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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은 가을도 봄

그 무렵 춘천에서 청춘을 보낸 젊은 날의 초상

이순원 | 자음과모음(이룸) | 2020년 07월 10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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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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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372g | 128*188*20mm
ISBN13 9788957078792
ISBN10 8957078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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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58년 강릉 출생.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소」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은비령』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첫눈』, 장편 소설 『우리들의 석기시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 무늬』 『미혼에게 바친다』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순수』 『첫사랑』 『19세』 『나무』 『흰별소』 『삿포로의 여인』 『정본 소설... 1958년 강릉 출생.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소」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은비령』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첫눈』, 장편 소설 『우리들의 석기시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 무늬』 『미혼에게 바친다』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순수』 『첫사랑』 『19세』 『나무』 『흰별소』 『삿포로의 여인』 『정본 소설 사임당』 『오목눈이의 사랑』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허균작가문학상, 남촌문학상, 녹색문학상, 동리문학상, 황순원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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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289

출판사 리뷰

추락한 새는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한 청춘의 방황과 발견, 작별과 성숙의 이야기


“이 소설은 비틀거리고 방황하는 청춘에게 따뜻한 위안을 건넨다. 당신의 얼룩은 그저 실패로 남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초상화를 만드는 소중한 흔적이라고. 도요새는 그렇게 날아오르게 되었노라고 말이다.” _김나정(문학평론가·소설가)

춘천은 청춘이고 상처이고 추억이다
작가 이순원이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아픈 시간의 얼룩들……
뜻밖에도 따스하고 눈물겹다!


공지천이 보이는 커피숍에 앉아 원두커피를 마시던 기억. 근거 없이 자신의 청춘이 가엽던 시절. 4050세대의 방황은 어쩌면 춘천 호반에서 일어나는 안개처럼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이룸출판사에서 출간한 이순원 작가의 장편소설 『춘천은 가을도 봄』은 1970년대 후반에 춘천에서 청춘을 보냈던 한 소설가의 회고담이다.

소설은 첫 문장에서 “이제 나는 이야기한다.”라고 밝히며 시작된다. 이어지는 문장은 “돌아보면 어느 한순간인들 꽃봉오리가 아닌 시간이 있으랴만 시기로는 ‘유신’의 한중간으로부터 ‘5공’의 초입에 이르기까지 차라리 얼룩이라고 불러도 좋을 나 자신의 이십 대에 대하여.”라고 말함으로써 곧장 소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소설은 크게 주인공 김진호가 대학에 입학 후 시위에 참여하여 제적 처분과 기소유예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온 사건과 일 년 반 후에 두 번째로 입학한 대학에서의 시간을 그려 보인다. 또 다른 한 축은 친일에 힘입어 재산을 축적한 진호의 집안이 고향 명진에 자리한 배경과 함께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나서는 아버지 김지남을 통해 당대 권력에 업혀 경제적 이득을 쫓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진호가 다닌 두 곳의 대학과 더불어 두 곳의 하숙집에서의 상이한 풍경과, 당대 젊은이들이 드나들던 디제이 다방이며 학보사 활동이며 교련 시간 등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김진호에게는 법관을 꿈꾸며 시작했던 첫 대학 생활이 있었다. 1학년 봄, 재학생 문예 작품 현상 공모에서 4·19 세대에 관해 쓴 소설로 당선의 기쁨을 누리고, 당선 상금은 하숙집 정파(정신파탄)서당 선배들과 함께 당시 광고 탄압을 받고 있던[동아일보]에 격려 광고를 내는 데 보탠다. 김진호는 2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하숙집 정파(정신파탄)서당 선배들이 주도하는 시위에 합류하게 된다. 아직 1학년이지만 4·19 세대에 관해 쓴 소설 때문에 시위 “선언문 몇 군데를 유장한 느낌으로 문장을 다듬은 것 외에” 별로 한 일은 없었으나 현장에서 체포된다. 이후 열흘 동안 “거기에 대해서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는 “떨쳐버리고 싶은 악몽에 다름 아닌 기억”들을 경험한다. 그 사건으로 김진호는 기소유예와 제적 처분을 받아 고향인 명진으로 돌아온다.


역사와 정치적 얼룩이 덧입혀진 고향 명진과 가네야마 술도가

일제강점기 김진호의 증조할아버지는 친일 행적에 힘입어 술도가를 일으킨다. 가네야마(釜山) 막걸리는 그 엄혹한 시기에도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모자람이 없었다. 그는 세 아들을 두었으나 막내는 배다른 태생이다. 1945년에 임의로 38선이 그어지자 두 아들은 집안 잡부들 손에 몰매를 맞아 죽고 전 재산을 몰수당한다. 그때 집을 떠나 만주로 갔다던 막내아들은 누런색 인민군 군복을 입고 나타났고 그 위세 덕분에 남은 식구들은 목숨을 보전하게 된다. 그러나 1953년 휴전 선포와 함께 새로이 38선이 그어지면서 ‘명진’은 다시 남쪽에 속하게 된다. 김진호의 아버지는 양조장을 되찾는다.
“무엇보다 두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아버지는 수복지구에서 누구 앞에서나 당당할 수 있었다. 언젠가 당숙은 그걸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친일 역사에 맹목적인 반공 이데올로기가 가네야마 가에 베푼 왜곡된 세례라고 말했다.”
때는 유신헌법 찬반 투표 후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있을 예정이고, 김진호의 아버지 김지남은 “학력을 빼고도 아홉 개가 되는” 감투를 쓴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입후보하여 당선된다. 이번에 쓴 감투는 김지남에게 온갖 특혜와 이권을 누리게 해준다.


첫사랑 그녀, 채주희

고향 명진에서 김진호는 일 년 반 동안 칩거하다가 서울이 아닌 춘천에 있는 대학에 지원하여 입학하게 된다. 진호는 하숙집과 학교, 강의실과 도서관을 오가며 인간관계를 맺지 않은 채 성실한 생활에 매진한다. “학교 공부에 정성을 다하는 것만이 지난 이 년 동안의 침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처럼 생각”되었던 것이다. 2학기에 진호는 학보사 수습기자 모집에 지원하여 그곳에서 만난 선배와 동료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두 번째 대학 생활에 비로소 뿌리내릴 수 있게 된다. 원고를 청탁하기 위해 찾아간 신입생 채주희에게 거절당했으면서도 진호는 왠지 미안함을 떨치지 못하고 다시 만나러 간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의 시간 속으로 다가간다. 채주희는 혼혈인으로 스스로 아니노꼬이며 튀기라 말한다.

혼혈인을 백안시하던 사회적 편견이 심해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려고 일부러 그렇게 부르곤 했었다. 어쩌면 춘천에 소재한 미군 부대 캠프 페이지 앞에 동네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란 채주희로서는 자학하듯 자신을 예단하는 사회를 향해 맞선 일종의 무기였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채주희의 어머니는 캠프 페이지 앞 장미촌 출신으로 담요 한 장으로 세상을 살아왔다고 입버릇처럼 자신의 삶에 대해 난폭하게 선언하고 있다. 채주희는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때부터 어느 거리 어느 길을 걸을 때나 느닷없이 쏘아대는 낯선 시선들을 피해 눈을 둘 데가 없어 늘 공중에 걸린 간판을 읽고 다녔다는 여자. 그것이 버릇되어 이 망쪼로 양쪽 편 거리의 모든 간판을 머릿속에 넣고 있는 여자. 스스로 낮은 땅에 살면서 그 낮은 땅을 바라볼 수 없어 눈은 늘 공중에 두고 걷는, 그러면서 남에게는 오히려 강하게 보이려 애쓰는, 어딘가 우리와는 다른 여자…….”이다.

채주희는 혼자일 때는 용감하게 자신을 자학하는 표현들을 사용하지만, 김진호와 함께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은 극구 꺼린다. 그녀가 태연한 척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쓴 가면이란 것이 언제 벗겨질지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얼마나 매 순간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녀는 사실 세상과 맞설 자신이 조금도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주희에게서 어쩌지 못하는 태생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게 된다. “처음부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디에다 말할 데도 없는 아메로리안의 원죄 같은 감정이라고.” 타고난 것,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끌어안고 가는 삶과 마주하는 것이다. 이런 주희의 모습은 ‘나’가 그저 달아나려고 했던 과거와 맞서게 해준다.(김나정, 해설 「게르니카 속의 자화상」, 354쪽)

채주희의 엄마는 딸에게 이 땅을 벗어나 미국으로 갈 것을 애원하고 종용한다. 채주희의 얼룩은 어떻게 해도 감추기 어려운 그녀 존재 자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채주희의 엄마는 딸이 더는 상처 입지 않고 온전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며 독성이 매우 강한 농약을 마시는 것으로 그 질긴 끈을 끊어낸다.


얼룩진 영혼들을 이해하며……

김진호의 주변 인물들을 돌아보면 유독 아픔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시대와 화합할 수 없기에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황폐해지도록 유기하는 당숙이 그러하고, 자학하듯 스스로 ‘아이노꼬’ ‘튀기’라 칭하는 첫사랑 채주희가 그러하다.
당숙은 서울대를 졸업한 마을의 수재로서 넘보기 어려운 부러움을 사지만, 대학교 재학 시 4·19 때 한쪽 다리를 쓸 수 없게 되어 고향 명진으로 돌아온다. 그는 ‘찔뚝이’라고 불리며 온종일 거리를 헤매고 다니지만 남루한 옷 속에 책 두어 권을 지니고 다닌다. 월북한 인민군 아버지로 연좌제(소설 속에 나타나 있지는 않으나)와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으로 당숙은 현실에서의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두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인 그는 어느 날 명진의 독립문 앞에서 시집들을 불태워버린다.


[작가의 말]

2020년 4월 28일 오후. 춘천 김유정문학촌에서 이 소설의 마침표를 찍은 다음 선생 동상 앞에서 오래 대화를 나누었다. 고대 그리스의 신탁을 닮은 이 대화법을 나는 어린 시절 대관령 아래 촌장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조상님 영당에 올라가 계시던 할아버지에게 배웠다. 작가로서 남은 내 삶의 상징적이고 반면적인 저 시간도 순정하게 흘러 바다에 가 닿을 것이다.

돌아보면 얼룩조차 꽃이었던 내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낸 춘천에 대한 감사와 헌사로 이 소설을 바친다. 그 시절 땅을 딛고 선 발밑까지 불안했던 나의 청춘도 그랬고, 그걸 품어 작가로 세상에 되돌려준 이 도시의 낭만적이고 문학적인 분위기도 그랬다. ‘춘천은 가을도 봄’이던 시절, 절대 독재의 억압과 공포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은 친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언제 어느 시절을 말하더라도 춘천을 가장 춘천답게 표현한 시의 제목을 소설의 제목으로 허락해주신 유안진 선생께 감사드린다. 시작부터 끝까지 따라 읽으며 소설의 짜임새를 잡아준 도반께도 감사하고,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고 가슴 뭉클하게 격려해준 오랜 글님도 감사하다.
누구보다 이 글에 몸을 바쳐준 세상의 푸른 나무들께 감사드린다.
내가 오래, 더 잘 써야 할 이유들이다.

2020 여름 춘천 김유정문학촌에서
이순원

추천평

소설의 출발점에서 청춘은 그저 ‘얼룩’이었다. 얼룩이 본바탕에 다른 것이 섞인 흔적, 더럽혀진 자국을 이른다면 오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얼룩이 모이면 빛과 그늘이 어우러진 자화상이 된다. 얼룩은 나라는 사람의 자아를 통합적으로 구성해내는 소중한 구성 요소인 셈이다. 이 소설은 비틀거리고 방황하는 청춘에게 따뜻한 위안을 건넨다. 당신의 얼룩은 그저 실패로 남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초상화를 만드는 소중한 흔적이라고. 도요새는 그렇게 날아오르게 되었노라고 말이다.
- 김나정(문학평론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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