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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불능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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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불능세대

투표하고, 연애하고, 결혼하라

김대호 | 필로소픽 | 2012년 04월 11일 리뷰 총점8.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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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불능세대

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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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2년 04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87g | 152*225*20mm
ISBN13 9788992168908
ISBN10 89921689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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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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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63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진주고를 거쳐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다. 20대에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30대에는 대우자동차에서 엔지니어 생활을, 40대 초반(2006년)부터는 사회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국가, 정당, 지자체, 이념·정책 혁신 운동을 해왔다. 대한민국은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지를 쉬지 않고 고민하고 실천해 왔다. 20여 년 동안 20권 가까운 책을... 1963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진주고를 거쳐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다. 20대에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30대에는 대우자동차에서 엔지니어 생활을, 40대 초반(2006년)부터는 사회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국가, 정당, 지자체, 이념·정책 혁신 운동을 해왔다. 대한민국은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지를 쉬지 않고 고민하고 실천해 왔다. 20여 년 동안 20권 가까운 책을 썼지만, 학위를 획득하거나 연구 실적을 쌓기 위해 쓴 책은 한 권도 없다. 모든 책은 온 몸을 던져 결행한 운동에 대한 치열한 성찰과 모색의 산물이다. 1972년부터 2021년까지 49년 동안 일기를 써 왔고, 17년에 걸쳐 강령적 선언(자유책임 시민정당 제안)을 다듬었으며, 6년 걸려 ‘7공화국’ 시리즈(『7공화국이 온다』, 『왜 7공화국인가』)를 썼다. 1990년대 중반부터 화석화된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진보적 정치·사회운동이 개혁의 견인차이기는커녕 청년에게 최악의 체제를 만드는 주범임을 절감하고, 노동·공공 개혁을 부르짖고, 보편 지성과 양심에 부합되는 종합적 국가비전 정립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한국 정치의 문제가 지식, 지혜의 부족이 아니라 소명, 용기, 강단의 실종임을 절감하고, 사상이론가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정치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삶의 터전이 쇠락하는 연안수산업(사천)-지방중소도시(진주)-구로·금천 지역 중소제조업-대우자동차와 협력업체로 이어져 왔기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고통과 불안을 항상 의식하고 있다. 경제의 글로벌화와 디지털화, 중국의 경제적 비상, 4차산업혁명 등에서 기회와 희망을 찾으려 노력하면서도, 저출산 쓰나미가 밀어닥치는 지방, 코로나19에 초토화된 내수 자영업,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우악스러운 경제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제조업, 민노총과 외국인 노동자(중국인 십장)에 휘둘리는 건설 인력시장, 결혼과 출산을 연기 기피하면서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의 한숨과 비원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고 있다. 2006년 이후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을 맡아 대한민국의 경세방략經世方略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대우자동차 하나 못 살리는 나라』, 『한 386의 사상혁명』, 『진보와 보수를 넘어』, 『희망한국 프로젝트』(김대호 김두수 공저), 『노무현 이후-새 시대 플랫폼은 무엇인가』 『새우가 고래를 이기는 매니페스토-영혼이 있는 선거전략』(김대호, 정창교 공저), 『2013년 이후-희망 코리아로 가는 길』, 『결혼불능세대』(김대호. 윤범기 공저), 『안철수의 생각을 생각한다』(김대호, 윤범기 공저), 『간절하게 당당하게』(강운태, 김대호 공저), 『미래를 위한 제언 2016』(공저), 『노동의 미래』(공저), 『평등의 역습』(공저) 등이 있다.
저자 : 윤범기
1977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며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에 대해 눈을 떴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한 것과 2002년 개혁국민정당에 참여하며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벽돌 한 장을 놓았다는 것이 평생의 자부심이다. 2002년 민주당의 국민경선제 도입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공군사관학교 교수요원으로 군복무하며 3년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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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288 중에서

출판사 리뷰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결혼을 허하라

대한민국에 결혼 못 하는 세대가 나타났다. 도시의 수많은 청춘남녀들이 결혼을 안 하거나 못 하고 있다. 어디까지가 선택이고, 어디서부터가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일까?
이 책은 청년들의 결혼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정치라고 말한다. 진보세력과 동일한 문제의식이지만, 진보세력과는 사뭇 다른 열쇠를 제안한다. 진보세력의 정책은 상위 20퍼센트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것.
비정규직은 절대악일까? 한미FTA는 폐기해야만 하나? 반값등록금은 좋은 정책일까? 국회의원을 줄여서 세비라도 아끼는 것이 좋을까? 이런 질문들이 결혼과 대체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진보와 보수를 넘어 정책 대안을 제시해온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과 ‘결혼하기 힘든 세상’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36살 노총각 MBN 윤범기 기자가 청년들과 함께 ‘결혼하기 좋은 세상’을 주제로 토론한 대담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단군 이래 최초로 결혼 못 하는 세대가 등장했다
지금 대한민국에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결혼 못 하는 세대가 나타난 것이다. 신경림 시인은 [가난한 사랑 노래]에서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라고 반문했지만, 이제는 가난하면 사랑조차 꿈꾸기 힘든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윤범기 기자는 서울대 출신이다. 가난한 가정환경이지만 ‘개천의 용’을 꿈꾸던 그는 방송국 기자로 입사해 5년간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결혼을 목전에 두고 전세자금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해 여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개룡뻔남(개천에서 용 될 뻔한 남자)’이 되고 말았다 한다.
하지만 그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의 쌍둥이 형은 한 달에 120만 원을 버는 비정규직이다. 더구나 옥탑방 월세 30만 원이 꼬박꼬박 나간다. 고용시장의 절반에 육박하는 청년 비정규직 중에는 이런 사정이 적지 않다.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결혼을 꿈꿀 수 있을까? 도대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해부해보기 위해 진보 내의 ‘비주류’ 논객 김대호 소장과 윤범기 기자가 만났다. 두 저자는 결혼을 개인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함께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청년들이 결혼하기 좋은 세상이 곧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해법이 ‘정치’라고 단언하며, 시장, 교육, 정치 분야에서 사라진 기회의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들을 제안한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 결혼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진보는 희망버스를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김대호 소장은 희망버스의 슬로건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비현실적 해법이라고 본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업은 유연하게 대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세계 1위였던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는 스마트폰에 밀려 불과 5년 만에 풍전등화의 운명이 되었다. MP3, PMP, 디지털카메라 등 전자업체에서 지하철 무가지까지 스마트폰 때문에 한순간에 된서리를 맞았다. 이런 환경에서 정리해고가 어려워지면 기업은 신규 고용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의 철폐는 역설적으로 청년들의 일자리 축소와 대기업의 외주화 증대로 귀결된다.
더구나 대다수 노동자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정규직이 된다 해도 큰 의미가 없다. 대기업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구조가 존속하는 한 중소기업 정규직은 고용 안정성과 처우 면에서 대기업 비정규직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대기업 노동자들에게만 절실한 문제일 뿐이다. 이 책에서는 비정규직 해법으로 비정규직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할 것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이고, 그 핵심은 중향평준화다. 임금은 기업 규모가 아니라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것.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양극화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핵심은 비정규직 vs. 정규직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vs. 중소기업의 문제라는 얘기다.

진보 집권 이후 실시해야 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다
김대호 소장은 진보집권 전략보다 진보집권 이후의 비전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다음과 같은 ‘결혼하기 좋은 세상’을 위한 처방전을 제시한다.

◈ 결혼 지원 정책이 보육비 지원? - NO! 20퍼센트를 위한 정책일 뿐
청년들의 결혼 문제를 지적하면 대개 보육비 지원을 제시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보육비 지원은 꽤 늘어났다. 진보세력의 비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보육비 지원은 이미 결혼 문턱을 통과한 상위 20퍼센트를 위한 대책일 뿐이다. 중하위층의 관점에서는 보육 문제보다 주거 문제, 일자리 문제가 더 시급하다. 그런데 현재 한국 사회는 주거와 일자리 문제보다 보육 쪽이 상당히 빨리 강화되어 있다. 진보세력들이 복지 문제에서 상위 20퍼센트의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다.

◈ ‘허경영 솔루션’을 넘어서 - 복지보다 일자리가 우선!
허경영은 결혼하는 청년들에게 1억씩 지원하겠다고 했다. 당시에는 웃기는 이야기로 치부됐지만 어찌 보면 2012년 결혼불능세대를 예견한 선견지명 있는 공약이었다. 현재 많은 정치인들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주장을 한다. 모두 손쉽게 복지를 이야기한다. 이들이 허경영과 다를 게 무엇인가? 하지만 복지도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세금을 걷어야 하는 문제다. 그래서 복지보다 일자리가 우선이다. 2차 분배인 ‘복지’보다 1차 분배가 일어나는 ‘시장’의 개혁이 시급하다.

◈ 플라스틱 밥통을 만들자 - 비정규직 철폐가 아닌 처우 개선이 핵심!
‘희망버스’는 비정규직 철폐와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주장했다. 현실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인간의 수명을 제외하고 모든 것의 수명이 줄어들었다. 모든 일자리가 영원할 수는 없다. 철밥통을 늘릴 것이 아니라 대신 플라스틱 밥통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오히려 플라스틱 밥통에 임금을 높여줘야 한다. 고용보험도 탄탄하게 준비해야 한다. 적게 받으며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할 것인가? 많이 받지만 실업의 위험을 감수하고 여러 직장을 옮기며 일할 것인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아니라 ‘비정규직이어도 살만한 세상’이 대안이다.

◈ 안철수가 뜬 진짜 이유는? - 시장 사다리를 복원하자!
안철수는 무너진 시장 사다리의 희망이다. 서울대를 나오고 의사 자격증을 가졌지만 학벌도 자격증도 필요 없는 영역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대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IT 벤처기업을 일으켰다. 젊은이들이 안철수에게 기대를 건 것은 그렇게 ‘재벌 동물원’이 판치는 시장을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바꿔줄 것이란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재의 흐름과 처우개선, 금융지원의 해법이 시급하다.

◈ 문제는 경제다? - 아니다 정치다!
문제는 경제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은 정치다. 그래서 정치가 제대로 서야 하고 좋은 정치에 투자해야 한다. 좋은 정치인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정책 연구소에 대한 기부가 필요하고, 국회의원 수도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대폭 늘려야 한다. 지방 검찰총장을 비롯해 선거로 뽑는 자리도 늘어나야 한다. 좋은 정치 없이 결혼하기 좋은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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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w*******7 | 2013-04-19

 

아무튼 따지고 들자면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지난해 말, 나는 참 두렵고도 절박했던 듯싶다.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모순들에 대해 적잖이 분노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엄연히 국가의 주인은 국민임에도, 아니 주인을 넘어 다소 낯간지럽기까지 한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받들어 모시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정작 국민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은 시대. 오히려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하고, 말 그대로 죽음과도 같은 ‘탈락’ ‘낙오’를 피하려, 발버둥치는 시대. 딱히 크게 잘못한 이들은 없는 듯한데, 이상하게 대다수 국민들이 형벌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변화는 간절했고, 현실은 남루했다. 딱 그랬다.

 

때문에 주로 사회의 아픈 문제들을 진단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책을 찾아 읽은 것 같다. 평소에도 물론 사회 비평서나 인문교양․정치평론을 즐겨 읽었지만, 2012년 하반기, 아니 1년을 통틀어 꽤나 많이, 혼자 아파하고 분노하고 뭐 그랬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과연 그런 수고(?)를 한 보람이 있었는지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미처 관심을 갖지 않았던 문제들에도 눈을 돌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분명 많이 배운 시간들이었다.

 

이 책은 두 남자가 중심이 되어 늘어놓은 담화(!)다. 한 남자는 정책 이론가이자 글 어렵게 쓰기로 유명한 진보진영의 ‘까칠 왕따’이고, 또 한 명은 나와 동갑인 ‘개룡뻔남’ 기자이다. 개천에서 용이 될 뻔한 남자라는 뜻이다.

 

이 두 남자는 청년들의 결혼 문제를 시작으로 이 시대 진보진영의 한계 그리고 과제, 비정규직 문제, 교육정책, 정치참여의 절박성 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중간 중간 청년 게스트, 정치인, 교육전문가 등이 끼어들어 나름의 ‘노가리(!)’를 선사한다.

 

개룡뻔남 윤범기 기자가 이 책을 기획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우선, 까칠한 진보논객 김대호 소장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이 나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 소장의 글이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다소 난해해서 많은 이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우니, ‘주고받기 노가리’ 방식으로 풀어낸다면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윤 기자의 생각이 옳았다고 본다. 일단 읽기에 부담이 없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불능세대라, 살벌한 단어다. 결혼이 아예 불가능한 세대. 반드시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지금도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아이들이 적다고 걱정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확실히 더 줄어들 것은 빤하다. 그리고 그 추세가 이어진다면, 대한민국은 한민족이 아닌 다양한 인종의 복합국가가 아니면, 멸종하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장난이 아닌 거지.

 

‘약간 오버하는 것 아녀?’라고 반응하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의 상황은 오버의 수준을 상당히 넘어섰다. 영국의 어느 학자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이어진다면, 우리가 지구상에서 자연적으로 소멸되는 첫 국가가 될 것이라는 살벌한 예언을 한 바 있다. 남의 일이라고 막말을 하셔 아주! 그만큼 우리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얘기다.

 

고민해보자. 왜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을까? 결혼은 사랑만 먹고 피어나는 꽃이 아니다. 아쉽게도. 그리고 교육문제, 보육문제, 주거문제 등 다양한 삶의 조건들이 얽혀있다. 이러한 삶의 필수적인 요소들을 지금의 평범한 청춘들이 감당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리다.

 

대충 거칠게 계산해봐도 서울에서 부모의 도움 없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최소한 인간답게(!) 살려면 연봉 4천만 원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의 전셋값, 집값 등을 고려한 계산이다. 하지만 자녀 출산을 포함시키면 이야기는 조금 더 우울해진다. 상상이 충분히 가능하실 테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

 

지금 청춘 중에 연봉 4천만 원을 넘기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현재 둘이 합쳐 1억 1천만 원 이상이 결혼비용으로 들어간다고 하는데, 과연 그 돈을 너끈하게(!) 감당할 수 있는 커플이 얼마나 될까? 부모의 도움 없이 말이다. 또 다시 우울.

 

TV드라마나 영화 등을 보면 온통 신데렐라 성공기 아니면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 ‘출생의 비밀(!)’이라는 로또를 만나 해피하게 살게 되는 이야기 투성이다. 물론 TV에서조차 비루한 현실을 담아낸다면 시청률이 바닥을 기어 다닐 것이 빤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현실을 끝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결국 결혼하기 좋은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이다. 독신을 고집하는 이들도 물론 존중받아야 하지만 자발적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포기한 독신은 비극이기 때문이다. 그럼 해법은 무엇일까? 뭐 쉽게 답이 나올 수 있다면 문제 자체가 처음부터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단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고, 수도권 집중 문제가 풀려야 한다. 아울러 출발이 불평등이라는 보다 근본적이면서도 우리나라 특유의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책은 청춘들의 결혼 문제로 시작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살펴본다. 비정규직 문제도 그 중 하나. 여기에서 김대호 소장은 진보진영에게서 강한 반발을 살 수 있는 주장을 제기한다. 진보진영이 외치는 ‘비정규직 철폐’ 구호가 오히려 대학생들의 취업을 막는다는 것이다.

 

그는 비정규직 철폐는 불가능할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대신 그는 비정규직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한 번 고용하면 쉽사리 해고할 수 없는 채용에 있어서 더 신중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취업의 문은 더 좁아진다는 설명. 정규직 vs 비정규직의 프레임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바꾸어 바라보면 상당히 다를 결과가 나온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사실 우리는 한진중공업 직영 노동자 400명의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분노했지만, 4000명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철폐라는 ‘불가능한 작전’보다는 부당한 격차의 해소라는 근본적 해법에 주목하자는 주장은 충분히 생각해 볼 문제다.

 

책은 또한 우리 사회에서 점차 좁아지고 있는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다시 넓히는 문제, 이와 관련된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현직 교사이자 교육문제 전문가인 이기정 선생의 솔루션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 풍토, 시스템을 꼬집고, 개선이나 변화의 필요성이 있는 선거제도를 지적한다. 의미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정말 열심히, 영리하게 잘 일할 수 있는 정치인을 만들고 키워내야 한다는 주장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정치 생태계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들의 자각과 행동뿐이다. 국민이 똘똘해야 ‘스마트 국회’ ‘스마트 정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소리.

 

김대호 소장은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워진 상황에서 결혼이 어려워진 이유는 바로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을 개척할 수 있다는 낙관적 예측’이 사라졌기 때문이라 말한다. 지금 팍팍하게 살면, 죽을 때까지 팍팍하게 살 것 같다는 절망이다. 그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무너진 희망의 사다리, 사라진 도전의 사다리 탓이라 말한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가 말하는 결론은 명확하다. 무너진 시장 사다리를 복원하고, 과도한 부담이 쏠린 교육 시험 사다리를 합리화하고, 빈약한 선거 사다리를 확충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사다리나 상속 사다리와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사다리를 줄여나가야 한다.

 

언제나 근본적 문제는 지나친 쏠림과 불평등이었다. 왜 우리보다 훨씬 가난하다고 말들 하는 부탄, 라오스 같은 나라의 국민들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가는지, 이제 더 이상 모른 척 하지 말자. 그 옛날 공자 선생께서도 그렇게 강조하시지 않았나.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공평하지 않은 것을 걱정하라’고.

 

두 남자의 재미없어 보이는 만담을 통해, 비록 그들 생각에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분명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공평함’에 대해서 말이다. 인간적으로, 양심적으로 산다는 것은, 언제나 그랬지만 정말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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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우리에겐 아직 수가 남아있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 2012-09-16

교보 정치 사회 매대에 여름책들이 쫙 깔렸는데, 올해 2월에 나온 이 책은 거의 반 년 이상 매대를 붙잡고 있다. 봄부터 교보에 나갈 때마다 눈에 뜨여 잠깐 훑어봤는데 저자 두 사람에 대해 잘 모르는데다 입말을 옮긴 문답 형식이라 지나치게 가벼워보였다. 자칫하단 '맞는 소리네' 끄덕이고 덮은 뒤 다신 읽지 않게 되는 책일것 같아서 매번 내려놨었다. 결론은, 반년간 매대를 붙들만한 힘이 있는 책이다. 알고보니 인터뷰이인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이 희망버스 때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슬로건을 비판해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그때 그 슬로건을 비판한다는건 어마무지하게 도발적인 제스처인데 책을 읽어보니 굉장히 공감이 됐다. 과연 '플라스틱 밥그릇'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자본에게 정의롭기를 요구하기 앞서, 자본의 생리라는 것을 무슨 가치판단 없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진보에도 필요한 것 같다. 한진이나 쌍차 등을 가만 보면 일자리 문제라는게 단결과 투쟁으로만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단결과 투쟁에 소요되는 노력이 너무 큰데 반해 질 확률이 너무 큰 싸움이라는게 늘 안타까웠다. 운동하시는 분들의 헌신이나 공적을 기리되, 그 진영에서 하는 말, 그 진영에서 내세우는 논리가 무조건 옳고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고방식에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나인투식스 정규직이 절대선인가 문제를 용감하게 회의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문제가 되는 건 일자리가 아니라 (꾸준한)소득이고, 비정규직이라는 딱지가 아니라 똑같은 일을 해도 당하는 차별이 아닌가. 무조건 아홉시에 출근해서 여섯시에 퇴근하는, 하루에 여덟시간씩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는게 절대선이고 그렇게 살지 않으면 인권이라도 침해되는 것인가. 나인투식스야말로 산업사회적 사고방식이고, '남자는 일터, 여자는 가정'이라는 성분업과 세트다. 부부가 나인투식스를 해버리면 아이는 누가 기르나? 나인투식스를 안하더라도 적당한 소득을 받으면서 아이를 길러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해야 맞는데 나인투식스가 옳다는데 사로잡혀 있으니까 부모는 일터로 가고, 어린이집을 증설하라고 한다. 


나인투식스 정규직에서 정의나 윤리적인 부분의 우월성 같은 것을 제거하고 나면, 정규직-비정규직 구도가 뜻밖에 허구라는 것이 드러난다. 대기업 내 비정규직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우습다는 건 아니지만, 전체 노동계에서 과잉대표되어 있다는 건 사실이다. 김대호 소장이 대기업 비정규직 처우가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낫다고 지적하는 건 굉장히 예리하다. 핵심 문제는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뱃지가 가로냐 세로냐가 아니다. 노동에 대한 처우를 말할 때, 현실적으로 기업의 지불능력을 도외시 할 수가 없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의 인색한 사장님들이 밉고 때리고 싶지만 일부러 꿍쳐놓고 주지 않는 다음에야 때린다고 별 수 있나. 더 크게 보면, 산업 자본 수익률이 점점 떨어지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는 단결과 투쟁으론 풀 수가 없다. 정규직 비정규직을 다 떠나 단적으로 말해 일자리가 없어도, 사람은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이걸 좁혀 말하면 '비정규직이어도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슬로건이 된다. 거의 불가능한 정규직화에 목을 매봤자 힘은 힘대로 쓰고 또 지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 


김대호 소장이 주장하는 사회연대임금제는, 잘나가는 (대)기업들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근근히 사는 (중소)기업들의 임금을 올려 '중향평준화'를 하자는 말이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기업의 수익률과 노조의 투쟁력에 따라 처우가 달라지는 것은 사실 연대라고도 할 수 없다. 심지어 노동판에서조차 투쟁력이 되는 노조는 앞서가고, 따라오지 못하면 할 수 없지... 식의 적자생존을 얘기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귀족 노조'라는 이 금지된 단어를 써도 된다고 생각한다. 용꼬리가 닭의 머리보다 나아서야 말이 되나? 꼬리는 꼬리고 머리는 머린데. 그러니까 사람들은 어떻게든 몇 안되는 용에 합승하려고 하고, 안 그러면 실제로 굉장히 고달파지고, 교육 같은데서 단지 머릿수를 쳐내기 위한 쓸데없는 경쟁이 과열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좋은 일자리, 나쁜 일자리'도 틀린 분석이다. 용보다 닭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용꼬리가 닭머리보다 월등히 나은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고 무작정 있는 용에 합승을 더 시키자(대기업에 고용을 늘리라고)고 우기는 건, 그것도 역시 질 확률이 큰 싸움 하자고 덤비는 꼴이다. 


비정규직 자체를 없어져야 할 존재로 생각해버리면 비정규직으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 고민 안 하죠. 왜냐하면 비정규직이면 행복하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정규직이 되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단 말입니다. 굉장히 나쁜 콘셉트잖아요. 그런데 시대적인 추세를 보면 앞으로도 파트타임 고용이나 기간제 고용 같은 것들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되어 있어요. - 55p 


예를 들어서 2년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시킨다? 그걸 1년으로 줄여놓으면 기업들이 해고 안 할 것 같아요? 마찬가지예요. 3년이든 4년이든. 그래서 정규직의 기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차별을 철폐해야 하는 것이 맞아요. - 57p 


하층 내지 평균의 관점에서 보면 주거 문제가 굉장히 심각합니다. 이게 더 심각한 거예요, 보육보다도. 그다음에 일자리 문제, 더 심각하죠. 그런데 이 문제들을 이야기를 안 하고 10~20퍼센트의 문제에 집중한다는 거죠. 이 사람들은 그래도 대체로 일자리가 해결됐단 말이죠. 그런데 다만 육아부담이 있어요. 

그 다음에 휴직 부담도 있다고요. 그래서 맞벌이 부부가 애 키우기 좋은 세상이라고 하는 복지 콘셉트가 나온 거라구요.(..) 그런데 사실은 이것도 그 이전에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덮어버리는 측면이 있거든요. (...)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 문제에서 굉장히 현안처럼 떠오르는 것도 사실은 10~20퍼센트의 요구인 측면이 있어요. 왜냐하면 중소기업에서는 내가 정규직 되면 좀 나아질까 하는 생각은 안 해. 망하면 회사가 날아가 버리니까. 그런데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내가 딱 정규직만 되면 팔자가 피거든. - 61p 


한국 사회 문제는 사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가 핵심이에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는 일부 아주 건실한 공공부문이라든지 대기업 내에서의 문제거든요. 근데 이쪽이 중소기업에 비해 강력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를 제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가 지금 이렇게 한국 사회 노동문제의 최대 문제인 것처럼 되어버린 거예요. 

가만히 보면 그렇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그 이야기는 사실 중소기업 없는 세상이란 말과 거의 유사합니다. 우리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대해 박수칠 수 있어요. 그러면 중소기업 없는 세상은 어때요? 그거는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비정규직의 대부분은 사실은 민간 중소기업에 있고 또 사실은 중소기업에서는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대기업 비정규직보다 못하단 말입니다. - 94p 


예를 들어 청소부라고 한다면 공기업이나 대기업의 청소부와 중소기업의 청소부가 비슷해야 한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안 그렇잖아요? 그런데 잘 보면 교사들은 그렇습니다. 교사들 보면 큰 학교 교사하고 작은 학교 교사하고 임금 차이가 나나요? - 97p 


노동의 양과 질에 따른 처우라는 거는 사실은 시장가격을 받자는 이야기고요. - 105p 


한편 내 입장에서는 그다지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한미FTA 문제인데, 진보적 이데올로기와 시장의 생리 가운데 균형을 잡는 것은 좋지만 적어도 FTA 현안에 대해선 이 분이 지나치게 시장을 믿는 방향으로 가 버린 것 같다. 논리가 나이브하고, 여러가지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고민을 덜 한 것 같다. 


김대호 소장은 한국이 미국보다 서비스 분야가 덜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한미 FTA를 하면 미국 자본이 서비스업 형태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미발달 분야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사실 나는 김대호 소장 바람대로 미국 자본이 들어와도 어차피 생겨나는 일자리는 불안정·저임금 일자리라고 생각하지만, 이 부분은 사회연대임금 제도로 보완할 수 있다고 치자.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그 서비스업의 서비스 상품을 살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당연히 '중산층'이 사줘야 하는데 한국의 중산층은 빠르게 몰락해가고 있다. FTA만 하면 미국 자본이 한국에 들어올 것이라는 예상 자체가 지나치게 나이브한 것이다. 자본은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요새 들어 더욱 모험을 꺼린다. 자본과 노동('좋은'일자리)은 붙어있는 것인데, 미국과 멕시코를 NAFTA로 합쳐놨을때 자본은 미국으로 갔고 멕시코엔 열악한 일자리밖에 남지 않았다. 그마저도 줄어들어 실업이 극성을 부리게 됐다. 제조한 상품이고 서비스한 상품이고 사줄 사람은 미국에 더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멕시코 자본도 미국으로 가 버릴 판이다. 자본은 원래 그렇다. 가난한 나라에 모험적으로 들어오는 성격들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제조/수출/대기업/정규직 대 서비스/내수/중소기업/비정규직 간 양극화가 극심한데, FTA는 해법이 되긴 커녕 이를 심화하기 딱이다. 후자가 가난한 까닭은 돈이 잘 벌리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도 버린 곳을 미국 자본이 왜 들어오겠는가?


SSM 규제 문제에서도 김대호 소장의 시장에 대한 낙관주의는 여실히 드러났다. 김 소장이 '나와바리'라는 단어로 묘사한, 공급자 독점에 대한 반감이 너무 큰 나머지 쭉정이 알곡 못 가리고 전부 내다 버리자는 성급함이 눈에 보인다. 


현재처럼 동네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열악한데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업체까지 치고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한시적으로 필요하지요. 하지만 영원히 그런 규제에 의존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동네 자영업이 그런 보호장치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해 줘야죠. - 151p


사실 김대호 소장이 말하는 '전략'은 세상에 없는 것이다. 보호장치 없이 시장에 맡겨놓으면 소자본은 언제나 중앙집중적인 대자본에 먹힌다. 몇몇 선진국에서 시내 중심에 대형마트를 못 들어오게 막고, 주류 같은 특정 품목을 취급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는 한시적인 규제가 아니라 영원히 그럴 작정으로 만든 것이다. 동네 자영업자들이 규제의 벽 뒤에서 충분히 힘을 기를때까지 기다렸다가 알맞은 때 벽을 허물어준다? 성공해도 그건 더 이상 동네 가게가 아닌 또다른 대기업의 탄생 아닌가? 

하지만 김대호 소장은 소비자 주권이라는 개념과 규제의 필요성 간 관계를 배타적으로 해석한 나머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을 모조리 잃고 있다. 규제는 공급자 독점력을 키워주므로 소비자가 값싸게, 많이, 다양하게 소비할 수 있는 자유를 해친다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소비자 주권이라는 것도 문제다. 값싸게, 많이, 다양하게 소비할 자유가 절대선이라는 것도 일종의 도그마다. 거기엔 '적당히'라는 미덕이 없다. 무제한적 소비란 곧 무제한적 생산이며 그건 인간의 논리가 아닌 자본주의적 논리다. 인간에게는 많은 권리가 있는데, 소비자 주권이란 권리는 그 중 정말 사소한 것이다. 경제학의 완전경쟁시장이라는 건 정말 완벽한 삼각형 같은 거고, 어느 정도의 공급자 독점 없인 최소한 자영업의 미래는 없다. 한 동네에 건어물 상점이 한개 밖에 없고, 그 상점이 형편없다는 상상을 하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무한개의 건어물 상점이 있는 동네에서는 언제든 최고의 건어물을 가장 값싼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한개의 건어물점 주인들은 어쩌란 말인가? 하루에도 열두번씩 망했다가 재기하란 말인가? 완벽한 삼각형 얘긴 그만하자. 


비난으로 끝맺긴 했지만 부족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많은 책이다. 근 1~2년 어딜 개혁하자거나 무슨 복지를 하자는 말이 나올대로 나온 것 같고 그 나물에 그 밥인 것 같아 피로한 상태였는데 아직 우리에게 참신한 수가 다하지 않았음을, 게임을 계속할 여지가 남아있음을 알려줘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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