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청소년에게나침반이 되는 철학적 사유의 힘낯선 곳으로 갈 일이 생기면 우리는 지도를 찾아본다.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어플을 켜고는 목적지를 검색해 본다. 가장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을 안내받고, 목적지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도 쉽게 볼 수 있다. 지도가 없다면 아마 우왕좌왕 헤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생에도 지도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보면, 길 찾기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도 지도가 필요하다.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도움을 주는 ‘지도’ 말이다. 《이런 철학이라면 방황하지 않을 텐데》는 삶의 길목에서 갈등과 혼란을 맞닥뜨렸을 때 유용한 지도가 되어줄 철학자의 말과 생각을 들려준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2500년 철학의 역사에서 거장이라 할 만한 이들의 사상을 가져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한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청소년에게 철학자들이 건네는 지혜의 말 한마디가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내 삶의 단단한 토대를 마련하다요즘 유행하는 좀비 드라마를 보면서 저자는 청소년과 좀비가 서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산 자가 아니지만 죽은 자도 아닌 좀비. 어른이 아니지만 어린이도 아닌 청소년. 정체성이 모호하고 사회가 통제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 닮았다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푸코에 따르면, 사회는 제복과 규율을 이용해 군인과 죄수를 통제한다. 이것이 바로 사회가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대부분은 학생으로 사회는 청소년을 교복과 학교 규칙 또는 여러 규율로 통제한다. 같은 옷을 입히고, 같은 시각에 수업을 듣도록 하며, 특정한 시각이 아니라면 학교나 학원이 아닌 곳에 있지 못하도록 한다. 학생이 아닌 청소년도 청소년은 이래야 한다며 통제하려 한다.청소년은 분명 스스로 통제할 능력이 있으며, 최소한 스스로 통제할 능력을 교육받아야 하는 존재다. 그런데 사회, 즉 어른은 청소년을 통제 대상으로만 생각할 뿐이고, 금기와 명령으로 다룰 뿐이다. 저자가 보기에 좀비처럼 청소년을 대하면, 청소년은 좀비 같은 어른만 될 수 있을 뿐이다. 청소년에게는 명령을 잘 따르는 능력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삶의 목적과 의미를 스스로 찾을 수 있으며, 비로소 자유를 성취하고 책임을 다할 줄 아는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대학에서 오랫동안 철학을 가르친 저자, 서정욱 교수는 이런 이유로 이 책을 많은 청소년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다. 청소년을 통제 대상으로만 대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청소년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청소년 독자가 2500년 철학사에서 가려 뽑은 철학자의 말과 생각을 톺아보며, 철학 거장들의 사상을 디딤돌로 삼아 자신만의 가치관과 사유를 완성해야 한다고 독려한다.우리는 늘 고민에 시달리며 살지만, 유독 청소년기에 불안과 질문이 많다. 청소년기에 스스로 사유하는 힘을 기르기보다 그저 보여주는 대로 보고, 들려주는 대로 들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사고를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세상은 이해하기 어렵고 막연하며, 불안한 곳일 뿐이다. 그러나 자유 안에서 자신이 세운 목적을 향해 살아가는 사람에게 세상은 나름 질서와 이유를 갖춘 곳이다. 게다가 그곳은 자신의 참된 인생을 펼칠 무대이기도 하다. 철학이란 스스로 반성적 사고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관점을 확립해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남의 시선이 아닌 자신만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고유한 의미와 목적을 알려준다.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철학으로 단련한 사유는 자기가 세운 목적을 실천하고, 세상을 헤쳐나가는 이유와 힘이 되어준다. 불확실하고 불안한 삶에 자기만의 단단한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불안과 고민을 마주할 때마다지혜를 건네는 철학자의 말과 생각철학이란 단어를 들으면 괜히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생각부터 하지만, 사실 철학은 기존 사회의 편견이나 선입관 또는 지식을 의심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발칙한 행위다. 옛 철학에 반기를 드는 일의 연속이 바로 철학의 역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척점에 있거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한 사상을 짝지어 살펴보면 철학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철학이라면 방황하지 않을 텐데》는 이 같은 발상을 큰 틀로 삼아 철학사를 둘로 나누어 살펴본다. 시간순으로 철학 사상을 나열해서 독자가 큰 혼란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1부와 2부로 나눈 구성을 취해 철학사를 조금이나마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1부에서는 철학사적으로 의미 있는 질문을 처음으로 한 철학자를 소개하고, 2부에서는 그 질문에 다시 의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철학을 구축한 철학자들을 소개한다. 이 지점에서 반역의 역사라는 철학사의 본질을 읽어내고, 왜 철학자들이 기존 생각에 의문을 품었으며 어떻게 자신만의 답을 찾았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철학의 본질에 한 발짝 다가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철학사를 파악하는 일보다는 현재 자신이 품고 있는 고민과 걱정거리에 한 조각 지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때에는 특정 부분을 찾아 읽어도 좋다. 예를 들어 불안한 생활이 고민이라면 5장 ‘진정한 행복은 어디 있을까’를 읽어본다. 이 장에서는 에피쿠로스학파와 스토아학파를 소개한다. 이 두 학파는 각각 쾌락주의와 금욕주의로 불리지만 상당 부분 사상이 비슷하다. 그들은 이성을 중심으로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고 행동하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어떤 철학보다도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지혜를 건네준다. 특히 스토아학파는 고대 철학임에도 불구하고 20세기 들어 철학자가 아닌 일반 대중에 의해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새로운 철학 운동으로 부활했으며 지금도 큰 지지를 받는 중이다. 그만큼 현대인의 감성과 생각에 잘 들어맞으며 활용하기에도 좋다. 스토아학파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격언 몇 가지를 살펴보면 이렇다. “어떤 대상이 아니라 대상에 품은 생각 때문에 불행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할 수 없는 일은 신경 쓰지 마라.” 나만의 사유와 가치관으로세상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법 철학은 단순히 철학자가 만든 개념을 외우고, 시험지에 답안을 적는 데 쓰는 것이 아니다. 독자는 이 책에서 찾은 철학자의 생각과 말을 곱씹고 이해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필요하다면 특정 철학자를 깊이 다룬 다른 책을 읽어서 이해도를 높이고, 하나하나 스스로 생각한다. 그것이 저자가 바라는 바이며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철학자는 선배 철학자의 생각을 잘 배운 후에 자신만의 생각을 다시 확립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역시 철학자의 사상을 달달 외우기만 해서는 안 된다. 기존 철학 사상을 잘 이해한 후에 자신만의 가치관과 사유를 완성해야 한다. 읽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가운데 그럴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니 그 기회를 꼭 잡으라고 저자는 신신당부한다. 그럴 때야말로 앞서 말한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 즉 자유와 책임 안에서 자신이 선택한 목적과 의미를 성취하며 살아가는 길이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철학이라면 방황하지 않을 텐데》에는 철학자들이 벼리고 벼린 생각과 논리가 가득하다. 그들이 남긴 보물 더미에서 자신에게 유용한 철학의 지혜를 얻어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