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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5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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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6쪽 | 450g | 128*188*28mm |
ISBN13 | 9791190779326 |
ISBN10 | 1190779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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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존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꽃과 나무와 같은 식물이다. 그저 운동삼아 무작정 걸었을 때에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천천히 걸으며 사색을 갖는 시간으로의 산책을 하면서부터 확실히 주변의 식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이 눈에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꽃의 이름이나 나무의 특징을 알고자 하는 소박한(?) 욕심이 생겼기에 [내 마음의 들꽃 산책]과의 만남은 설레일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이 풀과 나무와 인연을 맺고 그 이후 꾸준히 이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식물 연구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와 이 땅의 곳곳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꽃을 앵글에 담아 명실상부한 야생화 사진작가의 만남으로 탄생되었기에 더 큰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식물로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두 사람이 책으로 이어진 것처럼 평소 꽃과 나무에 관심이 있는 나 역시 이 책으로 그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 책은 <아름다운 풀꽃 산책>과 <행복한 나무 산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봄이 시작되는 3월부터 2월의 겨울까지 월별로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꽃과 나무를 글과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다. 저자가 식물 연구자이자 여러 국립수목원 원장을 역임하였음에도 식물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하면서도 식물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표현한 글과 쉽게 포착할 수 없는 앵글에 담긴 이들에 대한 사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열었을 때, 아무래도 그동안 내가 자주 보았지만 정확히 알 수 없는 식물들 위주로 넘겨보았는데, 읽을수록 우리 주변에서 사시사철 만날 수 있는 아름답고 편안한 느낌의 꽃과 나무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또한 평소에 이름만 알고 마치 그것들에 대해서 다 알았다고 생각한 나 자신이 잠시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식물들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어서 평소 내가 접했거나 좋아하는 식물들 위주로 리뷰를 쓰게 되었다.
( 동네 뒷산에서 만난 꽃향유 )
동네 뒷산에서 산책 도중 담은 이 꽃은 사진 인식 검색 프로그램으로 그 이름이 '꽃향유'임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꽃향유가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가을 산에 가면 볕이 잘 드는 가장자리쯤에서 찾을 수 있으며, 강원도나 경기도 북쪽에는 꽃향유 군락이 많이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더하여 '꽃향유'라는 이름은 향유를 추출할 수 있는 유용함에서 비롯되었는데, 덕분에 사람들은 작은 꽃들이 모여서 강렬한 아름다움과 더불어 그윽한 향기가 난다고 기대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꽃향유의 향기는 저 보라색의 작은 꽃이 아닌 잎 뒷면의 분비선에서 나온다고 하니 꽃의 이름과 보이는 것이 그 꽃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래도 잎이든 꽃이든 그 향기는 결국 꽃향유에서 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 그 자태와 더불어 향기로 또 다른 가을의 풍광의 하나로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 작년 여름의 부여 궁남지에 활짝 핀 연꽃 )
'연꽃'이 무더운 여름인 7월에 활짝 핀다는 사실을 안 것은 불과 2~3년 전이었다. 우연히 늦가을에 부여로 놀러갔는데, 주민들은 부여 궁남지는 여름에 연꽃이 필 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년 여름에 궁남지로 가서 활짝 핀 연꽃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신없이 다양한 연꽃들을 보며 셔터를 누르다가 문득 든 연꽃의 가운데에 송송 뚫린 구멍들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의 꽃 한가운데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야 그 구멍의 용도를 알게 되었다. 수생식물인 연꽃이 물에 뜨기 쉽도록 스스로를 가볍게 하고 또 산소 공급도 쉽게 하려고 저런 식으로 구멍들이 뚫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반찬으로 즐겨먹는 연근이 바로 연꽃의 뿌리이며 연근에 구멍이 있는 이유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앞으로 다시 연꽃을 보게 된다면 꽃 한가운데의 그 이질적인 느낌의 구멍이 오히려 연꽃의 생존과 물에 떠 있기 위하여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잊지 않을 것이다. 이제 7월이니 이제 곧 활짝 핀 연꽃을 볼 수 있으리라.
( 작년 가을 하동의 쌍계사에서 만난 석산(꽃무릇) )
그동안 '꽃무릇'이라고 불렀던 이 꽃은 '석산'이라고 한다. 이 꽃을 자주 본 것은 아니지만 보은의 삼년산성에서 본 이후에 넓직한 꽃잎이 아닌 가느다란 꽃잎(?)들이 기억에 남아서 잊혀지지 않았는데, 작년 가을의 하동 여행에서 쌍계사 부근의 그늘진 곳에서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남는다. 강렬한 빨간색과 독특한 모습의 꽃 형태가 상당히 인상적인데, 저자는 '석산'의 잘 알려지지 않은 특징을 우리에게 넌지시 이야기해준다. 그것은 바로 석산은 꽃이 필 때 잎이 없고, 잎이 필 때 꽃이 없는, 그래서 입과 꽃이 항상 서로를 그리워하는 상사화와 같은 집안 식물이라는 점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석산을 봤을 때에는 가느다른 줄기가 꼿꼿하게 자란 상황에서 오로지 꽃만 달려 있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꽃이 피지 않은 상태에서 잎만 있는 경우는 내 수준에서 결코 석산임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석산은 연분홍색의 꽃도 피운다고 하니 좀 더 유심히 석산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 구미 금오산 벚꽃 야경 )
많은 이에게 벚나무는 가장 쉬운 나무이지만 제게는 가장 어려운 나무입니다. 심정적으로는 밤거리마저 술렁이게 하는 눈부신 벚나무의 개화를 보면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워서이고, 또 하나는 봄에 꽃을 피우는 수많은 벚나무 중에서 사실 진짜 벚나무는 많지 않고, '산벚나무', '왕벚나무', '올벚나무', '개벚나무' 등 매우 다양한데다가 이들의 이름을 정확히 불러 주려면 암술대의 털까지 확인해야 하는 등 식별이 매우 까다로운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p. 256 中에서 -
봄의 벚꽃 때문에 누구에게도 친숙한 '벚나무'를 저자는 어려운 나무라고 하니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저자가 말하는 그 어려움의 이유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낮은 물론이고 밤의 벚꽃은 언제봐도 질리지 않고 봄의 향연에 그대로 감정을 내맡기게 하는 데 충분했고, 또한 동네 산책로에 심겨 있던 벚나무마다 그 이름을 달아 놓았는데, '산벚나무'와 '왕벚나무'로 구분되어 있었지만, 그 차이점을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동안 그냥 '벚나무'로 보고 지나쳤는데, 저자의 글을 보니 누구나 잘 안다고 생각하는 벚나무가 정작 왜 어렵다고 말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아파트 단지 내의 때죽나무 )
종 모양의 꽃이 핀 이 나무는 아파트 안을 산책할 때 자주 보게 되는 '때죽나무'이다. 꽃송이들이 일제히 땅을 내려다볼 때, 나무 아래에서 이 꽃들을 올려다보게 된다면 저자의 표현대로 감동 그 자체이다. 때죽나무의 꽃을 올려다볼 때, 늦봄의 기운이 담긴 잔잔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 거기에 몸을 맡겨 흔들리는 때죽나무의 꽃의 모습은 잘 알려지지 않은 늦봄이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때죽나무의 꽃이 질 즈음이면 쪽동백나무의 꽃이 핀다고 한다. 쪽동백나무를 직접 본 적이 없지만, 그 꽃의 모습은 때죽나무와 거의 비슷하다. 이렇게 모양이 비슷한 꽃이 같이 피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연달아 피어나다니 자연의 신비와 그 오묘함은 경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동네 산책로의 핀 수크령 아니면 강아지풀?? )
이 사진은 늦가을 천변을 산책하다보면 자주 보게되는 '수크령'이다. 사실 수크령인지 강아지풀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이 책에 수록된 수크령의 사진을 보니 약간 보랏빛의 색상과 모양은 수크령에 가까운데 지금 보니 약간 끝이 구부러진 것이 강아지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 풀의 차이를 확실히 인지하고 올해 가을에 다시 한 번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수크령'이라는 이 다년생풀의 이름이 참 독특하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 책에서 '수크령'의 이름의 유래를 설명한다. '수크령'은 '남자 그령'이란 뜻이다. '그령'이라는 이름의 식물이 있는데, 보통 '암그령'이라고 한다. 이런 '그령' 중에서 훨씬 억세고 이삭의 모양이나 느낌이 남성스러운 데다가 암꽃과 수꽃이 있지 않아서 '수그령'에서 '수크령'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 설명을 듣다가 내심 '수컷 그령'의 줄임말인가 싶었는데, 뜻은 통하되 원래의 유래에서는 살짝 빗나간 셈이다. 어쨌든 독특한 이름의 유래와 더불어 기필코 강아지풀과 구분해보겠다는 결심이 섰으니 올해 가을에도 '수크령'을 직접 보게 될 것이다.
[내 마음의 들꽃 산책]에 등장하는 식물 중에서 그래도 내가 좋아하거나 접한 꽃과 나무들도 대부분 포함되어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비록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누구라도 자신만의 '마음의 들꽃'들을 찾아내고 또 떠올려볼 수 있지 않을까? 별다른 대가를 바라지 않고 언제나 우리의 이웃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꽃과 나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점점 각박해지는 상황 속에서 큰 위로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벚나무'(비록 저자는 벚나무가 어렵다고는 했지만)만큼이나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단풍나무' 사진으로 리뷰를 마무리 해본다. 참고로 이 책에서는 단풍나무에 대하여 따로 할애하여 다루지는 않는다. 누구나 가을의 상징으로 잘 알고 있는 단풍을 굳이 따로 다룰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만의 마음 속의 꽃과 나무를 추가해보고자 한다면 일단 이렇게 익숙한 꽃과 나무부터 시작하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 작년 11월 경주 계림의 단풍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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