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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시스터즈에서 BTS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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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09월 04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288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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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09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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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8895906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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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사상』(전33권)이 2007년 『한국일보』 ‘우리 시대의 명저 50권’에 선정되었고, 『미국사 산책』(전17권)이 2012년 한국출판인회의 ‘백책백강(百冊百講)’ 도서에 선정되었다. 2013년에 ‘증오 상업주의’와 ‘갑과 을의 나라’를 화두로 던졌고, 2014년에 ‘싸가지 없는 진보’ 논쟁을 촉발시켰으며, 2015년에 청년들에게 정당으로 쳐들어가라는 ‘청년 정치론’을 역설했고, 2016년에 정쟁(政爭)을 ‘종교전쟁’으로 몰고 가는 진보주의자들에게 일침을 가했고, 2017년에 신뢰받는 언론인인 손석희의 저널리즘을 분석했고, 2018년에 ‘나를 위한 삶’에 몰두하는 ‘평온의 기술’을 역설하며 한국 사회의 이슈를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수렁 속에서도 별은 보인다』,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당신의 영혼에게 물어라』, 『강남 좌파 2』, 『습관의 문법』, 『한국 언론사』, 『바벨탑 공화국』, 『글쓰기가 뭐라고』, 『교양 브런치』,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평온의 기술』, 『넛지 사용법』, 『감정 동물』, 『소통의 무기』, 『손석희 현상』, 『박근혜의 권력 중독』, 『힐러리 클린턴』, 『생각과 착각』, 『도널드 트럼프』, 『빠순이는 무엇을 갈망하는가?』(공저), 『전쟁이 만든 나라, 미국』,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독선 사회』,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생각의 문법』, 『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 『싸가지 없는 진보』, 『감정 독재』,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갑과 을의 나라』, 『증오 상업주의』, 『강남 좌파』, 『교양영어사전』(전2권), 『한국 현대사 산책』(전23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10권), 『미국사 산책』(전17권)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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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1945년 해방 이후부터 2020년까지
‘한류의 역사’를 담아내다
“왜 사람들은 BTS와 [기생충]에 열광하는가?”

김 시스터즈는 미국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최초의 한류 아이돌’이었다. 미국 최고의 버라이어티쇼였던 CBS [에드 설리번 쇼]에 “악기를 20가지나 연주할 줄 아는 소녀들”로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어 25번이나 출연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김 시스터즈는 가수이자 작곡가인 김해송과 이난영의 두 딸, 이난영의 오빠인 작곡가 이봉룡의 딸로 구성된 3인조 걸그룹이었다. ‘21세기 비틀스’라 불리는 BTS는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세계인들을 열광시켰다. [기생충]은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대중의 일상적 삶에서 뜨겁게 발현되는 놀이 문화, 대중문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 그런 열정을 쏠림 현상으로 전화(轉化)시키는 한국 사회의 소용돌이 체제, 생존 본능으로 고착된 치열한 경쟁 문화 등으로 대변되는 ‘대중문화 공화국’이라는 토양이 한류를 만들어냈다. 세계 인구의 0.7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의미에서 ‘0.7퍼센트의 반란’ 또는 ‘단군 이래 최대 이벤트’로 불리기도 한 한류 열풍은 ‘대중문화 공화국’의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국이 ‘대중문화 공화국’이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식민통치의 상처에 신음하는, 땅 좁고 자원 없는 나라가 살 길은 근면과 경쟁뿐이었다. 한국은 그냥 생존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선진국이 되는 것을 국가 종교로 삼은 나라가 아닌가. 그래서 택한 게 바로 ‘삶의 전쟁화’였다. 전쟁하듯이 산다는 것이다. 서열 체제는 완강하고, 그래서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더 높은 곳을 향해 집단적으로 질주하는 1극 집중의 ‘소용돌이’ 문화는 수시로 온 사회를 뒤흔든다. 우리는 그것을 ‘역동성’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싶어 한다. 그런 전쟁과 역동성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든 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대중문화였다.

『한류의 역사』는 ‘대중문화 공화국’이라는 토양 위에서 피어난 한류의 역사를 1945년 해방 이후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70여 년에 걸쳐 기록하고 탐구한다. K-pop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뮤지컬, 게임 등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모든 것을 담았다. 한류의 출발점을 8?15해방으로 설정한 것은 비교적 실체가 있는 한류의 현대적 근원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한류’의 역사인 동시에 ‘한류론’의 역사이기도 하다. 한류를 둘러싸고 지난 20여 년간 축적된 주요 평가들도 동시에 소개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시공간적 맥락을 살피면, 한국인들이 한류에 대해 느끼는 강한 자부심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경제 못지않은 ‘압축 성장’을 이루었기에, ‘춥고 배고프게’ 살았던 시절,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강대국들에 치이는 현실과 대비해 일부 한국인들의 자부심이 ‘오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제 세계와 세계인들을 열광시킨 ‘한류의 역사’를 여행해보자.

AFKN을 통해 들어온 미국의 대중문화

1945년 8·15해방 후 미군의 주둔과 함께 이른바 ‘양키이즘’이 유입되어 미군의 기지촌 문화는 사회 전반으로 파급되었다.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춤바람’이었다. 춤바람은 미군의 댄스파티에서 시작되었다. 1957년 9월 15일 AFKN-TV가 개국하면서 미국의 대중문화는 한국에 유입되었다. 그 후 40년 동안 AFKN은 사실상 한국 방송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수많은 ‘AFKN 키드’를 양산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열 살 무렵부터 AFKN으로 영화를 보며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봉준호의 ‘영화적 세포’의 원천은 AFKN이었다.

1960년대의 젊은이들은 ‘할리우드 영화’를 사랑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할리우드 키드’였다. 일부 국산 영화들이 큰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강세를 보였다. 1961년 서울 시내 남녀 고교 3학년 51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2.6퍼센트가 월 1~3회꼴로 영화를 보는데, 92.3퍼센트가 외화를 좋아하며 단 5.6퍼센트만이 한국 영화를 본다고 응답했다.

1970년대의 청년문화는 통블생, 즉 통기타, 블루진, 생맥주로 상징되었다. 양희은이 부른 [아침 이슬]을 비롯한 ‘포크 음악’이 큰 인기를 누렸으며, 라디오 DJ 프로그램은 포크 음악과 외국의 팝송 중심으로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1972년 10월 유신 독재 체제가 들어섰지만, ‘청년문화’마저 억누를 수는 없었다. 사회 일각에서는 통블생과 고고춤을 ‘퇴폐적’이라고 비난했지만, 옹호의 목소리도 있었다. 1972년 최고 인기 가요는 남진의 [님과 함께]였는데, 남진과 나훈아의 트로트 음악 대결 구도는 많은 팬을 불러 모았다.

1980년대의 가요계는 조용필의 시대였다. 1980년대를 통틀어 시종일관 대중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은 가수는 단연 조용필이었다. [창밖의 여자], [정],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담은 1집 음반은 당시로서는 150만 장의 판매고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가 낸 음반은 모두 히트했으며 가요계의 상이란 상은 거의 모두 휩쓸었다. 그게 미안했거나 아니면 성가셨던지 조용필은 1980년대 중·후반에는 아예 모든 가요상의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사랑이 뭐길래]와 [질투]가 한류의 기원이다

1991년 11월 23일부터 1992년 5월 31일까지 방송된 MBC의 [사랑이 뭐길래]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평균 시청률 59.6퍼센트로 역대 1위, 최고 시청률 64.9퍼센트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작가 김수현의 체취를 물씬 풍기는 이 드라마에서 스토리나 구성은 별 의미가 없었다. 김수현 드라마의 생명이 ‘대사’에 있음을 여실하게 보여주었다. 그의 대사는 ‘사고’와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김수현의 언어는 상식과 사회통념마저 해부해 뒤집어버리는 해체의 성격이 강했다. 그간 방송 언어가 ‘위생 처리’된 ‘위선의 언어’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추상’을 끊임없이 ‘구체화’하는 김수현의 언어가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건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1992년 6월 1일부터 7월 21일까지 MBC에서 한국 최초의 트렌디 드라마인 [질투]가 방영되었다. 일부 일본 비평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채 젊은이들의 화려한 환상에만 몰두하는 이 새로운 장르를 “골빈 여자들의 허영심에 아부하는 쓰레기”라고까지 비난했지만, 스토리는 진부했지만 감각은 소비주의적 첨단이었다. 감각적인 소비문화를 긍정한 이 드라마에서는 갈등과 고민조차도 소비 지향적이었다. 갈등과 고민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느냐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느냐 하는 정도의 것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1997년 중국에 수출된 [사랑이 뭐길래]를 한류의 출발점으로 보지만, 한국 최초의 트렌디 드라마로 통하는 [질투]가 훨씬 큰 영향력을 미쳤기에 ‘한류의 기원’을 [질투]로 보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사랑이 뭐길래]가 한류의 기원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비교적 큰 성공을 거두었고, ‘한류’라는 작명(作名)을 낳게 하는 데에 결정적 기여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장르의 인기와 지속성으로 보더라도, [사랑이 뭐길래]보다는 [질투]가 훨씬 큰 영향력을 미쳤기에 ‘한류의 기원’이 [질투]라는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보아가 대중음악계를 강타하다

1992년 봄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했다. 세상이 그들을 알아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데뷔 한 달도 안 돼 10대들의 우상이 되었으며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훗날 서태지는 ‘현대 K-pop의 시조’라는 평가를 듣게 된다. 특히 2017년 9월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의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 무대에 BTS가 스페셜 게스트로 섰다. 서태지는 전체 27곡 중 BTS와 함께 8곡을 불렀다. 사람들은 이 공연을 ‘문화 대통령과 대세돌의 만남’이라고 불렀다.

1996년 9월 데뷔한 HOT는 강타, 문희준, 토니 안, 장우혁, 이재원 등 멤버 5명이 모두 남자 고등학생이었다. 이수만은 ‘춤, 노래, 외모를 갖춘 10대’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아이돌 댄스 그룹을 기획했는데, HOT?SES?신화를 연달아 성공시킨 뒤 1998년 HOT를 중국 시장에 진출시키며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서게 된다. 이수만이 이끄는 SM엔터테인먼트의 HOT 성공에 자극받은 대성기획은 1997년 초 HOT와 동일한 콘셉트의 젝스키스를 기획해 성공시킴으로써 이후 대형 기획사의 전성시대를 열게 된다. 이른바 ‘1세대 아이돌 그룹’의 탄생이었다.

2000년 국내 무대에 데뷔, 2001년 1월 일본 가요계에 데뷔해 그 해 5월 일본에서 첫 싱글을 발매한 보아는 이듬해 오리콘 차트 1위에 올랐고, 연말 가요 축제인 NHK 홍백가합전에 6년 연속 출전하며 K-pop 열풍을 이끄는 맹활약을 하게 된다. 일본에서 자국의 ‘J-pop’에 대한 상대적 의미로 ‘K-pop’이라는 용어가 쓰이게 된 것도 바로 이즈음이었다. 또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K-pop’이라는 단어가 등재된 것은 2002년이었다. 2003년 6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당시 한일정상회담의 만찬회에 초청되어 민간 외교사절 구실도 톡톡히 했다. 전문가들은 보아의 성공 비밀을 철저한 시장조사에 의한 사전준비와 기획에서 찾았다. 4년간의 트레이닝, 일본어 습득을 위한 어학연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그것이다.

‘[겨울연가] 신드롬’과 ‘욘사마 경영학’

2003년 4월 3일 [겨울연가]가 NHK 위성방송 BS2를 통해 일본 전역에 방송되기 시작했다. 판매 대금은 국내 드라마 수출 사상 최고가인 4억 4,000만 원이었다. [겨울연가]는 방송사 사정으로 여름 들어 3주간 송출되지 않았는데, NHK 측은 “방송이 일시 중단되자 40대와 50대의 여성층을 중심으로 하루 수천 통의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며 “이는 전에 없던 현상이었다”고 말했다. 그 후 [겨울연가]의 인기가 지속되자 NHK는 2004년 4월부터 지상파를 통해 방송함으로써 이른바 ‘후유소나 신드롬’이라는 사회 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20퍼센트를 넘어섰다.

11월 25일 일본 나리타공항에는 배용준을 반기느라 여성 팬 6,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일본 방송사인 TBS와 후지TV는 각각 헬기를 띄우고 총 20여 개 이상의 방송 카메라를 동원해 나리타공항 개항 이래 최대 인파가 몰린 이 진기한 장면을 생중계했다. 배용준이 ‘욘사마 신드롬’을 불러일으키자 일본 기업들은 ‘배용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배용준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무려 23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 ‘23억 달러의 사나이’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본 중년 여성들은 배용준을 통해 여성의 욕구를 이해하고 그것을 존중할 줄 아는 남성상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겨울연가]의 인기에 힘입어 SBS의 [파리의 연인]은 니혼TV에 7억 원에 팔렸으며, MBC의 [슬픈 연가]는 완성 전에 48억 원에 일본 시장에 팔렸다. TV 드라마가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호황을 누린 건 한국인의 유별난 드라마 사랑을 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2003~2004년 2년간 중국 TV에서 공식 방영된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총 359편이었는데, 이는 중국 전체에서 방영된 외국 영화와 드라마의 25.4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또한 [겨울연가]의 활약에 힘입어 드라마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비중이 3배로 커졌다. 전체 방송 콘텐츠 수출액의 91.8퍼센트를 차지한 드라마는 총 1만 4,265편에 5,253만 8,000달러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한국 영화 ‘1,000만 신드롬’

한국 영화계에서 통용되는 ‘1,000만 신드롬’이 다시 2006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다. 2003년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와 2004년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1,000만 신드롬’을 일으켰는데, 이게 다시 2006년에 재연된 것이다. 2006년 3월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개봉 67일 만에 예전 기록인 관객 1,174만 명을 뛰어넘어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등극했다. 8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최단 기간 기록을 자랑하며 개봉 21일 만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그 후 2009년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 2012년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 2013년 이환경 감독의 [7번방의 선물] 등이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2019년에는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1,000만 신드롬’을 일으켰다.

‘1,000만 신드롬’은 한국 문화 특유의 ‘쏠림’ 현상이었다. 1,000만 관객이라지만, 영화계 쪽에서는 영화에 진짜 관심이 있어서 본 사람은 20퍼센트가 안 될 것으로 보았다. 비단 영화뿐만이 아니라 어디가 음식을 잘한다고 일단 소문나면 우우 몰려가 줄을 서서라도 반드시 그 음식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인이었다. 이런 쏠림은 인구의 사회문화적 동질성, 과도한 도시화와 1극 집중 체제로 인한 인구 밀집성, 남들의 언행을 중요하게 여기는 타인 지향성의 산물이다. 이런 조건은 여론을 ‘획일화의 압력’의 산물로 보는 침묵의 나선 이론의 설명력을 높여준다. 우리는 어떤 의견과 행동 양식이 우세한지를 판단해 그에 따라 의견을 갖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중문화 소비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소녀시대’ 전성시대

2010년 8월 25일 도쿄 하네다공항에는 소녀시대를 보기 위해 일본 열성 팬 800여 명이 공항 로비를 점거하다시피 했다. 그날 도쿄의 아리아케 콜로세움 공연장에는 2만 2,000여 명의 일본 팬이 전국에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일본 NHK는 9시 뉴스 톱기사로 5분간 한국 걸그룹을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소녀시대와 카라 등 한국 걸그룹의 일본 진출을 ‘코리안 인베이전’으로 불렀다. 2010년 9월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테이플스센터에서 4시간여 동안 진행된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공연에서도 소녀시대의 인기는 두드러졌다. 1,000만 명 이상 조회한 유튜브 동영상이 3편([지] 2,255만 명, [오!] 1,950만 명, [런 데빌 런] 1,029만 명)이나 되었다.

『시사IN』은 인구 대비 소녀시대의 동영상 조회 비율을 환산함으로써 ‘소녀시대 지수’를 산정했다. 한국은 인구 100명당 9명, 싱가포르는 83명, 홍콩은 47명, 대만은 29명, 태국은 19명, 말레이시아는 15명, 캐나다와 필리핀과 베트남은 7명이었다. 일본의 유력 경제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는 주목할 만한 한국의 차세대 기업과 소녀시대의 공통점을 비교하기도 했다. 급기야 한국 경제계에는 ‘소녀시대 경영론’까지 등장했다. 오랜 연습을 통해 기량을 축적한 뒤, 당차고 적극적인 글로벌 경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소녀시대의 성공 비결을 국내 기업들도 본받자는 주장이었다.

기업들도 ‘소녀시대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KTB투자증권 대표 주원은 트위터 내 소녀시대 팬 모임인 ‘소시당’에 가입해 젊은 이용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해나갔는데, 회사 측은 “소시당의 영향 덕분인지 최근 젊은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발간하는 투자 보고서에도 소녀시대 이름이 등장했다. 소녀시대가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의 투자 보고서에는 “소녀시대의 해외 진출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는 증권사의 분석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제 곧 소녀시대의 자산 가치는 1조 원이 넘는다는 평가마저 나오게 된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Mnet은 2009년 7월 24일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임으로써, 이후 수년간 한국 대중음악계를 ‘오디션 열풍’으로 몰아갔다. 특히 2010년 10월 [슈퍼스타K 시즌2]에는 지원자가 134만 830명이 몰렸고, 케이블·위성채널 사상 최고의 시청률(마지막회 시청률 19퍼센트)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2년 8월에 시작된 [슈퍼스타K 시즌4]에는 208만 명이 참가했다. 여기저기 음악 학원에 “오디션 프로그램 대비 단기 속성 과외”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리는 건 한국에선 당연한 일이었으며, 이런 희한한 ‘아이돌 고시 열풍’의 모태는 한국인 절대 다수가 지지하는 ‘코리안 드림’이었다. [슈퍼스타K 시즌2]에서 수리공 출신 허각의 우승은 불평등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실력으로 평가하는 공정한 방법이 오디션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며 많은 이를 감동시켰고, 사회적 반향도 대단했다.

[슈퍼스타K]의 성공이 부러웠던 것일까? 2011년 들어 MBC의 [위대한 탄생], [일요일 일요일 밤에-신입사원], SBS의 [기적의 오디션],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 등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사의 비슷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방송사들이 너도나도 [슈퍼스타K]의 성공을 꿈꾸며 오디션 프로그램에 달려든 이유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탈락과 합격이 바로 결정되는 등 짧은 시간에 긴장감과 반전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허각처럼 평범한 사람도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극적 감동을 연출하는 등 눈길 끌 만한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된 장르이기도 했다. 대중음악계의 오디션 열풍은 다소 변형된 서바이벌 형태로 힙합에도 들이닥쳤다. Mnet의 [쇼미더머니 시즌3]의 지원자는 3,000명이었지만 [쇼미더머니 시즌4]에는 약 7,000명, [쇼미더머니 시즌5]에는 9,000명, [쇼미더머니 시즌6]에는 1만 2,000명으로 증가했다. 거기에 여성판 [쇼미더머니]인 [언프리티 랩스타]도 시즌3까지 진행되었다.

그러나 2019년 11월 5일 Mnet의 [프로듀스 101] 생방송 투표수 조작이 발생해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2016년 시작된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대형 연예기획사나 미디어의 개입 없이 오직 ‘국민 프로듀서’라 지칭된 시청자 투표를 통해서만 ‘데뷔조’가 결정된다는 공정성을 앞세워 신드롬적 인기를 얻었지만, [프로듀스 101]의 투표 조작 정황은 시리즈가 내세운 공정성이 결국 산업 내 고착화된 부조리를 감추기 위한 허울일 뿐이었다는 추악한 진실을 드러냈다.

한류의 그늘

한류가 국내 드라마 제작 구조를 왜곡시키는 문제들도 드러났다. 드라마 제작의 헤게모니가 방송사에서 외주제작사로 상당 부분 옮겨가면서 빚어진 문제였다. 그러나 모든 외주제작사가 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외주제작사들에도 빈부 격차가 있었으며, 이에 따른 ‘힘의 논리’가 작동했다. 방송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 관계에 있는 외주제작사들의 숨통을 쥐고 흔들었다. 이는 차라리 착취 구조의 일상화라고 하는 것이 적절했다. 급기야 외주제작사는 제작비를 벌충하기 위해 간접광고에 더욱더 의존하게 되고, 선정적·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영화계 역시 그런 착취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영화 제작 현장 스태프의 월평균 소득은 61만 8,000원에도 못 미치며 대부분이 부모나 배우자에게 의지하거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관련 아르바이트로 먹고사는 것도 여의치 않아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나서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특히 영화계에서도 스타·매니지먼트사와 제작사·스태프·영화제작가협회 사이에 스타 파워를 두고 갈등이 발생했는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영화 제작 현장의 스태프였다. 세계 최다 ‘영화과’ 보유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청년들이 젊음을 다할 때까지 대박 아니면 쪽박만이 있는 경박한 영화 시장과 싸워야만 했다.

2009년 3월 7일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탤런트 장자연이 소속 기획사가 자행한 술자리 접대와 성 상납 강요 등을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큰 충격을 주었다. 연기자 1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9.1퍼센트인 35명이 ‘나 또는 동료가 성 상납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가해자의 직업은 방송사 PD, 작가, 방송사 간부, 연예기획사 관계자, 정치인, 기업인 등이었다. 여성 연예인들의 술자리 접대는 주로 룸살롱에서 이루어졌기에 이는 ‘룸살롱 사건’이기도 했다.

한류를 위해 헌신했으면서도 독립PD 역시 갑질과 인권침해에 시달리거나 앵벌이를 강요당하기도 했다. 2017년 7월 1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EBS 다큐멘터리 [야수의 방주] 촬영 중 박환성·김광일 두 독립PD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두 독립PD들의 죽음 이면에 열악한 제작 현실과 방송사 ‘갑질’ 문제가 있었다. ‘사고사가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8월 16일 한국독립PD협회가 개최한 ‘방송사 불공정 청산 결의 대회’에서 한 독립PD는 최근 작성된 외주 계약서를 보여주었다. 독립제작자의 권리에 대해 “방송사 권리를 제외한 나머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해놓고, 방송사 권리는 “모든 권리”라고 했다.

싸이, BTS, [기생충]

2012년 7월 15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공개되자마자 국내 주요 음원 서비스 사이트 정상을 휩쓸었고 일찌감치 빌보드 K-pop 차트 1위에 올랐다. 해외 팬이 많은 한류 스타도 아니었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어나갔다. 8월 3일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가 1,158만 건을 넘어섰다. 8월 14일 미국 ABC 방송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는 중독적 음악이라고 보도했다. 9월 4일에는 유튜브 조회수 1억 건을 돌파했다. 국내 가수가 유튜브에서 단일 영상물로 조회수 1억 건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었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성공은 싸이의 승리인 동시에 유튜브의 승리이기도 했다.

BTS는 데뷔하기 6개월 전인 2012년 말부터 블로그와 트위터를 개설해 SNS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제 곧 나타나게 될 ‘BTS 신드롬’의 진원지는 바로 소셜미디어였다. 이들은 10대와 20대 청춘들의 생각?꿈?삶?사랑을 주요 스토리로 담은 앨범에 걸맞게 팬들과의 실시간 1대 1 소통 방식을 택했으며, 이에 따라 충성도가 매우 높은 글로벌 다국적 팬덤 아미가 결성되어 ‘BTS 신드롬’의 동반 주역으로 맹활약하게 된다. 그러나 BTS의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에 대한 ‘편견과 억압’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2016년 12월 BTS가 북미 투어를 앞둔 가운데 K-pop 공연 역사상 가장 빠른 매진 기록을 세웠다. BTS는 미국, 브라질, 칠레 등 북남미 4개 도시에서 열리는 ‘2017 BTS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3 윙스 투어’의 티켓 9만 5,000장을 전석 매진시켰다. 2017년 5월 21일 BTS는 미국의 『빌보드』가 주관하는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BTS는 2018년 5월 27일 정규 3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티어》가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빌보드 역사상 한국 가수가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었다. 2018년 9월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니세프 행사에 참여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라’는 주제로 연설을 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2019년 5월 25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12월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비평가협회는 [기생충]에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을 수여했다. 또 토론토비평가협회에서도 작품상, 외국어상, 감독상을 수여했다. 『뉴욕타임스』 선임 평론가들은 [기생충]을 올해 최고의 영화 3위에 뽑았다. 2020년 1월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2월 9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면서 역사적인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했다.

한류의 원동력은 대중문화다

한류를 성공시킨 키워드는 10가지다. 첫째, 뛰어난 혼종화·융합 역량과 체질, 둘째, 근대화 중간 단계의 이점과 ‘후발자의 이익’, 셋째, ‘한’과 ‘흥’의 문화적 역량, 넷째, ‘감정 발산 기질’과 ‘소용돌이 문화’, 다섯째, 해외 진출 욕구와 ‘위험을 무릅쓰는 문화’, 여섯째, ‘IT 강국’의 시너지 효과, 일곱째, 강한 성취 욕구와 평등 의식, 여덟째, 치열한 경쟁과 ‘코리안 드림’, 아홉째, 대중문화 인력의 우수성, 열째, 군사주의적 스파르타 훈련 등이다. 이 10가지 키워드는 ‘대중문화 공화국’을 구성하는 요소들로 한류의 성공 배경을 설명할 수 있다.

한국인의 삶 자체가 드라마다. 우리는 어떤 일에 대해 놀라움을 표현할 때 ‘드라마틱하다’라는 말을 즐겨 쓰는데, 바로 이 말에 ‘드라마 공화국’의 답이 있다. 한국은 문자 그대로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는데, 바로 그 파란만장의 동의어가 ‘드라마’인 셈이다. 성공에 대한 열망과 판타지, 고통과 시련의 눈물,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근거라 할 혈통주의, 그러면서 착하게 산 자신을 위로하는 권선징악의 메시지, 이것들을 담아내 매일 제공하는 게 바로 드라마다. 대중문화가 따로 존재하는가? 대중문화는 우리의 삶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었으며, 정치·경제·사회 등 전 분야가 대중문화와 뜨겁게 포옹하고 있다. 게다가 한류로 인해 한국의 대중문화는 그 위상이 재평가되면서 세계적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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