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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3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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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60쪽 | 686g | 152*225*30mm |
ISBN13 | 9788984077836 |
ISBN10 | 89840778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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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권의 책에는 독서와 관련된 모든 역사들이 총 망라 되어 있다. 책에 대한 역사부터 그 책을 읽는 행위인 독서의 다양한 방법과 책을 읽는 장소와 보관하는 도서관의 역사까지 그야말로 책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린시절부터 병약해서 침대에서 책만 읽던 저자는 이 책의 시작부분을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그의 인생 전반에 걸친 엄청난 독서편력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 알베르토 망구엘은 현재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으로 재직중인데 정말 그에게는 딱 적합한 인생직업을 만난 셈이다.
이 책을 넘기다보면 저자가 이곳저곳에 인용한 표현들과 그가 읽었던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보면서 방대한 독서량에 탄복하게 된다.
장르와 저자와 출판한 나라를 넘어선 풍부한 독서경험이었다.
가장 첫장에서 언급한 자신의 독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으면서 언젠가 나도 망구엘처럼 책과 관련된 내 어릴적 이야기들과 내가 아끼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쯤 풀어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꼈다. 그만큼 그의 이야기는 재미있었고, 이 책을 읽으며 신기한것은 이렇게나 방대한 역사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다는 사실이었다.
따분한 서술이 아닌 그의 경험의 의거한 그리고 그의 방대한 독서이력이 이 책안에서 빛을 발하면서 이런 주제의 책을 어쩌면 이렇게도 재미있게 풀었을까 감탄이 나왔다.
최초의 책과 최초의 독서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오랜시절 지금처럼 책이 흔하지 않고 누구나 소유할수도 없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가장 신기했던것은 그 옛날에는 지금처럼 책을 조용히 묵독하지 않고 모두가 소리내서 읽었다는 사실이다.
"만약 글자가 발명된 이래로 큰 소리로 읽는 것이 정상이었다면 그 옛날의 훌륭한 도서관에서는 어떤 광경이 연출되었을까? " (p.67)
성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성 암브로시우스를 조용히 찾아갔는데 그가 침묵속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기이히 여기는 장면이 나온다. 이 시대에 이것을 이상하게 기록하는것을 보면 그 시절에는 통상적인 독서란 큰소리로 떠들석하게 이뤄지는것이고 이런식의 침묵의 독서는 혹 일어나더라도 보편적인것이 아니란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이다.
"따라서 B.C. 3천년경의 독서는 설형문자를 듣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즉 현대적 의미로 철자를 시각적으로 읽었다기 보다는 설형문자의 그림 상징을 바라보면서 말의 환각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p.73)
그 시절 독특한 독서의 방법을 상상해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또한 책의 소재와 관련된 역사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진흙과 서판, 양피지 두루마리를 소재로 삼게된 이야기의 배경은 단순하지 않았다. 파피루스의 생산비결을 국가 기밀로 지키고 파피루스 수출을 금지하자 결국 궁여지책으로 양피지 두루마리가 나오게 되었는데 이동에도 용이한 이 양피지는 결국 후에는 유럽전역에서 책을 제작하는데 훨씬 더 효율적이고 튼튼하여 사랑받는 재료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망구엘의 직업덕일까...그 책이 어떻게 보관되고 양피지 책들이 모여있는 도서관같은 장소에서는 책들을 구분하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표찰을 길게 늘어뜨렸다고 한다) 그의 상상력에 더하여 역사적인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언급하고 있다.
책의 크기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혼자서 들수 없을정도로 큰 책들이 존재했고 (주로 성당같은 곳에서 종교적인 내용을 그림과 함께 많이 다뤄서 글자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볼수 있도록 ) 손바닥보다도 더 작은 책들이 존재했다. 1673년 네덜란드에서 나온 세상에서 가장 작은 책이라고 알려진 책은 그야말로 소인국에서 쓰는 책처럼 보인다. 함께 찍은 손의 손톱보다도 작은것을 볼 수 있다. 도대체 이 책의 쓸모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지고 상상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이 책 전체에서 나에게 가장 와 닿은 대목은 '기억속의 책' 에 나와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결코 똑같은 책으로, 아니면 똑같은 페이지로 되돌아갈 수 없는데, 그 이유는 그 다양한 빛에 싸여서 우리도 변하고 책도 변하고, 그리고 우리의 기억도 밝았다가 쇠해졌다가 또다시 밝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p.99)
이 대목이 인상적이었던건 그간 내가 읽었던 모든 책들이 결코 처음 읽었던 때와 같지 않고 결코 그럴수도 없음에 깊이 공감하고 그사이 내가 겪고 생각하는 것들이 반영된 나의 책읽기는 그렇게 같은책이어도 매 순간 다른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내가 20대에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때마다 읽었던 '먼 북소리'와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40대가 되어 읽은 '먼 북소리'는 나에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는것이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책과 관련된 모든것의 역사를 읽다보니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책과 관련된 모든것들이 과거에 당연하지 않았으며 전혀 다른 방식이기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과거의 독서방법들과 책과 관련된 직업들을 보면서 우리의 후대에 100년후 500년후에 우리의 책과 관련된 모습들이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해진다.
책이 일부 지식인들과 상류층만이 소유할수 있는 주요 재산이었던 시기가 있었고 필사가가 대단한 권력인 시기도 있었다.
인쇄가 발달하면서 필사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말았지만 인쇄술이 필사 텍스트에 대한 취향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언가 생각할 거리를 준다.
"기술상의 발전이-구텐베르크의 경우처럼- 그 기술로 인해 뿌리채 뽑혀 버리리라고 예상되던 것들을 제거하기 보다는 오히려 발전시키는 예가 얼마나 많은지 주목하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자칫 간과하거나 무시해도 좋다는 식으로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전통적인 미덕에도 참다운 가치가 담겨 있음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오늘날 컴퓨터 기술과 CD롬 서적의 확산도 -통계상으로는- 옛날 식의 코덱스 형태를 지키고 있는 책의 생산과 판매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컴퓨터의 개발을 악마가 현신한 것이라 보았던 사람들도 종이책에 대한 향수가 경험을 지배한다고 인정한다." (p.201)
이 책을 저술할 시기만해도 지금처럼 인터넷의 이용이 없었던 시기인것 같고 지금처럼 e북이나 전자책을 읽을수 있는 매체들이 존재하던 시기가 아니었기에 저기까지만 언급되어 있는것 같다.
종이책과 전자책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진행중이고 아주 먼 훗날 어떤식으로 이 이야기가 정리되고 기록되어 질지 몹시 궁금해진다.
분명한 것은 한참이나 시간이 흐른후에도 종이책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그 비율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사라지지는 않을것이라 생각한다.
모든것이 효율로만 연결되기에는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가진 의미와 그 행위를 통해 얻는 위로와 기쁨이 다른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독서의 역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어느 한지점에 서있는 지금 과거의 일들을 살펴보는 일은 낯설지만 신기하기도 하고 현재 우리의 모습을 다시금 돌아보게도 해준다.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많은 정보들이 옮겨가고 있는 이 시점에 종이보다는 화면상의 텍스트들이 익숙해지는 지금의 세대를 돌아보면서 문득 우리의 일상이 과거기록으로 남게될 우리시대의 독서의 역사가 궁금해진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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