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원래 행복하다
일상에서 찾는 마음의 치유 - 행복한 삶을 위한 힐링 심리학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대의 수렵-채집인들에게서 정신질환이 나타나는지를 조사했는데, 놀랍게도 그런 부족들에게서는 임상적인 우울증이 거의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의 조상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물질적인 풍요나 의료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고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는 우울증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쉬펠린Edward Schieffelin이 거의 십 년 동안 뉴기니 고지대의 칼룰리 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2천 명 이상의 남성, 여성, 아이들에게 그들이 느낀 슬픔이나 우울함에 관해 조사해 보았는데,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을 만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미국 인구의 25%가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울증 발병률은 수십 년간 계속 증가했으며 저소득 국가(약11%)에 비해 선진국(약20%)에서 발병률이 높았다.**
이런 비교 문화 연구를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생활방식이 “현대적인” 사회일수록 우울증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답은 간단하다. "인간의 몸은 산업화 이후의 환경에 맞게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농업을 발명하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한 약 1만 년 전까지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수렵과 채집으로 식량을 구해 생활했다. 인간은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수렵-채집인으로 살았으며, 우리의 유전자는 여전히 이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 수렵-채집인 선조들이 살던 시대로부터 유전자는 크게 변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 고대 환경에 맞춰져 있으며 사실상 여전히 석기시대의 몸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듯 원래 인간은 형편없는 영양 상태로, 실내에 앉아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정신없이 돌아가는 21세기를 살아가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점점 더 어긋나고 있는 생활방식이 현대에 만연한 우울증의 주원인임을 밝혀낸 저자는, 수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고대의 치유적인 여섯 가지 생활 습관을 되찾음으로써 약물복용 없이 이 파괴적인 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생활개선 6단계 프로그램(TLC, Therapeutic Lifestyle Change)은 현대인들에게 이미 오래전에 실행되었어야 할 상식적인 개선책을 제시한다. 저자인 일라디 박사는 항우울제 복용으로 큰 도움을 얻지 못한 심한 만성 우울증 환자들에게서도 TLC 프로그램의 효과를 확인하고, 이 프로그램의 단계별 안내서인 이 책을 집필하기에 이르렀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점은 우울증을 그 근원에서부터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며, 또 우울증 환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어쩌면 우리의 인생에서 부딪히게 될지도 모르는 이 파괴적인 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위해 누구에게나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생활개선 프로그램이라는 점에 있다.
생활개선 6단계 프로그램(TLC)
1 단계: 오메가 3 지방산 복용(뇌가 좋아하는 음식)
인간의 뇌는 수분을 제외하고 약 60%가 지방이다. 지방 분자(지방산이라고도 한다)는 뇌 세포의 구성과 신경 섬유의 보호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행히 우리 몸은 뇌에 필요한 지방 분자들 중 상당 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몸이 스스로 생산할 수 없는 유형의 지방들도 있다. 이런 지방들은 음식물의 섭취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식이지방 중 한 가지는 오메가-3 지방산이라 불리는 것으로, 뇌의 구성과 기능에 꼭 필요한 요소다. 오메가-3 지방산은 주로 생선, 야생 짐승, 견과, 씨앗, 잎줄기채소 등에 함유되어 있다. 모두 수렵-채집인의 식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량자원들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우리보다 오메가-3 지방산을 5~10배 더 많이 섭취했다. 그러나 오메가-3 지방산은 지난 1세기 사이에 현대인의 식단에서 점차 사라져갔다. 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오메가-3 지방산이 꾸준히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 이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는 사람들은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정신 질환에 걸릴 위험이 점점 높아진다. 전 세계적으로 오메가-3 섭취율이 높은 나라들은 대개 우울증 발병률이 가장 낮다.
2단계: 생각하지 말고 행동하라(고민은 짧게)
반추는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을 때 인간이 취하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마치 우리가 최근에 있었던 안 좋은 일들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숙고해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 같다. 약간의 고민은 이로울 수 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앞으로 또 다시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이 도움이 될지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미 충분한 시점이 한참 지났는데도 그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반추가 길어지면 몇 가지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우선, 반추는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킨다. 슬픈 일들을 생각하고, 잠재적인 위협에 생각이 고정되면 필연적으로 침울해지고 불안감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또한 반추는 우리의 활동을 위축시킨다. 반추는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머릿속에 갇혀 있게 만드는 사고 과정이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우리는 특히 활동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활동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주의가 머릿속의 생각에서 주변 세상으로 끌려가기 때문이다. 반추는 우리를 고립시킨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특히 그렇다.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머릿속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 사람은 정신적으로는 그곳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말을 걸면 겉으로 듣는 시늉만 할 뿐 계속 자기만의 작은 세계 안에서 생각의 바퀴를 빙빙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습관이 되어버리면 인간관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반추는 우리의 감정을 격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서, 뇌의 스트레스 반응 회로를 지속적인 과열 상태로 몰고 간다. 그리고 이런 과열 상태는 본격적인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3단계: 운동(항우울제 역할)
수렵-채집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 그들은 일류 운동선수들 못지않게 규칙적으로 날마다 몇 시간씩 운동을 한다. 그들은 매일 10~15 킬로미터를 걸어 식량과 물을 구하고, 부족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이 식량과 물을 가져다주기 위해 다시 그만큼의 거리를 걷는다. 그들은 스스로 집을 만들고, 무게가 수십 혹은 수백 킬로그램 되는 통나무를 일상적으로 들어 나른다. 그리고 몇 시간씩 의식을 올리며 춤을 추기도 한다.
사실상 수렵-채집인들의 생활은 들어올리기, 나르기, 전력질주, 등반, 걷기, 스트레칭, 도약 등을 날마다 수도 없이 반복하는 격렬한 교차 훈련과도 같다. 반면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앉아서만 생활하고 있어서 대다수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몸 상태가 엉망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파에서 냉장고까지 정도의 거리 밖에 뛰지 못한다. 운동은 곧 약이다. 운동은 매우 강력한 항우울제 역할을 한다. 마치 한 알의 약처럼 운동은 중요한 뇌 화학물질과 호르몬 활동에 영향을 주어 확실히 뇌의 기능을 변화시킨다. 임상의들은 우울증 치료 과정에서 유산소운동과 졸로프트Zoloft(가장 흔히 처방되는 항우울제)의 효과를 직접 비교했다. 적은 양(일주일에 3번 30분씩 힘차게 걷기)만으로도 운동을 한 환자들은 약을 복용한 환자들만큼 호전을 보였다.
4단계: 햇빛받기 (빛의 놀라운 치유력)
수천 년 전의 조상들은 매일 온종일 밖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기분을 북돋우고 SAD(계절성 우울증)를 예방하기에 충분한 양의 빛을 늘 받고 살았다. 현대의 수렵-채집인들도 마찬가지다. 몇 세대 전의 사람들만 해도 대개 날마다 최소한 몇 시간씩은 야외에서 보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상황은 다르다. 굳이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나가고 싶어도 규칙적으로 밖에서 몇 시간씩 보낼 만큼 여유로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단순히 맑은 날 외출하면 기분이 밝아진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빛에 노출되는 시간과 우울증 사이에는 더욱 깊은 연관 관계가 있다.
그리고 이 관계는 인간의 체내 시계와 관련이 있다. 뇌는 우리가 날마다 받는 빛의 양을 측정해서 이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의 체내 시계를 재설정한다. 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체내 시계는 결국 어긋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활력이나 수면 시간, 식욕, 호르몬 농도 등을 조절하는 중요한 ‘24시간 주기 리듬’이 무너지게 된다. 이런 중요한 생물학적 리듬이 무너지면 임상적인 우울증이 유발될 수 있다. 자연 일광은 실내조명보다 훨씬 밝기 때문에(평균적으로 100배 이상 밝다), 30분 동안만 햇빛을 받아도 체내 시계를 재설정하기에 충분하다. 구름이 많이 낀 날에도 대부분의 실내보다 실외가 몇 배는 더 밝아서, 몇 시간 동안 밖에서 빛을 받으면 24시간 주기 리듬을 잘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실내에서 생활하면 체내 시계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5단계: 친구와 함께(사회적지지)
현대의 수렵-채집 부족들을 직접 찾아가 연구한 인류학자들이 그들의 생활을 관찰하면서 예외 없이 발견하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수렵-채집인들은 홀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한 마을의 구성원 수는 50∼200명밖에 안 되지만 그들이 행하는 거의 모든 일들이 사회활동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들은 사냥이나 요리, 식사, 놀이, 식량 마련, 수면, 몸단장 등의 활동을 모두 가까운 친구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은 그들에게는 미지의 개념이나 다름없다. 우리의 생활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잠깐 얼굴을 마주할 시간도 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전 세대들에 비해 친구나 이웃, 친척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훨씬 적을뿐더러, 교회나 회당, 혹은 로터리클럽이나 걸스카우트 같은 시민단체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은 더더욱 드물다.
현재 많은 현대인들이 여가 시간 대부분을 혼자 집에 틀어박혀 TV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낸다. 그들은 매주 몇 시간씩 교통 체증 속에 혼자 앉아 있고, 식사도 혼자 할 때가 많다. 게다가 이제는 온라인이나 스마트 폰을 통해 쇼핑도 혼자 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안타깝게도 첨단 도구들은 언제나 우리들을 서로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우울증이 불러오는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는, 이렇게 이미 고립되어 가고 있는 사람들을 더욱 더 주변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6단계: 건강한 수면 습관
우리는 왜 잠을 자는가? 무엇을 위해 잠을 자는가? 수 세기 동안 과학자들은 이 물음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잠을 쓸모없다고, 생물학적인 휴식 시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관점이 달라졌다. 신경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4백 년 전에 셰익스피어가 직감한 것처럼 충분한 잠은 육체와 정신 모두의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잠을 자는 동안에만 우리의 몸과 뇌는 수백만 개의 세포가 날마다 입는 미세한 손상을 치료할 수 있고, 신체 기능이 순조롭게 유지되도록 그날그날의 조정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잠은 우리가 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잠은 우리의 행복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기 때문에, 며칠 밤만 잠을 제대로 못 자도 악영향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짜증이 늘고, 판단력이 흐려지고, 반응 시간이 느려지고,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활력이 없어지며, 면역 기능이 감퇴한다.
수면 부족이 계속되면 훨씬 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된다. 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수면 부족이 육체적인 고통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고의로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일은 이제 고문의 한 형태로 간주되기도 한다.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현대인은 그 중요한 것을 좀처럼 얻지 못한 채 살아간다. 수렵-채집인들은 매일 밤 약 10시간씩 잠을 잔다(그들의 수면 주기는 자연의 어둠과 빛이 오고 가는 주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9세기에는 성인들도 평균적으로 족히 9시간씩은 잠을 잤다. 그러나 현대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고작 6~7시간이다. 당연히 현대인은 대부분 늘 졸린 상태로 걸어 다니면서 오직 카페인이나 여타 흥분제로 수면 부족을 메우고 있다. 사람마다 필요한 수면 시간은 조금씩 다르다. 평균보다 적게 자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개는 괜찮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을 너무 적게 추산하고 있다. 임상실험 결과 가장 이상적인 수면 시간은 8시간으로 조사 되었다.
생활개선이 필요한 시대
생활방식은 우리의 기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한 사실이지만, 우울증 극복과 관련해서 이 사실이 갖는 의미는 매우 깊다. 위에 기술한 여섯 가지 요소들이 한데 모이면 그 어떤 항우울제 못지않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 요소들은 뇌에도 중요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현대의 수렵-채집인들에게는 각각의 요소들이 충족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그토록 고된 생활을 하면서도 거의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다. 수렵-채집인 선조들의 시대 이후로 세상은 엄청나게 변화했지만, 이 보호적인 생활방식의 요소들은 1세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인의 삶에 (약하게나마)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이 요소들은 점차 사라졌고 그에 발맞춰 우울증 발병률은 급등했다. 미국에서 현대의 우울증 확산으로 타격을 입지 않은 유일한 집단은 암만교도Amish들이다. 여전히 18세기의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암만교도들은 우울증 발병률이 일반 국민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우울증 발병 위험은 산업화된 사회 전역(영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한국 등)에서 최근 수년 간 끊임없이 증가했다. 단지 미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개발도상국들(제3세계)은 서구에 비해 우울증의 발병률이 매우 낮다. 그러나 전통적인 생활방식에서 서구적인 생활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많은 국가에서 우울증의 확산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