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야생의 묘한 긴장
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저
 
    전작 『아오이가든』이 하드고어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독특한 작품세계를 인정받은 편혜영 작가는 두 번째 작품 『사육장 쪽으로』를 통해 문명과 야생의 묘한 긴장에 대하여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문명화되고 관습화된 인간과 우리를 탈출한 늑대의 야성성의 대비를 통하여 야성성의 말살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사육장 쪽으로』는 이미 일률적으로 변해버린 인간의 삶에서 잃어버린 것, 놓쳐버린 야성을 그리워하고 있다. 작가는 하드고어보다는 건조한 문명의 언어를 빌렸으되, 우리가 잃어버린 거친 야성의 느낌으로 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전원주택과 더불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리라 기대했으나 종국엔 파국으로 치닫는 남자의 이야기인 <사육장 쪽으로>, 불길한 안개가 지겨운 동행처럼 주인공인 연인에게 달라붙는 이야기인 <소풍>, 도시 중산층 화이트칼라의 정체성 문제와 신경쇠약을 다룬 <분실물> 등을 통해 작가는 일상이 걷잡을 수 없는 악몽으로 휩쓸리는 과정의 경험적 리얼리티를 세세하고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