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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8년 08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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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98g | 128*188*20mm |
ISBN13 | 9788954606417 |
ISBN10 | 8954606415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황석영 『철도원 삼대』 최종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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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의 날/예스24 X 난다] 가장 오래된 고백의 이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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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성장통 돌려주기
황석영
크리스마스날 명동에 나가면 밤 12시에 온 가게와 거리의 가로등을 꺼주며 연인들만의 달콤한 시간을 준다고 떠드는 어느 열에 들뜬 청춘의 말에 문득 낯설음을 느끼며 뭐 그렇게까지 저희들이 사랑하고 있다고 과시들을 하고 싶어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그리고 현재 2008년을 사는 군중의 일상은 모두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문득 들었다.
영화 “트루먼 쇼”는 이미 진행형이 아닌가? 인생은 정말 단순한 “쇼”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란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가 짐작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실제로 날 보고 있는지의 여부는 실질적으로 확인 불가능하지만 우리의 인식이, 나의 인식이 일년 열두 달, 이십 사 시간, 늘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의식하고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아니겠는가? 참 어처구니가 없다, 서글프다.
이렇게 항상 타인만을 의식한다면 삶을 살아가는 나를 의식하는 것은 그럼 내가 알지 못하는 저 수많은 타인들이란 말인가? 나는 타인의 의식속에만 존재할 뿐인가? 나는 어디 있는가?
여기 이 책 속에 자기 자신에게 빠져 있는 청춘들이 있다. 그들과의 만남이 신선했다. 전 국토를 초토화 시킨 전쟁의 끝에서도 청춘들은 이렇게 세상을 알고 싶어 했고 자신을 알고자 했다. 서로를 죽이고 파괴시켰던 전쟁도 성장하는 청춘의 고민만은 파괴시킬 수 없었다. 아마 남겨진 것 없이 철저하게 파괴된 세상 위에 온전히 자기들만의 새 세상으로 만들고 싶다는 원대한 설계사의 야망을 그 세대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파편으로 남은 기성세대와 작별 하고 그 순환 고리를 끊고 그들만의 집을 짓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방황하고 고민하고 아파한 것이 아닐까? 비록 그 과정의 끝이 엘리트 놀이에 지나지 않은 치기였을 지라도, 통과의례 후에 발견한 자기 모습이 자본주의 근대화의 깃발을 마지못해 쥐게 된 기수 하나쯤이 될지라도 이들은 한걸음 한걸음 세상을 덮어버린 안개를 몸으로 걷으면서 진지하게 아파하며 세상에 나오려 했다.
그런데 준과 그의 패거리들의 고민이나 뿌리 깊은 자의식은 원래 이렇게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불과 2~30년 전만 하더라도. 이 신선한 만남이 서글프다. 어떤 것을 새롭다 여기다가 원래 새로운 것이 아니었음을, 원래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것을 잊었거나 잊도록 강요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서글픔. 교묘하게 거세되어버린 성장통의 존재를 알아버린 서글픔. 그리고 그만큼의 시간들에 대한 안타까움.
어려서부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싫은 것과 좋은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한 내 아이들에게 그 통증과 고통의 시간을 되돌려 주어야 할 것 같다. 많이 아프겠지만 자기의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맨숭맨숭한 삶을 거부하기 위한 통증이므로 기꺼이 그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삶을 살아내도록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지며 살아가도록 준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경고의 말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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