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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4년 12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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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55쪽 | 673g | 153*224*30mm |
ISBN13 | 9788982819278 |
ISBN10 | 8982819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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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아주 많은 스포일러가 작렬!>
과거에 변사라는 지금은 없어진 직업이 있다.
그 정의는 요래 나온다.
변사 : 무성영화(無聲映?)시대에 스크린에 펼쳐지는 극의 진행과 등장인물들의 대사 등을 관객들에게 설명하여 주던 사람. 변사는 속칭으로서, 활동사진해설가라고 한다.
왜 변사 부터 이야기 하는고 하니 본 책 고래의 서술방식이 상당히 특이 하기 때문이다. 여타의 소설들은 사건의 흐름에 따라 시간 순서에 따라 혹은 간혹 과거 혹은 미래로 왔다리 갔다리 하며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을 따라 독자가 이들의 행동이나 의식, 대사에 푹 빠져 따라가는 서술 방식을 가지게 마련인데, 고래는 다르다. 일단 현재에서 과거의 사건을 서술 하는데. 과거로 훅 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이 이야기는 이래서 이렇다 이로이로하여 이리 일은 풀리게 된다라는 사건 설명인이 나오는데 이가 마치 음유시인들이 영웅설화를 사람들 앞에서 과장과 뻥을 섞어가며 이야기하는 형식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그리고 그 설명과 추임새 들이 다큐멘터리 따위에서나 봤던 변사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 있음에 상당한 신선함을 느꼈다. 즉, 사건속에 독자가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화자가 과거에 말이야야 이런이런 이야기가 있었어 그러니 지금부터 잘 들어봐~ 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분명 이것은 한국식(변사의 화려한 언변을 통한) 서술 방법인데 이야기 구조는 익히 봐왔던 신화적 구조들을 닮아 있다는 것도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현재에서 과거를 설명하기 때문에. 과거가 현재에 의해 어찌 정의되는지 현재는 미래에 의해 어찌 정의 될 것인지를 아주 능청스럽게 떠들어 대는 부분은 피식피식 웃음이 절로 나오게 한다.
독서토론회 내에서 무척이나 분분한 많은 의견들이 있었으나 이 번 책은 내가 무척이나 재미 있게 읽었고 이야기에 푸욱 빠졌었기 때문에 기억이 사리지긴 전 나의 독서기록을 남기는 것에 중점을 두려한다. 고래를 읽어나가면서 내가 했던 작업이 하나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현실적 인물과 신화적인물들을 구분하는 표를 그려본 것이다. 나는 고래의 주인공을 금복이로 보았고, 금복이라는 한 명의 인간의 생이 신화로 각색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읽었다. 너무나 추한 노파에서 금복이로 그리고 춘희로 이어지는 생을 보면서 금복의 생에 진짜 존재했던 진짜 인간과 노파의 딸과, 춘희, 코끼리와 쌍둥이 자매들로 주축이 된 신화를 만들기 위해 덧 붙여진 인물들을 구분하고 그 이유들을 하나하나 적어 본 것인데 그 작업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백년의 고독의 가계도 이후 가장 즐거웠던 작업이었던 듯 싶다. 심지어 한국 소설을 이리 푹빠져서 읽은게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고래에 가장 중심적인 인물은 아주아주 추하게 생긴 노파, 금복, 춘희로 이어지는 3명의 여성이다. 남자 작가가 3대에 걸친 대한민국 근대사에서의 여성의 지위의 변화를 저 3명의 여성을 대표 주자로 하여 그려냈다는 점도 무척이나 신기한데 그 서술 방식이 여자인 내가 봐도 참으로 빠져들만 하다는 건 괸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보통 남자작가가 그려내는 여성 캐릭터에 이토록 몰입했던 적인 한국 소설중엔 없었을 뿐더러 금복이의 그 강력한 생활력과 강직함 그리고 전투적인 자의식을 찾는 과정을 보노라면 금복이에 대적할 만한 한국 소설속 캐릭터는 토지의 최서희 정도나 들이 댈 수 있지 않을까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제목 고래를 여러 의미로 해석들을 많이 하던데 나의 경우 고래를 채울 수 없는 갈망과 갈증의 어떤 것으로 보았다. 특히나 주요했던 세 캐릭터들에게 고래란 어떤 것이었을까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거 같다. 추한 노파에게 고래란 반푼이에게서 보았던 욕정의 갈망을 채워주는 아주 거대한? 힘의 원천으로서의 그 어떤 것이었을 것이고, 금복이에겐 넓은 바다라는 세상에서 미천한 인간들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 위용과 존재감을 드러내던 압도적이고 경이롭던 금복이를 주저 앉게 만들었던 존재 자채가 내뿜던 압도적인 아우라일 것이다. 금복은 자신을 압도하게 만드는 것에 매료되며 그 대상이 끈임없이 바뀌는 모습을 책 속에서 계속해서 보여 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애정어리게 그리고 안타깝게 지켜 보았던 춘희! 그녀에겐 고래란 바로 말이 없이 소통이 가능한 저 넓은 자연속 영혼으로 소통 가능한 그 모든 존재들의 영혼의 소통의 힘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더 억지를 부려 본다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인간의 욕망의 변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작가 천명관이 생각하는 인간이 잃어버린 자연과의 소통법을 춘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고 말이다.
그리고 춘희 바로 그녀가 금복이가 낳은 고래일 것이라 생각했다. 춘희의 탄생조차 고래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으니 말이다. 금복이가 춘희를 임신했던 기간이 4년이라고 나오는데 고래의 임신 기간이 1년 이상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가 내 생각이다. 결국 금복은 고래를 꿈꾸며 고래를 닮은 극장을 지었지만, 고래를 잉태하여 고래를 낳았으면서도 그것이 고래인지 알아보지 못했으며, 자신이 꿈꾸었던 아우라로써의 고래와는 달랐기에 춘희라는 고래를 외면했을 것이다. 그리고 춘희의 최후는 금복이가 보았던 부둣가에서 해체되던 고래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내가 가장 애정어리게 바라보았던 캐릭터 춘희. 나는 그녀를 통해 인간은 결코 고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살아 있는 영혼을 가진 것들과의 소통법을 잃어 버린 존재인 인간. 노파와 금복이를 통해 인간의 욕심과 탐욕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그 대척점에 영혼의 소통을 이야기하는 춘희라는 캐릭터를 신화적 혹은 무척이나 뻥스러운 배경을 짊어지게 하여 인간을 통해 세상에 내보낸 것은 작가가 엄청난 이야기꾼임에 틀림이 없다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끈임없이 자연과 소통하고 영혼을 가진 것들과의 말이 필요없는 소통을 하는 존재로서의 춘희가 탐욕스럽고 저열한 인간들로 부터 유린당하는 모습들을 볼 때는 그 안타까움에 마음이 쓰릴정도 였다. 그런 그녀가 오롯이 자연에서 얻어진 흙을 이용해 뜨거운 가마속에서 구워낸 벽돌은 춘희가 다시 인간들에게 내보이는 화해의 손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다시 지어지는 극장이라니. 이 정말 얼마나 다분히 신화적인 결말인지 말이다.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을 읽으며 한 인생을 깊이 파다보면 그 인생의 깊이에 비례하는 넓은 세상을 품게 된다는걸 알게 된다. 고래 또한 바로 그런 소설이다. 노파를 지나 금복이를 통해 춘희로 완성되는 신화적 이야기를 오롯이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뒤에 해설은 읽다 말았다. 흥흥~
기연
많은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책들이 한낱 장난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책을 만날 때가 있다. 그 책은 이미 수년전부터 존재해왔으나 나는 그것을 까맣게 모르고 살아오다, 책이 이 땅의 빛을 본지 딱 10년이 되가던 2013년 어느 겨울밤, 비로소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책들이 한낱 장난처럼 느껴진 경험을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껏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방법으로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쓰려한다.
*이 리뷰는 리뷰의 대상으로 삼은 해당 작품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 뒤 그저 한 두개의 단어를 바꾸는 방식으로 씌여졌음을 알리는 바입니다.
이야기의 마왕
훗날, 문학동네소설상에 의해 그 존재가 만천하에 알려져 세상에 흔히 '이야기의 마왕'으로 소개된 그 남자 소설가의 이름은 명관이다. 월드컵의 열기를 한참 우려먹고도 그 찌꺼기를 말려 만찬을 해먹던 2003년, 그는 문학동네신인작가상에 의해 단편 소설 하나를 낳는다. 그 소설은 세상에 나왔을 때 이미 심사위원들을 들뜨게 할 정도로 밀도 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수상을 한지 100일 채 지나기 전에 '새로 쓴 소설은 없느냐'고 묻는 출판 관계자들이 수 백명을 넘어섰다. 제도권 교육을 통해 글쓰기를 배우지 못했던 그는 자신만의 세계 안에 독특한 작법을 만들어갔으며 한국과 미국의 소설, 만화와 아서 코난 도일, 수호지와 삼국지 같은 영웅담으로부터 소설을 쓰는 모든 방법을 배웠다. 열망은 있으나 재능은 없는 수 천, 수 만의 소설가 지망생을 낙방의 우울과 자기멸시의 지옥으로 빠뜨린 문학동네소설상이 발표 되자, 때마침 장편 '고래'를 써낸 그는 수상자로 선정되어 학계와 세간의 관심에 수감되었다. 영어(囹圄)의 시간은 화려했으며 그는 신문에 게재된 수상자 발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야기의 마왕'으로 우뚝섰다. 당시 그의 나이, 41세였다.
고래
명관은 원래 영화판에서 굴러먹던 한량이었다. 되지도 않는 영화 시나리오에 매달리느니 소설이나 써보는 게 어떻냐는 동생의 권유로 '그럴까?'하며 돌아선 것이 시작이었다. 본디 희대의 이야기꾼이자 명성 높은 구라꾼에 그 바닥에서 상대가 없는 달필가인 동시에 호가 난 이야기광이며 모든 기담괴설의 기둥서방에 염량 빠른 대중소설가인 그는,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난관을 이미 정복하고 있었다. 그는 온갖 술수에 능했으며 복잡한 이야기들을 한 번은 날실, 한 번은 씨실로 꾀어 어느덧 아름답고 정교한 문양의 수제 카페트로 지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가 글을 쓰는 방편은 대부분 일반적 소설의 작법, 그 테두리 바깥에서 행해지는 일이었으나 세월이 흐르고 흘러 예술이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린지 지나치게 오래되면, 아뿔싸 이제는 그 자리에 예술이 있었는지도 모를만큼 범상한 것이 되고 말아, 세상은 반드시 이러한 새로운 작품을 필요로 하게 마련이었다.
그가 지은 장편 '고래'는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딱 맞춘 듯한 소설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바가 없지 않은 바, 말하자면 이 작품은 기존의 줄기에 뿌리를 내린채 독특하게 가지를 뻗은 작품이라기 보다는 글쎄, 아예 다른 종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며, 어리석은 머리를 굴리고 굴려 보다 적합한 표현을 찾는다면, 바로 그 제목 '고래'와도 같이 어느날 문득 바다 한가운데에 불쑥 떠올라 신비하고 낯선 생명력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강력하게 뿜어대는, 진정 괴물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말하는 게 옳지 아닐까?
그는 역사적 시간 위에 허구의 공간을 걸어두는가 하면 도저히 현실감이 없는 설화적 인물들로 그곳을 가득채우기도 한다. 이를테면, 시간적 배경은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느라 닥치는대로 사람을 잡아죽이는 와중에도 틈틈히 시간을 내 수 많은 여자를 따먹곤 하던, 검은 썬글라스가 잘 어울리던 우리 장군님의 통치 시절인데, 배경은 평대라는 듣도 보도 못한 미지의 공간이며, 그곳엔 사상 최악의 추녀 박색의 노파, 노파의 딸이었으나 그녀가 휘두른 부지깽이에 애꾸가 된 뒤 벌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 소녀, 만나는 남자마다 불행에 빠뜨려 거지로까지 몰락해 여자로선 참으로 기구한 팔자였다고 할 수 있으나 훗날 돈벼락을 맞아 평대 최고의 사업가가되고 더 훗날 그 배짱과 오만으로 인해 남자로까지 변하게 되는 금복, 그리고 7세에 이미 100키로가 넘었던 그녀의 딸 벙어리 춘희, 이 밖에도 온갖 영화와 만화, 옛날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인물들이 양산박에 모인 108 도적들마냥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채 평대로 기어들어오는 것이었다.
고래는 일견 시정잡배들이나 입에 올릴법한 너절하고 더러운 이야기들의 쓰레기장처럼 보이면서도 그 안에 인간의 만사를 집약해 놓은 듯한, 마치 하나의 우주처럼 군림하는 독특한 권위를 내뿜어 책 깨나 읽는 사람들치고 고래의 마력에 빠지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명망 높은 선생님들은 도무지 그 힘의 정체를 알 수 없어 한결같이 그를 두려워했지만 누군가에게 그는 말하자면 솜씨 있고 믿을 만한 소설가였다.
비밀
나는 고래의 재미, 그 근본을 밝혀야만 두려움이 멈추는 명망 높은 선생님이 아니며 그 비밀을 알아내 생활적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지만 재미를 느끼는 감각만큼은 꽤나 타고난 면이 있을 뿐더러 불행히, 그 원인을 탐구하려는 기벽이 있어 정말로,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고래는 왜 그토록 재미있는 걸까?
누군가는 고래가 나의 고립된 생활 속에서 피어난 무료함을 달래주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또는 이야기에 반응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유희적 욕구 때문이라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느라 닥치는대로 사람을 잡아죽이는 와중에도 틈틈히 시간을 내 수 많은 여자를 따먹곤 하던, 검은 썬글라스가 잘 어울리던 우리 장군님의 통치 방식을 풍자했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그 어떤 해석도 충분한 설명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단지 무료함을 달래는 수단이라고 하기엔 내 주변에 너무나 많은 만화와 영화가 있었으며 단지 유희라고 하기엔 너무나 고된 일이었으며(무려 455페이지의 책), 또 단지 풍자 때문이라고 하기엔 그 강도가 지나치가 약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고래의 재미를 두고 우주의 비밀을 신화, 즉 이야기로 설명하고자 했던 초기 인간의 종교적 태도와 관련지어 설명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누런 종이 위에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을 그저 정해진 규칙에 따라 늘어놓을 뿐인 글쓰기 안에 어떤 종교적 의미가 있는지도 설명할 길이 없다.
그저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이 무수히 섞이며 전진하는 누런 종이에서 나는 왜 그토록 기괴한 재미를 느꼈던 걸까? 나는 이 종이를 수도 없이 반복해 읽으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걸까? 감동적이리만치 순정하고 치열했던 내 독서의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진실이란 본시 손안에 쥐는 순간 녹아 없어지는 얼음처럼 사라지기 쉬운 법이다. 그래서 어쩌면 혹, 그 모든 설명과 해석을 유예하는 것만이 진실에 가까워지는 길이 아닐까? 그럼으로써 고래의 넓은 등짝 위에 섬뜩하고 폭력적인, 그 잔인한 작살을 꼽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만이, 또 그럼으로써 뜨거운 바다를 가로지르는 바람처럼 가볍게 흩어지도록 놓아주는 것만이 진실에 다가가는 길은 아닐까?
독자 여러분, 안타깝게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여기에 앉아 이야기가 계속 되는 걸 지켜보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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