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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 생각정원 | 2018년 12월 21일 리뷰 총점9.1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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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8년 12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724g | 145*210*30mm
ISBN13 9791188388714
ISBN10 1188388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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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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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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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같은 대학에서 기생충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99년부터 현재까지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생충의 세계와 사회 현상을 빗대어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이며, 강연을 통해 의학을 좀 더 재밌고 유쾌하게 알려주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남들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은『마태우스』라는 책이 어릴 적에 일기를 쓰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은 뒤 이런 비극...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같은 대학에서 기생충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99년부터 현재까지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생충의 세계와 사회 현상을 빗대어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이며, 강연을 통해 의학을 좀 더 재밌고 유쾌하게 알려주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남들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은『마태우스』라는 책이 어릴 적에 일기를 쓰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은 뒤 이런 비극이 더 이상 없으려면 모든 사람이 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 ‘일기를 쓰라’는 이 책을 내게 되었다.

세간에는 기생충학자로 기생충을 사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대한민국 1% 안에 드는 개빠로, 셰퍼드에게 머리를 물린 이후에도 개빠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았다. 개를 좋아한다는 장점 하나로 역시 개빠인 아내와 결혼에 성공했고, 현재 6마리의 페키니즈를 모시며 살아가는 중이다. 한겨레신문에 ‘서민의 춘추멍멍시대’를 연재하고 있다. 『서민의 개좋음』은 이 세상의 모든 개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지금까지 쓴 책으로는 기생충을 소재로 한『마태우스』,『대통령과 기생충』,『서민의 기생충 열전』이 있고 독서와 글쓰기, 정치에 관한 책으로『서민의 독서』『서민적 글쓰기』『서민적 정치』등이 있다. 오랜 진화의 결과 기생생활을 하게 된 기생충에 대해선 한없이 너그럽지만, 다른 이의 고혈을 빠는 소위 인간 기생충에겐 단호하다. 윤지오의 사기 행각을 고발하는 『윤지오 사기극과 그 공범들』을 쓴 것도 그녀가 한국으로 소환돼 죗값을 받기를 바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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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전쟁과 전염병보다 더 강한 것은
멸종을 막으려는 인간의 열정이었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기대수명을 분석하여 그 결과를 의학저널 『랜싯』에 실었다. 『랜싯』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세계 최초로 90살을 넘어섰다. 또한 한국 남성의 기대 수명도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튼튼한 의료보험제도와 쉽게 접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의 평균수명은 꾸준히 늘어났다. 공중위생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안착되고, 예방접종의 발달로 영유아들의 사망률이 낮아졌다. 정치적으로 안정되면서 성인도 안전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건강뿐만 아니라 의학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인 기대수명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다. 1900년대 미국만 보더라도 평균 기대수명이 40살이었으며, 영아사망률은 25퍼센트에 달했다. 과연 어떻게 인간은 꾸준히 건강한 삶을 확보했을까?

우리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정확한 도구는 역사다. 난해하고 어려워 보이는 의학 역시도 역사의 틀을 통해 바라볼 때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AI로 대변되는 새 시대의 의학을 알아보기 위해선 의학의 역사를 꼭 살펴봐야 한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넘보던 인류는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전염병과 굶주림으로 인구의 절반이 사춘기를 넘기지 못했다. 지금은 상처가 났을 때 항생제 연고를 사용하지만, 100년 전만 해도 감염 때문에 사람이 죽는 일이 허다했다. 타인의 죽음이 현대인들에게 낯설고 어색할지 모르지만, 과거에는 죽음이 곧 일상이었다.

『서민적 글쓰기』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의 소중함을 말하고 『서민적 정치』에서 유쾌한 반어법과 비틀어 보기를 통해 한국 정치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던 서민 교수. 신문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종횡무진 글쓰기를 보여주던 그가 이번에 본업인 의학으로 돌아왔다. 『서민 교수의 의학 세계사』는 20년째 의과대학에서 강의 중인 그가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는 의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달라지는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들을 독자들에게 생생한 언어로 전한다. 서민 교수는 독자들에게 의학과 세계사의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타임 슬립’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1991년 알프스산에서 발견된 신석기인 외치가 외계인과 함께 지병인 ‘심장병’을 고치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가장 의학이 발전했던 곳으로 날아간다. 풍부한 사례를 통해 독자들에게 의학뿐만 아니라 세계사적 지식을 충분히 전달한다.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메리카 지역에서 의사를 찾고, 그들과 교류하며 의학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었는지 살펴본다. 시간대를 달리하며 만나게 된 의학자들의 이야기와 최첨단 의학 속에서도 한계를 발견하며 현대 한국까지 도착한다. 서민 교수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살아 있는 스토리텔링 덕분에 독자들은 책을 펴자마자 시간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의학의 역사라 하여 과거만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 서민 교수는 이 책에서 특유의 발랄한 시선을 잃지 않고 현대의학이 어떤 형태로 발전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AI시대의 의사에게 중요한 요소는 환자와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며 그것이 인간과 기술을 나눈다는 이야기는 의학이 다루는 대상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또한 의사와 인공지능은 적이 아니라 서로 더불어 발전하다 보면 더 많은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는 지적은 의학의 기본을 생각하게 만든다. 백신반대 운동, 슈퍼바이러스 이야기 등, 서민 교수와 함께 여전히 의학에 남은 숙제들을 읽다 보면 의학을 아는 것이야말로 자신과 모두의 삶을 지키는 중요한 일임을 깨닫게 된다.

병, 세계를 흔들다!

‘병’이 한 시대를 무너뜨렸다는 이야기는 낯설게 들릴지 모른다. 중세시대를 보자. 당시 지식인은 가톨릭 사제들이었다. 사제들은 의사가 아니었지만, 약초 등을 이용해 사람들을 치료했다. 의사보다 사제가 더 환자들의 신임을 받았던 중세지만, 유럽 인구를 죽음으로 휩쓰는 흑사병 앞에서는 제아무리 사제라도 무력했다. 흑사병에서 구해달라고 사제들의 조언을 들으며 신에게 빌었지만, 흑사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학살’한다. 교회가 흑사병에 어떤 대처도 못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교회와 신에 대한 믿음을 거둔다.

당시 사제들의 사망률도 문제였다. 일반인의 사망률이 30퍼센트인데 사제의 사망률은 42~45퍼센트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제들이 죽었다. 환자를 치료하려던 이들이 치료는커녕 병에 걸려 죽었으니, 신뢰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흑사병은 신 중심의 세계를 철저하게 무너뜨린다. 말 그대로 병이 세상을 바꾼 것. 흑사병이 아니었다면 이후 철학자들이 신에게서 인간으로 세상의 중심을 옮길 수 있었을까? 신권이 하락하는 것과는 달리 왕권은 강화된다. 흑사병 대유행을 끝낸 것은 신이 아니라 국가가 만들기 시작한 위생과 검역 절차였다. 검역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15세기 들어 유럽 각국은 방역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동시에 여행증명서도 발급했다. 일단 여행객이 다른 나라의 국경을 통과하려면 한 달 이상의 법적 검역 절차를 밟아야 했다.

서민 교수는 ‘병’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흑사병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었을까? 흑사병을 어떻게든 막고 피하려는 생각 덕분에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는 외국에서 배가 오면 멀리 떨어진 섬에 선원들을 40일 동안 격리하고 흑사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도시로 들어올 수 있게 허가했다. 쿼런틴(검역)은 현재도 시행 중이다. 전 세계 모든 공항이나 항만에서 이뤄지는 검역은 흑사병이 시초가 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쿼런틴을 시행한 이후에도 전염병은 유럽을 휩쓸었지만 검역 덕분에 흑사병의 전염 속도는 현저히 둔화되기 시작했다. 중세시대로 타임슬립한 아이스맨 외치가 치료는커녕 살아남는 데 급급했을 때, 외계인이 검역을 실시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된 것이다.

백신, 아직도 맞아야 할까?

과거에 유행했던 병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거나 아니면 다양한 약이 만들어지면서 실험실에서만 볼 수 있는 병으로 바뀌었다. 그중에서도 병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백신’이다. ‘백신’ 하면 떠오르는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 1749~1823)는 현대의학의 첫 문을 열었다고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인물이다. 소젖을 짜는 여인들은 어쩌다 우두에 걸린 소와 접촉했는데, 그다음에는 희한하게도 천연두에 안 걸리더라는 소문을 듣고 제너는 생각한다. 우두는 천연두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줄 뿐 아니라, 우두의 이 보호능력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될 수 있다고 말이다. 제너의 아이디어 덕분에 사람들은 천연두라는 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천연두를 비롯해 파스퇴르가 콜레라 백신의 기초를 닦기 시작한다. 그래서 1890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백신은 흑사병,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까지 이어졌는데, 모두 세균에 의한 질환이다. 모두 영아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백신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운동에 불을 지핀 이는 영국의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Andrew Wakefield)다. 그는 자신이 만난 자폐증 환자 8명 중 5명이 생후 일주일 이내에 MMR(Measle, Mumps, Rubella: 홍역, 볼거리, 풍진)에 대한 백신을 맞은 적이 있다는 논문을 유명 학술지에 발표했다. 그의 발표는 자폐증 환자의 부모들을 자극했고, 많은 부모들로 하여금 백신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 했다. 백신 반대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서민 교수는 말한다. 백신 접종이 의무화되다 보니 어지간한 병들은 주변에서 사라졌다. 주위에 홍역에 걸린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196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는 소아마비가 발생했지만, 백신 접종으로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것과 비슷한 결과다. 그러나 이제 백신 덕분에 홍역 자체가 보이지 않으니, 홍역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게 된 것은 의학이 발전하면서 만든 결과인데,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병이 사라졌는데, 굳이 맞을 필요가 있는지 묻게 된 것이다. 이렇게 백신의 효과는 측정할 수 없는 반면 부작용은 바로 나타난다. “독감백신을 맞았는데 독감에 걸렸어요”라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있다. 이건 독감과 감기를 혼동한 데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결핵을 생각하면 얘기가 좀 다르다. 우리 모두는 분명 BCG라는 결핵 예방백신을 맞았지만, 그럼에도 결핵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서민 교수는 실제로 BCG는 다른 백신과 달리 결핵을 100퍼센트 막아주지 못하며, 예방 효과가 51퍼센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BCG가 필요한 이유는 결핵균이 뇌로 가거나, 전신에 퍼지는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막아줌으로써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서민 교수의 의학 세계사』는 병과 인간의 치열한 전쟁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병에 대항하기 위해 인간은 신석기시대의 문신부터 차츰 과학적으로 치료 방법을 알아가고, 또 그것을 후대에 전한다. 처음부터 큰 병을 치료하지는 못하더라도 인간을 알아가며 병의 원인을 알아가고, 치료를 배워간다. 백신은 인간이 병에 대항해 얻은 첫 번째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백신에 대해 여러 말들이 오가는 지금, 서민 교수는 우리에게 어떤 스탠스가 필요한지 말해준다.

암은 정말 치료가 될 수 있을까?

현대인들에게 가장 무섭고 두려운 병은 ‘암’일 것이다. 타임슬립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던 외치도 현대로 오면서 ‘암’이라는 새로운 병을 만나게 된다. 고대에도 암은 있었다. 고대 이집트의 의학서라고 할 기원전 3000년 전의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엔 유방암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 나온다. 만져보면 차갑고 볼록 솟아 있으며, 치료법도 없어서 곧 유방 전체에 퍼진다고 나와 있다.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피나 점액, 담즙, 다른 체액이 너무 모자라거나 많아서 암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7세기가 될 때까지 암은 고칠 수 없고, 이유도 알 수 없는 병이었다. 20세기에 접어들면 모든 게 달라진다. 마취제와 항생제가 발견됐고, 엑스레이의 발명으로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했다. 이 밖에도 호르몬 치료와 양성자 치료 등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조기 발견만 된다면 승산 있는 싸움을 해볼 수도 있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또한 유전자를 미리 검사해 ‘당신은 어떤 암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고 알리는 일도 가능해졌는데, 유명 배우인 앤젤리나 졸리는 이 검사 결과에 따라 유방을 미리 절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암은 치료될 수 있을 거라는 앤드루 닉슨 대통령의 이야기와 달리, 암은 정복 가능한 것처럼 보이면서 인간을 절망하게 한다. 한 저명한 암 생물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암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건 지금이나 40년 전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이다.

서민 교수는 말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암 연구의 역사를 알아봤다면 그래도 헛된 싸움은 아니었다고. MIT 생물학자 로버트 와인버그(Robert Weinberg)는 심지어 암 자체도 계속 변화한다고 말한다. “한 환자의 암도 시간에 따라 변합니다. 이는 한동안 효과를 보이던 치료법이 왜 갑자기 듣지 않는지, 왜 의사들이 새로운 치료법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암과의 전쟁에서 승리라는 것은 한 번의 극적인 전투에서 이겨서가 아니라, 수없이 많은 전쟁들을 치르고 이겨낸 후에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암을 이해하기 위해 학자들이 어떻게 노력했는지, 암을 정복하기 위한 현재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서민 교수의 의학 세계사』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의학 세계사의 에피소드 안에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죽음이 스며 있다. 의학에 관한 이야기들이 흥밋거리로 소비되는 것을 막으면서 독자들에게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를 넌지시 권하는 이 책으로 인해 독자들은 의학이 험난한 길을 걸어왔음을 되짚어 볼 수 있다.

AI시대 의학은 어떻게 달라지나?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대결을 벌인 것처럼, 2016년 미국에선 AI와 의사들이 한판승부를 벌였다. 스크린에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과 검사소견이 떠 있었는데. 의사와 컴퓨터는 그 화면을 보고 가장 가능성 있는 진단명 1개와 추가로 생각할 수 있는 진단명 2개를 더 써야 했다. 1순위 진단명의 정확도에선 의사가 72퍼센트, 컴퓨터가 34퍼센트였고, 3개까지 봤을 때는 의사가 85퍼센트, 컴퓨터가 51퍼센트였다. 의사의 완승이었다. 그러나 의사의 승리를 예견하기는 힘들다. 방대한 지식에 경험이 더해진다면 의사는 컴퓨터의 적수가 되기 힘들다. 그리고 그 경험은 컴퓨터가 직접 환자를 봐야 하는 게 아니라, 의사들이 써놓은 환자 차트들을 컴퓨터에 입력하기만 해도 너끈히 충족될 수 있다. 컴퓨터가 지금 같은 속도로 발전한다면 적어도 몇 년 안에 의사들이 무릎을 꿇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AI시대가 되면 전문직이 사라진다는데, 의사도 사라지지 않을까?

서민 교수는 말한다. 의사와 인간은 치료라는 목적을 위해 만난 ‘인간들’이라고 말이다. 그 치료는 단순히 약물과 수술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란 참 오묘한 존재인지라, 환자의 말을 의사가 진지하게 들어주고 환자의 아픔에 공감해주기만 해도 증상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 플라세보 효과라는 것도 사실은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에서 생기는 게 아니겠는가? 암의 크기가 크고 다른 기관에 전이됐을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생각해보자. 열심히 치료한다고 해도 오래 살 확률은 떨어지지만, 인간의사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제가 보기엔 치료만 잘 받으면 건강해질 수 있어요. 저를 믿고 한 번 해봅시다.” 컴퓨터라면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암이 아주 큽니다. 치료해도 1년 이상 살 확률 10퍼센트 미만. 그래도 암이 식도를 완전히 막지 못하게 항암제는 써야 함.” 둘 중 어느 경우에 환자가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치료가 성공하려면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컴퓨터가 감히 의사를 따라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게놈 프로젝트가 전하는 희망

AI시대만큼이나 의학의 풍경을 바꿔놓을 장면은 바로 게놈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지식들이다. 2003년은 인간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가 완결된 해다. 1990년에 시작된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2003년까지 인간게놈에 있는 약 32억 개의 염기쌍(nucleotide) 서열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인간 유전자의 종류와 기능을 밝히고, 환자와 정상인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봄으로써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있다. 이렇게 알아낸 유전정보는 질병 진단, 난치병 예방, 신약 개발, 개인맞춤형 치료 등에 이용될 수 있다. 가족력 분석에서 병의 기원을 찾는 방식에서 앞으로는 개개인의 게놈 정보 분석을 통해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과 그렇지 않은 질병을 가릴 수 있게 되고, 게놈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 예방이나 건강증진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인별로 맞춤 제공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몸에 좋은 우유가 누군가에게는 설사를 유발하는 것처럼, 사람이란 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밝히는 일이 치료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서민 교수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의학이 만났을 때 더 많은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의 신체정보를 모두 알 수 있다면, 그 사람한테 듣지 않는 약을 투여하지 않게 된다. 2011년 니컬러스 볼커라는 아이가 있었다. 그 소년은 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상시적인 염증이 있었던 탓에 여섯 살이라는 나이에 거의 100번에 달하는 수술을 받았고, 장의 일부를 잘라내는 신세가 됐다.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어쨌든 그가 죽어간다는 건 누가 봐도 확실했다. 의사는 혹시나 싶어 그의 게놈 정보를 해독해봤다. 볼커의 유전자에는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있었다. 그 돌연변이가 면역계에 이상을 일으켜 장에 상시적인 염증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 소년은 제대혈에서 얻은 세포를 골수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아직도 치료가 더 필요하긴 하지만, 볼커는 건강해졌다. 이는 게놈 프로젝트의 성공이 인류를 훨씬 더 건강하게 해준다는 첫 번째 증거였다.

* * *
의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다들 과학의 최첨단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석기시대에 사망한 아이스맨 ‘외치’가 보여주듯 의학은 예상보다 더디게 발전했다. 의학은 실험실 속에서 천재적인 과학자들이 이끌어간 것 같지만, 오히려 서로 다른 문명이 만나거나 사회가 변동할 때 더 많이 발전했다.

고대에서 가장 발달한 문명을 가진 이집트에 수많은 학자들이 모이면서 의학은 문신을 치료법으로 여기는 수준에서 벗어나 체계를 잡았다. 고대 그리스가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를 배출하고 향후 약 1000년간 서양의학사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비롯해 끊임없는 갈등과 충돌로 사람과 사회, 지식까지 교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항로 개척시대는 문명과 문화가 만날 때 의학이 발전한다는 이야기를 가장 잘 보여준다. 서유럽의 국가들이 식민지를 획득하면서 은과 향료뿐만 아니라 콜레라 같은 풍토병도 함께 들여왔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갖고 온 천연두로 인해 몰살의 지경까지 이른다. 서민 교수는 의학이란 그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기에, 의학의 역사를 아는 것은 곧 인간의 역사를 아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배우는 것이 있다. 높은 곳에 놓인 사과를 따기 위해, 더 높은 곳에서 멀리 보기 위해 부모나 어른의 어깨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의학 연구자들은 과거의 뛰어난 연구가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위대한 업적을 이룩해왔다.『서민 교수의 의학 세계사』는 독자들에게도 높고 넓은 곳에서 역사와 삶을 조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들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탄다고 해서 모든 사과를 다 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꿀처럼 달콤한 사과 중에는 나무 꼭대기에 있어서 손이 전혀 닿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의학 역시 계속 업적을 쌓으면서 높이 올라갔지만, 가장 소중히 여기는 목표, 즉 모든 사람이 건강을 누리게 하는 일은 여전히 손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서민 교수의 의학 세계사』는 의사가 되고 싶은 많은 청소년들에게 21세기가 시작된 지금, 의학은 세계의 모든 사람이 만족스러울 정도의 건강을 누리고 있는지를 물으며 지적 도전을 권유한다. 독자들은 재미뿐만 아니라 의학자들의 치열한 도전기를 읽으며 의학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사의 풍경을 새로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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