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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김연수 | 레제 | 2019년 07월 22일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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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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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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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380g | 130*200*18mm
ISBN13 9791196722005
ISBN10 119672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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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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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단편소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원더보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소설집 『스무 살』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 『우리가 보낸 순간』 『지지 않는다는 말』 『소설가의 일』 『시절일기』 『대책 없이 해피엔딩』(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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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 지옥 같은 세상 속에서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타자의 고통 앞에서 문학은 충분히 애도할 수 없다. 검은 그림자는 찌꺼기처럼 마음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애도를 속히 완결지으려는 욕망을 버리고 해석이 불가능해 떨쳐버릴 수 없는 이 모호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문학의 일이다. 그러므로 영구히 다시 쓰고 읽어야 한다. 날마다 노동자와 일꾼과 농부처럼, 우리에게 다시 밤이 찾아올 때까지.(49쪽)

소설가란 소설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소설가란 지금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는 얘기다. 소설 쓰기에 영적인 요소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 다. 소설가는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소설을 쓴다. (……) 새로 시도할 때마다 실패하는 것, 그게 바로 데뷔작 이후, 그을린 이후, 모든 소설가의 운명이다.(52~53쪽)

아마도 언제나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 김연수는 1970년생이다. 지난 십 년, 청년이던 작가 김연수는 온전히 사십대를 지나보냈다. 사십대-어른의 한가운데에서 그는 용산참사와 세월호의 침몰, 문화계 블랙리스트, 2016년의 촛불들…… 등의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겪고 견뎌내고 맞이했다. 그의 시선과 질문과 고민들은 그사이 더 예민해지고 더 깊어졌다. 그런 그의 시간 속에, 당연히 ‘우리’ 또한 함께 있었다. 그것은 그와 우리가 함께 지나온, 함께 견뎌온, 함께 맞이한 시간이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여러 날 동안 눈을 감았고, 말을 잃었고, 펜을 놓았다. 다시 눈을 뜨고 말을 찾고 펜을 들고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커다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과연 제 삶의 시간조차 제 뜻대로 할 수 없는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작가는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문학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질문들은 결국 그의 업業인 글쓰기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책 속의 질문들과 어떤 대답들은 어쩌면 지금의 김연수라는 소설가가 있게 한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새삼 확인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의 문학/글쓰기의 출발점이 어디였는지, 그는 글쓰기를 통해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지체되는 시간이 자기 인생이 된다고 할 때, 인간은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그런 의문이 저를 소설로 이끌었습니다.

저는 거시적으로 제대로 작동되는 역사가 아니라, 개인의 삶 속에서 한없이 지체되는 역사에 관심이 갑니다. 인과율이 지체되는 동안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우연과 신화와 운명에 끌립니다. (……)

우리의 삶은 구불구불 흘러내려가는 강을 닮아 있습니다. 인간의 시간은 곧잘 지체되며 때로는 거꾸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깊은 어둠 속으로 잠겨들지만, 그때가 바로 흐름에 몸을 맡길 때라고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쉼없이 흘러가는 역사에 온전하게 몸을 맡길 때, 우리는 근대 이후의 인간, 동시대인이 됩니다. 그때 저는 온전히 인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깊은 밤의 한가운데에서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역사의 흐름에 몸을 내맡길 때, 우리의 절망은 서로에게 읽힐 수 있습니다. 문학의 위로는 여기서 시작될 것입니다.(296~301쪽)

책을 읽고, 그림과 영화와 연극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감당할 수 없는 사건들을 만나면서 그는 쉬지 않고 ‘쓰고’, 계속해서, 점점 더, 끊임없이, 소설가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렇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쉼없이 ‘쓰는’ 그를 우리가 ‘읽는’ 동안, 우리는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시간을 발견하게 된다. 그 힘이 우리를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렇게 견디기 위해서 소설가들은 소설을 쓰고 감독들은 영화를 만들고 시인들은 시를 쓴다. 마찬가지로 견디기 위해 사람들은 소설과 시를 읽고 영화를 본다. 애도를 완결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도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은 날마다 읽고 써야만 한다.(44쪽)

이 책은 어쩌면 그를 통해, 함께 (쓰고) 읽는 우리의 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들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동안 그가 작가로서, 한 개인으로서 써내려간 매일의 기록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왜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느냐면, 대체불가능하기 때문에.
_결국 빛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김제훈 학생의 어머니 이지연씨는 아무리 어두워도, 또 아무리 오래 걸려도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한다. 대신에 그동안 뭔가를 하고 싶다며, 십 년 정도 하다가 몸이 아파서 그만둔 서예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 어둠 속에서 기다리며 이지연씨는 말한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붓놀림 같은 것들이 눈에 삼삼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다른 사람들 마음에 큰 빛이 되면 참 좋겠구나, 밝은 빛이 되면 참 좋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83쪽)

어둠 속에서는 조금의 빛이라도 너무나 눈부시게 느껴진다. 암흑 속의 빛. 그건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빛이다. 그렇기에 기적이다. 아들을 잃고도 다른 사람의 마음에 빛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우리는 직접 겪지 않아도 알고 있다.

지난 십 년간의 일기들 속에서, 우리는 어떤 밤의 시간을 함께 지나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빛들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그와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의 기록이며 그 안에서 발견한 작은 빛의 기록이다. 지금은 마치 어떤 절망상태 속에 있는 듯 느껴지더라도 우리는 결국, 함께, 빛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어둠만을 볼 뿐이다. 그게 바로 인간 의 슬픔과 절망이다.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이 이 세계를 다르게 보려면 빛이 필요하다. (……) 어떻게 하면 슬픔과 절망에서 벗어나 이 세계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하룻밤 자고 일어났 더니 온 동네 꽃들이 모두 피어나던, 내 고향의 부활절 풍경이 그런 새로운 빛 속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94쪽)

지난 십 년간 김연수가 읽은 책과 세상의 기록, 글쓰기에 대한 질문과 그 안에서 발견한 어떤 빛에 대한 이야기랄 수 있는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ps 사랑의 단상, 2014년」은 단편소설이다. 그것이 끝난 뒤에야 가능한 사랑.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겨우 깨닫게 되는 것은 언제나 그후의 일이다.

이제는 당신의 뒷모습만 떠오릅니다. 얼굴은 어떻게 생겼더라, 생각하려고 해도 자꾸 뒷모습만, 그저 뒷모습만. 내가 당신의 뒷모습을 사랑한 게 아니었는데도 가을의 거리에서 돌아서 걸어가던 그 뒷모습, 여름의 방에서 땀을 흘리며 잠들었던 당신의 뒷모습만 떠오릅니다. (……)

이상한 일이기도 하지요. 당신이 곁에 있을 때 내겐 손이나 발 혹은 심장 같은 게 없어도, 심지어 나란 사람이 애당초 이 세상에 없었다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겠다고 생각했으니. 그럼에도 내가 세상에 태어나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그렇게 자라서 이 세상에는 나뿐만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당신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우리가 만나고 사랑하게 됐다는 게 기적처럼 여겨집니다. 나의 쓸모는 거기에 있었습니다.(327~328쪽)

지난 뒤에야 깨닫게 되는 것들, 그리고 그 기록들. 이것은 비단 사랑만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지난 십 년간 작가가 되묻고 되물었던 질문에 대한 다른 방식의 대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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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책*****우 | 2020-01-19

우리는 이 몸에 불과하지만, 달을 바라볼 때 우리는 거기에도 있다.

오늘 다시 그 달이 새롭게 눈을 뜬다.

이해할 수 없다 해도, 그럼에도 계속되는 우리의 삶처럼.

- 김연수, 2014 6 28일」, 『시절일기』



S 선배에게


선배, 오랜만이에요. 선배가 있는 그곳은 어때요. 나는 여전해요. 올해는 여름부터 많이 아파서 고생을 좀 했어요. 의사는 한숨을 푹푹 쉬다 화까지 버럭 내며 이제는 정말 결정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데, 선배가 누구보다 잘 알다시피 사실 병 앞에 있는 사람은 무언가를 쉽게 결정할 수 없어요. 지금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의 삶도 생각해야 하잖아요. 결정을 유예해둔 상태로, 시간은 계속 흐르고, 건강은 점점 악화가 되고, 의사의 압박은 강도가 심해지고,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여름을 보냈어요. 사실 노인이나 약자에겐 무더위만도 치명적인데 그 와중에 건강 상태까지 최악이니 몸도 마음도 급격하게 무너지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한 일은무조건 걷기였어요. 걷거나 달리거나. 달리거나 걷거나. 여름의 이른 새벽에도 헤드 랜턴을 쓰고 달리고, 여름의 저녁과 밤에도 틈만 나면 걸었어요. 마치 그러면 문제가 저절로 해결이라도 될 듯이. 그리고 그런 시간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본 것이 바로 이었어요. 달은 그때그때 모습을 바꾸고는 있었지만 항상 거기에 있었어요. 밤에도 새벽에도. 그 달을 볼 때마다 조금은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나는 아픈 후로 엄마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선배도 알잖아요. 우리 엄마가 많이 약하고 아팠던 것. 엄마는 항상 나에게 착하고 고마운 딸이라고 해서 나는 내가 정말 그런 줄 알았는데, 막상 나이가 들고 내 몸이 아프고 보니, 엄마가 참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나이의 엄마는 이랬는데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래서 종종 엄마, 죄송해요.’ 속으로 말해요.


최악이었던 한 여름동안 읽었던 책이 바로 『시절일기』예요. 선배도 알잖아요. 내가 김연수 작가를 좋아하는 거. 선배는 김연수 소설이 어려워서 잘 안 읽힌다고 말했지만, 나는 나와 비슷하게 닮아서 김연수가 좋다고 했죠. 엄마 돌아가시고 1주기를 맡기까지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놓았던 것도 김연수의 책이었어요. 나한테는 일종의 Emergency Kit이자 Survival Kit였던 셈이죠.

가장 힘들었던 그 시기를 견디게 해주었던 게 김연수였던 것처럼, 올 여름을 견디게 해준 것도 김연수였어요.

그 여름의 달과 달리기, 그리고 김연수가 나를 살렸습니다.


타자에 대한 윤리의 기본은 그냥 불편한 채로 견디는 일이다. 이렇게 견디기 위해서 소설가들은 소설을 쓰고 감독들은 영화를 만들고 시인들은 시를 쓴다. 마찬가지로 견디기 위해 사람들은 소설과 시를 읽고 영화를 본다. 애도를 완결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도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은 날마다 읽고 써야만 한다. (p.44)


애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관련된 것이기도 해요. 나는 나를 연민하지 않아요. 슬퍼하지도 않아요. 그저 나의 상태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견딥니다. 그러기 위해 나는 걷고, 달리고, 책을 읽어요. 소설을 읽고 시를 읽습니다.

내가 지금의 상태가 된 것이 나의 잘못이 아니라 유전에 의한 것이고 알 수 없는 원인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누군가를 원망할 수는 없으니까요. 남 탓을 하느니 묵묵히 이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그렇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깐나는 책을 읽는 거예요. 달리는 거구요.


해 들어 처음 읽은 책도 『시절일기』입니다.

김연수의 산문을 읽다보면 꽤 긴 도서 목록을 만들 수 있어요. 예전엔 책을 읽다 말고도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책을 주문하곤 했었죠. 그만큼 그가 글 속에서 언급하는 책들이 매력적이었으니깐요. ‘아휴, 얘는 지 아빠를 닮아서 책을 너무 좋아해.’ 엄마가 작게 한숨을 쉬며 타박하는 소리도 들리네요.


김연수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풍경이예요. 거실 가득 햇볕이 들어오고,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엄마는 식물들에 물을 주거나 햇볕이 잘 드는 쪽으로 화분들을 옮기고 계세요. 나는 책을 읽고 있구요. 그때는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돌아보면 무척 행복한 기억이 되어버린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이 문장.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그때는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간다는 청춘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젠 그 그림자가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에 방점을 찍게 되었다는 게 다르기는 하지만요.


김연수는 『시절일기』를 쓰면서 또 하나의 시절에 마침표를 찍는”(p.9)다고 말하는데, 그 문장을 읽다가 문득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가 떠올랐어요. 선배가 어느 해인가 내 생일에 선물해줬던 책이기도 해요. 


김연수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신의 밖으로는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세계의 끝을 볼 수 없다는 말은, 내게 바깥을 향해서는 아무리 외쳐도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말로 들렸다. 그러니 대답을 들으려면 세존의 말씀대로 인식과 마음을 더불은 이 한 길 몸뚱이 안으로 들어가야만 하리라. 그 일이 내게는 글쓰기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내게 혹은 이 세계에 일어났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뭔가를 끄적이는 일이었다. (pp.7-8)

 

나는 이러한 김연수의 글쓰기가 프루스트와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했어요. 프루스트가 글쓰기를 통해 담으려고 했던 것도 결국은 우리의 모든 삶이었으니까요.

 

마르셀 프루스트의 『A la recherche du temps perdu』은 한국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제목으로 번역, 소개되었어요. 선배가 선물한 민음사본 역시 이 제목으로 출간됐었죠. 그런데 파리대학교에서 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1세대 프루스트 전공자인 이형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 책을 번역하면서, 책 제목을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로 바꾸었더라구요. 그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이형식 교수에 의하면, ‘시간은 독립된 실체가 없는 일종의 허개념으로 잃거나 되찾을 수 없는 반면시절은 이미 겪은 실존의 퇴적물로 기다림이나 명상 혹은 모색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더라구요. 이 작품의 말미에서 화자가잃어버린 시절(le temps perdu)’이 곧옛날(les jours anciens)’을 가리킨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 걸 근거로 들면서 말이죠. 그래서 잃어버린 시간보다는 잃어버린 시절이 적합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어요.

 

김연수의 책 제목이 그냥 일기시간일기가 아니라 시절일기여야만 했던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닌가 싶어요.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을 통해서 쓴 것은 유년과 사랑, 정념과 예술, 그리고 죽음까지를 망라하는 인간 삶의 총체였습니다. 그는 인간 내면과 삶의 총체적 모습을 서술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고정된 존재라기보다는 정황과 지각에 의해 점차 드러나고 형성되는 유동적인 존재들입니다. 나는 이것이 김연수의 글쓰기와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시절일기』와도 닮아 있구요.

 

프루스트는 무려 14년 동안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를 집필했어요. 이 작품은 일곱 편의 연작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의 마지막 권의 제목은 『되찾은 시절』입니다. 이 방대한 소설의 결말은 기억의 힘이 지나간 시간을 다시금 찾아내게 한다는 거였어요. 사라진 줄 알았던 시절들이 어떤 계기와 사건을 통해 부활하게 되면서 말이죠.

 

김연수는 2015 4 15일의 일기에서 외젠 뷔르낭Eugene Burnand의 그림 <부활 아침 무덤으로 달려가는 베드로와 요한Disciples Peter and John Rushing to the Sepulcher the Morning of the Resurrectio>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슬픔과 절망에서 벗어나 이 세계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온 동네 꽃들이 모두 피어나던, 내 고향의 부활절 풍경이 그런 새로운 빛 속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p.94)

 

물론 이건 예수의 부활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뷔르낭의 그림을 설명하면서 김연수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이런 거였어요.

 

뷔르낭의 그림 속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가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고 예수의 무덤으로 달려갑니다.그런데 부활의 의미를 생각할 때, 예수의 무덤이 어디에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부활에서 중요한 건 입니다. 부활이란 새로운 빛을 접하는 일이기 때문이예요. 어둠 속에서 우리는 어둠만을 볼 뿐입니다. 그게 바로 인간의 슬픔과 절망이예요. 그래서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이 이 세계를 다르게 보려면 빛이 필요합니다. , 빛을 알아본다는 것은 이 세계를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을 배운다는 뜻이예요.

 

여기까지 이해하고 나면 김연수의 말이 와닿습니다. 김연수가 유년 시절 보았던 부활절 아침의 벚꽃들은 빛이었어요. 어둠 속에서 어둠만 볼 수밖에 없던 우리가 빛을 보게 될 때 새롭게세계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 빛이 비록 아주 희미하고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벚꽃의 환한 빛으로 부활한 그 부활절의 기억이 그를 슬픔과 절망에서 건져줍니다. 어떤 기억은 이토록 힘이 셉니다. 어떤 빛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죠.  

 

여름밤엔 낮 동안 집안을 가득 채운 더운 열기를 빼기 위해 집에 있는 모든 창문을 열고 환기를 했어요. 그때마다 목을 길게 빼고 하늘을 올려다봤지요. 어떤 날은 구름에 가려 있기도 하고, 그믐엔 달이 보이지 않기도 했지만 대개는 달이 거기에있었습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의 황홀함과 안정감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 달을 보려 늘 하늘을 올려다본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겨울엔 반대예요. 낮동안 아주 잠깐이라도 햇볕이 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활짝 열어두었던 블라인드들을 닫으며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달은 창문을 열면서도 볼 수 있지만, 블라인드를 닫으면서도 볼 수 있거든요. 계절은 바뀌었지만 달은 여전히 거기에있어요. 올 겨울은 유난히 환한 밤이 많았던지라 블라인드를 닫기 전 한참동안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습니다.

 


이 표지는 한 해 동안의 달의 모습을 형상화한 거라고 해요. 달이 차고 기우는 365일을 모두 기록해서 표지로 만든 것이죠. 마치 매일 일기를 쓰듯이 성실하게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빛을 받으면 표지의 달들이 반짝여요. 어느 주말 오후, 거실로 들어온 약한 빛에 나는 이 표지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밤에 읽으면서는 몰랐던 영롱한 빛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빛은 달빛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그리고하나하나의 점, 그러니깐 각각의 별들을 이으면 별자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 3 25일의 일기에서 김연수는 연대표timeline와 역사history에 대해 말해요. 연대표가 별들의 밝기를 기록하는 일과 같다면, 역사는 독립적인 사건들을 서로 연결해 별자리를 만드는 일과 같다는 것이죠. 그런데 역사와 마찬가지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대도 별자리를 만드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삶은 구불구불 흘러내려가는 강을 닮아 있습니다. 인간의 시간은 곧잘 지체되며, 때로는 거꾸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깊은 어둠 속으로 잠겨들지만, 그때가 바로 흐름에 몸을 맡길 때라고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쉼없이 흘러가는 역사에 온전하게 몸을 맡길 때, 우리는 근대 이후의 인간, 동시대인이 됩니다. 그때 저는 온전히 인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깊은 밤의 한가운데에서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역사의 흐름에 몸을 내맡길 때, 우리의 절망은 서로에게 읽힐 수 있습니다. 문학의 위로는 여기서 시작될 것입니다. (p.301)

 

김연수는 대신 우리라는 표현을 써요. 도도한 역사에 몸을 맡긴 것은 무기력한 개인들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읽어주는 동시대인으로서의 우리인 것이라고 저는 해석했어요. 김연수는 개인에 함몰되지도 않고, 개인에 침잠하는 것으로 끝나지도 않아요. 동시대인으로서의 우리를 보고, 우리가 이어진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때, 설령 깊은 밤의 한가운데서도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각자가 하나의 별일지 몰라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선배와 나의 물리적 거리만큼이요. 그러나 우리는 각자 희미하게나마 빛을 발하고 있고, 그 빛을 서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둠 가운데서도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에요. 그런 우리 각자가 하나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고 힘주어 낙관적으로 말할 자신은 없지만,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희망은 해봅니다.

 

왜냐하면 이 리뷰의 맨 첫머리에 인용한 2014년 6월 28일의 일기처럼, 우리는 이 몸에 불과하지만, 달을 바라볼 때 우리는 거기에도 있으니까요. 오늘 다시 그 달이 새롭게 눈을 뜨니까요. 이해할 수 없다 해도, 그럼에도 계속되는 우리의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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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책*****우 | 2019-08-29

여전히, 깊은 밤의 한가운데에서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역사의 흐름에 몸을 내맡길 때,

우리의 절망은 서로에게 읽힐 수 있습니다. 문학의 위로는 여기서 시작될 것입니다.

- 김연수, 『시절일기』 중에서

 

 

 

 

I. 여름의 끝자락

 

더운 여름의 끝자락

매미들은 울어대고

느릿느릿 읽던 책 한 권 베고서

스르르 잠든다

(중략)

홀로 걷고 있는 이 길

어제처럼 선명한데

이 길 끝에 나를 기다릴 누군가

마음이 급하다

(중략)

또 꿈이었나 멍하니 기지개를 켜다가

젖어 있는 내 두 눈을 비빈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면역성이 약한 나는 겨울을 두려워하는데, ‘노약자들이 다 그렇겠지만 여름을 보내기도 만만치 않다. 겨울이든 여름이든 극단적인 것은 마찬가지니깐. 올여름은 유난히 많이 더웠고 유난히 많이 아팠다.

며칠 전 김동률의 신곡이 나왔다. ‘여름의 끝자락’.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연주와 어우러진 시같은 이 노래를 듣다 보면 한편의 아름다운 소설을 읽은 것 같다. 시와 음악이 결합된 형태의 독일가곡을 듣는 것 같기도 하고.

노래를 듣는 내내 이렇게 지난했던 여름을 보상받는 것 같아 고마웠다. 그리고 내가 이 여름을 미워하지 않게 되어 감사하다는, 이 여름을 나쁘게 기억하지 않게 되어 다행이란 마음이 들었다.

아름다운 것들은 인간을 정화시킨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서 한밤중에도 창문을 도저히 열 수가 없는 밤들도 많지만, 대체로는 자기 전에 집에 있는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고 환기를 한다. 창문을 열면 바깥의 신선한 밤공기가 확 밀려드는데, 그 때의 느낌을 참 좋아한다. 하루 종일 억지로, 간신히, 견디며 살았다면 이제야 제대로살 것 같다는 기분. 선선한 밤공기는 에어컨을 가동해서 인위적으로 온도를 낮추는 것과는 다르게 정신을 맑게 한다. 내가 나 자신의 본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근접하게 나를 회복시킨다. 몇 번 깊이 심호흡을 한 후 창문 밖을 본다. 그곳엔 언제나 달이 있다. 어느 날은 선 자세에서 바로 보이기도 하고, 어느 땐 고개를 쭉 빼밀고 봐야만 볼 수 있는 곳에 떠 있기도 하지만, 그믐을 빼곤 거의 매일 달을 볼 수 있다. 달이 언제나 하늘에 있다는 게 어쩐지 안심이 된다. 세상은 늘 요지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들이 있다. 그런 건 묘하게 위로가 된다. 내게는 김연수 작가도 그렇다. 김연수 작가를 떠올리면 언제나 묵묵히 글을 쓰는 모습이 연상된다. 마라토너 같은 인내심과 성실성으로, 선승처럼 참선하듯 어디선가 글을 쓰고 있는 모습.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달을 볼 때처럼 묘하게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된다.

 

소설가 김연수의 산문집이 나왔다. 오랫동안 그의 책을 만들었던 편집자가 이번 책도 함께 만들었다. 출판사의 이름은 '레제'. 문학동네의 임프린트인가 싶기도 하지만, 판권란에 있는 주소를 봐서는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문학동네의 편집자를 하면서 병행해서 독립출판사를 차린 걸까. 아직 그와 관련된 전후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절일기』는 레제의 첫 책이다.

 

그리고 여름의 끝자락에 만난 이 책 덕분에 나는 이 여름을 아름답게 기억하게 될 것 같다.

 

II. 지옥 같은 세상을 견딘다는 것

 

어제 이맘 때쯤 후배에게 메시지가 왔다. 오랜만에 버스로 출근하게 되어 책을 들고 나와 읽었는데 너무 좋다는 것이다. 자기는 처음 읽는 김연수인데, 자기 스타일에 너무 잘 맞는다며 덕분에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고 고맙다고 했다.

 

나는 학부 때부터 봐서 그런가 아직도 미소년 같은데, 벌써 나랑 같이 늙어가는 사이가 됐다.

임용고시 준비하는 과정도 봤고, 임용고시 합격했다는 소식 듣고 축하도 해줬는데, 벌써 관록 있는 선생이 다 됐다. 하긴그 사이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출근 중 버스에서 찍은 사진도 보내줬다.

한때는 국어책을 받은 그날 책에 수록된 작품을 모조리 다 읽을 만큼 문학소년이었는데 언제부터 문학서적에서 멀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성인이 된 그가 실로 오랜만에 읽는 문학서적인데 참 좋다며, 김연수를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김연수의 소설은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으니 산문집부터 찬찬히 읽어보라는 말에 덧붙여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물어보았다.

  말줄임표로 한참의 뜸을 들인 후 이렇게 말했다. ‘지옥같은 세상을 견딘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참 오랜만에 생각이란 걸 해봤다고. 많은 걸 생각하게 됐다고, 그가 대답했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이 김연수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는 비슷하지 않나 싶다.

 

왜 이 세계는 점점 나빠지기만 하는지, 이렇게 나쁜 세계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오직 고통만 남았을 때조차 왜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야만 하는지.....등등 쉬지 않고 질문하지만 결코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는 그런 삶을 살다보면 어느 순간, 질문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생각도 멈추게 되고 흘러가는대로살게 된다. 관성에 의해. 그런데 김연수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고민하던 것들에 대해. 그리고 김연수에 접속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고, 그와 함께 생각이란 것을 하게 된다. 그래서 지옥같은 이 세상을 견디기 조금은 수월해질까?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생각이라는 걸 멈추고 관성적으로 사는 걸 택하는 건 그것이 세상을 사는 좀더 손쉬운 방법일 테니깐.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세상을 좀더 고통스럽고 힘들게 사는 쪽을 택하는 게 될 수도 있다. 그건 얼핏 보기엔 매우 어리석다. 따지고 보면 김연수는 매우 성실하게 어리석은 사람이다.

 

 

이 책 말미에는 그가 글 속에서 언급하거나 인용한 책과 작품들을 정리한 참고문헌이 있는데, 어찌 보면 이 참고문헌이야말로 이 책의 내용을 압축한 게 아닐까 싶다. 10년의 시간 동안 작가가 어떤 책을 읽고 썼는지를 보여주니깐 말이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구성하는 것처럼, 내가 읽는 것이 나를 형성한다고 한다면, 결국 이 책은 김연수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한마디로 김연수는 성실하게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김연수의 그의 그런 어리석음이 좋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알게 된다. 그건 어리석음이 아니라 우직함이라는 것. 그리고 그가 얼마나 집요하고 진지하게 삶을 궁구하고, 자기 자신과 세계를 성찰하는 사람인지를 깨닫는 순간 기꺼이 그의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III.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열대야인 날은 밤 10시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니 에어컨을 켜고 자야 한다. 집에서까지, 자면서까지 에어컨이라니. 체온이 떨어지다 떨어지다 못해 몸이 뜨거워지면서 온 몸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다. 피부가 아프다. 인공적인 차가움의 끝이 좋을 리가 없다.

그동안 열대야인 날엔 거의 잠을 못 자 3:30am에도 일어나고 4:30am에도 일어나곤 했는데, 이번 주엔 너무 피곤해서인지 그 와중에도 기절한 듯 잤다.

 

올 여름엔 유난히 열대야가 심했는데 그야말로 열대야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었던 어느 날 밤, 새벽 4시 반 쯤에 눈이 떠졌는데 살기 위해선 걸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공기를, 선선한 바람을 느끼고 싶었다.

아무리 이 동네가 안전하다지만 여자 혼자 어둠 속을 걷는 건 위험할 수 있어 고민하다 다섯 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보면은... 꼭두새벽이나 한밤중에 헤드랜턴을 쓰고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염천의 한낮에 달리거나.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굳이 저럴 필요까지 있나 싶었는데, 내가 간절한 마음이 되고 보니 이제야 그 사람들 심정을 헤아리겠다.

야광 암밴드를 하고 밖에 나갔다. 처서도 지나고, 미국은 써머타임이 적용되다 보니 사위가 어둡다. 덜컥 두려움이 엄습해서 집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나 망설이는 순간, 휘영청 밝게 떠 있는 둥근달이 눈앞에 보였다. 보름달을 왜 'Full Moon'이라고 하는지 절로 이해가 되는 꽉 찬 달.

보름달이 내 앞에서 가이드를 해주는 것 같았다. 내내 보름달을 보며 걷느라 무서운 것도 잊었다.

세상엔 아름다운 것들도 참 많다. 달도 그렇다.

 

김연수는 아주 오랫동안 좋아하는 작가이고, 그 시절 동안 늘 '나의 최애 작가'라고 말해온 작가이다.

『시절일기』는 10년 간의 일기를 모았다는 점에서도 의미있지만, 레제의 첫 책이라는 점도?그러니깐 오랫동안 함께 만든 작가와 편집자가 새롭게 시작한 첫 책이라는 점도?기념적이다.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보낸 밤은, 나의 밤과 어떻게 다르고 같을까?

그 밤들의 기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사람들은 결국 흩어질 뿐이니 삶도 사랑도 덧없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초승달은 어김없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 몸에 불과하지만, 달을 바라볼 때 우리는 거기에도 있다. 오늘 다시 그 달이 새롭게 눈을 뜬다. 이해할 수 없다 해도, 그럼에도 계속되는 우리의 삶처럼.

- 2014 6 28일」 중에서

 

 

마지막으로, 김동률의 <여름의 끝자락> 악보와 브로콜리너마자의 <졸업>의 한 부분을 선물로 남긴다. 이것이 어느 날 밤, 김연수 작가에게 가 닿으면 좋겠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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