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저술한 책으로 말해야 한다. 정범준은 2006년 5월 《제국의 후예들》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대한제국 황실 후손들의 불우한 생애를 조명하고 있는데 꽤 뜨거운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이 책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보도자료 말미에 첨부한다.
2007년 1월에는 《이야기 관훈클럽》을 출간했다. 이 책의 특성상 언론에 크게 보도되진 않았지만 관훈클럽 안팎에서 꽤 호평을 받았다.
●작가가 《거인의 추억》을 쓴 이유
《거인의 추억》은 제목대로 거인, 즉 자이언츠의 추억이라 할 수 있으며 좀더 정확히 말하면 자이언츠에 대한 추억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제는 야구선수 최동원 평전이다. 따라서 최동원을 통해 본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추억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서문에 잘 드러나 있기 때문에 장황한 인용은 피한다. 한 구절만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사직에 부산갈매기가 울려 퍼지고, 관중들이 신문지를 흔들고, 파도타기가 열두 번도 넘게 돌아가는 광경을 보면서 부끄럽지만 눈시울을 붉혔다. 꼭 야구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 날 밤 제법 과음을 했다.
이튿날인 15일, 점심 먹을 때쯤 눈을 떴다. 일요일이나 법정공휴일이면 보통 오후 2시에 경기를 시작하는 게 당시(2005년) 프로야구 일정이었다. 경기 시작까지 고작 두어 시간 남은 셈이었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지루할 수 없었다. 나는 롯데 경기를 기다리며 두서없이 글을 썼다. 글의 제목은 거인의 추억이라고 붙였다. 그때는 가끔 그런 식으로 글을 쓰고 개인 블로그에 올리던 때였다.
며칠 후 내 블로그를 방문한 몇몇 분들이 거인의 추억에 댓글을 달았다. 어떤 분은 갈매기 마당, 자이언츠 매니아 같은 게시판에 내 글을 퍼가기도 했다. 의외로 칭찬하신 분이 많아 기분이 괜찮았다. 이런 댓글이 있었다.
사직을 빼곡이 메운 관중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것이 저뿐만이 아니었군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논리적 인과관계를 그럴싸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나는 이 짤막한 글을 읽고 나서 최동원에 관한 평전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뿐만이 아니다라는 건 다른 사람도 공감한다는 뜻이 아닐까. 나말고도 최동원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이가 있지 않을까. 나는 내 생각에 자신감을 갖기로 했다. 기회가 되면 거인의 추억을 《거인의 추억》으로 바꾸기로 작정했는데 그 결과가 이 책이다.
(원래의 서문 중에서) p.7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거인의 추억은 작가가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개인적인 글이고 《거인의 추억》은 바로 이 책이다. 하지만 거인의 추억도 《거인의 추억》 말미에 수록돼 있으므로 거인의 추억을 먼저 읽어봐도 무방할 듯하다.
■《거인의 추억》에 대하여
?기존의 야구 관련 서적들
미국과 일본 같은 프로 스포츠 선진국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스포츠 스타의 자서전이나 평전이 있어왔다. 2002년 월드컵 직후 히딩크 감독에 관한 서적이 쏟아졌고 홍명보, 송종국, 이천수 등이 자서전을 낸 적도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선동렬 감독이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할 무렵, 그의 자서전과 평전이 출간됐다. 2006년 WBC 직후에는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을 다룬 책이 나왔고, SK를 우승으로 이끈 김성근 감독과 관련된 서적도 최근 출간됐다. 대략 일별하면 다음과 같다.
박청하,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예음, 1994년
선동열, 《정면으로 승부한다》, 샘터사, 1996년
박찬호, 《나의 꿈 나의 도전》, 두레박, 1996년
이상영, 《빅초이 최희섭》, 아름다운사람들, 2003년
이영만, 《김응용의 힘》, 은행나무, 2005년
고진현, 《김인식 리더십》, 채움, 2006년 3월
정철우, 《리더 김성근의 9회말 리더십》, 비전비엔피, 2008년 4월
출간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러한 서적들은 출판사의 기획과 제안으로 출간된 경우가 많다.
야구와 관련된 또 다른 성격의 책도 존재한다. 주로 야구 기자나 해설가들이 쓴 서적이다. 역시 일별해 본다.(기술 교본 같은 책은 제외)
이영만, 《공 하나에 얽힌 10만 가지 사연》, 자작나무, 1998년
―, 《경기장 밖의 5막 5장》, 거름, 1995년
이종남, 《사람 좋으면 꼴지》, 스포츠서울, 1992년
―, 《종횡무진 인천야구》, 파로스, 2005년
―, 《이중노출》, 지성사, 1995년
―, 《야구가 있어 좋은날》, 한가람, 1994년
하일성, 《나는 밥보다 야구가 좋다》, 한줄기, 1994년 5월
하일성, 최명우, 《본부석의 수사반장》, 동일문산, 1994년 6월
허구연, 《프로야구 10배로 즐기기》, 새로운사람들, 2004년
―, 《홈런과 삼진 사이》, 친구, 1992년
이러한 책들은 일반인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야구판의 뒷이야기 등을 주로 담고 있다. 이를테면 전날 밤 술을 진탕 먹은 선수가 홈런을 날렸다거나, 대학 동기생에게 일부러 직구만 던져줬다는 내용 같은 것이다.
?《거인의 추억》의 특징
첫째, 철저히 팬의 입장에서 서술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야구 전문가나 해설가가 아니다. 다만 야구를 사랑하고 롯데 자이언츠 창단 어린이 회원 활동을 자랑스러워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다.
둘째, 출판사나 최동원 감독의 기획이나 제안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는 점이다. 이 역시 서문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셋째, 이 책은 부산과, 부산사람들과, 롯데 자이언츠와, 최동원에 대한 작가의 헌사라 할 수 있다. 출간 서문 중에서 한 구절을 인용해 본다.
나는 무슨 부적(符籍)을 쓰는 심정으로, 그리고 사랑하는 이에게 바칠 청혼의 반지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거인의 추억》을 썼다. 부적은 롯데의 성적과 관련된 것이고, 반지는 다음과 같은 구절과 관계된 것이다.
이 노래의 가사를 알게 되자 나도 내 마음을 남겨둔 남쪽 어느 곳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곳엔 샌프란시스코처럼 항구가 있었다. 그곳은 이 노래의 가사대로 바닷가의 고향이었다.
그리고 나는 깨닫게 되었다. 가사에는 없지만, 그곳은 샌프란시스코처럼 자이언츠란 야구팀이 있는 곳이었다. 내 마음을 남겨둔 남쪽의 어느 바닷가 항구도시를 위해, 또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부록 거인의 추억 중에서)
내게 있어 이러한 의미를 지닌 책을 세상에 내보이게 되어 만감이 교차한다. p.14-15
넷째, 작가는 나름대로 성실한 자료 조사를 했다.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974년부터 1990년까지 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등 중앙일간지와 일간스포츠, 스포츠동아, 주간야구, 월간 프로야구 등의 관련 기사를 독파했다. 이에 대해서는 《거인의 추억》 본문이 말해줄 것이다.
■《거인의 추억》의 서술방식
1. 추억과 그리움
작가는 서술방식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거인의 추억》에서 최동원 감독과 관련된 부분은 사실 그다지 재미가 없다. 단순화시킨다면 어떤 날은 잘 던졌고 어느 날은 못 던졌고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기록과 자료를 남긴다는 점에선 의미를 지니지만 다소 지루한 느낌도 없지 않다.
작가는 그 시절의 추억을 이 책 요소요소에 배치했다. 추억과 그리움으로 이 책의 지루한 부분을 보완한 것이다. 작가는 서문에 이렇게 썼다.
평전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은 이 책은 추억과 그리움에 관한 책이다. 야구선수 최동원을 찾아 나서는 여정旅程의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그런 이유로 그 여로旅路에서 마주치는 인상적인 풍경들을 담아두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여행 떠난 사람이 사진 찍어 왔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 책에 만화나 TV외화, 또는 당시의 시사時事 같은 야구 외적인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보이는 대로, 인상적이었던 것만 썼기 때문에 그 서술에 어떤 논리나 의도, 일관성 같은 것은 없다. 기행문이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서문 중에서) p.8
《거인의 추억》 가운데 추억에 할애한 부분을 일부나마 인용해 보기로 한다. 70?80세대의 추억과 향수가 담겨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육영수 여사의 서거
경기 기간 중이던 8월 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돼, 지하철 시대를 열었다. 이 날은 영부인 육영수陸英修가 서거逝去한 날이었다. p.59
◆한국일보 사주 장기영 서거와 정현숙 선수의 은퇴
경기 기간 중이던 4월 11일 한국일보 사주 장기영이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갑작스러운 비보는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장기영은 봉황대기의 창설자이기도 했다. 어른들이 아까운 인물이 가셨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같은 날 국가대표 탁구선수 정현숙鄭賢淑의 은퇴 소식이 언론에 보도됐다. 정현숙은 이李에리사 등과 함께 1973년 4월 유고 사라예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중공을 꺾고 우승, 한국 구기종목 사상 최초의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p.115-116
◆유제두의 KO승
경남고는 부산상고에 3대2로 석패,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다. 경기 기간 중이던 6월 7일, 일본에서 열린 WBA 주니어미들급 타이틀 매치에서 도전자 유제두柳濟斗가 일본의 와지마 고오치輪島功一를 7회 KO로 꺾고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 날 라디오중계를 듣던, 유제두의 고향 주민들은 고흥에서 인물났다며 잔치를 벌였다. p.72
◆6백만불의 사나이와 마징가 제트
조금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최동원에게 무쇠팔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 것은 6백만불의 사나이라기보다는 MBC 만화영화 마징가제트(Z)(1978.10.25~1980.7.26)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마징가제트 방영 이전의 야구관련 기사에는 철완, 무쇠팔뚝이라는 표현은 자주 등장하지만 무쇠팔은 찾기 어렵다. 그 시절 유년을 보낸 사람이라면 "무쇠팔, 무쇠다리, 로케트주먹"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 같다. 마징가제트가 무쇠팔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목숨이 아까운 자者들은 모두모두 비켜야 했다. p.95-96
◆홍수환의 4전5기
한국의 슈퍼월드컵 우승 소식이 대문짝만하게 보도된 11월 27일자 일간스포츠에는 홍수환이 WBA 주니어?페더급 챔피언 결정전에 나선다는 동정 기사가 실렸다. 이 날 밤 홍수환은 2회 네 번 다운을 당하고 나서 3회 파나마의 엑토로 카라스키야를 KO시켰다. 한국 복싱 사상 최초의 두 체급 석권이었다.
이 장면은 TV로 전국에 생중계되어 심야의 권투팬, 아니 국민들을 열광케 했다. 곧 4전5기,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그래 대한민국 만세다", "압록강에 태극기를 꽂은 기분입니다", "2회에 기절해서 KO장면은 못 봤어요" 같은 말들이 회자됐다.
슈퍼월드컵 국가대표 야구단은 12월 2일, 홍수환은 12월 5일 귀국했다. 거의 모든 언론이 개선이라는 단어를 썼고, 두 번 모두 대대적인 카 퍼레이드가 벌어졌다. 얼마 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우리나라 수출이 100억 달러를 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p.135-136
◆무하마드 알리, 제3땅굴, 똘이장군
9월 16일 무하마드 알리가 챔피언 레온 스핑크스에 판정승을 거두고 복싱 사상 최초로 헤비급 챔피언을 세 차례 석권한 복서가 됐다. 10월 17일 판문점 남쪽 4킬로미터 지점에서 제3땅굴이 발견되었다. 제3땅굴은 서울의 턱밑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두 땅굴보다 훨씬 더 큰 충격파를 던졌다. 그러나 우리에겐 똘이장군이 있었다. 얼마 후 〈똘이장군〉(부제?제3땅굴편)이 상영됐고 똘이장군의 활약으로 가면을 쓴 북한의 수령이 실은 돼지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는 네이버 백과사전 똘이장군 항목에 나온 표현을 빌린 것이다.
p.181-182
2. 부산과, 롯데 자이언츠와, 최동원에 대한 애정
철저히 팬의 입장에서 쓴 책이기 때문에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인 애정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10월 부산 사직구장이 완공됐다. 11월 15일 조용필의 8집 앨범이 나왔다. 허공,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람이 전하는 말, 그 겨울의 찻집 등이 수록돼 있다. 견강부회(牽强附會)일지도 모르겠지만 하이에나 같은 사람이 있고 표범 같은 사람이 있다. 굶어죽어도 썩은 고기는 먹지 않으며 죽는 줄 알면서 킬리만자로에 오르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감동을 준다. 최동원은 어떤 사람일까. p.315-316
롯데는 4대1로 끌려갔다. 홈런을 맞는 순간 최동원은 아, 오늘은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야구장에서 두 손을 모으는 이를 언젠가 TV에서 본 적이 있다. 그처럼 경건하고 애가 타는 모습도 많지 않을 것 같다. 아무에게나 물어보고 싶다. 야구장에서 두 손을 모아 본 적이 있는가. 기적이 일어나기를 갈구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런 순간 유두열의 타구가 장쾌한 포물선을 그렸다. p.298
부산에 왜 이렇게 독특한 야구 관전 문화가 형성됐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지역적 색깔 때문일지도 모른다. 부산 사람들 성격이 화끈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칭찬에 가까운 말이다. 다만 부산 사람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조금, 아주 조금 다혈질적이고 흥분을 잘하는 면이 있고 싸움도 자주 하는 것 같다. p.308
운동 선수에게 연습 벌레라는 말처럼 듣기 좋은 찬사가 있을까. 축구선수 박지성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의 엄격한 자기 관리와 성실함이 팬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최동원에게 연습 벌레라는 이미지는 없는 것 같다. 언론이, 아니 우리가 그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연봉 싸움, 오만함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자기 관리나 피나는 노력 없이 어느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일까. p.336
3. 작가의 추억과 단상들
작가는 이 책에 평범하지만 솔직한 수사(修辭)들을 담으려고 했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에는 작가의 추억과 단상들이 들어있다. 역시 예를 들어본다.
어릴 때 신동神童으로 불렸던 사람은 많다. 야구에 재능을 보이는 초등학생, 중학생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잃어버리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어릴 때의 재능이나 영리함이다.
p.28
기록은 연감에 남지만 인상은 가슴에 남는다. 한대화나 김재박이 위대한 야구선수로 기억되는 것은 그들이 팬들의 가슴에 심은 깊은 인상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최동원을 선동열에 필적하는 대투수 반열에 올려놓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p.333
디지털로 재무장한 로보트태권V는 31년 후인 2007년 1월 18일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인터넷상에는 로보트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기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릴 때는 몰랐었는데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무렵, 누가 센지 알게 되었다. 둘만의 대결이라면 막상막하겠지만 깡통 로보트가 고춧가루를 뿌리면 마징가Z는 견디지 못할 것 같다. p.99
이듬해(1989) 1월 조용필은 제10집 Part 2 음반을 발표했다. 이 앨범에 수록된 Q라는 곡의 가사에는 너를 마지막으로 나의 청춘은 끝이 났다, 너를 용서 않으니 내가 괴로워 안되겠다는 구절이 있다. 1950년생인 조용필은 당시 만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조용필의 청춘이, 1980년대가 저물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그토록 나를 간절히 원했던 21세기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롯데는, 그리고 최동원은 서로를 용서하고 있을까. p.354
투수 최동원은 그렇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집에 돌아가 방문을 잠근 그는 벽에 기대 굵은 눈물을 뿌렸을지도 모른다. 최동원 이전에도 야구스타는 있었다. 그 동시대에도 야구스타는 많았다. 앞으로도 무수한 스타가 나와 최동원이 섰던 마운드에 오르고 또 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내려간 마운드에서, 야구는 일순 정지했다. 그리고 추억은 한 페이지를 넘겼다. p.361
?맺는 글 - 《거인의 추억》의 주인공
야구선수 최동원 평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거인의 추억》의 주인공은 최동원 감독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분명 훌륭한 야구선수였지만 그의 삶을 그대로 서술한 책이 독자들에게 구체적인 감동을 전달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가수 조용필에 대한 평전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그 음색과 카리스마를 어떤 식으로 서술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작가는 《거인의 추억》이 스포츠 스타에 대한 단순한 평전을 넘어 재미와 향기를 갖춘 인문서(人文書)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거인의 추억》에 혹시 재미와 감동이 있다면 그것은 추억과 그리움을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야구선수 최동원을 넘어서 야구와, 야구의 추억을 사랑하는 모든 팬들이다. 작가는 그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자 한다.
■첨부-《제국의 후예들》에 대한 언론의 반응
수백권의 관련서와 신문, 잡지를 꼼꼼히 비교하고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한 흔적이 책 곳곳에 역력하다. 제국의 후예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자처럼 존재해온 우리 근현대사의 한 부분이 나타난다.
―2006년 5월 19일자 경향신문 김진우 기자
저자 정범준(프리랜서 르포라이터)은 열정과 치밀함, 그리고 신중함으로 대한제국 황실의 역사를 복원해 냈다. ―2006년 5월 19일자 국민일보 김남중 기자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후손과 주변 인물들의 생애를 종합적으로 추적했다. 이방자 여사의 석녀설이 속설에 불과함을 파헤치고, 영친왕의 정혼자였던 민갑완의 애처로운 생애와 함께 지난해 작고한 이구와 줄리아의 애틋한 사랑 등을 총정리했다.
―2006년 5월 20일자 동아일보
이 책은 구한말 황실 역할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우리가 우리 역사의 한 부분에 대해 얼마나 무심했는지 자책하게 만든다.
―2006년 5월 19일자 매일경제신문 허연 기자
저자가 우직하게 기록한 대한제국 후예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둠 속의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던 과거 이야기가 선명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2006년 5월 20일자 서울신문 임창용 기자
정범준이란 필명을 쓰는 저자는 프리랜서 르포라이터다. 역사가는 아니지만 관련 서적과 당대 신문 및 잡지, 관련 인물 등 광범위한 자료를 바탕으로 황족들의 삶을 복원했다.
―2006년 5월 19일자 세계일보 이보연 기자
우리 근대사가 황실 인물들의 생애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고 평가받을 역작이다.
―2006년 5월 19일자 조선일보 신용관 기자
'제국의 후예들'은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소문 속의 황실'을 복원해낸 문제작이다.
―2006년 5월 19일자 중앙일보 이승원(작가)
이 책은 망국의 풍랑에 휩쓸려간 황실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복원하려 한다. 거지가 된 왕자라는 식의 선정성을 걷어내 역사의 트라우마가 더욱 도드라진다.
―2006년 5월 26일자 한겨레 권기순 기자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주석을 빼고도 500페이지를 훌쩍 넘는 두터운 책을 지난 주말 단숨에 읽어치우고 말았지요. 고종 이후 우리나라의 잊혀진 왕손들의 삶을 그린 '제국의 후예들' 얘기입니다. 재미있었느냐구요? 그렇습니다. 몰락한 왕가의 후예들, 그리고 그들과 얼키고 설킨 관계자들의 인생이 하나하나 소설로 쓰면 몇 권은 되고도 남을 만큼 극적이었으니까요.
―2006년 6월 8일 중앙일보 신예리 기자의 블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