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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투어

엘리트 교육의 최종 단계

설혜심 | 휴머니스트 | 2020년 10월 05일 리뷰 총점9.8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9점
편집/디자인
4.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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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10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710g | 150*220*30mm
ISBN13 9791160804843
ISBN10 116080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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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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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사료 더미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여 인간의 삶이 중심이 된 역사를 연구하는 사학자 설혜심은, 익숙하지만 역사책으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주제를 통해 독자들과 대화를 시도해왔다. 그런 그가 오랜 조사와 연구 끝에 서양 문헌 속 인삼에 관한 기록들을 찾아내어 거대 역사에 가려져 있던 인삼의 역사를 복원해냈다. 세계사적 시각으로 엮어낸 인삼의 다채로운 역사와 인삼을 둘러싸고 형성된 범지구적 네트워크의 면... 사료 더미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여 인간의 삶이 중심이 된 역사를 연구하는 사학자 설혜심은, 익숙하지만 역사책으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주제를 통해 독자들과 대화를 시도해왔다. 그런 그가 오랜 조사와 연구 끝에 서양 문헌 속 인삼에 관한 기록들을 찾아내어 거대 역사에 가려져 있던 인삼의 역사를 복원해냈다. 세계사적 시각으로 엮어낸 인삼의 다채로운 역사와 인삼을 둘러싸고 형성된 범지구적 네트워크의 면모를 밝힘으로써, 새로운 역사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 것이다.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16~17세기 영국 온천의 상업화〉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교육인적자원부 베스트 티처 상과 연세대학교 최우수 강의상, 최우수 업적 교수상, 최우수 교육자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인삼의 세계사: 서양이 은폐한 ‘세계상품’ 인삼을 찾아서』(2020), 『소비의 역사』(2017), 『그랜드 투어: 엘리트 교육의 최종단계』(2013), 『지도 만드는 사람: 근대 초 영국의 국토, 역사, 정체성』(2007), 『역사, 어떻게 볼 것인가: 마녀사냥에서 트위터까지』(2011), 『온천의 문화사』(2001), 『서양의 관상학, 그 긴 그림자』(2002), 『제국주의와 남성성: 19세기 영국의 젠더 형성』(공저, 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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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1. 여행의 기록으로 18세기 유럽을 생생히 그려내다
─ 서양사학자 설혜심이 수많은 사료에서 건져 올린 살아 있는 역사


‘일상의 모든 것을 역사학의 주제로 탄생시키는 사학자’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서양사학자 설혜심 교수가 최초의 교육 여행 그랜드 투어를 통해 18세기 유럽을 생생히 그려냈다. 교양과 지식을 쌓기 위해 더 넓은 배움터로 향한, 소수 엘리트만이 누릴 수 있던 이 특별하지만 생소한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근대 유럽의 교육과 여행의 면면은 물론 지성의 탄생을 목도하게 된다.
그랜드 투어는 유럽을 뒤흔들던 종교 갈등이 누그러진 17세기 후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풍요가 찾아온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케임브리지나 옥스퍼드로 대표되는 대학 교육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자 영국의 상류층들은 어린 자식들을 유럽 대륙으로 보내 외국어와 세련된 취향을 배우며 경험을 쌓게 했다. 이 여행은 귀족뿐 아니라 토머스 홉스와 애덤 스미스, 볼테르, 괴테 등 유럽 최고의 지성들도 동참하며 ‘엘리트 교육의 최종 단계’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른다.
그랜드 투어는 국경을 초월한 거대한 인적 교류와 예술과 건축의 발달, 계몽사상의 전파 등 근대 유럽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물론 해외 역사학계에서도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저자 설혜심은 당대의 여행 지침서와 교육서, 신문 사설은 물론이고 여행자들의 일기, 부모와 주고받은 편지, 동행 교사와 하인의 기록 같은 개인이 남긴 문서까지 치밀하게 파헤쳐 그랜드 투어와 근대 유럽의 탄생 과정을 입체적으로 펼쳐낸다.
또 이 책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교육을 위한 여행’을 표방한 그랜드 투어를 오늘날의 유학, 조기 유학, 어학연수, 그리고 해외 여행의 시발점으로서 조망한다. 특히 그랜드 투어 열풍이 일었던 18세기 유럽에서 어린 자녀를 해외로 보내는 일의 득과 실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것처럼, 이 ‘교육 여행’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해외 유학의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근대 초 유럽의 위인들 대다수가 그랜드 투어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그들이 왜 떠났고 무슨 마차를 타고 다녔으며 어떤 여행 지침서를 읽었고 친구와 어떻게 놀았는지에 대해 읽을 때마다 마치 내가 18세기로 돌아가 그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옛것에 대한 묘한 취미라고 해도 좋고, 일종의 엿보기가 주는 즐거움일 수도 있다. …… 나는 그랜드 투어의 정형을 도출하기보다는 실제로 그랜드 투어를 떠난 사람들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여행자 개개인의 족적을 되살리고 그 시대의 맛을 살리기 위해 당시 문헌의 일부분이나마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많이 싣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구조나 인과관계에 함몰되어 잃어버렸던 ‘이야기로서의 역사’가 얼마나 재미있는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10쪽)

18세기 영국에서는 상류계층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해외여행 열풍이 불었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만나는 위대한 인물들과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영국해협을 건너 대륙으로 향했다. 당시 유럽 대륙에서는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영국인의 대륙 침공’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리고 그 열풍은 곧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로도 퍼져갔다. 엘리트 교육의 최종 단계로 여겨진 이 여행은 ‘그랜드 투어’라고 불렸다. …… 투어에 그랜드가 붙은 데는 돌아다니는 지역이 넓고 여행 기간이 길다는 점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높은 계층의 근사한 여행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 〈Chapter1 그랜드 투어의 탄생〉 중에서 (19~20쪽)

영국 젊은이들이 해외여행을 택한 이유에는 경제적인 여유뿐 아니라 당시 대학 교육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17세기 말부터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 등 주요 대학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점차 고조되었다. 18세기 초 대학은 텅 비고 그 위상은 한없이 추락했다. 1733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크라이스츠 칼리지는 신입생이 겨우 세 명이었다. 대학의 인기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진부한 커리큘럼이었다.
……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에 보내면 라틴어나 그리스어를 조금 배우고, 고대 로마나 다른 도시들에 관해 조금 배우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그랜드 투어를 보내면 해당 나라의 지리, 역사, 정치, 예술, 건축, 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리라고 기대했다.
─ 〈Chapter1 그랜드 투어의 탄생〉 중에서(37, 40쪽)

18세기 유럽 전역에서는 코즈모폴리터니즘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 영국의 그랜드 투어리스트는 물론이고 프랑스나 독일 그리고 이탈리아의 지식인은 넓은 세상을 여행하며 많은 사람과 교류했다. …… 사회 전반에서 ‘유럽’이라는 어휘가 보편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까지 유럽을 하나의 단위로 생각한 인쇄물이 갑자기 많이 출간되기도 했다. …… 예술적 차원에서도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서 유럽이 마치 하나의 무대처럼 생각되었을 정도였다. 이렇듯 범유럽주의적 세계관이 유행할 수 있었던 데는 계몽주의가 한몫했다. 유럽에 이성의 힘을 앞세운 새로운 권력체들이 등장하고 국가들이 저마다 존립을 위해 서로를 비교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한편, 일부 계몽주자들은 통합적인 유럽에 대한 열망과 구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결국 통합적인 유럽에 대한 관심, 즉 코즈모폴리터니즘이 훗날 유럽연합의 탄생에 영감을 주게 된 것이다. 유럽은 이제 거대한 국가들의 연합체로 여겨졌고, 거기에는 국경을 초월한 시민주권이나 인류애, 힘의 균형 같은 개념들이 자리 잡았다. ─〈Chapter7 코즈모폴리턴으로 거듭나기〉 중에서(293~294쪽)


2. 그랜드 투어리스트의 여행의 기술
─ 여행의 준비부터 여행에서 꼭 해야 할 일 그리고 귀국 후 처신까지


그랜드 투어의 열풍은 다양한 여행 지침서를 만들어냈다. 18세기 영국의 베스트셀러 여행 지침서인 토머스 뉴전트의 『그랜드 투어』는 국가의 정치·경제 등을 개관하고 명소를 수록했으며, 비용 정보도 구체적으로 써두었다. 지금의 여행 안내서와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다. 여행자를 위한 경고나 위기 시 대처 방법도 중요했는데, 전염병, 마차 사고, 강도 등 흔히 일어나는 일들은 물론 돈을 빌릴 수 있는 곳까지 적어두거나 자국인을 더 조심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 지침서는 점점 진화해갔다. 게으른 여행자를 위한 워크북 형식의 지침서가 있었는가 하면, 들고 다닐 수 있는 포켓 여행 안내서, 오늘날의 여행 에세이처럼 고전 문학 작품을 인용해 장소를 설명한 조지프 에이슨의 『이탈리아의 여러 곳에 대해서』 같은 책도 등장했다.
그랜드 투어는 사실 여행 준비만으로도 힘든 여행이다. 평균 2~3년이 걸리니 가져가야 할 짐도 상당했다. 화려한 옷과 장신구는 기본이고, 목욕통과 위생을 위한 침구, 아플 때를 대비한 약상자와 음식에 넣을 향신료도 가져갔다. 포크와 나이프는 꼭 챙겨야 하는 물건이었는데, 프랑스에서는 이것이 없으면 저녁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행 지침서에는 이런 준비물 목록만 있었던 게 아니다. 요즘 여행 안내서처럼 여행에서 돌아올 때 도시마다 꼭 사야 하는 기념품 목록과 자세한 상점 정보도 포함하고 있었다.
그랜드 투어의 최종 목적지는 대부분 이탈리아 로마였지만, 여행자들은 꼭 프랑스 파리를 들러야 했다. 여행자들은 파리에 최소 6개월은 머물렀는데 당시 파리는 유행을 선도하는 도시로, 특히 프랑스 궁정은 상류층이 몸에 익혀야 할 우아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학교이자 유럽 정세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중에 도움이 될 만한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 만나야 할 사람도 있었다. 18세기 유럽을 여행한 영국인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였던 사람은 볼테르다. 스위스 제네바에 정착한 볼테르의 저택에는 볼테르 스스로 ‘유럽 여관 주인’이라고 칭했을 정도로 많은 이가 찾아왔다.
여행에서 맺은 인간관계는 영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이어져 상류층의 인맥을 두텁게 했고, 일종의 클럽이 형성되었다. 그랜드 투어 당시 엽기적이고 독특한 행동으로 악명 높았던 프랜시스 대시우드는 샌드위치 백작과 함께 이탈리아 여행의 추억을 공유하는 ‘딜레탕티 회’를 결성했다. 이 모임은 장차 미술품과 유적에 대한 취향을 발전시키면서 영국 예술사에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여행자들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새 옷을 사 입었다. 그것은 필수적인 절차였다. 토비아스 스몰렛은 “영국인이 파리에 오면 완벽한 변신을 하기 전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랑스식으로 버클도

바꾸고, 러플도 새것으로 손봐야 했다. 만년에 그랜드 투어에 올랐던 새뮤얼 존슨 박사마저 파리에 도착한 당일에 갈색 무명으로 만든 옷을 벗어던지고 실크와 레이스로 만든 옷을 입었다. 도시에 영국인 여행자가 도착했다는 소문이 들리면 곧 온갖 상인들이 몰려들었다. 재단사, 이발사, 검 장수, 모자 만드는 사람, 향수 장수, 구두장이, 심지어 와인 장수까지 몰려와 자기에게 주문해달라고 굽실거렸다. 프랑스에서는 토박이 하인 한 명을 고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게 여겨졌는데, 그들은 곧 바리바리 물건이 든 가방을 들고 손가락 끝에는 주인의 새 러플을 끼운 채 주인을 따라다닐 터였다. 당시 여행자에게 파리에서 돈을 어디에 가장 많이 썼는지 묻는다면 분명 옷값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 〈Chapter3 여정〉 중에서(102쪽)

근대 초 영국에서 진정한 지배계층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재력과 공직 타이틀 그리고 상류층의 교양이 필요했다. 그랜드 투어를 떠난 젊은이들은 프랑스어 같은 외국어뿐 아니라 해외 문물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과 대륙의 세련된 매너를 습득해야 했다. 체스터필드 경은 아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타고난 장점과 교양은 너를 어느 자리에나 올라갈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지식은 사람을 소개하게 하고, 교양은 최고의 사람들에게 귀염을 받게 해준다. 내가 자주 말했듯이 정중함과 교양이야말로 다른 모든 자질과 재능을 장식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 교양 없는 학자는 현학자에 불과하고, 교양 없는 철학자는 냉소가일 뿐이며, 교양 없는 군인은 짐승이다.”
─ 〈Chapter4 상류계층 만들기〉 중에서(154~155쪽)

그랜드 투어는 대륙의 진기한 물건들이 영국으로 들어오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했다. 여행자들에게 쇼핑의 중심지는 파리, 로마, 암스테르담이었다. 파리는 패션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파리에 비교적 오래 머물면서 옷과 가발을 맞추었다. 화려한 자수가 놓인 천도 꼭 사야 하는 물건이었다. 고급 벨벳과 실크, 다마스크 천은 상자에 넣어 영국으로 보냈다. 그런 비싼 천은 옷을 만들거나 집 안을 장식하는 데 쓰였다. 황금으로 된 코담배통, 홍옥수와 마노로 만든 도장, 금박으로 치장한 대리석 시계, 다이아몬드가 박힌 회중시계, 세브르 자기 같은 화려하고 세련된 사치품도 파리에서 사야 하는 물품이었다. 파리는 여행자들이 이탈리아 다음으로 미술품을 많이 구입하는 곳이었다. 『젠틀맨의 가이드』를 비롯한 안내서들은 파리에서 살 만한 쇼핑 목록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 〈Chapter5 예술과 쇼핑〉 중에서(227쪽)


3. 애덤 스미스부터 괴테까지, 그랜드 투어를 떠난 위대한 지성들
─ 여행으로 연결된 유럽 최고 지성들의 거대한 네트워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럽 최고 지성들도 이 특별한 여행에 등장한다. 이들은 자신이 직접 여행을 하거나 귀족 자제의 여행에 동행 교사로 함께했다. 위인이지만 이 여행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이 놀랍다.
위대한 사상가 존 로크는 옷을 무척 좋아한 나머지 파리에서 유행하는 옷을 사들이느라 여행 경비를 모두 써버리고, 영어사전 편찬자로 잘 알려진 새뮤얼 존슨 박사는 너무 가난해서 66세라는 늦은 나이에 친구 가족을 따라 프랑스에 가게 되는데, 여느 젊은이보다 열정적으로 파리를 둘러보았다.

애덤 스미스는 동행 교사로 따라간 여행이 지루한 나머지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책이 바로 『국부론』이었다. 이탈리아를 여행한 괴테는 『이탈리아 기행』을 남겼고, 에드워드 기번은 처음 방문한 로마에서 『로마제국 쇠망사』를 쓰기로 결심한다.
이 여행자들이 서로 얽히고 얽혀 거대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볼테르의 저택은 자유사상가, 귀족 정치가들의 성지와도 같았다. 에드워드 기번과 디드로, 카사노바 등 유명 인사들이 볼테르를 방문했다. 루소는 그랜드 투어를 하면서 데이비드 흄의 집에 머물렀고, 애덤 스미스는 그랜드 투어 중 흄에게 따분함을 토로하는 편지를 썼다. 새뮤얼 존슨 박사의 전기를 쓴 제임스 보즈웰은 여행중 루소와 볼테르를 방문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숭고미를 발견한 고고미술학자 요한 요하힘 빈켈만의 안내로 로마를 구경했다. 이러한 유명 인사들의 교류는 계몽사상이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랜드 투어를 떠나 여행의 기록을 남긴 여성들도 있었다.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선구적 페미니스트 메리 울스턴 그래프트는 짝사랑이 실패한 후 훌쩍 프랑스로 떠났다. 그곳에서 영어를 잘한다고 거짓말을 해 채용된 하녀 때문에 속을 앓기도 했다. 대사인 남편을 따라 오스만튀르크를 여행한 메리 워틀리 몬터규의 기록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로 남아 있다. 몬터규는 여성 여행자의 시각으로 오스만튀르크의 모습을 다른 여행기와는 다르게 그려내며 남성 중심의 오리엔탈리즘 서사에 균열을 내기도 했다.

그랜드 투어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교사가 여행 전체를 책임지고 어린 청년의 여행에 동행한다는 점이다. …… 나중에 동행 교사는 ‘베어 리더(bear-leader)’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조련사가 입마개를 쓴 곰을 데리고 유럽 도시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던 것에 빗댄 말로, 천방지축인 학생을 끌고 여기저기 조련하며 여행했다는 풍자다. 그런 조련사 가운데는 우리에게 익숙한 지성들도 있었다. 토머스 홉스, 존 로크, 애덤 스미스를 비롯해 고전을 동원한 여행기로 유명한 조지프 애디슨, 역사학자 윌리엄 콕스, 『팔미라의 유적』을 쓴 로버트 우드, 저명한 역사학자 애덤 퍼거슨, 계관시인 윌리엄 화이트헤드 등 영국 문학계와 사상계에 큰 영향을 끼친 많은 인물이 동행 교사로서의 이력을 지녔다.
─ 〈Chapter6 여행의 동반자들〉 중에서(235~236쪽)

위대한 사상가 존 로크는 무척이나 옷을 좋아해서 다른 지출은 줄여도 옷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꼼꼼하게 작성된 로크의 금전출납부에는 프랑스 여행에서 신발을 사고, 셔츠를 맞출 리넨을 구입하고, 양복에 달 녹색 리본과 실크 스타킹과 모닝 가운 등을 사느라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자세히 남아 있다. 1677년 그가 몽펠리에에서 파리로 돌아왔을 때는 돈이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아 한동안 고생을 했다. 당시 지도하던 학생의 아버지가 대도시에 걸맞은 옷차림을 하라고 보조금을 따로 보내주었지만 파리의 유행을 좇느라 너무 많은 지출을 해버렸다. 그는 벨벳과 새틴으로 새 양복을 맞추고 유행하는 가발을 주문했을 뿐 아니라 비버 모자까지 샀던 것이다. 패션은 여성 여행자들에게도 새로이 습득하고 정복해야 할 일종의 숙제였다. 옷차림은 자신의 취향과 신분을 드러내는 표지였기 때문이다.
─ 〈Chapter4상류계층 만들기〉 중에서(147쪽)

1763년 스미스는 어린 버클루 공작(3rd Duke of Buccleuch, 1746~1812)을 데리고 유럽 여행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여행 중 연봉 300파운드와 여행 이후 종신연금 연 300파운드를 보장받았는데, 이는 그가 당시 대학에서 벌어들이던 수입의 두 배 정도의 액수였다. ……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학자 중 한 명이지만 스미스에 대한 기록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가 죽을 때 모든 기록을 불태워버리라는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동행 교사로서의 행적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당시 그가 주고받은 편지가 남아 있을 뿐이다. 그것으로 유추해볼 때 스미스는 동행 교사직을 따분해하고 힘들어했던 것 같다. 툴루즈에 도착한 지 몇 달 안 되어 데이비드 흄에게 보낸 편지에 “글래스고의 삶은 지금 이곳의 삶과 비교해볼 때 참으로 즐겁고 방탕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적었다. 그 책이 바로 유명한 『국부론』이다.
─ 〈Chapter6 여행의 동반자들〉 중에서(253~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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