더 근성 있어 보일 뿐인 사람으로 멋지게 완성시킨다.

작년 2월에 출간된 『꾿빠이, 이상』 이후 소설가 김연수 씨의 다섯 번째 책으로 기록될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는 연작소설집이다. 경북 김천시 평화동 80번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역전 뉴욕제과점의 막내아들이었던 작가는 유년에서부터 스무 살 이전까지의 기억을 근거로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을 써 나갔다. 1997년부터 올 봄까지 쓴 소설을 모았다고 한다.

자신의 목소리가 제대로 녹음될지 모르겠다며 녹음기를 바싹 앞으로 당길 만큼 목감기가 지독하기는 했지만, 작가는 건강해 보이는 인상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으로 인해서 앞으로 더 나아갈 힘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잘못된 길을 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어설프게 소설을 써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겐 계속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우리 사회에선 그런 것들을 따지니까. 그래서 포스트 모더니즘 소설이니 실험소설이니, 이상한 소설을 많이 썼단 말이죠. 한참 쓰다 보니까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을 쓰고 있는지, 아니면 분위기 때문에 써야 하는 소설을 쓰고 있는지.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출발하여 소설 쓰기에 대하여 확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을 쓸 수 있겠다, 생각한 거죠."

1994년 스물 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등단한 그는 소설 쓰기에 대하여 주춤주춤하던 무렵이 있었다. "이것도 나쁘지는 않네" 같은 마음으로 하는 사랑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 정도의 사랑이라면 당연히 책임질 이유가 없기 때문에 소설 말고 다른 일을 해서 먹고 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꾿빠이, 이상』은 이런 작가의 생각을 바꾸어놓았다.

"『꾿빠이, 이상』을 쓰면서 온몸으로 하는 사랑을 하게 되었어요. 다 주어도 안 아까운. 잃을 것이 없으니까요. 놀라운 감정이죠, 아무런 보상이 없는데, 내가 이렇게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것. 내 모습을 새롭게 본 거예요. 내 안에 이런 면이 있구나,라는 것. 일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해낸 것이죠. 긍정적으로 만들어주고. 사랑할 때의 모습과 같은 것 같아요."

쓰고 싶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소설 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야지 싶어서 시작한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작업 이후, 정말 '쓰고 싶은 소설'을 쓰게 된 작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자신감이 배어나온다.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의 자신감. 일단은 부러워하고 볼 일이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 중 「뉴욕제과점」은 자전적인 작품이다. 빵집 막내아들로서 지니고 있는 뉴욕제과점에 대한 기억과 주변의 풍경들을 연필로 써 내려갔다.

"지금은 전업 작가를 선언했지만, 「뉴욕제과점」을 쓸 때만 해도 회사원이었어요. 일하다 몰래 나와서 카페에서 작은 노트에다 틈틈이 썼어요. 이 작품이어서 연필로 썼지, 다른 작품이었다면 아마 그러지 못했을 거예요. 연필로 쓰니까 효과는 매우 달랐던 것 같아요. 목소리가 낮아지고, 따뜻한 느낌이 들고……."

작가는 개인적으로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한다.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는 대학 영문과 신입생이자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나'와 삼촌 그리고 도라꾸 아저씨가 멧돼지 사냥을 하러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 생명의 소중함과 맞닥뜨리게 된다는 내용의 단편소설. 살아 있는 생명을 있는 그대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야말로 용기 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옛날에는 이런 식으로 생각을 안 해봤다며 "내가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그들의 삶은 모두 소중하며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살아가는 것은 그대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더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생각을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며 새로이 하게 되었다.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에서 작가는 5월 광주에 대한 기억을 얘기한다. 그러나 그가 기억하는 광주는 나가 싸우고 죽이는 그런 광주가 아니라 싸우지 못한 사람의, 경상도에서의 광주이다.

"광주 이야기를 하면 보통 당시 광주 현장에 대해서만 말하죠. 하지만 그 시간에 경상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별로 이야기하지 않더라구요. 그때 경상도에서는 광주 사람들을 마치 백인이 흑인 대하듯 했거든요.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작가는 대부분의 광주 사람들이 아마 '마지막 날'에는 나가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함께 하지 못해 어떤 의미에서든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 그들이지만,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며 또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아버지'가 당시의 신문기사를 한 달 내내 스크랩하며 자신의 죄값을 치르듯 말이다. 인생에 대한 작가의 헤아림은 떠나는 자의 뜨거움보다 남은 자의 비애가 우리네 삶의 진정성을 더 보여준다는 것을 그려내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작가는 소설 쓰는 것이 옛날에도 재미있었지만 "이제는 너무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쓰고 싶은 주제도 많다. 정체성에 대해서도 계속 탐구해보고 싶고, 역사적 인물에 대해서도 고증과 연구를 통해 새롭게 해석해보고 싶고, 매우 코믹한 글도 써보고 싶고…. 지금은 사랑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불륜 소설도 많이 읽었는데, 제 또래들에게 듣는 얘기와 차이가 나더라구요. 우리 세대는 어떻게 사랑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사회학적 사랑에 대해, 법률은 어떻게 사랑을 규정하는지, 결혼의 근거는 무엇인지 등을 공부하고 있어요. 선배들은 불륜을 아름답게 묘사하지만 과연 그렇게 아름다울까…. 사실 골치 아픈 문제거든요."

해박한 서지학적 상상력 등으로 매우 지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는 소설가는 늘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쨌든 소설가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대해 규정을 내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보편타당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지지 못하는 말을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거니와 독자들에게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자신의 좁은 식견을 알아볼 독자 때문에라도 갈고 닦으며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가 지적으로 현란하거나 거창한 사유가 녹아 있는 소설을 쓰고 싶어한다고 이해되면 더욱 곤란한 일. 소설가 김연수 씨는 단지 "재밌는 소설"을 쓰고 싶어한다. 작가가 거의 개입하지 않으며 서사가 뚜렷하고, 이야기가 재미있는 소설, 그렇지만 탄탄한 근거 위에 튼튼하게 세워진 소설 말이다. 그런 소설을 쓸 때까지 작가는 "끝까지 밀어보"기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기로 결심했다. 이 고집스럽고 성실한 작가가 쓸 사랑을 주제로 한 다음 소설이 기다려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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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말아라, 너무 아파하지 말아라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나면 아이들은 어른이 될까
2003 동인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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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서른 살에 뒤돌아본 추억의 불빛이 앞을 밝힌다
평점8점 | c*****t | 2010-01-31 | 신고

1. 설운 살에 뒤돌아보다

 

서른 살은 누구에게나 삶에서 처음 마주치게 되는 큰 고개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앞만 보고 내달려온 우리의 발걸음은 서른 고개 앞에서 비로소 그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얼마나 왔나 가늠해보려고 지나온 길을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것도 서른 고개를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때로는 그 뒤돌아봄이 지나쳐서 아주 주저앉기도 한다. 하지만 그 주저앉음은 오히려 남은 고갯길을 마저 오르게 하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렇게 주저앉아서 우리가 뒤돌아본 풍경이 따스한 추억의 불빛이라면 말이다.

 

김연수의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를 읽으면서 내가 떠올린 풍경이 바로 그랬다. 높고 험한 고개의 꼭대기를 조금 남겨둔 고개턱쯤 길섶에 털썩 주저앉아 자신이 그 동안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면서 가쁜 숨과 지친 다리를 쉬고 있는 사내의 모습. 이 소설집에는, 소설가 김연수가 서른을 전후한 나이에 그렇게 주저앉아서 쓴 아홉 편의 연작 소설들이 담겨있는데, 소설집의 표제가 요약하고 있듯이, 그가 아직 아이였을 때 즉 유년부터 스무 살 이전까지의 기억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김연수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집 덕분에 나는 이 다음 작품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있으니, 그의 주저앉음 역시 결국에는 힘이 되어준 모양이다.

 

서른 고개에서 우리를 이렇게 맥없이 주저앉히는 것은, 십중팔구 거칠고 야비한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생활을 몇 년 경험하면서 깨닫게 되는 삶의 가파름일 텐데, 누구나 서른쯤 되면 그 가파름을 넘어서는 힘이 되어 줄 젊음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그걸 깨달은 이에게 서른 살은 설운(서러운)’ 나이일 수밖에 없다. 서른이 되면 우리는 삶을 겨우 지탱할 뿐이다. 그 서러움이 서른 살을 통과하는 우리를 자주 주저앉히고 자꾸만 뭔가 위안이 될만한 추억을 찾아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리라.

 

서른이 넘어가면 누구나 그때까지도 자기 안에 남은 불빛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지 들여다보게 마련이고 어디서 그런 불빛이 자기 안으로 들어오게 됐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한때나마 자신을 밝혀줬던 그 불빛이 과연 무엇으로 이뤄졌는지 알아야만 한다. 한때나마. 한때 반짝였다가 기레빠시마냥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게 된 불빛이나마. 이제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불빛이나마. (79~80, 「뉴욕제과점」)

 

2. 불빛 하나 : 은빛 눈송이와 보랏빛 등꽃

 

경북 김천시 역전 뉴욕제과점의 막내 아들이었던 소설가 김연수의 경우에, 그 추억의 불빛들의 중심에 뉴욕제과점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그래서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는 그 빵집에서 실제로 있었을 법한 사건인 게이코의 일화로 문을 연다(「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 대목인 크리스마스 전날 돈을 훔쳐 달아낸 게이코를 찾아나선 빵집 주인 김씨와 제빵기술자 태식의 스산하기 짝이 없는 행로에 끝까지 동행하는 것은 하염없이 내리는 눈송이들뿐이다. 하늘과 땅의 경계를 지울 정도로 쏟아져 내리는 눈보라는 살을 에는 것처럼 추울망정 실패로 끝난 그들의 행로를 소담스럽게 감싸는 따스한 배경이 되어주고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듯이 자신의 집이나 다름없었던 뉴욕제과점에서 시작된 작가의 추억은 이웃과 학교로 넓어진다. 여러 이웃들이 있었겠으나 작가는 동네 평화시장에서 신천상회를 했던 은재네를 잊지 못한다. 은재네가 작가의 기억 속에 가장 인상적으로 새겨진 이웃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광주항쟁을 겪고 나서 마치 대척지를 찾아 망명하듯 경상도 땅으로 이주해 온 깽깽이들이었기 때문이리라(또다른 이유라면, 은재는 그 당시 작가가 좋아했던 여학생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들은 낯선 땅에서 놀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입에 붙은 전라도 사투리까지 스스로 파기해야 했고,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들의 가슴속에 새겨진 상처는 깊고 또한 숨길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리고 상처가 아물어 더이상 아프지 않은 것처럼 언제부터인가 경상도 사투리가 살갑게 들리기 시작했다. 니 와 그카는데? , 가시나가. 어느 날인가, 제발 방 좀 깨끗하게 쓰라며 언니 행세를 하려는, 이제 간호대학 신입생이 된 언니와 그런 말을 주고받다가 놀라서 말을 그치고 서로 얼굴만 마주 봤다. 잠시 후, 우리는 먼저 서로의 입을 치려고 낑낑대다 한참을 웃었다. 물론 집에서는 여전히 표준어로 말했지만, 학교에서 우리는 조금씩 사투리로 말하고 있었다. 경상도 사투리로. 여전히 우리의 별명은 깽깽이였지만, 이제 그 욕설이 우리 가슴속을 헤집어놓지는 못했다. 한동안 동네에 나타나던 미친 여자도 어디서 죽었는지,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 우리는 제법 경상도 가시나로 자라고 있었다. (52~53,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

 

이러한 이웃의 이야기를 소설화하는 일이란, 그 칼날의 생김새를 닮은 그 무늬와 결을 하나하나 되짚는 방식을 통하여 그들에게 처음 상처를 가한 칼날이 무엇이었는가를 묻는, 그럼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그 상처를 위무하려는 작가적 양심의 소산일 텐데, 제법 아문 이 상처를 여전히 건드리면서 아프게 헤집어놓는 사람이 다름아닌 학교의 윤리선생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그렇지만 권력의 이념을 전파하는 최첨단 조직으로 기능하는 곳이 바로 학교이고 또한 그러한 교과목이 바로 국민윤리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문제가 되는 폭력은 권력이 행사하는 이러한 은밀한 폭력뿐만이 아니다. 왕따삥뜯기 또는 패싸움처럼 학생들 사이에 일상화된 폭력, 그리고 훈육이라는 미명 하에 교사들에 의해서 자행된 학생 체벌 등 물리적 폭력 역시 지난 날 우리의 학창시절을 물들이고 있는 어두운 기억들이다. 이 소설집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는, 작가의 중학교 시절 동급생이었던 고아원 출신의 한 소년으로 말미암아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마는 학교 폭력의 실상을 내성적인 문체로 그려내고 있는 단편이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두운 추억임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이 기억을 불러내서 우리에게 들려주는 목소리에는 따스함이 느껴지는데, 나쁜 기억조차도 아름답고 따스한 불빛들로 물들이는 이 신비로운 힘이야말로 우리가 추억에 그렇게나 기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가는 바람이 불어왔겠지. 등나무 잎들이 흔들렸다. 원재는 등꽃이 주렁주렁 매달렸던 자리를 올려봤다. 지난봄, 그 많았던 보랏빛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얼마나 많은 보랏빛들이 저물고 나면 여름이 찾아오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나면 소년들은 어른이 될까? 제 몸이 아름다운 줄도 모르고 등꽃 그 빛들은 스러진다. 제 몸이 아름다운 줄도 모르고 소년들은 슬퍼한다.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원재는 등나무 그늘 아래에 섰다. 그 얼굴이 일그러지다가 그대로 멈췄다. 원재는 멍하니, 마비된 듯한 표정으로, 이제는 사라진, 그 봄날의 정경을, 바라봤다. 등나무의 색은 초록빛이고 보랏빛이고 노란빛이고 붉은빛이다. 꽃향기 머금은 가는바람이 원재와 태식의 머리 위로 보랏빛 꽃등을 떨어뜨리며 지나간다. (253,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3. 불빛 둘 :  소문의 어둠을 밝히는 이성의 빛

 

작가가 기억하는 공간이 좀더 넓어져서 뉴욕제과점과 신천상회 이웃과 등나무가 있는 학교를 모두 포괄하는 세계인 우리 동네, 경북 김천시 평화동 80번지로 옮겨지게 되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진다. 자신의 안으로 향했던 내성적인 작가의 시선은 이제 밖으로 활짝 열리면서 세계를 이해하고 탐험하려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반짝거린다. 문체가 단순하면서도 활달해지고 서사의 전개 또한 사건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마치 당시 동네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유대의 끈이 되었던 소문처럼 말이다.

 

지금 죽어가는 것들, 아니 이미 죽은 것들, 예컨대 가까운 이웃끼리 추렴한 돈으로 시장에서 수박을 사와 화채로 만들어 먹던 여름밤 정경, 길모퉁이 이름 없는 식당의 알 빠진 플라스틱 주렴 너머로 잊을라 치면 벌어지던 동네 어른들끼리의 주먹다짐, 장이 서는 5일마다 평화시장이나 아래장터 등 재래시장으로 구름처럼 몰려들던 시골 사람들 등은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생생하게 살아 있던 것들이다. 그렇게 생생하게 살아 있던 것들 중에 또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소문이었다. 소문은 어디선가 태어나 사람들의 입을 거치며 살이 붙고 성장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죽어갔다. 마치 바람이 건드리고 사라지면 플라스틱 주렴이 크게 넘늘거리다 서서히 잦아드는 것처럼. 소문이 한 번 휩쓸고 지나간 동네는 전과 약간 달랐다. 사람들은 조금씩 세상에 대해 잔인한 마음을 지니게 되기도 했고 한 움큼도 안 되겠지만 삶에 대한 희망을 얻기도 했다. (121~122, 「똥개는 안 올지도 모른다」)

 

동네에 나도는 이러한 소문들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어떤 경우에는 사람들의 입을 건너 다니는 동안 비틀리고 부풀려져서 처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딴판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이렇게 변형된 소문은 때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되기도 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허위가 되기도 한다. 교도소 복역을 마치고 다시 마을에 나타난 패륜아 이수여인숙 똥개의 등장이 불러일으킨 소문이 그 동네 아이들에게 키워준 공포심을 한 소년의 시선을 빌려서 아주 실감나게 그려 보이고 있는 「똥개는 안 올지도 모른다」가 전자의 경우라면, 동네 사람들에게는 실로 우스꽝스럽고 쓰잘데없는 호기심으로 가득 찬 희화적인 인물로 여겨진 한 공중보건의의 집요하고도 일관된 행적을 통해서 소문이라는 것이 때로는 공동체의 미덕으로 위장한 위선이자 악이며 더 나아가 범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후자의 경우라 하겠다.

 

어떤 경우이든지 소문이 이렇게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때 우리가 소문에서 보게 되는 것은 비이성적인 어둠인데, 그 어둠을 밝혀주는 것은 과학과 이성(理性)의 빛이다. 평화동 80번지의 공중보건의가 마을에 떠도는 소문 속의 거대한 쥐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하여 방독면을 쓴 채로 어두운 복개천 내부로 걸어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과학으로 무장한 이성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만든 얘기처럼 보이지만, 그 소문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즉 마을 사람들이 장티푸스를 옮기는 거대한 쥐를 죽였다는 점이죠. 말했다시피 장티푸스를 옮기는 종은 이 세상에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밖에 없습니다. 무언가가, 장티푸스가 퍼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죽었다면 그것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뿐입니다. 여러분들은 거대한 쥐새끼라거나 문둥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227,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 마을 사람들이 몇 해 전 마을에 퍼졌던 장티푸스 확산을 막기 위해 잡아 죽인 다음에 복개천 안쪽 깊숙한 곳에 던져버린 것은 사실은 거대한 쥐가 아니라 당시 인근 베드로마을에서 탈출한 나환자였다는 것을 그는 과학적 지식에 의거하여 논증해 낸 셈.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 의해서 자행된 이 놀라운 살인 사건을 밝혀낸 공중보건의의 설명은 마을 사람들에 의해서 부인된다. 그가 이성의 빛으로 밝힌 소문의 진실은 어이 쥐포선생, 다 좋은데 으사선생이 뒈졌다고 말하는 호모 사피리인가 사카리인가가 대체 또 무슨 짐승이여?"라는 생청스런 소리에 묻히고 만다.

 

4. 불빛 셋 : 반딧불이와 연등과 멧돼지 눈빛

 

그러니 소년은 그러한 소문이 지배하고 있는 마을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는 법. 즉 소년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집과 이웃과 학교와 동네를 벗어난 더 넓은 세계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 작가가 눈을 돌리게 되는 세계는, 심리적으로는 내가 아닌 타자를 나의 세계에 처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첫사랑의 세계이며, 물리적으로는 내가 살던 동네를 벗어나서 처음으로 밟아 보는 낯선 땅, 낯선 지방이 된다.

 

하지만 사랑이란, 특히 열일곱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해보는 첫사랑이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처음 하는 사랑이기에 아무런 경험이 없어서 말을 꺼내기조차 힘들고, 또 겨우 말을 꺼냈다고 해도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망가져버릴 아름다운 사랑이기에 참으로 두려운 것이 아니겠는가. 마치 어릴 적 병 안에 잡아넣고 바라본 반딧불이처럼 말이다.

 

그날 저녁, 아버지를 따라 무주 남대천에 가서 반딧불이를 봤어. 온 저녁하늘로 그 은은한 따뜻함을 뿌리는 반딧불이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아버지와 아는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잡아 준비해 간 빈 병에도 넣었지. 한 마리씩 넣을 때마다 병 안의 공기는 신비스럽게 바뀌어갔어. 그 아름다운 빛을 머리맡에 바라보다가 잠들었는데, 다음날 깨어보니 모두 빳빳하게 죽어 있었어. 그 아름다웠던 빛은 끔찍하게 생긴 곤충이었던 거야. (108, 「첫사랑」)

 

단편 「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의 여주인공 예정이 수의(壽衣)를 만드는 보살들의 모임에서 배냇저고리를 만들고 대웅전 앞마당에 연등을 내거는 이유는, 결국 이렇게 죽은 모습으로 귀결되고 만 자신의 사랑(낙태한 아기)을 위해서이다. 그리고 죽은 아기의 아버지였던 방위병 봉우역시 예정을 만나러 가는 어두운 산길에서 아기가 죽으면서 봉우의 마음속에서도 뭔가가 죽어나갔음을 비로소 아프게 깨닫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사랑은, 특히 첫사랑은 때론 이렇게 고귀한 한 생명의 죽음마저도 초래할 정도로 힘겨운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집을 펴낸 후 가진 한 인터뷰에서 작가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꼽은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대학 영문과 신입생이자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가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와 함께 했던 겨울 멧돼지 사냥을 소재로 삼은 이 단편은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주제를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는 작가의 발군의 솜씨가 돋보인다. 이는 멧돼지를 거의 잡았으나 놓아줄 수 밖에 없었던 사냥 이야기를 서사의 중심에 놓으면서 그 실패의 이유에 대해서는 곁가지 이야기들로, 즉 세 등장 인물 각자가 지니고 있는 삶의 경험들로 제각기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서는 그해 5월 학교에서 열린 집회 도중 목격한 한 학생의 분신자살 현장 모습이 어른거렸기에, 삼촌의 경우에는 멧돼지의 눈에서 그가 예전에 목숨을 걸고 사랑한 물망초 여자의 눈망울을 보았기에, 그리고 도라꾸 아저씨는 오래 전 비슷한 상황에서 단지 공명심 때문에 죽이지 않아도 되는 어미 멧돼지를 쏴 죽인 적이 있었기에, 다들 멧돼지를 쏴 죽일 기회가 한 번씩 있었는데도 제대로 쏘지 못하고 만 것이다. 결론 삼아 도라꾸 아저씨의 입을 빌려 작가가 말하고 있는 다음의 말이 전혀 허언이나 가벼운 말로 들리지 않는 것은, 이 투박한 말이 이들 세 사람이 자신들의 삶에서 온몸으로 경험한 바를 고스란히 요약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 봐라, 리기다소나무도 있고 직박구리도 있다. 저래 다 살아가고 있는 거라. 산 것들 저래 살아가게 하는 일이 을매나 용기 있는 일인가 나는 그때 다 깨달았던 기라. 내가 해수구제한다꼬 싸돌아다니민서 짐승들 쏴 죽인 것도 용기 있어서가 아이라 나하고 마누라하고 애새끼들하고 먹고살아갈라고 그런 거라는 걸 그때야 알게 된 거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영동군 상촌면 흥덕리 도라꾸가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사냥꾼인 줄 알았던 거라. 그라고 나니까 어데 약실에 돌멩이 하나도 못 집어넣겠더라.” (176,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

 

이렇게 생명 있는 것은 아주 작은 미물이라도 두루 소중한 것이며,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도 그 어떤 삶이든지 살아가는 것이 죽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고 용기 있는 것이라는 진실의 자각이야말로, 소년 김연수가 어른 김연수로 성장하는데 책에서 얻은 그 어떤 지식이나 학교에서 배운 그 누구의 가르침보다도 더 큰 힘으로 작용했으리라.

 

5. ‘설은살에 앞을 바라보다

 

이러한 추억의 불빛들에 비추어 볼 때, 서른 살 전후하여 우리를 서럽게 하는 가파른 삶이란 세상이나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바로 자신의 탓이라는 깨달음에 비로소 이르게 된다. 그래서 인생이란 나이가 스무 살 정도는 더 많은 사람을 앞에 두고 앉아 모더니즘이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바로잡는, 그런 게 아니라는 때늦은 후회에 이르게 되고, “내가 자라는 만큼 이 세상에 어딘가에는 허물어지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안타깝지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서른 살은 설운(서러운)’ 나이이기도 하지만 설은(설익은)’ 나이이기도 하다. 인생에 대해서 이젠 알 것 다 알아버린 나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넘어야 할 고개도 많은 나이다. “어짜피 人生이란 그런것이 아니겠냐라고 써놓은 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아니겠냐사이에 ‘V를 그려놓고 를 부기한 아버지의 편지를 읽으면서, ‘아니겠냐아니겠느냐가 어떻게 다른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작가가 고백하고 있는 것도 그가 아직 설은살이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는 올해 마흔이 되었지만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을 쓰던 시기는 서른을 전후한 시기였다.)

 

내게 보낸 편지에서 어짜피 人生이란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아버지는 쓰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니겠냐아니겠느냐가 어떻게 다른지 나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 세월이 흘러서 나도 내 아이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편지를 쓸 때쯤이면 그 차이를 알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나도 왜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는지, 왜 세상의 모든 불빛은 결국 풀풀풀 반짝이면서 멀어지는지, 왜 모든 것은 기억 속에서만 영원한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내 다음 아이들이 자라게 되면,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그 정도의 짧은 시간만 흐르고 나면 나도 아니겠냐아니겠느냐의 차이를 알게 될 것이다. (82, 「뉴욕제과점」)

 

이처럼 소설가 김연수에게 있어, 서른 살에 추억의 불빛을 들여다보는 일이란 결국 자신의 나이가 아직 설은나이임을 인정하고 앞을 바라다보기 위한 일이기도 했던 셈. 그가 아이였을 때 경험한 따스한 추억의 불빛들로만 밝히고 있는 이 사랑스러운 소설집이 한참 달려간 도로를 유턴하는 느낌으로 읽히지 않는 것도, 그 불빛들이 밝히고 있는 그의 미래가 내게는 조금 보이기 때문이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우리가 아이였을 때 우리의 삶을 밝혀준 추억의 불빛들은, 지금은 비록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서,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그 수많은 시간들을 환히 밝혀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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