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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정부 간 무기의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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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정부 간 무기의 평등

절차 민주정치 원칙을 다시 생각한다

[ 개정판 ]
최자영 | 헤로도토스 | 2019년 12월 30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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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9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쪽수확인중 | 153*220*32mm
ISBN13 9791196270339
ISBN10 119627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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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최자영(崔滋英)은 경북대학교 문리과대 사학과를 졸업(1976)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석사학위(1979)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1986)하였다. 그리스 국가장학생(1987.4-1991.4)으로 이와니나 대학교 인문대학 역사고고학과에서 「고대 아테네 아레오파고스 의회」로 역사고고학 박사학위(1991.6)를 받았고, 다시 이와니나 대학교 의학대학 보건학부에서 의학박사학위(2016.7)를 취득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최자영(崔滋英)은 경북대학교 문리과대 사학과를 졸업(1976)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석사학위(1979)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1986)하였다. 그리스 국가장학생(1987.4-1991.4)으로 이와니나 대학교 인문대학 역사고고학과에서 「고대 아테네 아레오파고스 의회」로 역사고고학 박사학위(1991.6)를 받았고, 다시 이와니나 대학교 의학대학 보건학부에서 의학박사학위(2016.7)를 취득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로 재직했고(2010-2017), <한국서양고대역사문화학회>의 학회장(2016-2017)을 역임했으며, 현재 ATINER (Athenian Institute for Educa tion and Research: 아테네 소재 연구소)의 역사부 부장, 부미사<부산의미래를준비하는사람들> 공동대표, 10.16부마항쟁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저서로 『고대 아테네 정치제도사』(신서원, 1995)[문화체육관광부 역사부문 우수도서];『고대 그리스 법제사』(아카넷, 2007 [대우학술총서 588 : 2008년 문화체육부 역사부문 우수도서]); Comparative Botano-therapeutics: Traditional Medi cinal Use in the Far-Eastern and Greece (Lambert Academic Publishing, 2017); 역서로는 『러시아 마지막 황제』(송원, 1995), 아리스토텔레스의 <아테네 국가제도> 등을 번역한 『고대 그리스 정치사 사료』[공역: 최자영, 최혜영](신서원, 2003), 이사이오스, 『변론』(안티쿠스, 2011), 크세노폰, 『헬레니카』(아카넷, 2012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509]), 그 외 그리스의 저명한 현대 문학가 안토니스 사마라키스의 작품을 번역한 『손톱자국』(그림글자, 200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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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379-380

출판사 리뷰

‘민주주의’나 ‘공화주의’ 개념은 그 자체로서 가치의 선악, 공정, 정의를 담지하지 않는다. 그저 ‘민(民)'중심이 되고(민주). 또 여럿이 더불어 한다(공화)’는 뜻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 즉 ‘민(民)이 중심’이란 말은 민중(시민)이 주권을 갖는다는 뜻일 뿐이고, 그 결정권을 직접 행사하면 직접민주정치가 된다. 민(民)이 직접 결정을 하면 반드시 좋다, 나쁘다로 획일적으로 말할 수 없고 좋은 결정을 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대의정치도 마찬가지이다. 민중이 직접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표를 뽑아서 대신 하도록 하면 대의정치가 된다. 대의정치는 민중을 ‘대신’하게 한다는 뜻일 뿐, 그 자체가 좋다 나쁘다는 가치를 품는 개념이 아니다. 직접민주정치나 대의정치란 그 어느 쪽이 더 정의롭고 공정하다든가, 어느 쪽이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인지 하는 뜻을 담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의, 공정, 현명함 등과 무관하게 누가 결정권을 가질 때 자신을 위한 정책을 가장 잘 구사할 수 있는지 하는 점이다.

직접민주정치나 대의정치에서 똑같이 결정권자는 각기 자신의 이해관계를 치열한 갈등 속에 전개한다. 지금 정당 간 이해 관계로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듯이, 광장에서는 촛불 부대뿐 아니라 태극기부대가 부대끼고 있다. 민회가 지역에서 열린다면 거기서도 똑같이 서울에서 광화문, 서초에서 벌어지고 있는 충돌이 그대로 재현될 것이다. 그래서 갈등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그 결과로서 결정권을 가진 자들 가운데서 다수결로 결론이 나게 된다.

이해관계가 극도로 갈등하게 될 경우 민회가 지금 대의제로서의 국회보다 나은 게 무엇일까? 그것은 두 가지로 말할 수가 있다. 하나는 지금 국회처럼 중앙 한 곳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분산되어 풀뿌리 민주정치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중앙에 모인 300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체제가 아니라 권력은 각 지역으로 분산되고,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정책을 구사할 수가 있다. 다른 하나는 지금의 국회처럼 유지 상류층이 아니라 서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 자신을 위한 결정을 할 수가 있다. 이런 절차는 대부분 상류층이 모여있는 현재의 국회가 가진 자들을 위해 입법하는 것과 대조가 된다.

민주정치 그 자체로서 정의와 공정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고, 한 절차, 형식으로 파악하는 것은 앞으로의 방향성 설정에 큰 의미를 가진다. 토지공개념, 노동자 권익의 보호, 기본소득제도 등 많은 이상적 제도들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어느 것도 원하는 쪽에서 결정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헛된 소망에 불과하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사법고시 낭인을 없애고자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이명박 정부에서 만들어진 로스쿨은 돈이 많이 들어서 금수저가 아니면 가기 어려운 제도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런 현상은 결정권을 국회에서 틀어잡고 있고, 그 국회 성원은 주로 돈 있는 사회 상류층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안건은 많으나 그것을 결정하는 권한이 없으면 실현할 수 없다.

1.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간 싸움은 결정의 번복이 불가능한 경직된 집권적 권력구조에서 치열하게 전개된다.

촛불 시위가 남다른 것은 정치를 위정자들에게 맡겨두기만 할 것이 아니라 민중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치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가 민중의 뜻을 외면한다”라는 불평은 여전히 수동적인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 번의 거사로 원하는 개혁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또 촛불혁명 자체로서 구체적 변화의 방향이 제시된 것도 아니다. 정부의 권력을 감시하는 것은 주권자 민중이어야 하고, 그 감시를 멈추는 순간 그 주권은 상실하게 마련이다. 그 제도적 기반으로 유신독재 때 빼앗긴 국민개헌발안권부터 쟁취해야 한다. 평화의 촛불이 꺼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 책에서는 민주정치를 논하는 데 절차와 내용 간 대립개념을 제시한다. 내용은 상황, 시대, 시민의 요청에 따라서 가변적이다. 그러나 민중의 뜻을 모으는 방법으로서의 절차 민주주의는 결여할 수 없는 민주정치의 기초가 된다. 그런 점에서 내용보다 절차가 우선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경제적 사회복지정책은 내용에 해당한다. 그 내용에 대한 것은 서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 그 자체를 두고 논쟁을 하면 끝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의제 대신 민중이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은 절차에 해당한다. 결정하는 사람이 달라지면 그 내용도 달라지기 때문에 민중이 결정권을 가지는 제도를 먼저 도모하는 것이다. 지금같이 대의제 국회에서 결정권을 갖는다면 민중을 위한 복지정책은 실로 가결되기 어렵다. 국회의원들 다수가 가진 자들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민중의 결정권을 확보한 다음 나머지는 민주적 방법으로 결정하면 된다. 민중의 결정권만 확보된다면 공산주의나 자본주의체제를 가지고 충돌할 필요도 없어진다. 그 중간 어디쯤인가에서 다수가 원하는 것으로 절충하면 되기 때문이다.

절차 민주정치가 정초되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의 이념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민중의 결정은 극단으로 흐르지 않고 타협을 통해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민중은 과거의 결정을 번복하여 갱신할 수 있는 권리도 갖는다.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간 싸움은 결정의 번복이 불가능한 경직된 집권적 권력구조에서 치열하게 전개된다. 제도의 갱신이 가능하다면 서로 반목하면서 빨갱이(공산주의)나 노랭이(자본주의) 사냥을 할 것 없이 다수결로 다시 결정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빨갱이가 아닌 사람조차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빨갱이 사냥은 권력이 비민주적으로 집중된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권력이 분산(아나키)되어 있다면 결정의 주체가 외연으로 확산되어 다원화 되므로 특정인을 빨갱이로 모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85-86쪽)

2. 어떤 나라도 정부 기관이 개인의 생명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는 공무원 인력이 모자라 자체 인력으로는 발생하는 일을 다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공무원에게는 재량권이란 게 주어진다. 재량권이란 일손이 부족한 공무원이 일에 순서를 정하여 공익 관련이라고 판단되는 사안을 사적인 것에 우선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권한을 말한다. 이른바 사적인 것은 무시해도 되므로, 정부가 국민을 일일이 다 보호하지 못해도 불법이 아닌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무시당하고 피해를 보는 많은 국민이 이 ‘재량권’이 초래하는 어마어마한 공권력의 공백에 대해서 스스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578-579쪽)

어떤 나라도 개인의 생계는 물론 폭력으로부터의 보호를 정부 기관에서 완벽하게 보장하지 않는다. 경찰, 검찰, 법관 등 관료조직이 발생하는 모든 범죄를 다 처리할 만큼 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의 안전을 정부만 믿고 맡겨놓을 수가 없게 된다. 개인의 자기 보호 개념에는 정부 권력 자체에 의한 인권 침해에 항거하는 저항권의 개념도 물론 포함된다. 이 때문에 나라에 따라 개인의 총기 소지를 허용하고 또 사립탐정제도도 있다. 미국이나 스위스 등에서 개인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정치 사회적 배경을 깔고 있다. (26-27쪽)

공과 사, 큰 것과 작은 것을 서로 구분하고 사적인 것, 작은 것을 무시하는 것은 권위주의의 발상이다. 이런 권위주의는 한국 의료계에도 같이 적용된다. 현재 시행되는 의료사고피해조정 관련 ‘자동개시제도’에서는, ‘사망, 의식불명 및 중상해 등’의 중과실 피해에 한하여 피해자 환자와 가해자 병원 간의 조정이 자동 개시되도록 하고 있다. 약과실과 중과실을 구분하는 한국 의료계의 사고방식은 독일과는 큰 차이가 있다. 독일 의료법에서는 의사들의 약과실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580쪽)

3. 상류층 유지들로 구성된 국회와 달리 시민이 스스로를 위해 결정할 수 있는 민회

‘민주주의’나 ‘공화주의’ 개념은 그 자체로서 가치의 선악, 공정, 정의를 담지하지 않는다. 그저 ‘민(民)'중심이 되고(민주). 또 여럿이 더불어 한다(공화)’는 뜻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 즉 ‘민(民)이 중심’이란 말은 민중(시민)이 주권을 갖는다는 뜻일 뿐이고, 그 결정권을 직접 행사 하면 직접민주정치가 된다. 민(民)이 직접 결정을 하면 반드시 좋다, 나쁘다로 획일적으로 말할 수 없고 좋은 결정을 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대의정치도 마찬가지이다. 민중이 직접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표를 뽑아서 대신 하도록 하면 대의정치가 된다. 대의정치는 민중을 ‘대신’하 게 한다는 뜻일 뿐, 그 자체가 좋다 나쁘다는 가치를 품는 개념이 아니다. 직접민주정치나 대의정치란 그 어느 쪽이 더 정의롭고 공정하다든가, 어느 쪽이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인지 하는 뜻을 담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의, 공정, 현명함 등과 무관하게 누가 결정권을 가질 때 자신을 위한 정책을 가장 잘 구사할 수 있는지 하는 점이다. 직접민주정치나 대의정치에서 똑같이 결정권자는 각기 자신의 이해관계를 치열한 갈등 속에 전개한다. 지금 정당 간 이해관계로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듯이, 광장에서는 촛불 부대뿐 아니라 태극기부대가 부대끼고 있다. 민회가 지역에서 열린다면 거기서도 똑같이 서울에서 광화문, 서초에서 벌어지고 있는 충돌이 그대로 재현될 것이다. 그래서 갈등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그 결과로서 결정권을 가진 자들 가운데서 다수결로 결론이 나게 된다. 이해관계가 극도로 갈등하게 될 경우 민회가 지금 대의제로서의 국회보다 나은 게 무엇일까? 그것은 두 가지로 말할 수가 있다. 하나는 지금 국회처럼 중앙 한 곳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분산되어 풀뿌리 민주 정치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중앙에 모인 300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체제가 아니라 권력은 각 지역으로 분산되고,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정책을 구사할 수가 있다. 다른 하나는 지금의 국회처럼 유지 상류층이 아니라 서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 자신을 위한 결정을 할 수 가 있다. 이런 절차는 대부분 상류층이 모여 있는 현재의 국회가 가진 자들을 위해 입법하는 것과 대조가 된다. (11-13쪽)

4. 거래상 규제에도 불구하고 초래된 과도한 부의 편중은 기본소득, 토지공개념 등 경제민주화 조치를 통한 시정이 불가피하다.

민주주의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에도 적용된다. 이른바 경제민주주의 개념이 그것이다. 대기업의 독과점을 방지하는 규제, 국토이용관리법에 의한 토지거래규제, 토지공개념이나 기본소득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대기업의 독과점 규제 및 국토이용관리법은 성격상 토지공개념이나 기본소득제 등의 조치와는 다른 점이 있다. 전자는 거래상의 절차에 관련된 것, 후자는 거래의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서 초래된 각종 재산에서의 재분배를 뜻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독과점 규제나 토지거래규제를 아무리 엄하게 해도 모든 일탈을 규제할 수가 없다. 완벽한 법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법망을 피하는 일탈도 있게 마련이며 운수도 작용한다. 그래서 상식을 벗어나 지나칠 정도로 부의 편중이 이루어질 때는 그 상황을 시정할 수 있는 추가적 조치가 불가피하다. 토지공개념이나 기본소득제 등이 바로 그런 추가적 조치에 해당 한다. 거래에 대한 규제를 통해서도 잡을 수 없는 비상식적 부의 편중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보정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15쪽)

5. 헌법재판소의 재판소원 및 재정결정에 대한 헌법소원 금지는 일반법원과 검찰의 독주를 초래했다.

사법적폐는 물론 구석구석 공권력이 썩지 않은 데가 드물다. 그런데 그 적폐의 중심에 태풍의 눈 같은 헌법재판소가 존재한다. 현재의 헌법재판소는 1987년 헌법에 의해 정초된 것이다. 1987년 헌법은 그 전 유신독재와 전두한 군부정권보다 더 민주화된 헌법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일 뿐 절대적인 의미가 결코 아니다. 어떻게 직전까지 식민지 지배, 독재로 얼룩진 한 사회가 갑자기 민주화될 수 있단 말인가. 친일과 독재에 협조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가부좌를 틀고 있고 기득권 정권도 바뀌지 않고 과거 집권 여당이 그대로 뒤를 잇고 있는 형편에서 말이다. 1987년 독일의 제도를 본 따서 만든 헌법재판소는 하위법률인 헌법재판소법(68조 1항)을 통해서 재판소원을 애초에 금지했다. 이것이야 말로 독일의 헌법재판소와의 결별을 선언하는 것으로서, 애초부터 법률을 진정으로 수호할 의사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독일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들 사이의 견해의 차이를 통해 독주를 방지하는 자체 견제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을 금지함으로써 법관들 사이의 갈등구조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독립기관으로서의 헌법재판소가 구조적으로 3권 분립의 구도를 벗어나서 절대적 권위로 군림하는 것이다. 권력 간 상호견제의 민주적 원리를 벗어나 있는 헌법재판소는 독재정권의 잔재이다. 헌법재판소의 재판소원 배제는 자신 뿐 아니라 파생적으로 일반법원의 독주까지 초래함으로써 한국 사법부 전체를 비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계기가 되었다. 사법부 일반이 3권의 견제구도에서 벗어나서 무오류의 신성(神聖)으로 군림하는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1987년 전두환 정권에 이어지는 노태우 군부출신 정권에 의해 탄생한 헌법재판소이다. 1987년 헌법은 이렇듯 사법부를 초헌법적 존재로 만듦으로서 30년의 사법부 적폐를 양산해오는 데 기여했다. 사법부뿐 아니라 정부 구석구석 양심을 외면한 좀도둑이 없는 곳이 드물다. 1987년 헌법이 독재를 종식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이제 이루어야 하는 개헌은 공직자를 감시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작금에 눈덩이 같이 쌓인 사법적폐 척결의 요구에 즈음하여 무엇보다 중앙집권적, 획일적 사법구조를 바꾸는 데 착안할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의 명령으로 하나같이 움직이는 관료조직을 타파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법관 임명방법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 자체의 권력구조를 지방 단위로 분권화하고, 시민이 법관 임명에 목소리를 내며 사법재판에 배심원 혹은 참심원으로 임석하여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부터 개헌은 시작되어야 한다. (90-91쪽)

추천평

누구나 직접민주주의를 말하고 있지만 직접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한국에서도 촛불혁명이후에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많은 오해와 왜곡이 있다. 최자영 교수의 ‘시민과 정부 간 무기의 평등’은 선출된 국가권력과 주권자인 국민간의 정치적 경쟁을 통해서 정치적 무능과 권력의 남용, 국민의사의 왜곡을 방지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로서 직접민주주의를 논증하고 한국현실에 적용하고 있다. 대의제도를 보완하여 국민주권을 실현하려는 학자들이나 실천가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아렌트와 샌델, 유시민 등의 국가론과 정의론이 갖는 맹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이론적 구성과 그리스의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를 지적하고 바로잡고 있는 것이 특히 돋보인다.
- 이기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중의 무기고에 다시 나오지 않을 귀중한 책이 보태졌다. 국내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는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 전공자 최자영교수가 사법피해자이자 시민운동가로 거듭나서 고대 그리스 민주정치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돌파구를 찾아냈다. 고대그리스 민주정의 운영원리를 이해하고 싶은가? 작금의 한국 정치계 및 위정자들의 한계를 알고 싶은가? 샌델, 웅거, 유시민의 민주정치론의 적실성을 알고 싶은가? 국민발안, 국민투표, 국민소환 등 주권자 민중의 권리 강화가 왜 필요한지 궁금한가? 이념의 극단적 대립을 피하는 방법을 알고싶은가? 이 책을 보라. 아나키적 자치분권과 '절차' 민주정치를 통해 구현되는 민중과 위정자 간의 『무기의 평등』은 촛불혁명이후 한국 민주주의가 나아갈 길을 명료하게 밝혀준다.
- 곽노현 ((전)서울시교육감/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지금 세계는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매우 풀기 어려운 난제들에 직면해 있다. 그 점에서 민주주의는 어느 때보다 사활적인 명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민주정치를 강화하지 않는 한, 새로운 파시즘이 세계를 휩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도 우리들 대부분은 단지 선거가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믿고 있을 뿐, 민주정치의 기본 정신과 원리가 정신이 무엇인지 명확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다. 민주주의란 어디까지나 인민의 자기 통치라는 확고한 원칙에 입각하여, 현단계 한국 민주주의의 실태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이 책은 그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저술이라고 할 수 있다.
-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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