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고병권이 말하는 라떼는, 그리고 지금은
『고병권의 자본 강의』
이 책은 누군가 『자본』을 읽어갈 때 동반자로 기획되었습니다. 『자본』을 누군가와 함께 읽으면 더 좋겠지만, 혼자 읽더라도 그 독서를 둘이 하는 독서로 만들겠다는 심정을 담았지요. 당신이 혼자일지라도, 『자본』을 읽는 길에 나섰다면, 이 책이 함께 걷는 친구가 되겠다는 심정으로요. 그래서 『자본』의 어디선가 다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할 때 기꺼이 제 의견을 들려주겠다는 마음으로, 가급적 자본의 어떤 페이지도 생략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 책은 『자본』을 대신 읽어주는 책, 요약해주는 책이 아니라, 『자본』을 함께 읽어가는 책입니다. 부디, 『자본』의 독자들, 그 수가 얼마이든 『자본』을 읽어갈 미래의 독자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랍니다.
니체와 마르크스
마르크스와 니체 모두 모더니티, 즉 근대성 내지 현대성을 강하게 비판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근대의 ‘가치’ 개념을 비판하는 책들을 썼지요. 마르크스가 『자본』에서 보여준 정치경제학 비판과 니체가 『선악의 저편』에서 보여준 도덕 비판은 이런 점에서 함께 고려해 볼만한 것입니다. 제게 ‘근대’란 ‘우리시대’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우리가 마르크스와 니체가 비판했던 그 시대를 여전히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제가 한 공부는 이들의 비판을 이해하고 이들의 비판을 따라 우리시대를 읽어보려는 노력, 말하자면 일종의 도제생활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문학의 쓸모
사람이 살아가는 법도를 일깨우고,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해보는 학문.. 뭐 이런 식의 재미없는 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 아니테고. 글쎄요, 제가 하는 공부, 제가 쓰는 글, 제가 참여하는 활동의 ‘역할’이 무얼까요. 사회과학 전공자로서 학위를 받기는 했습니다만 사회과학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인문학에 대해서는 제가 요즘 이따금 떠올리는 표현이 있습니다. 듣는 것과 알아듣는 것, 보는 것과 알아보는 것의 차이에 인문학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