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잡하고 비루한 그대로 현실인 이야기들
내 아들의 연인
정미경 저
 
    이전 작품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소설집에서도 각 소설마다 그 나름의 독특한 직업세계를 가진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통해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본다.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직업과 상황에서 겪고 있는 각양각색의 문제들을 보여주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고민하고 갈등하며 이에 대처해나가는지를 충실히 뒤쫓아 그려냄으로써, “생긴 대로 살아야 하는 쪼잔한 존재들의 슬픔”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차라리 픽션이면 더 좋았을 듯한 조잡하고 비루한 이야기들을 과장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내보인다. 그의 이야기가 특별한 것은, 화장으로 가려져 그 아래 숨어 있던 얼굴과 그것을 덮고 있는 ‘얇은’ 화장, 일상의 비루함을 숨기고 있는 ‘표정’까지도 냉정하게 그려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냉정하고 차가운 시선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그 독한 진실을 깨닫고도 피곤하고 비루한, 비참한 현실 안으로 침잠해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그리고 조심스럽게 삶에 대한 투지와 긍정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