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이 되고부터 나는 ‘사춘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사춘기’가 언제 올지 무서워졌다고 하는게 맞겠다.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이 ‘사춘기’를 말할 때면 한숨과 고개 젓기가 함께 나오는 걸 봐선 사춘기가 오면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더 많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춘기라는 단어가 나오는 책이나 영상은 관심 있게 보는데 서점에 갔다가 발견한 이 책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사춘기’와 함께 새로운 단어인 ‘아빠 갱년기’의 조합이라니…. ‘갱년기’라는 말은 엄마한테 잠깐 들었던 것 같은데 사춘기와 갱년기가 함께 오는 집은 핵폭탄이 터진 것만큼 난리가 나는 것이라고 했었다. 둘 다 호르몬이 날뛰는 시기라고 하던데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아니, 이기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사춘기’에 대한 나의 두려움을 줄여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읽어보았다.

  주인공인 루나는 나보다 한 살 많은 13살이지만 벌써 사춘기가 온 모양이다. 전학 온 친구에게 관심을 뺏겨 짜증이 나고, 억지로 간 학원 레벨테스트에서 최하위반에 배정된 것도 짜증이 나고, 그중에서 가장 짜증이 나는 건 루나를 놀리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사사건건 놀리는 아빠였다. 점점 꼰대처럼 변하고, 자신의 맘을 점점 몰라주는 것 같은 아빠에게 짜증이 폭발할 때쯤 아빠가 변해버렸다.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루나 곁에서 늘 장난만 치던 모습 대신 루나에게 화를 내고, 루나를 투명인간 취급을 하며 장난도 치지 않는 것이다.

  루나는 엄마의 갱년기를 겪어봐서 아빠의 변화가 ‘갱년기’ 때문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아빠의 실직 사실까지 알아버린 루나는 아빠의 건강검진에 함께 갔다가 아빠와의 시간을 보내면서 아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아직 호르몬이 날뛰는 사춘기 구간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지만 아빠 역시 날뛰는 호르몬 때문에 힘들 것이라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새 루나의 마음이 자란 건지도 모르겠다.

 아직 사춘기 마라맛인 중2병이 남았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남기며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나는 루나가 사춘기는 물론 중2병까지 훌륭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루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춘기의 무서움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생각보다 못 견뎌낼 만큼 힘들지는 않을 것 같았다. 호르몬의 급발진 앞에서는 누구나 당황할 수 있지만 잘 견디고 넘어갈 수 있는 능력도 함께 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마음 나도 몰라 힘들다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방법은 다 있고, 그 방법을 발견하고 이용해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