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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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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 다산책방 | 2020년 02월 20일 | 원제 : Vox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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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532g | 134*205*26mm
ISBN13 9791130628578
ISBN10 113062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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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조지타운 대학에서 이론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와 영국 방언의 소리 변화에 따른 음성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녀의 단편소설과 1,000단어 이내의 짧은 단편 소설인 ‘플래시 픽션’은 전 세계 100여 개 저널에 소개되고 있으며, 바스 플래시 픽션 어워드(Bath Flash Fiction Award) 1위, 푸시카트 상(Pushcart Prize) 후보에 오르는 ... 조지타운 대학에서 이론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와 영국 방언의 소리 변화에 따른 음성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녀의 단편소설과 1,000단어 이내의 짧은 단편 소설인 ‘플래시 픽션’은 전 세계 100여 개 저널에 소개되고 있으며, 바스 플래시 픽션 어워드(Bath Flash Fiction Award) 1위, 푸시카트 상(Pushcart Prize) 후보에 오르는 등 작가로서의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주의 노퍽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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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77

출판사 리뷰

“여성의 목소리 같은 건 듣지 않는 세상”
그들이 빼앗긴 것은 목소리만이 아니었다


결혼 17년 차, 네 명의 자녀를 둔 진 매클렐런. 그녀는 남편 패트릭과 네 명이 아이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다. 서로의 학교생활을 궁금해하고, 적응은 잘하고 있는지 질문을 주고받는 평범한 가족의 평범한 저녁 식사 자리다. 단 한 가지, 남편과 아들들의 목소리만 들린다는 걸 빼면. 진과 그녀의 막내딸 소니아는 남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저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는 목소리가 없었다. 한창 말 연습을 해야 할 어린아이부터 뇌의 손상으로 인해 언어를 잃어버린 노인까지, 여자라면 누구나 손목에 ‘카운터’를 차고 하루 100단어까지만 말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들이 101번째 단어를 말하는 순간, 손목에는 전기 충격이 가해지고 카운터의 숫자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충격의 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카운터는 말 많은 여성들의 손목에 화상을 입히거나, 심한 경우 기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성들이 빼앗긴 것은 목소리뿐이 아니었다. 언어학 박사였던 진 매클렐런은 손목에 카운터를 차는 순간부터 ‘박사’라는 호칭을 박탈당한 채 그저 엄마, 아내, 주부로만 살고 있다. 투표권은 물론 부당한 것에 반대하고 저항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사라졌다. 모든 결정과 선택은 신과, 신이 만든 남자들의 뜻대로 이루어질 뿐이다. 하루 100단어 이하로 말한 지 1년이 넘은 어느 날, 대통령이 보낸 ‘그들’이 진을 찾아온다. 사고로 인해 언어능력을 상실한 대통령의 형을 위해 베르니케 실어증 연구를 계속하라는 압박과 함께.

진 매클렐런은 반강제로 연구를 재개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계획을 알게 된다. 대통령은 형의 언어능력을 회복시키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사실 그의 사고가 진실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그저 진의 연구 결과인 ‘베르니케 혈청’을 이용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올바른 세상, 더 근본적인 의미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계획만 있을 뿐이다.

동시에 진은, ‘베르니케 혈청’을 이용하여 정부의 계획을 저지하고, 망가진 세상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깨닫는다. 그동안 여성들을 억압하는 세상에 소심한 반항만을 하던 그녀는 ‘작은 것부터 행동하라’고 외치던 옛 친구 재키의 말대로 자신의 움직임이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녀는 연구를 진행해나가며 빼앗긴 목소리, 망가진 결혼생활, 세뇌당한 큰아들 스티븐…, 이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무엇보다 이런 세상에서 여성으로 살아가야 할 막내딸 소니아를 위해 끊임없이 커져가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대통령이 연구팀을 압박할수록 그녀 내면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원하는 결과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정부에 대한 저항심도 커져만 간다. 그로 인해 정부를 위해 일하는 남편 패트릭과 진의 관계는 끝을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지고, 여성들과 정부와의 관계 역시 지뢰밭을 향해 폭주하듯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쥐나 토끼뿐만 아니라 유인원까지 실험 대상으로 삼던 정부는 급기야 베르니케 혈청을 손아귀에 넣게 되고, 인간까지 실험 대상으로 생각하는데…. 대체 그들은 무엇을 실험하고 싶은 것이며,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더 올바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꼭꼭 눌러왔던 목소리와 대면한 진, 그리고 억압받아온 여성들은 과연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지적이고, 긴장감 넘치며, 도발적이면서도 매우 불안하다.
위대한 소설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1984』 『시녀이야기』를 뛰어넘는 현실감
‘코앞에 다가온 듯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


크리스티나 달처가 그려낸 디스토피아는 조지 오웰, 마거릿 애트우드의 그것보다 조금 덜 새롭고 덜 환상적이다. 그래서일까, 지금 당장 우리 앞에 닥쳐온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현실적인 설정은 그만큼 더 소름 끼치는 상황을 보여준다.

하루 100단어 제한을 두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입을 닫게 만든 대통령과 ‘순수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세뇌당한 남성들. 국가의 주요 사안을 관장하는 기관뿐만 아니라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모든 ‘일자리’에서 내쫓기고 집 안에 갇힌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갓 대학을 졸업한 남성들도 모자라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미성년 남학생들까지 노동을 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과 파격적인 혜택을 뿌려대는 정부. 이렇게까지 해가며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올바른 세상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한때, 그러니까 하루 100단어라는 법령이 처음 시행되었을 때 여성을 향한 억압과 차별에 함께 분노하고 저항했던 남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들 모두가 세뇌 당했을 때쯤, 그러니까 카운터가 여성들의 손목에 채워진 지 1년이 넘은 시점의 모습을 그린다. 그리 길지 않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남성들은 놀랍도록 빠르게 적응했다. 초반에는 여성들이 발언하는 모습에 약간의 불편함만 느꼈을 그들은 곧 ‘시끄럽다’고 여기기 시작했고, 여성들에게 더 깊은 침묵을 강요했다. 소설은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억압과 통제를 받아온 그들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시점, 남성에 대한 불신이 정점을 찍게 되는 바로 그 시점을 보여준다.

만약 우리 앞에 정말 이런 세상이 닥쳐온다면? 이에 대한 답은 어렵게 상상하지 않아도 금방 떠올릴 수 있다. 한국소설 『82년생 김지영』 속 주인공 김지영은 기억할 수 있는 대부분의 순간마다 본의 아니게 침묵하며 살아왔다. 길 가다 변태를 마주쳐도, ‘한남’에게 해코지를 당해도, 사회생활 중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여자가 돼서, 여자니까, 여자라서’ 죄인 취급 받아온 수많은 김지영을 우리는 이미 많이 보아왔다. 그들은 하루 100단어 제한이나 ‘카운터’ 따위 없이도 입을 닫아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산 것이다.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에서 목소리를 빼앗기고 가부장제의 철창 안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이 빅 브라더의 감시보다, 여성을 걸어 다니는 자궁 취급하는 것보다 수월하게 상상 가능하지만, 훨씬 더 소름끼치는 이유는 미래가 아닌 과거를 역행하는 듯한 세상을 그렸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 여성이 남자의 말에 복종하고 남자의 뜻에 순종하며 살던 시대로 돌아간다니. 얼마나 끔찍한 퇴보인가.

결국 이 소설 속 여성들은 침묵하지 않는 것을 뛰어넘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진의 딸 소니아와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은 ‘본의 아니게 입을 닫아버리게 되는 세상’에서 어떻게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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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이렇게 현실적인 디스토피아라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지* | 2020-03-20

 

" '여자는 투표할 수 없지만, 자기만의 영역이 있으며, 놀라운 책임감과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여자는 신성한 가정의 수호신이다......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집안의 천사라는 위치가 여자에게 주어진 가장 거룩하고, 가장 책임감 있고, 여왕 같은 자리라는 걸 더 깊이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더 높은 어떤 것에 대한 모든 야망을 버려야 한다. 평범한 인간들에게는 그렇게 높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존 밀튼 윌리엄스 목사.' 들으셨죠? 엄마는 여왕 같은 존재예요."
"끔찍하구나."       p.89

 

여기, 모든 여성이 하루에 100단어만 말할 수 있도록 통제된 세상이 있다. 모든 여성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손목에 단어 카운터를 차고 있어야 했다. 은색 장치의 숫자가 초기화는 자정에 되었고, 다음 날이 되면 새로운 할당량으로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만약 카운터의 숫자가 세 자릿수를 넘게 되면, 손목에 전기 충격이 가해지고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충격의 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것은 심한 경우에 화상을 입히거나, 기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여성들은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 갔다. 하지만 그들이 빼앗긴 것은 목소리만이 아니었다.

 

국민을 고분고분한 양처럼 길들이고 싶어 하는 대통령과 모든 사람이 성경 교리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 목사가 권력을 장악해, '순수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권리를 하나씩 빼앗기 시작한다. 텔레비전과 신문은 오직 정부 정책을 찬양하는 방송만 내보낼 뿐이었고, 여성들은 직업을 잃고 집에서 가사 일만 해야 했다. 신경학과 언어학의 권위자인 진 매클렐런 박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의사인 남편 패트릭은 대통령의 과학 고문이었는데, 한때 믿고 의지했던 그도 언젠가부터 정부 정책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들에겐 네 명의 아이가 있었는데, 첫째인 스티븐은 열다섯 살이었고, 쌍둥이 샘과 레오는 열한 살, 그리고 막내 소니아는 여섯 살이었다. 딸인 소니아 역시 손목에 단어 카운터를 차야 했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모여 먹는 저녁 식사 내내 아들 녀석들은 시시콜콜한 일들을 떠들어댔지만, 소니아는 일상 얘기를 늘어놓는 데 단어를 낭비하지 않았다. 진은 소니아가 이런 삶을 정상이라고 여기며 자라는 게 두렵다.

 

 

"진, 머릿속에 새겨야 해요. 당신 여자들은 믿을 수 없으니까요. 이제 세상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아요. 50년대를 떠올려봐요. 모든 게 괜찮았잖아요. 좋은 집에, 멋진 차가 있는 차고에, 식탁 위에는 늘 음식이 있었죠. 모든 일이 얼마나 순조로웠다고요! 우리는 여성 노동자가 필요 없었어요. 당신이 이 모든 분노를 극복하면 알게 될 겁니다. 더 나아질 거라고 깨닫게 될 거예요. 당신 애들한테도 더 좋은 일이죠."    p.277

 

여자들이 하루 100단어 이하로 말하게 된 지 1년이 넘은 어느 날, 대통령이 보낸 ‘그들’이 진을 찾아온다. 대통령의 형이 사고로 인해 뇌에 이상이 생겼고, 의식은 있지만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거였다. 그래서 언어능력을 상실한 대통령의 형을 위해 베르니케 실어증 연구를 재개해달라는 부탁을 가장한 명령을 하러 온 것이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진은 카운터를 빼고 있어도 된다는 조건과 최신 시설의 연구소와 필요한 모든 자금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진은 다시 연구가 하고 싶었고, 딸의 팔목에서 카운터를 잠시라도 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결국 진은 수락하는 조건으로 어린 딸 소니아를 침묵으로부터 해방시켜 주기로 하고, 예전 동료들과 함께 연구를 재개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진짜 계획'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정부의 계획을 저지하고, 망가진 세상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그 동안 여성들을 억압하는 세상에 소심한 반항만을 하던 그녀는 과연 목소리를 되찾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대부분의 디스토피아 작품들이 근 미래 혹은 아주 먼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비해, 이 작품은 현실 세계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처럼 생생하고, 현대적이다. 크리스티나 달처가 그리고 있는 디스토피아는 우리가 평등에 무관심할 때 세상이 어떻게 참혹해질 수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놀랍도록 충격적이다. 여성을 향한 억압과 차별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분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행동하지 않고, 침묵이나 방관을 선택하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무시무시한 경종을 울려대고 있는 소설이니 말이다. 특히나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그러한 모든 통제된 것들이 당연하다고 믿고, 세뇌 당하는 진의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슬프고, 오싹했다. 모든 결정과 선택은 신과, 신이 만든 남자들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세상 속에서 어른이 될 아이들의 모습이 막막하고, 암담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렇게 극단적인 세상의 모습 속에서,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엿보인다는 점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본의 아니게 입을 닫아버리게 되는 세상’에서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야 할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수작이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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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언어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뻑* | 2020-03-09

해결할 일이 있어서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지냈다. 여기저기 통화를 하고 틈틈이 문자를 확인하면서 답장을 보냈다. 언어가 없었다면, 언어를 사용할 수 없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일상은 어떻게 될까? 인간으로 당연하게 누릴 자유를 억압당하고, 하루에 쓸 수 있는 말을 100단어로 제한당한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 소설 속 여성들의 삶이 마치 언젠가 다른 세대가 겪었던 모습인 것만 같다. 어쩌면 어느 날의 우리가 당하게 될 현실 속 불평등과 불합리 같다. 읽는 내내 손목이 꽉 조일만큼 답답한 가슴의 매클렐런이 된 것만 같았다.

 

 

지금 상황은 이렇다. 우리는 하루에 100단어만 말할 수 있다. 책도 모두 빼앗겼다. 그들은 글자가 있는 모든 것을 책으로 간주했다. 심지어 줄리아 차일드(Julia Child)의 책을 복사한 오래된 원고부터 친구가 장난삼아 결혼 선물로 준 빨간 체크무늬 표지의 낡은 요리책까지, 소니아가 손댈 수 없는 수납장에 갇혀 있다. 분명 내 책들이지만, 나 역시 그 책에 손댈 수 없었다. 패트릭은 마치 운동 기구처럼 수납장 열쇠 외에도 각종 열쇠를 한 덩어리로 묶어 들고 다녔다. (31페이지)

 

여자들은 하루에 100단어만 말할 수 있다. 매클렐런은 결혼한 지 17년 되었고, 아들 셋과 딸 하나가 있다. 남편 패트릭은 좋은 사람이다. 누가 봐도 다정한 가족들이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맞이하는 저녁 식사 자리의 화기애애함이 넘쳐흐른다. 조금 이상한 것 하나만 빼고는. 식탁 위에서 들리는 소리는 남편과 아들들의 목소리뿐이다. 매클렐런과 딸 소니아는 조용히 식사를 할 뿐이다. 하루에 정해진 100단어가 초과하는 순간, 손목에 달린 카운터에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 카운터의 숫자가 하나씩 더 올라갈 때마다 전기 충격의 강도는 높아진다. 손목에는 화상 자국이 생기고, 심한 경우 기절까지 한다. 그 공포를 아는 매클렐런은 카운터의 숫자가 100에 가까워져 왔다는 걸 알고 말을 아낀다. 딸 소니아는 카운터의 기능과 역할을 잘 알지 못하지만, 한 가지는 안다. 말을 많이 하면 안 된다는 것. 말을 안 할수록 좋다는 것. 그러니 매클렐런 집의 저녁 식탁 분위기가 어떤지 상상이 되지 않는가? 아들 셋과 남편의 목소리는 자유롭고 하고 싶은 모든 말을 한다. 시시콜콜, 미주알고주알. 하루 사용할 단어의 차감에 대해 두려움이 없이 말이다.

 

나라는 '순수'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삶을 정의했다. 하나님 아래 남성, 남성 아래 여성. 순수한 인간이란, 순수한 여성이란 남편의 말에 복종하고, 가정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 살림에 몰두해야 하며, 나쁜 말을 쓰지 않고, 사회에 나오지 않으며, 개인적인 교류나 의사를 나누는 것은 차단해야 한다. 오직 가정 안에서, 남편의 말에 복종하며 살아가는 게 좋은 거다. 나라는 '순수운동'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여성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고 남편에게 귀속했다. 남편은 국가가 마련해주는 일을 하고 돈을 번다. 국가는 남성의 모든 것을 관리할 자격을 가졌다. 그리고 국가는 남성이 관리하는 여성의 권리도 가졌다. 여성에게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 그저 먹고 싸고 자는, 최소한의 생리현상을 누릴 수 있을 뿐이다.

 

"여성은 침묵을 지키고 복종하는 존재이다. 만약 우리가 배워야 한다면, 집안의 가장인 남편에게 물어본다. 신이 정해준 남성의 지도력에 여성이 의문을 제기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139페이지)

 

이런 생활을 한 번이라도 상상한 적이 없다. 그러니 이런 나라가 될 거라는 상상도 한 적이 없다. 내가 사는 이곳이, 여성에게 하루 단어 100개만 허락한다면, 나는 살아갈 수 있을까? 오늘 하루만 해도, 아니, 1분 사이에 내가 한 말은 100단어가 넘고도 남는다. 무엇이 여성의 말에 제한을 걸게 했으며, 여성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게 하는지 궁금했다. 소설 속에서는 그 근거가 성경이 된다. 성경 말씀을 근거로 여성이 남성의 갈비뼈 하나로 태어난 것을 강조하면서, 남성의 세상 안에서 여성은 그저 아이를 낳는 생산 도구, 그들의 후손을 번식하거나 일상의 편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만든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에서도 성경을 바탕으로 여성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고 애를 낳는 도구로만 존재 이유를 주었는데, 그놈의 성경이란 참...)

 

왜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생각하다가, 매클렐런의 친구이자 페미니스트인 재키를 떠올리게 된다. 세상의 부당함과 부조리함, 잘못된 정치를 향한 쓴소리,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는 정책과 국가의 의도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를 멈추지 않는 그녀였다. 주변의 사람들은 둘로 나뉜다. 저 정도가 뭐 어쨌다고, 아니면 우리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내거나. 재키는 후자였다. 그러다가 실종됐다. 아마 국가의 정책에 반항하고 사람들(여성들)을 선동하는 그녀를 제거해야만 했겠지. 그럼 매클렐런은 어떤 여성이었을까? 처음에는 재키의 행동과 말이 과하다고 여겼다. 그러다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재키와 함께 목소리를 냈다. 그런 활동이 점점 지쳐갈 무렵, 남편의 걱정스러운 한 마디에 집회 참석을 그만둔다. 그리고 세상은 고요해졌다. 권리를 찾으려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모든 여성의 손목에는 카운터가 채워졌고, 하루 100단어의 카운터가 자정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일하던 여성들의 자리는 사라졌고, 여성들의 돈은 남편의 계좌로 이체된다. 여성의 여권은 소멸하였고, 외국으로 여행도 불가능해졌다. 미래의 어느 날, 미국의 모습이다.

 

매클렐런이 목소리를 내고 해동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이유는 딸 소니아 때문이기도 하고, 그녀의 사랑 로렌조 때문이기도 하다. 마음대로 이혼할 수도 없고 사랑할 수도 없는 세상, 불륜이나 동성애를 저지른 이들에게 가해진 충격적인 형벌의 끔찍함을 알아서다. 무엇보다, 말을 배우고 자기 의견을 말할 줄 알면서 성장해야 할 딸 소니아의 미래가 절망적이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소니아는 지금보다 더 억압받는 세상에서, 마치 그런 세상이 당연한 듯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신경과 언어를 연구하는 그녀의 과거 능력이 다시 필요해진 정부가 일시적으로 그녀의 카운터를 해제해주었지만, 그녀는 안다. 이 실험이 끝나면 다시 그녀는 카운터 속에 단어가 갇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끔찍하게도 이 실험의 목적이 그녀가 생각했던 좋은 의도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 순간, 더는 참지 못했다. 지금도 부당한 세상, 여성이란 존재에게 생명을 주지 않는 그들만의 낙원을 이제는 끝내야만 했다.

 

목소리를 뺏긴 것뿐이지 않으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소리를 뺏기니 모든 것을 뺏긴 세상이었다. 아무것도 주장할 수 없었다. 무엇이 옳은지 제대로 설명할 수조차 없었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세상은 점점 여성들의 목소리가 아예 사라진,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앞서 만난 같은 주제의 소설들과 무엇이 다를까 하는 것만 찾아보려고 했다. 비슷한 이야기를 굳이 또 만나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읽다 보니 조금씩 보이는 건, 매클렐런이 지난 이야기를 현재 안에서 하나씩 꺼낼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 재키의 말이었다. 그녀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권리를 주장하고 외쳤다. 틀린 것을 수정하려고 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모이고, 나아가고, 소리쳐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삶을 조금씩 파먹으며 묻으려고 하는 국가의 의도를 그녀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싸우다가 목소리를 잃고 삶을 잃었겠지. 소설의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재키라는 인물은 어쩌면 이 소설이 존재하기 위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이유, 잘못되어가는 세상을 향한 경고,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멈추지 말아야 하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 재키가 매클렐런에게 다 하지 못했던 말들은 아마 이런 말들이었을 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야."

로렌조가 말했다. 하지만 내 잘못이 맞다. 다만 내 잘못은 목요일에 모건의 계약서가 서명했을 때 시작된 게 아니다. 20년 전에 시작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투표하지 않았을 때부터.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시위에 참여하거나 포스터를 만들거나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 수 없다고 재키에게 수없이 말했었던 그때부터였다. (348페이지)

 

여성의 목소리가 없는 세상을 만들려는 이들. 환상적이지만, 현실의 한구석도 닮아 있어서 겁이 나는 이야기다. 여성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어린 남자애들까지 노동의 현장에 투입된다. 국가가 보장한 미래를 꿈꾸며 따르지만, 국가는 언제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는 세상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이 보장한 미래도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들이 억압하고 차별하려는 여성은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똑같은 인간일 뿐인데, 왜 여성을 사회에서 밀어내면서 순수 운운하며 존재하지 않는 인간 취급을 하는지. 어쩌면 그건 여성이나, 여성의 존재와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국가가 말하는 대로 세뇌되어가는 남자들이 적응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여자니까, 여자는' 이런 이유로 거부당하는 일상의 면면에 경종을 울린다. 가상의 세상을 말하고 있지만, 가상의 공간에서만 머무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너무 잘 알아서. 그래서 두렵고 어렵고 무서운 이야기다. 인간이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이유를 한 여성의 간절한 목소리로 대신 전한다. 손목에 채워진 카운터의 빈자리, 전기 충격으로 검게 타버린 늘어진 그 손을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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