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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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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채운 | 북드라망 | 2013년 05월 20일 리뷰 총점8.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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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3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98g | 145*210*30mm
ISBN13 9788997969227
ISBN10 8997969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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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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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저 : 채운 (본명 : 윤세진)
1970년에 태어났다. 십대에는 잠깐 ‘훌륭한 화가’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오래지 않아 알게 됐다. 별 재능도 없을뿐더러,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해놓은 걸 요리조리 살피고 글로 풀어내는 일을 더 흥미로워 한다는 걸.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공부가 깊어질수록 알게 된 사실 또 하나. 모든 고귀하고 훌륭한 것은 ‘예술적’이라는 것! 비예술의 지대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예술적인 ... 1970년에 태어났다.

십대에는 잠깐 ‘훌륭한 화가’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오래지 않아 알게 됐다. 별 재능도 없을뿐더러,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해놓은 걸 요리조리 살피고 글로 풀어내는 일을 더 흥미로워 한다는 걸.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공부가 깊어질수록 알게 된 사실 또 하나. 모든 고귀하고 훌륭한 것은 ‘예술적’이라는 것! 비예술의 지대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예술적인 것’의 의미를 새롭게 터득한 셈이다.

마흔이 넘고 나니, 이제껏 공부해 온 것들이 이렇게 저렇게 조금씩 짜이기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또 어느 틈엔가 구멍에 빠지겠지만, 뭐 그런대도 별 두려움은 없다. 지금은 그저 지금으로 충분하다. 공부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많고, 함께 공부할 벗들이 곁에 있으니. 2013년 여름, 몇몇 벗들과 작은 공간을 열었다. ‘고전비평공간 규문(奎文)’(http://qmun.org) 이 그것. 다른 욕심은 없다. 나와 나의 벗들이 공부의 참맛을 알게 되었으면. 그 힘으로 무소의 뿔처럼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 가지 더. 능력이 된다면, 우리의 말과 글로 미지의 벗들에게 공부의 기쁨을 전염시킬 수 있었으면!^^

글쓰고 강의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공부를 해서 뭘 할 수 있냐, 공부를 하면 뭐가 좋으냐고. 이제 알 것 같다. 공부는 뭘 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모든 것임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능력이고 기쁨이다.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근대가 화두였다. 근대를 좀더 멀리서 조망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동서양 고전을 읽기 시작했다. 신천지를 만난 듯했다. 이 공부를 언제 다 하나 싶은 막막함과, 평생을 공부해도 지루하지 않겠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이때부터가 내 공부의 황금시대라 할 수 있겠다. 천지가 공부할 것들로 가득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공부할 게 없어서 지치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 앞으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동서양 담론들을 횡단하면서 텍스트를 재독해하고, 개념과 사유를 현재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어렵고 힘들 것이다. 그래도 함께 공부하는 스승과 벗들이 있으니, 다행이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술’ 개념의 탄생과 근대적 미술인식」을 비롯한 근대미술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대학 시절, 문학은 평생 공부할 만한 것이 못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들어 문득, 문학이 내 글쓰기와 사고방식에 톡톡한 영향을 미쳤음을 깨닫는다. 남산강학원에서 하는 공부는 잡다한 편이다. '횡단적 공부'쯤으로 미화할 수 있겠다. 동서양 철학을 횡단하면서 문제들을 새롭게 구성하고, 다른 글쓰기를 시도하려 분투 중이다. 이후의 작업은 이 좌충우돌 고군분투의 산물이 될 듯하다.

지은 책으로는 『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2007), 『예술의 달인, 호모 아르텍스』(2007), 『근대와 만난 미술과 도시』(공저, 2008),『재현이란 무엇인가』, 『느낀다는 것』,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이 있고, 남산강학원 친구들과 함께 『고전 톡톡』과 『인물 톡톡』을 기획하고 썼다. 옮긴 책으로는 『에드바르 뭉크·세기말 영혼의 초상』(2008)이 있다. 현재 서울대와 강원대에서 강사로 활동하면서 연구 공간 수유+너머에 연구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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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가장 조용하고 가장 정적인, 하지만 가장 강렬한
나의 글이 나의 저항이다!
―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달랐던 글쓰기의 달인 이옥을 읽는다


섬세한 관찰과 감수성의 소유자, “붓 끝에 혀가 달렸다”라고 할 만한 글재주꾼. 관운은 꽉 막히고, 세심한 성격에 그저 글쓰는 재주 하나. 그러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뚝심 하나는 제대로 갖춘 외골수 아티스트. 흡사 문학한다는 친구들이 종종 그러하듯, 그는 평소에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술자리에 가면 반드시 만날 수 있는 그런 유다. 물론 어울려 떠드는 성격은 아니다. 그저 말없이 구석에 앉아 연신 담배를 피워 댈 뿐이다. 그러나 그날 술자리의 분위기라든가 다른 사람들의 행동거지와 특징은 기가 막히게 기억하고 있다가 글 곳곳에 풀어 놓는다. 세상이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앞장서서 개혁을 외치는 그런 유의 인간도 아니다. 뒤에서 소리 없이, 자신이 쓸 수 있는 걸 쓸 뿐이다. 원하는 게 별로 없으니 타인의 시선이나 평판에 휘둘릴 리 없고, 구차하게 사느니보단 아무것도 없이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 오로지 읽고 쓰는 일, 그게 전부인 자.- pp.36-37

이 사람이 바로 이옥(李鈺, 1760~1815)이다. 18세기 말 조선의 문장가, 간혹 ‘문체반정의 희생자’로 혹은 조선 후기 ‘여성적 글쓰기’의 표본으로 그를 떠올리는 이도 있지만 대개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잊혀진 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성장과정이라든가 사승관계, 교우관계를 뚜렷이 알려주는 기록이 거의 없다. 알려진 것이라곤 효령대군 11대손, 당색은 소북(小北), 벗으로 1797년 유언비어 사건에 연루된 김려와 강이천(姜彛天)이 있다는 것 정도. 서자(庶子) 가문에서 태어나 칠전팔기 끝에 간신히 과거에 합격했으나 답안지에 새로운 문체인 ‘소품체’(小品體)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당시 군주였던 정조(正祖)의 화받이가 되어 유배지를 전전하며 “오로지 읽고 쓰는 일”만 하였음에도 스스로 변변찮은 문집 하나 정리해 놓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지금 우리가 그의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절친, 김려 덕분이다. 이옥이 죽은 뒤 그의 아들(이우태)이 김려에게 들고 온 원고뭉치를 김려가 일일이 필사하고 편집하여 자신의 문집 『담정총서』(潭庭叢書)에 끼워 넣었던 것. 1970년대에야 이옥의 글이 겨우 번역되기 시작했기에 아직은 그에 대해 밝혀진 사실도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러니 “소신을 굽히지 않는 뚝심 하나는 제대로 갖춘 외골수 아티스트”와 같은 새로운 이름으로 그를 호명하는 자리도 아마 이 책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가 처음일 것이다.

이 책은 200여 년 전 조선의 한미한 유생(儒生) 이옥이 일으킨 ‘감수성의 혁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감수성이란 단순히 어떤 마음의 상태를 지시하는 게 아니라, 코드화되지 않은 것들, 식별불가능한 힘들의 포착과 감지요, 새로운 언어의 용법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21쪽) 이 새로운 기운, 감수성이 흘러넘치는 이옥의 글을 정조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옥은 내쳐짐과 동시에 잊혀졌다. 하지만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고, 이옥 본인이 전적으로 의도한 바도 아니었으나 이옥으로부터 시작된 ‘감수성의 혁명’은 시대를 거슬러 ‘글쓰기와 반시대성’이라는 “고래”(「책머리에」의 이누이트족 고래사냥 이야기 참조)가 되어 지은이 채운을 찾았다. “자신을 내어주기 위해 날 찾아온 고래를 그냥 보내는 건 도리가 아니란 생각 때문”에 완성될 수 있었던 이 글쓰기(책)는 “그(이옥)가 애처로운 희생양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삶의 부침 속에서 보여 준 기이한 용기,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일관된 어떤 태도가 주는 묘한 감동”(188쪽)에서 비롯됐다.

내 스타일 대로 쓰라는 정조, 내 멋대로 쓰겠다는 이옥
이옥의 “일관된 태도”란 끝내 회개하지 않은 것. 주지하다시피 “순정한 문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정조 스타일’을 구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옥은 정조의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40쪽) 이것이 그를 문체반정(文體反正)의 희생양이라 부르는 이유다. 정조는 이옥의 소품체를 세 번이나 지적하고 그때마다 그에 따른 벌과 그의 문체를 고치기 위한 숙제를 냈지만 별무소용. “이옥은 회개하지 않음으로써 시대의 균열인 채로, 소요와 불안의 상태로 머물렀다.”(46쪽) 정조가 가장 참을 수 없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정조 스스로도 감지한바, 조선왕조의 근간이 되어 온 주자학적 질서는 명의 몰락에서부터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청으로부터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사상과 문장을 담은 책들이 조선으로 들어왔고, 그를 받아들인 지식인 사이에서도 새로운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 욕망이 여기저기서 새로운 글쓰기로 표출되고 있던 가운데 정조는 더 이상 성리학적 세계가 지속될 수 없음을 감지했고 그럴수록 그것을 지속시키려 매달렸다. 이 와중에 마침 한미한 유생 이옥이 정조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어 ‘소품체 구사자의 최후’라는 시범 케이스가 됐던 것.

정조가 자신을 ‘찍었거나’ 말거나, 과거를 볼 수 없게 되고 충군(充軍)의 명에 따라 사실상 유배를 가게 되었거나 말거나, 해배가 되었거나 말거나 그래도 이옥은 쓴다. 정조가 쓰라는 대로가 아닌 자신이 쓰고 싶은 대로, 또 보라는 대로가 아닌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사실 그는 그것밖에는 할 수가 없다. 그가 벌레, 풀, 과일, 동물 등등의 천지미물과 교감하며 그것에 대한 기록을 남긴 『백운필』(白雲筆)의 서문에서 그는 바깥으로 가고 싶지만, 자고 싶지만, 글을 낭독하고 싶지만, 책을 읽고 싶지만,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력을 길게 나열한다. 하지만 이러한 무능력은 곧 새로운 능력으로 반전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 사실이 다른 글쓰기를, 다른 표현을 모색하게 하는 것.”(260쪽) 그는 ‘부득이하게’ 새, 물고기, 짐승, 꽃, 벌레, 곡식, 과일, 채소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에 어떤 주제나 교훈, 사상적 깊이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한없이 가볍다. 자신이 속해 있던 지반을 떠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갖추어진 셈.

글쓰기, 나를 버리는 낯선 세계로의 여행
눈에 보이지 않는 성리의 세계보다는 눈앞에 날아다니는 벌레나 마당의 풀을 노래했던 그였기에 인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몰락했다고는 하나 명색이 사대부인 그가 기록으로 남긴 사람들은 한마디로 ‘시정잡배’들이다. 한밤중에 통곡을 했다는 북방의 기녀며 도둑, 사기꾼, 남사당패, 바둑을 잘 두는 사람, 위조화폐를 만드는 사람, 거렁뱅이 음식평론가 등등. 유배 중에도 끊임없이 ‘목민관’이라는 정체성을 지켜냈던 다산과 달리, “이옥은 유배 중에 듣고 본 마이너리티의 삶을 통해 ‘남성 지식인’이라는 정체성을 지워 나간다.” - p.260

‘남성 지식인’의 정체성으로부터 탈주한 그가 도달한 지점은 ‘정’(情)과 ‘욕’(欲)의 세계. 그는 말한다. “대저 천지만물에 대한 관찰은 사람을 관찰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고, 사람에 대한 관찰은 정을 살펴보는 것보다 더 묘한 것이 없고, 정에 대한 관찰은 남녀의 정을 살펴보는 것보다 더 진실된 것이 없다”(114쪽, 『이언』俚諺 중 「이난」二難)고. 이옥이 도발적인 것은 지금-여기에서 발하는 정을 중시할 뿐, 여느 사대부들처럼 본연지성의 회복이나 순선치 못한 정을 다스리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하여 그는 유교사회에서 손가락질 받아 마땅한 오십대 퇴기와 이십대 청년의 로맨스를 기록하고, 시집갈 날을 받아놓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노처녀의 마음을 묘사하고, 남편을 아홉이나 둔 여자에 대해 적어 둔다. 존재를 뿌리째 흔드는 욕망과 함께 작동하는 정의 세계는 이념과 대의라는 구심점으로 운동하는 남성들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세계. ‘남성 지식인’의 영토에서 탈주한 이옥은 가볍게 여성의 영토로 건너가 스스로 ‘여성-되기’를 자처한다. 그는 결코 어느 한 점에 머무르는 법이 없다. 수숫대 속 벌레가 되기도 하고, 거미나 벼룩, 가라지나 배추가 되기도 하며, 시장의 협잡꾼도 되었다가 난봉꾼의 아내가 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갖고 태어난 모든 정체성을 지우고, 모든 생성 중인 삶에 자신을 던지며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느끼고, 다른 것을 썼다.”(261쪽) 지은이 채운의 표현처럼 그렇게 이옥은 “아무도 아닌 자, 그러므로 모두인 자”(113쪽)가 된다.

저항할 것인가, 복종할 것인가
조선이 마지막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18세기 말 정조 시대, 연암과 다산처럼 한 시대를 온전히 밝혀낸 별들과 달리 이옥이라는 별은 작고 초라하다. 하지만 그를 빼놓고는 1792년의 문체반정에 대해 말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문체반정은 반드시 이옥과 함께 이야기되어야 한다. 문체반정은 군주의 정치권력 행사가 아닌, 조선의 전통적 글쓰기 담론에 심각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하나의 징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옥은 그 낡은 글쓰기로부터 미세하면서 재빠르게 또 끝까지 도주하면서 문체반정을 실패하게 만들었다. 그는 정조에게 빌지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또는 자기 글의 정당성을 따지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쓸 뿐이었다. 북쪽 변방의 기녀가 한밤중 통곡한 사연에 대해, 옥심·향심처럼 ‘심’(心) 자가 많이 들어가는 경상도 지방 여인들의 이름에 대해, 꿈틀거리는 벌레와 매미의 울음에 대해, 도둑들의 은어에서부터 집 앞마당의 잡초나 자신이 좋아하는 상추쌈과 날마다 다른 맛을 선사해 주는 담배, 굽이치는 계곡물, 송광사의 오백나한에 대해……. 그는 자신이 격(格)하지 못하는 성리(性理)의 세계를 남들 어깨 너머로 베껴 쓰느니 자신이 감(感)한 세계에 대해서만 쓰기로 했다. “기뻐하고, 아파하고, 죽고, 울고, 웃고, 버림받고, 사랑하고, 원하고, 원망하는 이들의 삶”(293쪽)에 대한 자신의 공감(共感), 그것이 그의 저항이었다. 그래서 그의 저항은 반시대성과 이어진다. “반시대성이란 단지 시대에 반함을 뜻하는 게 아니라, 자기 시대로부터 질병의 징후를 읽어내는 민감성, 고통받는 인간에 대한 공감”(p.289)을 의미하므로. 또한 그것은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자기 시대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는 동시대성과도 통한다. 사회가 시키는 대로 살지 않으면서도 “함께 살고자” 한 욕망, 그것이 이옥을 자유롭게 그리고 저항하게 했다. 이것이 우리가 이옥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대체 무엇 때문에 읽고 쓰는가?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필연성을 믿기 위해서? 그런 믿음이 필요하다면 굳이 읽고 쓸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가 읽고 쓰는 것은 그런 믿음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가 ‘최선의 시대’임을 거부하기 위해, 아니 ‘최선의 시대’ 같은 게 있을 거라는 믿음을 거부하기 위해, 우리는 읽고, 또 쓴다. 나는 그러기 위해 이옥을 읽는다. - p.188

어떻게 쓸 것인가, 너의 글을 쓸 것인가, 남의 글을 베낄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자유로운 삶을 살 것인가, 사회가 파 놓은 홈대로 살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복종할 것인가. 200년의 시공간을 넘어 우리에게 도달한 이옥의 진정(眞情)이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를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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