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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 양장 ]
밀란 쿤데라 저/이재룡 | 민음사 | 2012년 05월 18일 | 원제 : L‘identite 리뷰 총점8.9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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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2년 05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396g | 132*225*20mm
ISBN13 9788937484094
ISBN10 8937484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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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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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1929년 체코의 브륀에서 야나체크 음악원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밀란 쿤데라는 그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프라하의 예술아카데미 AMU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다. 1963년 이래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으며,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다. 『농담』과 『우스운 사랑』 2권만이 쿤데라가 고국... 1929년 체코의 브륀에서 야나체크 음악원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밀란 쿤데라는 그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프라하의 예술아카데미 AMU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다. 1963년 이래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으며,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다. 『농담』과 『우스운 사랑』 2권만이 쿤데라가 고국 체코에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농담 La Plaisanterie』이 불역되는 즉시 프랑스에서도 명작가가 되다. 그 불역판 서문에서 아라공은 "금세기 최대의 소설가들 중 한 사람으로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소설가"라고 격찬한바 있다. 2차대전 후 그는 대학생, 노동자, 바의 피아니스트(그의 아버지는 이미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를 거쳐 문학과 영화에 몰두했다. 그는 시와 극작품들을 썼고 프라하의 고등 영화연구원에서 가르쳤다. 밀로스 포만(Milos Forman), 그리고 장차 체코의 누벨 바그계 영화인들이 될 사람들은 두루 그의 제자들이었다.

소련 침공과 '프라하의 봄' 무렵의 숙청으로 인하여 그의 처지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책들은 도서관에서 제거되었고 그 자신은 글쓰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금지되는 역경을 만났다. 1975년 그가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왔을 때 "프라하에서 서양은 그들 스스로가 파괴되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한 후 르네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하다가 1980년에 파리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유명한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작가는 어떤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테레사와 토마스는 우연히 서로 만났다가 사고로 함께 죽는다. 그들의 운명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정들과 우연한 사건들과 어쩌다가 받아들이게 된 구속들의 축적이 낳은 산물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죽음을 향한 그 꼬불꼬불한 길,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의 완만한 상호간의 파괴는 영원한 애매함을 드러내 보이려는 듯 어떤 내면의 평화를 다시 찾는 길이기도 하다.

그 배경에는 60년대 체코와 70년대 유럽을 뒤흔들어놓은 시련이 깔려 있다. 지금은 멀어져버린 체코이지만 쿤데라의 작품 한복판에 주인공인 양 요지부동으로 박혀 있는 체코, 실제로 존재하는 나라라기보다는 신화적이고 보다 보편적인 나라, 유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 때문에 오히려 더욱 그 본질이 더 잘 보이는 듯한 그 나라. 변함 없는 성실성과 배반,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찢겨진 존재들의 복합성, 그리고 또한 둘로 쪼개진 세계와 유럽의 드라마와 작가의 근원적 정신질환의 원인은 체코에 있었다.

밀란 쿤데라는 프랑스로 망명 후 소설가로서의 성공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변화가 너무나 급작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1968년까지 나는 체코 국내의 소설가였을 뿐 아무것도 외국어로 번역된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 뒤에 작품들이 더러 번역이 되긴 했습니다만 체코 안에서 작가로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나는 프랑스를 작가로서의 조국으로 선택한 겁니다. 내 책들이 먼저 나온 곳은 파리였고 나로서는 그 상징적 의미를 매우 귀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밀란 쿤데라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에 대한 개념이다. 지혜의 그물망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그의 작품으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농담』『생은 다른 곳에』『불멸』『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이별』『느림』『정체성』『향수』 등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거의 모두가 탁월한 문학적 깊이를 인정받아서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 상, 컴먼웰스 상, LA타임즈 소설상 등을 받았다. 미국 미시건 대학은 그의 문학적 공로를 높이 평가하면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1978년에 출간된 『이별』은 유럽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문학상 프레미오 레테라리오 몬델로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별』은 현대의 살아있는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 속에 놓인 우리의 삶을 마치 모자이크처럼 정교하게 수놓으면서 사랑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 소설가, 희곡작가, 평론가, 번역가 등의 거의 모든 문학장르에서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외에도 『향수』와 오늘날 현대 소설이 지닌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의의를 쿤데라만의 날카로운 시각과 풍부한 지식, 문학에 대한 끝없는 열정으로 풀어 낸 에세이집 『커튼』등 다수가 있다.
1956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숭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밀란 쿤데라, 누보로망 이후 신경향 소설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장에슈노즈와 장 필립 뚜생 등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것을 비롯해 외젠 이오네스코, 르 클레지오, 미르세아 엘리아데 등을 본격 소개하였다. 문학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프랑스 문학을 국... 1956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숭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밀란 쿤데라, 누보로망 이후 신경향 소설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장에슈노즈와 장 필립 뚜생 등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것을 비롯해 외젠 이오네스코, 르 클레지오, 미르세아 엘리아데 등을 본격 소개하였다. 문학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프랑스 문학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는 『꿀벌의 언어』, 옮긴 책으로는 『그날의 비밀』, 장 에슈노즈의 『달리기』, 『일 년』, 『금발의 여인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정체성』, 조엘 에글로프의 『장의사 강그리옹』, 『해를 본 사람들』, 『도살장 사람들』, 외젠 이오네스코의 『외로운 남자』, 마리 르도네의 『장엄호텔』 장 필립 뚜생의 『사랑하기』, 『도망치기』, 『욕조』, 『사진기』를 비롯해 『거대한 고독』, 『고야의 유령』, 『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 『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 『벵갈의 밤』, 『부끄러움』, 『슬픈 흰곰의 노래』, 『로즈의 편지』, 『가을 기다림』, 『길고도 가벼운 사랑』, 『이별연습』, 『포옹』, 『오니샤』, 『불확정성의 원리』 등이 있다.
저자 : 밀란 쿤데라 Milan Kundera
1929년 체코의 브륀에서 야나체크 음악원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밀란 쿤데라는 그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프라하의 예술아카데미 AMU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다. 1963년 이래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으며,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다. 『농담』과 『우스운 사랑』 두 권만 고국 체코에서...
역자 : 이재룡
성균관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숭실대학교 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 『꿀벌의 언어』, 역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바겨움』, 『도살장 사람들』, 『도망치기』,『장엄호텔』, 『일 년』, 『포옹』, 『장의사 강그리옹』, 『해를 본 사람들』,『이별 연습』, 『가을 기다림』, 『거대한 고독』, 『로즈의 편지』, 『사랑하기』, 『코르다의 쿠바, 그리고 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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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밀란 쿤데라 전집 세계 최초 간행
세르반테스, 발자크, 프루스트, 카프카의 뒤를 잇는 소설의 거장

▶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이 기다려 온 쿤데라 작품의 결정판

▶ 소설, 단편집, 희곡, 에세이, 쿤데라의 전 작품 15종 정식 계약 완역판
매 홀수 달마다 출간, 2013년 7월 완간

▶ 쿤데라와 마그리트, 두 거장의 특별한 만남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아름답고 품격 있는 문학 전집

■ 샹탈, 시라노에게 설레다

어린 아들이 죽은 후 샹탈은 남편과 이혼하고 연하의 연인 장마르크와 살고 있다. 자신이 늙어 간다는 사실에 서글퍼하던 샹탈은 어느 날 장마르크에게 “남자들이 더 이상 날 쳐다보지 않아.”라는 말을 던지고, 장마르크는 샹탈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익명으로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그 익명의 남자가 ‘시라노’라고 이름을 밝히고 서서히 자신의 구체적 욕망을 드러낼수록 샹탈은 묘한 즐거움과 설렘을 느끼고, 장마르크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고, 자신이지만 자신이 아닌 이 남자에게 질투를 느낀다.

■ 짜릿하고 씁쓸한 공감 100% 연애 편지 대소동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자가 있는데 여자는 왜 낯선 남자로부터의 찬사를 원할까? 장마르크는 쓸쓸해하는 연인을 자신이 위로해 주려 하지 않고 왜 익명의 존재로 가장한 채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 걸까? 그 미묘한 내면 심리를 쿤데라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녀를 사랑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아무리 해 주어도 소용없고 사랑에 가득한 시선도 그녀에겐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의 시선은 외톨이로 만드는 시선이기 때문이다. 장마르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투명하게 변한 두 늙은이의 사랑스러운 고독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은 죽음을 예고하는 슬픈 고독이다. 아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의 시선이 아니라 천박하고 음탕한 익명의 시선, 호감이나 취사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고 사랑도 예의도 없이 필연적으로, 숙명적으로 그녀 육체로 쏟아지는 시선이다. ―작품 속에서

불특정 남성으로부터 관심과 욕망의 시선을 받는 것, 거기에서 자신의 매력과 자신감을 되돌아보는 보통 여자들의 심리를 간파해 낸 쿤데라의 솜씨는 그야말로 날카롭고 세련되었으며, 설득력 있다. 거기다 쿤데라 특유의 유머까지 덧붙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설 분위기에 재미와 흥미를 더했다.

샹탈이 익명의 연애 편지를 받고 처음 느낀 감정은 ‘불쾌함’이었다. 구애가 아닌 조롱이라 느꼈다. 하지만 편지가 거듭될수록 그녀는 자신 안에 숨어 있던, 잊혔던 열정과 순수한 설렘을 되찾는다. 하지만 샹탈이 편지를 보낸 사람의 정체, 혹은 그 정체성에 의혹을 품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 관계에는 급격한 변화가 찾아온다.

■ 꿈인 듯 현실인 듯 모호한 우리의 정체성-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너’는?

샹탈과 장마르크, 두 주인공을 비롯한 『정체성』 속 등장인물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무심한 듯 스쳐 지나간 타인의 ‘진짜 모습’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는 점이다.
샹탈을 만나러 해안가로 간 장마르크는 멀리서 머릿수건을 쓰고 걸어오는 여자를 샹탈이라고 착각하고 충격을 받는다.

마침내! 그의 쪽으로 돌아선 그녀가 그를 알아본 것 같았다. 그는 기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는 무심한 채 모래사장을 애무하는 바다의 긴 물결을 눈으로 좇으며 서 있었다. 그녀의 옆모습을 본 지금에서야 그가 틀어올린 머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머리를 감싼 머플러라는 것을 확인했다. 다가섬에 따라 그가 샹탈이라고 믿었던 여자가 늙고 추하고 우스꽝스럽게도 다른 엉뚱한 여자로 변해 갔다.
사랑하는 여자와 다른 여자의 육체적 외모를 혼동하는 것. 그는 얼마나 여러 번 그런 일을 겪었던가! 그리고 항상 똑같은 놀람. 그녀와 다른 여자들의 차이가 그렇게 미미한 것일까? 이 세상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고 그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의 실루엣을 어떻게 알아볼 수 없단 말인가. ―작품 속에서

한편, 샹탈이 한때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는 남자라 의심했던 동네 이웃, 카페에서 마주치는 남자, 세탁소 주인, 회사 동료 등, 흔히 ‘이럴 것이다.’라고 믿었던 것과는 다른 면모들이 그들에게서 발견되고, 급기야 샹탈은 자신이 정말 잘 안다고 여긴 장마르크의 마음까지 믿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샹탈은 점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과거의 자신이 누구였는지,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그녀는 누구인지 혼란에 빠진다.

가볍고 흥미진진한 연애 편지 소동으로 시작된 이 소설, 『정체성』은 밀란 쿤데라가 언제나 던져 온 화두를 담은 작품이다. 불확실한 이 세상에서 불확실한 자아를 보듬고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 대한 성찰을, 짧지만 넓은 행간? 담고 있는 철학 소설이자 동시에 오늘날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흥미진진한 연애 소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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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페르소나가 지배하는 사랑의 허망함과 비실존성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길***람 | 2017-07-09
밀란 쿤데라를 읽으며, 들었던 비공감 혹은 의문의 실마리가 조금 풀린 것 같기도 하고, 그저 일개 독자인 나의 개별적 해제가 늘어난 것이지도 모르겠다.


계층적이고 다발적인 관계가 요구되는 인간의 삶 속에서 "본질"이 무엇이냐에 대한 질문과 논의는 상당히 오랜시간 이어졌으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거리가 된다.

본질은 삶의 목적이나 "만족"에 닿기 위한 중요한 창구가 되며, 본질과 실증적 삶의 괴리가 발생할 때 혼란과 괴로움이 가중되기 마련이다.

본질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순수하게 이해할 때, 작가가 숭고하게 생각하는 "사랑"에 닿을 수 있다.
작가는 "느림"에서  

'선택되었다는 감정은, 예를 들면, 모든 연애관계에 나타난다. 왜냐하면 사랑은, 그 정의상, 공덕 없이 받는 선물인 까닭이다. 공덕없이 사랑받는다는 것, 이는 진정한 사랑의 증거이기도 하다. 만약 어떤 여인이 내게, 네가 똑똑하기 때문에, 네가 정당하기 때문에, 네가 선물들을 사주기 때문에, 네가 외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네가 설겆이를 해주기 때문에 너를 사랑해라고 말한다면, 나는 실망한다. 이 사랑은 뭔가 이해 관계에 의한 것인 듯하다. 한편 이런 말들은 얼마나 듣기 좋은가. 비록 네가 똑똑하지도 정직하지도 않고, 비록 네가 거짓말쟁이고, 이기적이고, 개자식이라도 난 널 미치도록 사랑해'라고 서술하면서, 
 
부수적 조건에 구속되지 않는 본질이 동하게 하는 애정에 대한 숭고함을 찬양한다.

그렇다면 본질은 어떠한 것이라고 정의 하는가? "무의미의 축제"에서  
"이제 나한테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더 강력하고 더 의미심장하게 보여요. 하찮고 의미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라고 이야기 한다.

정체성은 위의 주요한 관점을 고스란히 샹탈과 장마르크의 관계 안에 녹여 넣는다. 
 
주체가 아닌 타자들의 보편성에 구속되어 본적이 있는 샹탈은 주체적 의지와 능력이 있는 만큼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위해 "보편성"의 감옥에서 탈출한다. 하지만 실질은 타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샹탈은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본질적)주체를 다른 방식의 "보편성"에 소비한다.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유사하다. 직장에 출근하고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산다. 본질적 자아의 만족을 위해 "직장인"의 시간을 만들고, "직장인의 시간"에는 본질을 숨겨두거나 드러내지 않는다. 직장에서의 구성원 혹은 구조로서 기능한다. 이때 주체의 본질은 철저하게 수면을 취한다. 이때의 공허함과 부조리함을 직장인의 시간을 벗어난 "본질의 시간"을 통해 배설하고 치유한다. 이때 필요한 존재가 장마르크인 것이다.
 
장마르크는 어떠한가? 보편의 세상에서는 낙오자, 친구에게 배신당한 불운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선적이며, 자기중심적인 룸펜에 가깝다. 자기중심으로 돌아가지 아니하는 세상에 불만은 가지고 있는 이 남자는 샹탈에게 종속되어 있으며, 샹탈의 본질이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안절부절한다.

 
종속되어 있음에도 본질적인 그 찌질함을 흔쾌히 발현하지 못하는 이 남자도 샹탈을 상대로 페르소나를 장착한다. 샹탈이 직장에서 페르소나를 쓰는 것과 같이 말이다. 
 

이 양자간의 애정관계 그리고 그들을 감싸고 있는 변수들이 평온히 사랑하는 두사람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자신들의 페르소나를 지키기 위한 삶의 여정 가운데 자신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왜곡되는 관계에 대해서 스스로 어떤 책임을 가지게 되는지 보여주는 것이 작품의 주된 내용이다.
아무런 얼굴도 그려져 있지 아니한 책의 표지는 마치 누가 누구를 이해할 수 있으며 정의내릴 수 있는가에 관하여 그 근본적 불가해함 혹은 불가능성에 대하여 상징적으로 쓰여진 것일지 모르겠다. 

기본 요건화 되어있는 불가해함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무가치함을 전제한 내면적(혹은 본질적) 관계 형성을 위해 한발짝씩 다가가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욕구한다. 이것이 사랑의 본질이며, 이마저 포장하고 가면을 씌울때 얻는 상처와 고통은 고스란히 당사자에게 돌아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꺼려한다.
최근 복귀한 가수 이효리씨가 도시로 부터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으면서도 잊혀지는 것은 싫다고 이야기한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여유를 부리고 당당하게 관심을 요구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자신은 기본적인 것들(금전적인 것을 포함한 삶의 기반에 있어)이 이미 풍족하게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그녀와 같은 방식의 삶의 방식을 꾀하는 사람들 중에 황새를 쫓는 뱁새가 되어 오히려 그 꾸밈에 늪에 빠질 위험에 놓일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그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충고하는 것이다. 함부로 지금의 삶을 포기하거나 평가절하 하면서 타인의 그럴듯한 가치를 소비하지 말라는 당부일 것이다.
이는 다르게 생각해보면, 지금의 불만과 고됨을 가진 것 없이 그럴듯 한 것으로 덧씌우는 것에 대한 위험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샹탈과 장마르크의 관계는 사랑이기도 하지만, 작은 일탈에 매혹되고 황홀함을 동경하는 야심가와 퇴거에 대한 공포를 어설픈 허세로 포장하는 자격지심의 화신이 맺어진 관계이기도 하다.
야심과 공포는 서로 모순된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본질을 괴롭힌다.

나는 이러한 본질적이지 아니한(위선이 배제된 처절하고 맹목적인 갈망과 헌신이 아닌) 사랑의 허망함과 가벼움에 공감했으며, 그런 본질적 사랑이 가능하겠냐는 조소를 감출 수 없었다.

결국 본질적 하찮음을 받아드릴 수 있는 내면이 전제되어야만 그 숭고한 애정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 무엇이든 나는 연정의 허망함과 비실존성에 대해 조금더  설득 당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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