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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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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페르난도 사바테르 저 / 장혜경 역 / 박연숙 감수 | 갈매나무 | 2012년 04월 15일 리뷰 총점8.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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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2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10쪽 | 462g | 148*210*30mm
ISBN13 9788993635287
ISBN10 8993635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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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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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페르난도 사바테르
1947년 스페인의 산 세바스티안에서 출생하였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능동주의자이다. 1975년 마드리드 종합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마드리드의 아우토노마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 정치적인 이유로 파면당하기도 했다. 1984년부터는 바스코 대학 윤리학 교수를 거쳐 현재는 마드리드 종합대학 철학과 교수로 있다. 사바테르가 주창하는 철학은 니체, 스피노자, 에밀 시오랑의 영향을 받은 활력...
감수 : 박연숙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논리, 논술, 서양 고전, 예술 철학, 대중문화 연구 등을 강의해왔으며, 현재 숭실대학교 베어드 학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공연과 이론의 모임’평론가로도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나나의 논리 대왕 도전기》, 《으랏차차 논리여행》, 《소크라테스의 수첩을 찾아라》, 《선과 악은 정해진 것일까》, 《논술문 강의와 연습》, ...
역자 : 장혜경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독일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미국의 역사》, 《결정적 순간, 나를 살리는 한마디 말》,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 《울렁증 예방 백신》, 《왜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 《피의 문화사》, 《오노 요코》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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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죽음에 대한 생각에 긍정적인 것이 숨어 있을까?”, “나는 10년 전의 나와 같은 사람인가?”, “어떤 행위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기계가 ‘비인간적’인가, 인간이 ‘비인간적’인가?”
문득 이러한 철학적인 문제들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흔히 두려움을 느끼거나 혼돈에 빠지게 된다. 세상이 던지는 이러한 질문들에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이 책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철학자 페르난도 사바테르가 청소년과 성인 모두를 염두에 두고 쓴 철학 에세이다. 생각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철학적 질문을 통해 독자들을 철학의 길로 안내하고자 하는 이 책은 단순히 거스를 수 없는 철학의 지혜를 모은 컬렉션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보다 철학자의 대답과 전혀 다른 자신만의 대답을 찾길 독려하는, 자유로운 모색과 호기심을 권장하는 철학 지침서가 되길 소망하는 소박하면서도 대담한 책이다.

질문으로 철학하라!
10대, 그리고 젊은 정신에게 권하는 생각 연습 프로세스


지식을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안다고 믿지만 거의, 혹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을 비판하는 능력이다. 철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기 전에 적어도 자신이 타인의 주장을 의심하거나 거부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부정적이고 방어적이며 비판적인 철학의 기능은 이미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자신의 불확실함을 인식하는 것은 이미 진보이다. 온 세상이 직접적이고 완벽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듯하고, 풀 수 없는 문제는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 21세기 초, 우리가 아직도, 혹은 다시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의 저자 사바테르는 여덟 가지 질문을 통해 독자들을 철학의 길로 안내한다. 그가 안내하는 철학의 길목에서 독자들은 종종 칸트와 데카르트와 같은 어려운 철학자들을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중요한 지표는 역시 질문이다. 사바테르는 이 책에서 우리 인간의 삶과 떼래야 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주제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를테면 ‘죽음’, ‘이성의 진리’, ‘자아’, ‘자유와 책임’, ‘자연과 기술’, ‘공생’, ‘예술’, ‘시간’이라는 주제인데, 언뜻 듣기에는 무겁고 지루할 것 같지만 사바테르는 개인적인 경험담을 재치 있게 곁들여 매우 친숙하고 일상적인 물음들로 시작한다. 그래서 누구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철학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해준다.

사바테르는 또한 본질적인 삶의 문제들, 이른바 우리가 곧잘 하는 질문들이지만 과학적인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을 선별해 철학적인 관점에서 답을 찾는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한편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지고, 동시에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그의 독특한 방식은 ‘철학함(doing philosophy)’의 즐거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진다. 저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정리해서 알려주지는 않는다. 우리 스스로 찾도록 안내해주고, 그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고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철학을 터득하게 하는 안내서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제기되는 철학적 질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 질문들이 우리 젊은이들의 인생을 더 올바르게, 더 의미 있게 더 참되게 이끌어 줄 테니까.-박연숙(철학 박사/숭실대학교 베어드 학부대학 교수)

▷▷ 이 책의 특징

현실과 삶에 관한 여덟 가지 질문

자연 과학자, 기술자, 전문 잡지, TV 프로그램 등은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 칩, 입자 가속기, 인터넷, 디지털 TV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우리는 철학으로부터도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물론 철학은 아무런 정보도 줄 수 없다.‘철학적’정보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철학은 단순한 정보와 전혀 다르다. 그런데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오직 정보뿐일까?

이 책의 주요 관심사이자 목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 인터넷과 신용카드와 치명적인 면역 저하 질병으로 대변되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삶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누릴 수 있는가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의 저자 사바테르는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간단한 추가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이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며 우리가 갖고 있는 다른 정보와 어떻게 연관시켜야 하는지,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관찰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사유한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확인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떻게 행동할 수 있고 또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려 한다.

이 책은 우리 삶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여행을 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철학의 대답은 현실이 제?한 질문을 (몇몇 철학자들은 그랬다고 믿었겠지만) 해결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 자체를 장려하고 그 질문에서 본질적인 것을 강조한다. 사바테르가 권하는 ‘질문으로 철학하기’는 이렇게 더 많은, 더 나은 질문을 던지도록 도와주고, 쉬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우리가 살아 있는 인간으로 보이도록 해준다. 철학의 본령은 인간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질문의 너머에서 결코 쉬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질문하는 동물’로 살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어려운 개념으로 이루어진 알 수 없는 관념의 세계가 아니다. 철학은 자신의 삶을 타인이나 관습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생각과 주체적 행동으로 세우는 실천의 도구이다. 그리하여 “나는 누구인가?”,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인가 아닌가?”를 묻는 사람은 그런 질문을 평생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과 다른 인생을 살 것이 분명하다.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남들이 하는 대로 살고 남들이 원하는 것을 쫓아다니며 살 가능성이 좀 더 높을 테니 말이다.

쉽게 읽고 쉽게 덮을 수 있는 책들이 많다. 그 나름대로 미덕은 있다. 또 어떤 책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는 게 그렇게 녹록하지 않듯 삶의 질문들을 담은 책들이 그렇다. 여기 물음들로 가득한 책이 있다. 마침표보다 물음표가 많다. 인쇄된 물음표가 아니다. 죽음부터 시작되는 그 물음표들은 우리에게 마침표를 원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의문이 끊임없이 또 다른 의문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의문을 견고하게 하는 게 철학이라고, 세상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이 책은 서양철학사가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철학을 원한다. 그 길로 다가갈 수 있는 물음표의 선물을 받고 책을 덮으면 그렇게 책읽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삶 읽어내기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민성혜(이대부중 국어교사/《소설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 저자)

사바테르와 ‘철학 자전거’를 타는 법

“철학은 모두가 자신의 진리를 낚을 수 있는 조용히 흐르는 긴 강이 아니다. 철학은 수천 개의 물결이 뒤척이는 바다다. 수천 개의 조류가 서로를 향해 달려가고 만나고, 때로 뒤섞였다 헤어지고 다시금 만나는 곳이다. 그 바다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해 항해를 한다. 이것이 바로 ‘철학 하기’라고 부르는 것이다.”-앙드레 콩트 스퐁빌

철학은 항상 모든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항상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철학의 거의 모든 대답은 질문과 다름없이 불안을 조장하며‘실질적인 이득’을 주지 못한다. 게다가 철학자들은 종종 건강한 이성을 갖춘 인간의 눈에는 명확해 보이는 견해를 의심하고, 존중할 만한 사람들은 절대 웃음거리로 삼지 않는다는 명예로운 전통을 훼손하곤 한다. 그래서 철학은 철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물론이고, 철학을 존중하는 사람들에게도 우스꽝스럽게 비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철학을 한다는 것의 핵심은 곧 질문이다. 질문하기를 멈추는 순간 철학은 멈춘다. 많은 철학자들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모색해온 과정이 철학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바에 만족하지 않고 그 앎의 확실성을 의심하며,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또한 질문을 통해 자기 스스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질문은 어떻게 보면 고뇌를 자처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철학의 방법을 터득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인생은 의문으로 가득하다. 그 의문에 우리는 어떻게 질문하고 대답해야 할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철학에, 아니 철학의 방법에 접근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사바테르는 청소년과 젊은이들, 그리고 젊음을 잃지 않은 젊은 정신들에게 ‘철학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는 안내자가 되고자 한다. 그는 때로 기분이 내킨다면 반대 방향으로 달리길 권장하기도 한다. 철학이란 근본적으로 전지전능한 존재가 무지한 자에게 전하는 계명의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권력의 도리가 아닌, 도리의 권력에 복종하는 동등한 사람들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페르난도 사바테르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다. 그의 글에는 깊이가 있다. 그러면서도 따라가기 쉽다. 사바테르의 독자층이 철학 입문자에서 전문가에까지 넓게 퍼져 있는 이유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들은 ‘앎’, ‘자유의지’, ‘옳음’, ‘아름다움’ 등 철학의 전통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어려운 이론서에 지친 독자들에게도, 달달하고 내용 없는 입문서에 질린 독자에게도 이 책이 던지는 ‘인생의 질문들’은 권할 만하다. ‘철학함(doing philosophy)’의 즐거움이 오롯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안광복(철학 박사/중동고등학교 철학교사/《처음 읽는 서양철학사》 저자)

▷▷ 주요 내용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타인의 죽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죽음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죽음을 생각할 때 밀어닥치는 공포이다. 어떤 사람들은 죽은 다음에 무서운 일이, 무서운 벌이나 알지 못할 위험이 닥칠 것을 두려워하지만, 죽은 뒤에는 아무것도 없고 그 무(?가 가장 무섭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죽은 뒤에 무엇이 -혹은 누군가가- 있어 불쾌하거나 고통스러운 일이 일어난다 해도, 사실 무(?가 그 모든 것들보다 훨씬 더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왜 그럴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ouros, B.C. 341~B.C. 270)는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죽음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설득하려 하였다. 누구도 인간에게 죽음의 공포를 안길 수 없다는 점을 말이다. 지옥의 고통은 불손한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만든 우화에 다름 아니기에 현명한 사람은 불안에 떨 필요가 없다. 죽음 그 자체도 두려워할 것이 전혀 없는데, 왜냐하면 우리는 결코 죽음과 공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있을 땐 죽음이 없고, 죽음이 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이기를 그친다.
그러므로 에피쿠로스에 따르면, 우리는 의심의 여지 없이 죽지만 죽은 뒤에는 결코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죽은 자로서 죽음을 의식하고, 나아가 우리가 이미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하는 것이 오히려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히 부조리하고 모순된다. 이렇듯 에피쿠로스의 논리는 반박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한다. 우리 대부분이 그가 바라는 만큼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정말 그렇게 무서운가? 따지고 보면 우리는 오랜 시간 존재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괴롭거나 고통을 받지도 않았다. 죽고 나면 우리는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그 장소나 혹은 그때와 동일한 부재로 되돌아갈 -여기서 동사 ‘되돌아가다’가 아직 의미가 있고 우리가 예전에 그곳에 있었다면- 것이다. 그리스 인 에피쿠로스를 열렬히 추종한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 루크레티우스(Titus Lucretius Carus, ?~?)는 이 비유를 인상적인 시구로 표현하였다. “태어나기 전에 지나간 영원의 시간이 얼마나 의미 없었는지 되새겨 보아라. 자연은 우리에게 죽은 뒤에 닥쳐올 시간의 거울로 그것을 비추어 준다. 그 안에 무서운 것이 보이는가? 잠보다 더 걱정에서 자유로운 상태가 아닌가?”
더 이상 산 자들과 함께 머무르지 않을 몇 년, 몇백 년 때문에 불안에 떠는 것은 우리가 아직 이 세상에 없었던 몇 년, 몇백 년을 걱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터무니없는 일이다. 과거 우리의 궁극적 부재가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그것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죽음이 우리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는 생각 -“다들 행복한데, 다들 햇살을 쬐며 사랑을 즐기는데 나만 그럴 수 없다니, 나만 두 번 다시, 두 번 다시 그럴 수 없다니!”- 은 바로 지금, 아직 살아 있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일뿐이다.(본문 45~47페이지 중에서)

나는 10년 전의 나와 같은 사람인가

우리 각자는 어느 정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한다. 지속하는 무언가, 감각과 소망과 생각의 소용돌이를 지나 지속하는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이다. 가장 먼저는 나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는 ‘나’라고 확신한다. 시간이 흘러도 내가 유지되기에, 내가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기에 나는 ‘나’이다. 나는 어제와 같은 사람이며, 40년 전의 나와도 동일인이라고 믿는다. 나아가 사는 동안 나는 나 자신으로 남는다고 믿으며, 죽음으로 인해 불안해 하는 것은 죽음이 나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15년 또는 10년 전의 나, 지금의 나와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그 꼬마와 동일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런 연속성을 설명해 주는 것은 기억이 아닐까? 사실 나는 지나간 과거의 감정과 사건들을 대부분 잊어버렸다. 누군가 나에게 옛날 사진을 보여 준다고 가정해 보자. 어린이날 찍은 사진인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그 사진을 쳐다보며 흡족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래, 나야.”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도 나는 그 당시의 내가 지금처럼 느꼈다고 여기며, 이 느낌이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고 확신한다.
밤에 잘 때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꿈을 꾸었는지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 자신이었다고 믿는다. 병원에서 마취를 하는 통에 의식을 완전히 잃었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사고를 당해 기억을 완전히 상실하는 바람에 지난 세월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어제 일어난 일조차 떠올리지 못한다 해도 아마 나는 여전히 지금의 나와 동일한 ‘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의심이 슬금슬금 밀려올 때조차 나는 그렇다고 가정할 것이다. 물론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신경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1933~)는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자기 환자의 사례를 언급했다. 톰슨이라는 사람은 심각한 기억력 장애의 하나인 코르사코프 증후군 때문에 기억을 잃었는데, 계속해서 새로운 과거를 지어내는 것으로 소일하였다. 그것이 세월이 흘러도 계속해서 자신을 ‘그 자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그만의 방식이었다. 해가 가고 날이 가면서 일어나는 명백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 자신’이, 자기 안의 무언가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무언가가 변할 때 반드시 그 일부는 이전과 같은 상태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변화가 아니라 완벽한 대체이다.
무언가가 변했음에도 과거와 동일한 것이라고 계속 말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바뀌어야 할까? 칼의 날이 부러져서 날을 교체한 경우, 그 칼은 이전과 동일한 칼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날과 손잡이를 모두 교체한다면, 내가 아무리 내 칼이라고 불러도 그것이 과연 동일한 칼일까? 내가 내일도, 내년에도 -일어날 온갖 변화를 무시한 채, 혹은 과거는 물론이고 내 이름과 아이들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병에 걸린다 해도- 계속 ‘나’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왜 나는 어쩔 수 없이 나와 별로 비슷하지 않게 변할 미래의 나를 그렇게 걱정하는 것일까?(본문 99~100페이지 중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문제는 -유토피아와 반대로- 기존 사회에서는 모든 이상들이 완벽하게 서로 합치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유의 권리는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이것은, 역시나 주목해야 할 원칙인 시민의 안전 욕구와 충돌한다. 이와 비슷한, 혹은 더 심각한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프가니스탄처럼 여성이 존중 받지 못하는 곳에서는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모든 인간 공동체에는 나름의 가치관을 지킬 권리도 있는 법이다. 무역과 경제의 자유는 존중해야 할 원칙이지만, 우리가 원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인류의 대부분이 가난에 허덕이는 것도 그런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의 하나이다.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20세기 초에, ‘신들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상충되는 이상의 갈등을 지적하였다. 이상은 희석해서 마셔야 하는 순도 100%의 증유주이다. 그러므로 정치의 기술은 칵테일의 적절한 배합을 보장하면서도, 사회가 계속해서 ‘소화’를 잘하도록 하는 데 있다.
플라톤 이후, 우리가 언급한 부조화의 여러 요인들을 바탕으로 이런 사회 조화를 가장 잘 구현한 덕목은 정의( ?u)이다. 우리는 정의를, 각자가 업적이나 욕구에 따라 자기 몫을 가져야 한다는 분배의 정의로만 보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 혹은 악은 처벌을 받고 선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보복 또는 보상의 정의로 보는 데 너무 길들어 있다. 그것 말고도 정의에 관한 훨씬 폭넓은 해석들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19세기 프랑스의 아나키스트 피에르-조제프 프루동(Pierre-Joseph Proudhon, 1809~1865)의 해석이다. “정의란 …… 자발적으로 경험하고 상호 보장하는 인간 존엄성의 존중으로, 어떤 사람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지켜야 하며 …… 또 그것을 보호하려다 우리가 처하게 되는 어떤 위험도 무릅써야 한다.”(본문 221~222페이지 중에서)

소멸하는 것은 우리일까, 시간일까

우리는 시간이 사라진다고 믿고 싶지만, 실제 시간은 항상 거기 있고 흘러갈 뿐 줄어들지도 늘어나지도 않는다. 흘러가고 쉬지 않고 사라지는 것은 그 시간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이다. 시간의 본질이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시간 자체는 건드리지 않고 우리 자신을 건드리며- 사라지는 것이라면, 시간은 우리의 본질적인 차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말인가? 뛰어난 혜안을 지닌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란 어느 정도의 이완 (distentio)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의 이완일까?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정신 자체의 이완이 아니라면 놀라울 것이다.” 우리가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측정하는 것이 시간 스스로가 아니라면- 우리가 시간 속에서 우리 자신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훨씬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본성 -적어도 현대 서구 사회에서 이해하는 우리의 ‘인간적’ 존재 방식- 과 결합시켜 시간의 문제를 새롭게 제기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마르틴 하이데거가 유명한 《존재와 시간》에서 했던 바로 그 일이다. 그 책을 내놓기 3년 전에 이미 그는, 시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시간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으로 바뀌었다고 쓴 바 있다. 하이데거는 우리 자신이 시간이 아닌가 하고 물었고, 그 질문에 긍정으로 대답했다. 그가 현존이라 부르는 것은 그 본질이 다름 아닌 ‘시간’에, 이 지나가는 변화무쌍함에 있다고 말이다. 그의 주장은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1986)의 시적이고 사상적인 표현과 본질적으로 일치한다. 《시간에 관한 새로운 반문》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보르헤스는 말하였다. 모든 존재자와 유한자의 뒤편에 숨은 것을 설명하려는 노력은 형이상학적인 계획이며, 당연히 성공할 수 없다고. “시간은 나를 휩쓸어 가는 강이지만 내가 강이다. 시간은 나를 잡아먹는 호랑이이지만 내가 호랑이이다. 시간은 나를 집어삼키는 불이지만 내가 불이다. 세상은 -아쉽게도- 실제이고, 나는 -아쉽게도- 보르헤스이다.”(본문 286~287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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