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걱정을 세탁할 수 있을까?’

이제 이틀 후면 개학이다. 공통과제로 독서 감상문 쓰기가 있는데, 아직 한 개도 쓰지 못했다. 2편 이상 써야 하는데 다 쓸 수 있을까 걱정이다. ‘나도 걱정세탁소에 가서 걱정을 지우면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독서 감상문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상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재은이는 걱정이 많은 아이였다. 준비물을 못 챙길까 걱정, 지각할까봐 걱정, 아영이랑 같이 가기로 했는데 유진이가 삐질까봐 걱정한다. 재은이는 시험공부 때문에 걱정이 가득한 마음으로 길을 걷다가 처음 보는 가게인 걱정 세탁소를 발견했다. 호기심이 가득한 마음으로 들어가서 고글을 쓰고, 1시간 버튼을 누르자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더니 잠시 후 재은이의 기분이 좋아졌다. 걱정 세탁기에 들어가면 어떤 기분일까? 재은이가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보석십자수 할 때처럼 마음이 차분해지며 기분이 좋아지는걸까?

걱정 세탁소를 다녀온 후 재은이는 집으로 가서 시험공부 걱정도 안하고 컴퓨터를 보며 놀았다. 1시간 뒤 정신이 돌아오자 머릿속에 걱정이 가득해졌다. 아영이한테 전화를 했더니 화가 났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혼자 공부를 해야 했다. 그런데 재은이는 왜 시험공부 걱정을 할까? 나는 시험공부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꼭 공부를 잘해야 부모님께 사랑 받는 것도 아니고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닌데......

일어나자마자 걱정세탁소로 달려간 재은이는 30일 버튼을 누르려다 혹시나해서 12시간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물이 어깨까지 차올랐고,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은 걱정을 안하는 재은이를 살짝 이상하게 보았다. 시험을 틀렸는데도 걱정도 안하고 창피해하지 않았다. 점심시간에는 싫어하는 미역줄기를 많이 받아와서 씨름을 하기도 했다. 나는 표고버섯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향은 풀냄새가 나고, 식감은 물렁물렁해서 꼭 지렁이를 씹는 느낌이다. 싫어하는 미역줄기를 많이 먹어야 했던 재은이도 엄청 힘들었을거 같다.

떡볶이를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컴퓨터 게임만 했다. 엄마가 집으로 왔을 때는 집이 엉망이어서 엄마한테 혼나고 게임도 못하게 되었다. 12시간이 지난 후 정신이 돌아오자 재은이는 어떻게 할 줄 몰랐다. 나도 방학동안 해야 할 일들을 미루고 동생이랑 놀기만 하고, 장난감으로 온방을 어질러놔서 퇴근하고 돌아오신 엄마께 혼이 난 적이 있다. 그 때 엄청 후회했는데, 재은이도 자신의 행동을 많이 후회했겠지?

30일 버튼을 누르고 완전히 걱정이 지워진 재은이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그 때 승민이가 달려와서 너희 동에 구급차가 왔다고 말했다. 가보니 편찮으신 할머니가 구급차에 실려가고 있었다. 그제야 모든 기억이 났고, 걱정 세탁소로 달려가서 STOP버튼을 눌렀다. 이제 재은이는 걱정세탁소가 필요 없다. 학부모 참관수업도 걱정하지 않고 당당히 잘하고, 할머니의 건강도 괜찮아지셨다. 

처음에는 나도 걱정이 없는게 좋을거라고 생각해서 걱정 세탁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은 후 걱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걱정이 있으면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니까 꾸준히 나아가는 끈기가 생긴다. 나도 독후감 쓰기 걱정만 하지 않고 열심히 방학 숙제를 마무리 해야겠다. 아자! 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