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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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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

[ 양장 ]
W.G. 제발트 저 / 이재영 | 창비 | 2008년 10월 25일 | 원제 : Die Ausgewanderten 리뷰 총점8.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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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08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15쪽 | 412g | 134*195*30mm
ISBN13 9788936471538
ISBN10 893647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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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저자 : W.G. 제발트 (Winfried Georg Sebald)
1944년 독일 남단 알고이 지방의 베르타흐에서 태어났다. 프라이부르크대학과 프리부르대학에서 독일문학을 공부하고 1966년 영국으로 이민을 떠나 1968년 맨체스터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어학을 가르쳤다. 1970년부터는 영국 노리치의 이스트 앵글리어 대학에서 문예학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1973년에 알프레드 되블린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뮌헨의 독일문화원에서 근무하기도 했고, 1988년부터 이스트 ...
역자 : 이재영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고,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철학과에서 칸트 미학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같은 대학 독문과 박사과정에서 프리드리히 쉴러의 미학과 문학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 번역에도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이들은 철학자다』『두 여자 사랑하기』『철학의 탄생』『빌헬름 텔』(근간) 등이 있으며, 2001년 「상실의 세계와 세계의 상실--신경숙론」으로 제8회 창비신인평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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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W. G. 제발트, 현대 유럽문학의 한 절정을 보여준 작가

우리 독자들에겐 이 작품으로 첫 선을 보이지만 W. G. 제발트(Winfred Georg Sebald 1944~2001)는 독일 현대문학, 아니 유럽 현대문학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1944년 독일에서 태어나 2001년 영국에서 교통사고로 57세의 나이에 사망하기까지 네 권의 소설과 세 권의 시집 외에 몇권의 에쎄이를 출간했을 뿐임에도 그의 작품들은 현재 유럽 문단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며, 생전에 그가 수상한 문학상의 목록은 길고도 길다. 제발트는 무수히 많은 문학비평에서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 다뤄지고, 생전에는 장차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역설되었다. 스웨덴 한림원의 호레이스 엥그달(Horace Engdahl)은 2007년 인터뷰에서 살아 있었으면 노벨상을 수상했을 최근 작고한 세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제발트를 꼽기도 했다. (다른 두 사람은 까뿌친스끼Ryszard Kapu?ci?ski, 자끄 데리다 Jacques Derrida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그의 작품들은 영미권에서 먼저 뜨거운 호응을 받기 시작했고, 특히 쑤전 쏜택은 그의 작품들의 열렬한 독자이자 옹호자였다. 그의 작품이 집중해서 다루는 주제는 개인적, 집단적 기억이다. 사회적 주변인, 이민자, 유대인 들의 삶에 주목하면서 역사와 문명의 크고작은 재앙들을 성찰하는 그의 작품들은 홀로코스트를 원죄로 간직한 늙은 대륙 유럽의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으로 지금도 끊임없이 독자들과 호흡하고 있다.

출세작 『이민자들: 네 편의 긴 단편들』

작가에게 커다란 명성을 가져다준 이 작품에서 제발트는 ‘어둠의 가장자리’를 더듬는다. 섬세한 감성과 시적인 문체, 때로 짓궂은 유머감각을 동원해 유럽에 고향을 두었지만 자의로든 타의로든 그곳에서 다른 나라로 떠난 네 이민자들의 삶과 결코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치유되지 않는 고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들은 각기 모두 나이가 들면서 위안 없는 삶을 절감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네 편 모두의 공통 화자로 등장하는 나(작가의 분신)는 예전에 영국에서 세들어 살 때 알게 된 집주인 헨리 쎌윈 박사, 나의 독일 고향 마을의 초등학교 선생님이던 파울 베라이터, 미국으로 이주해 은행가 가문의 집사로 지냈던 큰외삼촌 암브로스 아델바르트와 60년대 후반 영국으로 이주할 당시 알게 된, 독일 출신의 유대인 화가 막스 페르버 들의 삶의 내력을 재구성하려 시도하면서 동시에 간접적으로 자기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 자신 또한 스무살이 갓 넘은 나이에 영국으로 이주하여 2001년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이민자, 이방인으로서 살아온 인물이다. 작가는 이름도 없이 파묻힌 역사의 개별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그들을 알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녹취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사진을 수집할 뿐만 아니라 직접 그 현장을 두루 여행한다. 그 결과로 현실과 판타지 사이를 오가며 팩트와 픽션을 절묘하게 결합한, 가벼우면서도 신비감을 줄 정도로 잘 짜여진 시적인 소설이 탄생하였다. 특히 이 작품을 독특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편마다 들어 있는 흐릿한 흑백사진들이다. 이 사진들은 회상과 픽션을 놀라우리만치 정밀한 구성으로 광범위하게 뒤섞은 이 작품들의 사실성을 강조해준다. 그 일의 실재성을 증명하는 가장 뚜렷한 증거이면서 한편으로는 기억속에서 방금 끄집어낸 듯한 사진의 흐릿함은 거기에 덧붙여진 세월의 무게와 기억의 왜곡(즉, 소설적인 것)을 강렬하게 대비시킨다.

1. 헨리 쎌윈 박사: 기억은 최후의 것마저 파괴하지 않는가
헨리 쎌윈 박사는 화자 ‘나’가 영국에서 만난 의사로, 나는 정원이 딸린 황량한 쎌윈의 집에 세들어 살게 되면서 그의 과거사와 현재의 상심에 대해 알게 된다. 쎌윈은 젊은 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네겔리를 잃고 평생을 어둠과 침울함 속에서 보냈다. 네겔리는 쎌윈이 베른에서 지내던 시절 산에서 알게 된 산악인이었다. 21살이던 쎌윈은 65세의 네겔리를 처음 만나던 때부터 호감을 가졌고, 그들은 둘이서 알프스의 여러 봉우리를 돌아다녔다. 쎌윈은 그와 함께 있을 때 느낀 편안함을 그후로 다시는 느끼지 못했다. 전쟁이 발발해 영국으로 돌아온 쎌윈은 징집을 앞두고 네겔리가 크레바스에 빠져 실종되었다는 편지를 받고는 입대를 못할 만큼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나는 마치 눈과 얼음 아래 묻혀 있는 것 같았어요”) 부유한 아내와 결혼해 성공한 의사로 생활한 그 이후의 삶에서도 상실감은 서서히 쎌윈을 갉아먹는다.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자신의 유대인 혈통을 부인이 알게 되면서 불화하고, 이윽고 1960년 이후로는 의사생활을 접고 정원에서 〈사람이 아닌 것들〉만 대하면서 살아온 삶이었다. 나에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얼마 뒤 쎌윈은 사즳총으로 자살하고 만다. 그의 자살소식을 들은 ?마 뒤, 실종된 지 70여년이 지난 어느날 나는 우연히 산악인 네겔리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보도를 접한다. 그렇게 죽은 자들, 사라진 것들은 이 세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2. 파울 베라이터: 어떤 눈으로도 헤칠 수 없는 안개무리가 있다
1984년 고향 마을 S시에서 보내온 우편물에서 나는 나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던 파울 베라이터의 자살소식을 알게 된다. 그의 부음을 전하는 S시의 회보는 자살은 언급하지 않은 채 교사로 헌신한 그에 대한 무성의한 찬사만 싣고 있었다. 몇년 뒤 고향을 방문한 나는 그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본 란다우 부인과 이야기하면서 고통스런 기억을 안고 스러진 파울의 반생을 정밀하게 복원하게 된다. 타고난 선생으로 학생을 끔찍이 사랑하고 독창적인 수업방식으로 늘 교실을 활기차게 해준 파울이 때로 불행의 화신처럼 보이던 연원에 대해서. 젊은 시절 자신을 비추는 물의 거울과도 같던 연인을 유대인 강제수용소로 떠나보내고, 그 자신은 3/4 아리안-1/4 유대인으로 나치 군에 복무해야 했던 시절, 반 유대인이던 아버지 때문에 가족 전체가 겪은 박해에 대해서. 군인으로 독일의 전장을 두루 돌면서 “사람의 눈과 가슴이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것들을 숱하게 보았을” 그는 전후 밀실공포증에 걸렸고, 아이들을 그토록 사랑했음에도 마침내 교실에 설 수 없게 되었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그 자신은 결국 이민자의 한 사람임을 깨끗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파울 베라이터는 평소에 늘 그 선로의 끝(종착역)을 죽음이라 생각하던 강박증대로, 기차 선로에 누워 최후를 맞이한다. 전쟁을 겪고도 독일로 돌아갈 것을 선택하기 직전에 파울은 쓴다. “우리는 항상 2천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하지만 어디로부터?”

3.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내 밀밭은 눈물의 수확이었을 뿐
1981년 1월 나는 미국 뉴어크로 날아가 오랫동안 내 기억속의 한 장면을 이룬 흑백사진 속의 미국 친지들을 방문한다. 그 중 한 사람 피니 이모에게서 내 어머니의 외삼촌이던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할아버지에 대해 듣게 된다. 가난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로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환경에서도 타고난 성실성과 놀라운 능력으로 호텔 급사로 출세한 암브로스 할아버지. 1차대전 전 험악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스위스로, 일본으로, 급기야는 미국 대부호의 집사로 떠돌았던 그는 “수많은 일들은 아주 정확하게 기억하기는 하지만, 그런 기억들을 자기 자신과 연결시켜주는 추억은 거의 갖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야 했다. “나는 그가 코르사코프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어. 그 병에 걸린 사람은 상실된 기억을 자기가 만들어낸 환상으로 보충한다고 해. 그는 지난날에 대한 이야기를 할수록 점점 더 상태가 악화되었지”라고 피니 이모는 그의 수십년에 걸친 고향과의 단절을 묘사한다. 암브로스가 잃어버린 세계는 그가 관계맺은 다른 집안들의 흥망사 속에서도 구체적이고 광범위하게 그려지는데, 한때 호화찬란하던 예수살렘이 악취와 폐허와 추함의 세계로 전락한 모습은 특히 충격적이다. “온 도시가 (…) 몰락, 오로지 몰락뿐이다.” 기억속의 모습을 전부 상실하고 추락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기억에 맞서 가까스로 버텨오던 암브로스 할아버지는 끝내 기억상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당시 유행하던 전기충격요법의 처치결과로 서서히 육신이 파괴되어가다가 끝내 병원에서 최후를 맞는다.

4. 막스 페르버: 날이 어둑해지면 그들이 와서 삶을 찾는다
1966년 내가 영국 맨체스터로 막 이주했을 당시 알게 된 화가 막스 페르버는 유대인 출신의 독일인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박해가 정점에 달하기 직전 부모님의 강제로 7세의 나이로 혼자서 영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그는 갑작스런 생활환경의 변화--뮌헨의 부유한 상인 집안 자녀들을 위한 사립학교를 다니다 런던 빈민가의 이주민 대상의 학교로 옮기게 된--에 곧 따라 오겠다던 부모님과의 연락도 단절된 뒤 매우 힘든 청소년기를 보낸다. 나는 맨체스터 시의 운하를 따라 산책하는 길에 우연히 페르버의 작업실을 발견하게 되고, 어둠침침한 가운데서 스스로를 강제해 40년간 매일 12시간씩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그의 과거사를 듣게 된다. 무엇보다 막스 페르버를 괴롭혔던 것은 런던으로 막 건너왔을 당시 정말 궁금해서라기보다는 의무감으로 부모님께 안부 편지를 보내야 하다가, 부모님으로부터 더이상 답장이 없던 그날부터 은근히 해방감을 느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다. 한참이 지나서 그는 삼촌으로부터 어머니의 일기장을 건네받고 자신이 모르는 어머니의 과거사를 알게 된다. 나는 현재의 시점에서 병상에 누운 그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려고 시도한다.

네 사람의 몸 깊숙이 자리잡아 결국 파국으로 이끌어가는 상실의 슬픔과 우수를 더 절절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공통의 화자로 등장하는 ‘나’의 존재다. ‘나’는 작가 자신으로, 제발트는 이 책의 인물들을 실제로 만나보았다고 한다. 언젠가 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살던 곳들을 찾아가보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가 하는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허물고, 사실성을 강조하면서도 이야기를 만들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텍스트가 말해주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사진들(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은 독자에게 섬세한 관찰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공감대를 넓혀간다. 정교한 기억의 조각들을 잔잔한 듯 격정을 불러일으키는 문체로 복원해낸 이 걸작은 다양한 이유로 뿌리뽑힌 삶을 사는 우리 세대 독자들에게 가슴 깊이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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