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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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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76.11MB 파일/용량 안내
ISBN13 978893649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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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다른 세계에서도』가 있다.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다른 세계에서도』가 있다.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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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오해가 영원하고 이해가 어려울지라도,
이곳에서 함께였다는 사실만큼은 진실이니까

주인공 ‘태경’은 고된 훈련으로 유명한 ‘민스서프’의 메인 강사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여럿 옮기던 그는, 우연히 시작하게 된 서핑의 매력에 푹 빠져 발리에 정착한다. 강습생으로 캠프에 왔던 태경이 메인 강사의 자리에 오르는 동안 민스서프 역시 꾸준한 인기를 얻어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민스서프의 사장은 때맞춘 사업 확장을 위해 웰니스 인플루언서인 ‘민다’를 섭외하게 된다. 태경은 첫 만남부터 민다가 탐탁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드느라 자신의 강습에는 집중하지 않는 태도도 그러했지만, 인플루언서라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습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런 태경에게 민다가 다가와 묻는다. 자신을 못 알아보겠느냐고. 유명인이 자신을 모르냐는 질문을 하는 것으로 여긴 태경은 어이없어 하지만 이내 민다가 자신의 이전 직장 동료였던 ‘다영’임을 알게 된다. 둘은 종합병원의 검진센터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다. 그 시절 다영은 간호계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일컫는 ‘태움’의 피해자였다. 책임간호사는 유독 다영을 미워했다. 작은 잘못에도 질책받던 다영은 어느 날부터 늘 술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로 출근하곤 했다. 결국 주변 동료들의 미움까지 사게 된 다영은 끝내 병원에서 쓰러지고 만다. 태경에게는 가쁜 호흡으로 몸을 뒤틀던 다영의 모습이 선명해, 자신의 눈앞에 있는 민다를 보고는 크게 놀란다.
서핑을 통해 태경과 다영은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나 둘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시계는 늘 같은 자리에서 멈췄다. 병원의 기억은 늘 함구되었고, 태경과 다영의 사이는 아슬아슬하게 유지된다. 태경은 내내 과거의 일을 생각한다. “너와 내가 함께였으나 너를 외면하기만 했던 그곳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잔뜩 취한 다영에 의해 둘의 시계는 과거로 한없이 돌아간다.
태경과 다영을 비롯한 파도 위 서퍼들의 모습은 이 세상에 던져져 ‘단지 하나의 가능성’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우리 존재와 다르지 않다. 하얗게 부서지는 거대한 파도는 기대감을 주는 동시에 공포로 다가온다. 보드에서 일어서는 동작인 ‘테이크오프’에 성공한다면 파도를 가르는 쾌감을 맞볼 수 있지만, 잠깐 시선을 떨구기만 해도 바다에 집어삼켜질 수 있다. 혹독한 지상 훈련을 거듭하더라도 파도는 늘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밀려온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일도 다르지 않다. 내가 누구인지,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물어야만 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늘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해도 어느 순간엔 원하지 않는 지점에 서 있을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사소한 결정들이 우리를 그 위치로 인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은 우리가 다시 한번 파도를 잡기 위해 테이크오프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도약은, 자기 자신은 물론 과거에 구해내지 못했던 것 역시 구하러 가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겠다고.

속으로 되뇌는 단 한가지 바람,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작가는 의사로 일하며 실제 겪은 일과 성실한 조사를 바탕으로 미묘한 부분까지도 예민하게 포착하여 풀어낸다. 서핑 역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까지 작가가 매년 꾸준히 즐겨오던 스포츠였다. 곳곳에 디테일이 살아 숨 쉬는 이번 소설은, 서핑은 물론 병원의 한 장면까지도 섬세하게 담아내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서핑보드에 올라 멋지게 파도를 가르는 것만이 서핑의 일일까. 너무 거대한 파도가 다가오거나 미처 파도를 잡을 준비를 하지 못했을 때, 태경은 자주 ‘덕다이브’ 한다. 덕다이브는 “바늘을 꿰는 것처럼 수면 아래로 파고들어가” 파도를 흘려보내는 기술이다. 찰나의 순간, 오히려 파도 아래로 잠겨 들어가 타지 못할 파도를 피하는 덕다이브 역시 파도를 대하는 한가지 방법이 된다. 삶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파도처럼 다가온 거대한 일을 멋지게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잠시 숨을 참고 흘려보내는 법도 있다. 소설은 파도에 맞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서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자꾸만 굳어가는 생활인의 근육들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발리의 바다 위 떠 있는 서핑보드에 몸을 기댄 서퍼가 된 기분으로 소설을 읽다보면, 삶에서 무엇을 마주했고 무엇을 흘려보냈는지 곰곰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소설은 무심코 지나쳤을 타인의 삶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덕다이브』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면 각자의 삶이 결코 외따로 독립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마음 깊이 되새기게 된다. 끊임없이 시스템으로 스스로를 갈아넣게 하며, 균열을 목도하고도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회피하게끔 하는 자본의 논리가 팽배한 이 시대, 누군가를 구하는 일이 곧 스스로를 구하는 일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거대한 파도 아래로 스스럼없이 덕다이브 하는 주인공을 선명하게 그려낸 이 소설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늘 내가 뭐라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삶에 대해 쓰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에 빠지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 알지 못하기에 그 삶에 다가가고자 애쓰는 것 역시 작가의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
아픈 사람들을 많이 본 날이면 나도 아파진다. 이 아픔이 자족적인 나르시시즘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시간이 지난다 해도 알게 될 거라는 확신도 들지 않는다.
다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것.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나 그럼에도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는 조금은 모순된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 그 마음이 부디 전달되었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태경은 오래도록 파도를 타고 싶었다. 이외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는 그만둬야 하는 날이 오겠지만 최대한 그날을 먼 미래로 미루고 싶었다. 그렇게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또 운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이곳에서의 삶이 갑작스럽게 막을 내리고 있었다.(22면)

태경은 다영의 저 무심한 표정을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테이크오프를 시도하는 때에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 표정은 벼랑 끝에 선 사람의 목덜미를 붙잡고 있던 어떤 끈이 갑작스레 풀려버린 것을 목격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대범함을 품고 있지도, 만용을 품고 있지도 않은 그저 무연한 얼굴은 태경으로 하여금 수년 전 어느 하루를 자꾸만 떠올리게 했다. 저러다 다영이 죽지는 않을까 하는 극심한 공포에 휩싸였던 그날을 태경은 똑똑히 기억했다.(87면)

“괜찮아! 들어와!”
태경이 외치고는 몸을 뒤로 젖혔다. 속도를 늦춘 태경이 주행 방향 반대편으로 턴을 해 파도 아랫부분으로 내려갔다. 태경이 시간을 벌어준 사이 예카가 두 손으로 다영의 보드를 힘껏 밀었다. 테이크오프에 성공한 다영은 파도의 면을 따라 나아가다가 뒤를 돌아봤다.
“시선!”
파도 윗부분으로 되돌아온 태경이 다영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앞으로 시선을 돌리는 다영의 얼굴에 웃음기가 언뜻 비쳤다. 그가 뒤를 돌아봤다는 자체가 규칙을 숙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나의 파도에 한명만 타야 한다는 서평 제1명제는 가끔씩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깨질 때가 있었다. 제 파도에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일. 타인을 믿고 아량을 보이는 일. 여럿이 하나의 파도에 탄다고 해서 ‘파티웨이브’라고 부르는 이 행위는 신뢰와 교감의 표시였다.(154~155면)

사실, 지나고 보면 모두 똑같았는데.
우리도, 다영도, 심지어 조미진도 다 똑같았는데.
물 마실 시간조차 없다고 출근하자마자 머그컵에 부은 맹물부터 마시던 우리. 화장실도 제대로 갈 수 없어 방광염을 달고 살던 우리. 점심시간이면 교대로 구내식당에 가서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르게 허기를 달래던 우리. 그러고도 늘 배가 고파 갹출한 과비로 군것질거리를 사오면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던 우리. 가짜 공복감이라는 걸 알면서도, 채워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허기에 허덕이던 우리.(171면)

태경은 생각했다. 누군가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웠을 시간을. 회복에 이른 것처럼 느껴졌으나 지워지지 않는 흉으로 남았을 시간을. 어쩌면 한순간도 잊을 수 없어 매 순간 잊으려 했을 시간을. 그 시간의 잔해 속에 내가 있다는 게, 그런 내가 네 앞에 서 있다는 게, 나의 기만이라는 게, 너와 내가 함께였으나 너를 외면하기만 했던 그곳에서의 일을 떠올릴 때마다 스스로를 방관자로만 규정하려 해온 나의 기만이라는 게. 태경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기만이 가리려고 했던 사실은 방관 또한 가해였다는 점. 아니라고, 그렇지 않다고, 나는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보아도, 결코 가려지지 않는 사실은 그것이 비겁하디비겁한 가해였다는 점.(227~2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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