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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3년 04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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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402g | 148*210*20mm |
ISBN13 | 9788956991559 |
ISBN10 | 89569915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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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곤 한다. 인생이라는 길고 긴 여정,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하고 또 얼마나 많이 배우고 성장할 것인지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된 것은, 그 여행에도 언젠가는 <끝>이 찾아오리라는 사실이다.
인생의 여정을 경험하며 우리는 수많은 산을 오르고 강을 헤엄치고 바다를 건너며 때론 기쁘고, 때론 아프고, 때론 슬프고, 때론 환호하고, 때론 좌절하면서 저마다 크고 작은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어쩌면 그 감정 변화의 가장 높은 산봉우리는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오르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의 감정상태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죽지만, 누구나 죽음을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아는 이들의 갑작스런 죽음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면서도, 그 순간이 지나면 또 다시 마치 영원한 생을 누릴 것처럼 죽음을 잊고 삶에 치여 살아가곤 하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삶이다.
이 책 <평온한 죽음>은 그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죽음과 맞닥뜨린 사람들이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할지 미리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준비를 돕는 책이다. 그런 점에서 죽음의 두려움과 고통에 맞서기 위한 마음의 베이스 캠프를 만들어주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무조건적인 생명연장만을 위한 고통스런 연명치료를 지양하고 평온사를 가능케하는 재택요양을 권유한다. 사실 한국에서도 안락사 및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점점 더 관심을 얻고 있고, 안락사 중에서도 무의미하고 고통스런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소극적 안락사'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주장은 상당부분에서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낸다.
의사들의 경우, 특히 고통스런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를 많이 보아 온 중환자실의 외과의사들의 경우에는 본인에게 그런 불행이 일어났을 때 절대로 연명치료를 하지 말아달라고 미리 주변에 말해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 외국 의사들 중에는 마치 전시에 병사들이 군번줄을 목에 걸고 죽거나 다쳤을 때 신원확인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처럼, 자신이 불의의 사고로 의사표현을 할 수 없게 되더라도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고 적혀진 목걸이를 항상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평온사. 사실 죽음이 평온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오랜 시간 쉼없이 뛰어주던 심장이 멈추고,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쉬지 않고 산소를 조달해주던 호흡이 한 순간에 멎는 과정이 정말로 평온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다만 그렇게 보이는 것뿐인지는 나 또한 겪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최소한 덜 고통스러운 죽음, 덜 잔혹한 죽음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2009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던 김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소송 사건에서 보듯, 이제 대다수 한국인들의 인식도 평온사를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다만, 그러한 국민적인 인식과는 별개로, 사랑하는 사람이 중병에 걸리거나 죽음을 앞두게 되면 어떻게 해서라도 살려내고 싶다는 일말의 희망, 환자가 고통을 겪더라도 하루라도 더 오래 살게 해서 곁에 두고 싶은 가족들의 욕심, 관행적 연명치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환자의 삶의 질보다는 얼마나 더 오래 살렸는지를 중시하는 의사들의 잘못된 인식 등이 연명치료를 힘들게 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날을 살았느냐가 중요한가, 아니면 그 날들을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한가? 이러한 질문이 바로 재택요양의 중요성을 알리는 이 책의 주장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 질문에는, 양보다는 질이라고, 삶도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보다는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답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스런 연명치료를 받다가 병원에서 마지막까지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평온사에 대한 인식과 현실의 불일치. 그것을 깨뜨려보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정말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앞 둔 상황이 되었을 때, 그를 평온하게 보내줄 것인지, 일말의 희망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고통스런 죽음을 맞게 할 것인지. 우리가 실제로 그런 상황을 맞았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확신하기 힘들다. 본인의 죽음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더 힘들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기에.
이 책은 바로 그 어렵고도 중요한 선택에 조언을 주기 위해 쓰여진 듯 하다. 결국 선택은 우리 각자의 몫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어쩌면 연명치료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의 이기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앞둔 상황이 닥쳤을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선택에 대한 조언을 주면서,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준비하게 해주는 책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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