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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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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는 누구인가?

이기호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04월 15일 리뷰 총점8.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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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3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03쪽 | 510g | 140*210*30mm
ISBN13 9788932023939
ISBN10 89320239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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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짧은소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 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짧은소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 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목양면 방화사건 전말기』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학생들과 함께 소설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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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김 박사는 누구인가?」, p. 129

출판사 리뷰

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태어나는 자리
기억과 기억 사이의 공백, 헛헛하고 곤란한 삶의 여백 메우기

이해되지 않는 기억을 떠받치는, 삶과 ‘이야기’의 역학

우리 시대 젊은 재담꾼 이기호가 세번째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왔다. 신작 소설집 『김 박사는 누구인가?』(문학과지성사, 2013)에는 제1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을 비롯한 여덟 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다. 이번 소설집은 작가가 기억과 기억 사이의 공백을 ‘이야기’로 보수해가면서 삶과 ‘이야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색조를 유지하면서도 서사와 문장의 열기를 유연하게 다스린 점 또한 이전 소설집, 『최순덕 성령 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와 사뭇 달라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빗나갔던 예상들의 궤적을 수정하며 진실에 다가서는 이야기
등장인물들(대학 본부의 임시직 남녀, 우직한 노총각 삼촌, 임용고시 준비생, 각막이식을 받을 전도사, 제자를 구명하려는 교수, 개명을 신청한 어머니와 그 아들, 현대판 노예, 제대한 백수 등)은 모두 어정쩡한 삶 속에서 허둥거리다 자빠지고 만다. 이들은 “짱돌 한 번을 못 던”지고 당하기만 하는 사람들이다. 절실한 순간마다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가기만 하고 과녁은 성난 얼굴로 다가와 현재를 압박한다. 이기호는 그 빗나간 예상들을 주워 모아 다시금 활시위에 메기는 숙연한 자세로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이야기’이되 새로이 만들어서 들려주는 게 아니라 받아 적으면서 기억의 빈자리를 메우는 ‘이야기’다. 진실과 마주하기가 겁나 모른 척 비워두고 변죽만 울리며 지나쳤던 자리가 흔들 수 없는 인과로 재구성되는 순간, 모두가 무력할 수밖에 없었음이 다시 한 번 분명해지고 그 과정에서 독자는 울컥, 뜨거운 연민을 느낀다.

해학과 애환의 절묘한 콜라보레이션
이기호의 등단작 「버니」에서걸핏하면 큰 소리로 “나는 가수가 됩니다!”라고 외쳐 독자를 포복절도케 했던 순희를 기억한다면, 이번에는 부동자세를 취하며 “아닌데요, 괜찮습니다”를 연발하는 기종 씨(「화라지송침」)가 무척 반가울 것이다. 더구나 이 청년은 두루마리 휴지만 보면 어헉! 하며 기겁을 한다. 이 모자라고 엉뚱한 인물은, 후진도 안 되는 고물차(「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나 트렁크 팬티인지 반바지인지 모호한 물건(「내겐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과 함께 독자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기종 씨는 양돈축사에서 구조된 현대판 노예이기 때문이고 고물차는 노총각 삼촌이 사라지면서 남긴 것이기 때문이며 팬티인지 반바지인지가 제대한 백수를 사회에서 소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웃음과 눈물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감정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이 절묘한 콜라보레이션은 딱딱하게 굳은 우리 마음을 어느새 말랑말랑하게 녹여버리고 만다.

독자가 완성하는 DIY(Do It Yourself) 소설!
표제작 「김 박사는 누구인가?」는 교원임용고시에 실패하고 점점 “쓸모없는 인간”이 되는 것 같아 두려운 화자가 김 박사라는 인물과 상담을 주고받으며 전개되는데, 끄트머리에서 느닷없이 작가의 목소리가 등장해 “이제 다들 아셨죠. 김 박사가 누구인지? 자, 그럼 어서 빈칸을 채워주세요”라고 말한다. 실제로 책에도 반 페이지 가량의 여백(129쪽)을 두고 있다. 소설이 무슨 가구도 아니고, 독자(소비자)가 소설(제품)을 써야(만들어야)만 하는 이 상황이 그저 낯설기만 하다. 랩이나 성경의 문체, 최면의 화술 등 워낙 독특한 기법을 구사해온 작가이기에 이번 것도 새로운 시도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빈칸(공백, 여백)이 집요하게 시선을 붙들어 그냥 넘겨버리기가 쉽지 않다. 작품을 되짚어 읽으면서, 다른 작품을 읽다가도 문득 생각나서 자꾸 빈칸을 들여다보게 된다.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제발 상상 좀 하고 살아라”라며 감히 독자를 질타하던 목소리(「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 『최순덕 성령 충만기』)가 환청처럼 들린다.

이야기되지 않는 삶을 찾아서
‘김 박사’가 누구인지, 기종 씨는 왜 두루마리 휴지를 무서워하는지, 삼촌은 ‘똥차’를 두고 어디로 갔는지…… 어쩌면 결코 이야기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김 박사’의 정체 등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어딘가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싹이 조심스럽게 고개 내미는 걸 발견한다면, 그것은 이야기될 수 없는 삶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숭고한 장면과 마주하는 셈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어투를 빌려서 말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으리라. 이야기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삶의 고유함은 이야기될 수 없고 다만 지시될 수 있을 따름이다. 이야기의 종언과도 같은 삶의 여백에서 맞닥뜨리는 이야기의 기원. 어쩌면 이 지점이 이기호의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이야기의 운명’이 아니었을는지._김동식(문학평론가)

우리를 혼란케 하고 있는 기억의 여백들이 사실은 삶에서 가장 빛났을 장면을 가만히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말하려는 “이야기의 운명”이 조금은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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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가슴으로 읽게 되는 이야기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밝*빛 | 2013-10-04

이기호 작가의 ‘김 박사는 누구인가?’를 읽었다. 단편 소설집 한권을 다 읽는 일은 대단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보통 7편 정도가 수록되어 있는데 몇 편 읽다보면 지치기 일쑤다. 그래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된 그리고 한번쯤 더 인정받은 문학상 수상집을 즐겨 본다. (그렇게 오랫동안 단편소설을 습작해온 나도 이러니 다른 사람들은 어떠하겠는가!)

  

 이기호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최순덕 성령 충만기’와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다 읽었지만 고백하자면 대충 읽었다. ‘최순덕 성령 충만기’에 나오는 시봉이던가 그 엉뚱하고 잔인한 친구들은 상대하기가 버거웠다. 이상하게도 이기호 작가의 소설은 재미있지만 읽기 힘든 묘한 구석이 있었다. ‘김박사는 누구인가?’도 그랬다. 틀림없이 재미있는데 뭔가 허덕이게 만드는 힘들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서 허허실실 훑어가며 읽었다. 그렇게 읽다가 그만 턱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작가가 앞다리걸기로 나를 잡아 넘겼다. 아차차 나는 급하게 다시 시작했다. 결코 심심풀이로 읽어버릴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작가의 말은 몇 번이나 들어서 익숙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랩을 하듯 ‘이 무슨 개나리 꽃망울 같은 일인가’, ‘이 무슨 복사씨와 살구씨 같은 일인가’ 하는데 큭큭 웃었다. 그런데 소설을 읽고 나서 다시 작가의 말을 읽는데 그만 목이 콱 메었다. 가끔 그런 경험이 있다. 단편 소설을 읽다 목이 콱 멘다든지 아니면 아예 통곡을 해 버린다든지 하는 일 말이다. ‘김 박사는 누구인가?’는 통곡까지 가지는 않고 목이 메고 눈물이 핑 돌고 말았다. 왜 인지 모르겠다. 그건 읽어야 할 일이다.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과 ‘화라지송침’은 반복해서 읽었고 ‘탄원의 문장’ 과 ‘내겐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은 아주 꼼꼼하게 정독했다. 하지만 역시 두 번 읽어야 최소한 제목의 의미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밀수록 가까워지는’은 어느 날 삼촌이 두고 간 후진하지 못하는 프라이드를 화자가 끌고 다니면서 펼치는 이야기다. 삼촌은 애인처럼 아끼는 프라이드 자동차를 후진이 되지 않도록 일부러 패킹을 제거했다. 왜 그랬을까? ‘화라지송침’은 어린 시절 많은 신세를 진 종조부의 손자 재종형제를 잠시 떠맡은 부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내의 은인집안 형제를 선의로 보살피던 화자의 깨달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모두 독자가 짐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진다. 어느 것 하나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읽는 독자의 마음에 파장이 생긴다. 이런 걸 보고 우리는 좋은 소설이라고 한다.

  

 이기호 작가의 이야기 서술 방식은 말하고자 하는 지점을 직접서술하지 않고 독자를 몰아서 간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양이나 오리가 된 것만 같았다. 이기호 작가가 모는 대는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여기서 잠깐 저기서 잠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틀어주기만 했지 정확히 어디를 가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화라지송침’에서 15년간 양돈사에서 노예 상태로 있던 기봉 씨를 보살피던 화자는 불현듯 아내가 왜 기봉에 대해 쌀쌀맞게 대하고 왜 기봉 씨가 온 이후 자신마저 외면하는지 깨닫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독자가 눈치껏 알아채야 한다. 그래서 두 번 읽고 조금 알아차렸다. ‘선의’라는 이름이 가진 폭력성과 그 선의를 받은 사람의 복잡한 심경을 말이다. 그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마음들을 이기호 작가는 양 몰듯 몰아서 우리에게 보여주었고 그걸 다 본 나는 결국 울컥하고 말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베르나리 키리니의 ‘첫 문장 못 쓰는 남자’는 대단히 논리적이고 계산된 엉뚱한 이야기들이었다. 수학적인 허풍이랄까! 이적이 안 쓰는 뇌를 쓰고 싶을 때 외국 원서를 읽는다고 했는데 나처럼 외국어를 읽기에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 뇌의 안 쓰는 부분을 건드리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그런데 이런 책은 머리로 읽는다. 진짜 머리만 가지고 읽어서 절대 코끝 찡할 일이 없다.(이기호 작가도 사실 엉뚱하기로 치면 누구 못지않다.) 번역서는 머리로 읽고 우리 소설은 가슴으로 읽는다. 모국어가 치고 들어오는 영역은 확실히 다르다. 아, 모국어가 없는 사람은 집이 없는 것과 같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김 박사는 누구인가?’ 꼭 읽어보시라 추천할만한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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