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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2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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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28쪽 | 240g | 134*196*12mm |
ISBN13 | 9791190357555 |
ISBN10 | 1190357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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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2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새로운 시작을 앞에 두면 누구나 설레지만 두렵기도 하다. 이전에 하지 않았던 일이나 가지 않았던 길을 가는 것에는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좀 더 앞설 것이다. 그 일이 분명 좋은 취지를 띄고 세상을, 아니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딛고 있는 작은 사회를 좀 더 살기 좋게 만드는 일일지라도 거기에 쏟아지는 비난과 오해를 감당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그 두려움을 이겨낸다 하더라도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시키고 행동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것도 또다른 어려움이다. 그럴 때, 평생을 한결같이 타인을 위해 좀 더 자세히는 고통받는 형제자매들을 위해 늘 함께 해 온 이가 보내주는 격려만큼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이 있을까.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면서 내게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모은 책이 그랬다. "당신이 시작하면 세상도 시작합니다"라는 그 제목을 듣는 것만으로도 새 학기를 시작하고, 새로운 일을 상상하며 도전하고, 일상을 꾸려갈 힘을 받은 기분이었다. 나 하나 바뀌고 고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를 생각하며 상처받고 지칠 때 분명히 그것이 나와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고 확신할 수 있게 해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은 지금 다시 사람답게 살기 위한 조건으로 많은 이들이 서로에 대한 돌봄과 연대감의 확인을 꼽는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라고 필요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바람에 모래가 날려서 그 아래 묻혀있던 옛 유적이 드러나는 것처럼 진짜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여러 사람들이 확연하게 알게 되었을 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언행과 일치하는 삶을 통해 끊임없이 그것을 강조해 오셨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면 가난해지는 게 아니라 풍요로워집니다. 더욱 인간적이 되도록 도와줍니다.(2016년 10월 2일 담화)"
종교가 다른 사람들은 어찌 들을지 모르지만 인간의 삶과 세상을 관조의 눈으로 본다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 통찰의 말씀들이 이 책에 그득하다. 세상의 모든 피조물이 인간을 위해 창조되었다는 종래의 관점 대신 지구에 공존하기 위해 다른 피조물 심지어 물, 공기같은 자연물들까지도 잘 돌보고 보존해야 한다는 이 지도자의 생태적 관점이 그가 이끄는 십수 억의 제자들에게 전해진다면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직면한 이 별에도 분명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기 위해 보여주는 담화들의 일관성은, 맥락 없이 문장 일부를 발췌해놓은 명언집들의 기계적 구성의 한계를 넘어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자'는 그 말의 구체적인 방법을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교황의 말씀들은 결코 어렵지 않아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실천 방법을 찾는 것 역시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와 가난한 이에게 주의를 기울이면 여러분은 고통받는 사람의 깜깜한 하늘에 별이 빛나게 할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카톡으로 강론을 보내주시는 우리 성당 신부님의 말씀보다 훨씬 쉽고 명쾌하다. 삶의 경험을 녹여 성경 말씀의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배달해 주시는 그 수고에 감사하지만, 삶의 진리 너머를 보는 현자의 명쾌한 비유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야만적 충돌 문명에 대한 유일한 대안은 만남의 문명입니다. 다른 것은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꾸준히 그리고 부지런히 성장하는 선으로 선동적인 악의 논리에 응답할 새 세대에게 힘을 주고 그들이 성숙해지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들은 뿌리를 잘 내린 나무처럼 역사라는 토양에 뿌리를 내린 젊은이들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향해 성장하면서 증오로 오염된 공기에 매일 산소같은 형제애를 불어넣습니다."(2017년 4월 28일 담화)
매 시간 수업에 들어가기 전, 시대의 거악에 맞서는 나의 실천은 이 새 세대가 증오로 오염된 공기에 매일 신선한 산소를 불어넣을 수 있는 이들이 되도록, 아니 그런 이들로 남아 그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자 하는 이가 꼭 갖추어야 할 것이 경청'이라는 말씀을 주머니에 고이 함께 접어 넣으면서.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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