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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07월 02일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9점
편집/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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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7년 07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505쪽 | 782g | 153*224*35mm
ISBN13 9788932017952
ISBN10 8932017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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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폴란드 중서부의 작은 마을 쿠르니크에서 태어나, 여덟 살 때인 1931년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쿠프로 이주하여 평생을 그곳에서 살았다. 야기엘론스키 대학교에서 폴란드어문학과 사회학을 공부했으나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중퇴했다. 1945년 [폴란드 일보]에 시 「단어를 찾아서」를 발표하며 등단한 뒤, 첫 시집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1952)부터 『여기』(2009)에 이르기까지 12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타계... 폴란드 중서부의 작은 마을 쿠르니크에서 태어나, 여덟 살 때인 1931년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쿠프로 이주하여 평생을 그곳에서 살았다. 야기엘론스키 대학교에서 폴란드어문학과 사회학을 공부했으나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중퇴했다. 1945년 [폴란드 일보]에 시 「단어를 찾아서」를 발표하며 등단한 뒤, 첫 시집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1952)부터 『여기』(2009)에 이르기까지 12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타계 직후인 2012년 4월 미완성 유고시집 『충분하다』가 출판되었다. 가치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상식과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면서 대상의 참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역사에 함몰된 개인의 실존을 노래했으며, 만물을 포용하는 생명중심적 가치관을 반영한 폭넓은 시 세계를 펼쳐 보였다. 정곡을 찌르는 명징한 언어, 풍부한 상징과 은유, 절묘한 우화와 패러독스,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표현과 따뜻한 유머를 동원한 시들로 ‘시단(詩壇)의 모차르트’라 불리며,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독일 괴테 문학상, 폴란드 펜클럽 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1996 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역자 : 최성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 및 같은 대학원 동유럽어문학과를 졸업하고,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폴란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바르샤바 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안녕하세요 교황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평전』 『세계의 소설가 II―유럽·북미편』(공저) 『세계의 장례문화』(공저)가 있고, 역서로 『쿠오 바디스』 『내 안에 그대 안식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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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우리 시대의 진정한 거장”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그녀의 위대한 시 세계를 대표하는 시 170편 수록
폴란드를 대표하는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선집 『끝과 시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폴란드 현대시는 “단절되고 오염된 언어의 정화 공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범하면서도 순수한 시의 세계로 잘 알려져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폴란드 현대시인에게 두 번이나(체스와프 미워쉬, 1980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1996) 노벨문학상을 선사함으로써 이에 대한 경의를 표한 바 있다.
1923년 7월 2일 태어난 쉼보르스카는 1945년 데뷔한 이래 6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실존 철학과 접목한 시를 꾸준히 발표하면서 대시인의 반열에 올랐으며, 1996년 여성으로서는 아홉번째, 여성 시인으로서는 세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쉼보르스카의 시에는 서양의 전통적인 사조나 미학 담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우주적 상상력이 투영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성 중심적 논리와 인과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서양 철학의 패러다임으로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관계론적·상생적 사유가 엿보인다. ‘혼돈’과 ‘해체’ 속에서 사유의 조화로운 동참을 권유하는 미의식은 쉼보르스카의 시학이 이룩한 가장 뛰어난 성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서구의 비평가들은 쉼보르스카의 시를 낯설고 이질적이면서, 동시에 새롭고 독창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흔히 쉼보르스카의 시를 논할 때 “모차르트의 음악같이 잘 다듬어진 구조에, 베토벤의 음악처럼 냉철한 사유 속에서 뜨겁게 폭발하는 그 무엇을 겸비했다”는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연설문이 인용되곤 한다. 그만큼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표현, 정곡을 찌르는 명징한 언어, 풍부한 상징과 은유, 적절한 우화와 패러독스 등을 동원하여 독자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완성도 높은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 역사와 문학에 대한 고찰이나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인간의 실존 문제에 대한 철학적 명상을 담은,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쉼보르스카의 시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총 28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시선집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자선(自選) 시집Wiersze wybrane』(2000)과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6년 만에 출간된 『순간Chwila』(2002), 가장 최근 시집인 『콜론Dwukropek』(2005)에 수록된 작품 중에서 옮긴이가 엄선한 주요 시 170편을 수록하고 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자선 시집』은 시인의 첫 시집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1952)에서부터 아홉번째 시집인 『끝과 시작』(1993)에 이르기까지 총 9권의 시집과 기타 미공개 작품들 가운데서 시인이 직접 선별한 184편의 주옥같은 시들이 수록된 책이다. 평생을 시 창작에만 바쳐온 시인이 자신의 외길 인생을 정리하듯 손수 작품을 고르고 다듬어 집대성한 자선 시집을 토대로 최근작 『순간』과 『콜론』에 실린 시들을 함께 엮은 이 시선집은 1945년 등단작부터 2005년 최신작까지 60여 년에 걸친 시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쉼보르스카 문학의 정수(精髓)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보르스카의 시 세계
쉼보르스카는 과작(寡作)의 작가로 유명하다. 등단한 지 60년이 넘었지만 이제껏 출판한 정규 시집이 단 11권에 불과할 정도이다. “한 편의 시를 봄에 쓰기 시작해서 가을에 가서야 완성하는 경우도 많다”는 고백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시인은 한 편 한 편 심혈을 기울여 탁월한 문학성이 돋보이는 시를 완성해오고 있다. 특히 명징한 시어의 선택에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쉽고 단순한 시어로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언어 감각은 정평이 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시인의 대표작 「두 번은 없다」에서 잘 드러난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두 번은 없다」 부분

폴란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폴란드 전 국민이 애송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인간의 실존에 대한 시인의 명쾌한 자각을 드러내는 시다. 우리(인간)를,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꼭 닮았지만 알고 보면 분명히 다른 존재임이 분명한 두 개의 물방울에 비교하여 개개인이 고유한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타인으로 대치될 수 없는 독자적인 개인의 실존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에는 이렇듯 독자적이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개인의 실존을 강조하던 시인은 점차 개체로서의 고립된 실존이 아니라 다른 실존과의 관계로 사유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복잡한 현대 문명사회 속에서 익명의 개인으로 버림받고,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생명체의 존재론적 위기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으로써 쉼보르스카의 시에 등장하는 익명의 개인은 호명되어 의미 있는 하나의 실존적 개체로 살아난다.


그들은 불타는 계단에서 아래를 항해 뛰어내렸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몇 명에서
조금 더 많거나 아니면 적거나.
사진은 그들을 어떤 생에서 멈춰 세웠다.
대지를 향하고 있는 미지의 상공에서
그들의 현재를 온전히 포착했다.
[……]
내가 지금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단 두 가지뿐.
그들의 수직 비행에 대해 구구절절 묘사하거나,
아니면 마지막 문장을 보태지 않고 과감히 끝을 맺는 것.
―「9월 11일자 사진」 부분

이 밖에도 쉼보르스카는 일상의 단면에 내재된 그로테스크한 순간을 포착해내고,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이율배반적인 욕망과 잔인한 본성을 비판해왔다. 또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향해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체제와 문명의 폭력, 그리고 그 속에서 개체가 겪는 소통의 부재와 소외 현상 또한 쉼보르스카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이다.

모든 전쟁이 끝날 때마다
누군가는 청소를 해야만 하리.
그럭저럭 정돈된 꼴을 갖추려면
뭐든 저절로 되는 법은 없으니.
시체로 가득 찬 수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누군가는 길가의 잔해들을
한옆으로 밀어내야 하리.
―「끝과 시작」 부분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공손하게 대하며,
오랜만에 만나서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
문장을 잇다 말고 우리는 자꾸만 침묵에 빠진다.
무력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 인간들은
대화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뜻밖의 만남」 부분

이와 같은 다소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쉼보르스카의 시가 많은 독자들에게 쉽게 접근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현학적인 시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소박하고 진솔한 언어로 우리에게 삶의 소중한 진리를 일깨워준다는 점일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모순으로 가득 찬 현실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인 특유의 전복적인 시선은 쉼보르스카 시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쉼보르스카는 이러한 시선을 바탕으로 시란 장르에서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고정관념들을 보기 좋게 배반하고 있다. 죽음도 두렵지 않을 것 같은 애절한 사랑도 결국엔 언젠가는 소멸되거나 변질되고 마는 순간적인 열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시 「사진첩」은 이에 대한 적절한 예이다.

가족 중에서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한때 일어난 일은 그저 그뿐, 신화로 남겨질 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
로미오는 결핵으로 사망했고, 줄리엣은 디프테리아로 세상을 떠났다.
[……]
눈물로 얼룩진 편지에 답장이 없다는 이유로
이승을 등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지막에는 코에 안경을 걸치고, 장미 꽃다발을 든
평범한 이웃 남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정부의 남편이 갑자기 돌아와
고풍스러운 옷장 안에서 질식해 죽는 일도 없다!
―「사진첩」 부분

또한 쉼보르스카의 시는 인상파 화가의 그림이나 뛰어난 묘사력을 지닌 사진, 심지어 한 편의 짧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미지적이라는 점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큰 이유다.


혼자 남은 고양이가 이 텅 빈 아파트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으리.
벽을 타고 기어오르기.
가구들 사이에서 몸을 문지르기.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듯하지만
틀림없이 뭔가가 달라졌다.
아무것도 이동한 게 없는 듯하지만
틀림없이 뭔가가 움직였다.
뿐만 아니다. 어둠이 찾아와도 이제는 아무도 불을 밝히지 않는다.
―「빈 아파트의 고양이」 부분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천 명 가운데 두 명 정도에 불과”한 요즘이지만 쉼보르스카는 시인으로서 강한 자의식을 갖고 6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시를 쓰고 있다. 쉼보르스카는 「쓰는 즐거움」이란 시에서, 시의 세계 안에서는 자신의 “자유 의지가 운명을 지배”할 수 있고, 자신의 “명령에 따라 존재가 무한히 지속되기도” 한다며, “쓰는 즐거움”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쉼보르스카가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은, 시를 좋아하는 그 “어떤 사람들” 모두에게 시를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행운임에 분명하다.

어떤 사람들―
여기서 ‘어떤 사람들’이란
전부가 아닌,
전체 중에 다수가 아니라 단지 소수에 지나지 않는 일부를 뜻함.
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과
시인 자신들을 제외하고 나면
아마 천 명 가운데 두 명 정도에 불과할 듯.

좋아한다―
여기서 ‘좋아한다’는 말은 신중히 해석할 필요가 있음.
치킨 수프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럴듯한 칭찬의 말이나 푸른색을 유달리 선호하는 이들도 있으므로.
낡은 목도리에 애착을 갖기도 하고,
뭐든 제멋대로 하기를 즐기거나,
강아지를 쓰다듬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으므로.

시를 좋아한다는 것―
여기서 ‘시’란 과연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여러 가지 불확실한 대답들은
이미 나왔다.
몰라, 정말 모르겠다.
마치 구조를 기다리며 난간에 매달리듯
무작정 그것을 꽉 부여잡고 있을 뿐.
―「어떤 사람들은 시를 좋아한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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