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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몰락

보수 시대의 종언과 새로운 권력의 탄생

박성민 | 민음사 | 2012년 02월 05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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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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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2년 0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22쪽 | 555g | 145*215*30mm
ISBN13 9788937484377
ISBN10 8937484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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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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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컨설턴트이다. 20년 넘게 수많은 선거를 치렀다. 박성민 대표와 함께 일한 정치인들은 위기 상황에서 그가 보여 주는 직관과 돌파력에 높은 평가를 보낸다. 그는 “정치컨설팅이란 소리 나지 않고 조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컨설턴트의 영역은 무대 뒤이며 무대 위의 주인공은 정치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정치인들을 컨설팅 했는지는 외부에 거의 드러나지 않는데, 이는 정치인들이 그를 신뢰하고...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컨설턴트이다. 20년 넘게 수많은 선거를 치렀다. 박성민 대표와 함께 일한 정치인들은 위기 상황에서 그가 보여 주는 직관과 돌파력에 높은 평가를 보낸다. 그는 “정치컨설팅이란 소리 나지 않고 조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컨설턴트의 영역은 무대 뒤이며 무대 위의 주인공은 정치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정치인들을 컨설팅 했는지는 외부에 거의 드러나지 않는데, 이는 정치인들이 그를 신뢰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을 찾아오는 클라이언트에 대해서는 정파나 당선 가능성을 구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프로 정치 컨설턴트로서의 사명감 역시 그를 신뢰하게 하는 요인이다. 언론의 단골 정치사회 코멘테이터이기도 한 그는, 현장에서 터득한 감각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존 정치평론가들에게서 볼 수 없는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독서와 사색, 영화 보기를 즐기는 그는 1991년 설립한 정치 컨설팅 그룹 MIN의 대표이다. 정치 게임에서 승리하는 스무 가지 법칙을 담은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를 지었고, 그 외에 『불량 사회와 그 적들』(공저), 『불확실한 세상』(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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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반세기 이상 군림하던 보수 권력에 균열이 일어났다. 시대정신이 변했고 대중의 정체성도 변했는데, 게으른 보수는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과거 보수를 지탱하던 일곱 기둥(지식인, 언론, 기독교, 문화, 기업, 권력 기관, 정당)이 무너지면서, 지금 우리는 보수와 진보의 전략적 대치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은 이러한 보수 권력의 균열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 전에는 한국에서 보수 권력은 절대 강자였지만, 2002년부터는 자칫 권력을 잃을 수도 있는 정파의 하나로 전락한 것이다. 보수는 여전히 우세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전략과 정신력에서 진 것이다. 한편 2011년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박원순, 안철수라는 정당 밖의 두 인물이 기성 정치권과 정치 지형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자판기 커피 세대’와 ‘에스프레소 커피 세대’의 대결이었다.

이 책은 총선과 대선을 모두 치르는 2012년이 과연 보수 우위 시대가 끝나는 역사적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탐색한다.

세대교체, 한국 정치의 ‘새 시대’를 여는 기회일까?

20대를 ‘정치 혐오’ 세대라고 낙인찍었던 지식인들이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갑자기 20대를 ‘진보 세대’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혼란은 한국 정치의 개혁을 예고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현대사를 살펴보면 25년마다 20대가 역사의 중심 무대에 등장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은 네 번의 큰 변화를 경험했다. 그러나 4·19 혁명은 5·16 군사 쿠데타를 막지 못했고, 1979년 10·26 이후에는 12·12 군사 쿠데타를 맞아 결국 1980년 ‘서울의 봄’은 5·18 ‘광주의 비극’으로 끝났다. 노무현 대통령도 선거구제 개편, 대연정 등 구조의 틀을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허사였다. 오직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만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여야의 대타협으로 새로운 헌법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가역적인 시스템’의 변화를 의미한다. ‘87년 체제’ 이후로는 그 누구도 선거를 통하지 않고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즉 그 이전의 체제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정치학자 애덤 쉐보르스키의 정의대로 “오늘의 야당이 내일의 여당이 되고, 오늘의 여당이 내일의 야당이 될 수 있는”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반복되는 ‘민주주의의 공고화’ 단계로 이행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의 혼란이 새 시대를 알리는 전주곡이 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비가역적인 체제 변화’를 이루어 내야만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절학의 빈곤’을 겪고 있는 ‘게으른’ 보수

한국의 보수는 안보와 성장을 상징하는 박정희 패러다임을 계승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위기를 계기로 한국 사회는 “돈을 향한 무한 질주를 멈추고 삶과 사람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다.

1950∼1960년대는 ‘실존의 시대’였다. 해외 원조 없이 살 수 없는 가난과 북한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이 필요한 때였다. 즉 ‘생존에 대한 회의’가 지배하는 시대였다. 1970∼1980년대는 ‘민주의 시대’였다. 유신헌법에서 비상계엄을 거치면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투옥과 고문을 겪었다. ‘국가 권력에 대한 회의’가 지배하는 시대였다. 1990-2000년대는 ‘자유의 시대’였다.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냉전이 끝나고 세계화가 이루어지자 진보만으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진보에 대한 회의’가 지배하는 시대였다. 지금 우리는 공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월 스트리트의 탐욕과 양극화로 ‘시장에 대한 회의’가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이웃과의 연대와 공동체의 안녕, 즉 공생을 말할 때다.

“수직적 권위의 시대가 가고 수평적 연대의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는 여전히 안보와 성장, 즉 북한과 돈 외에는 세상을 보는 다른 프레임을 갖추지 못했다. 보수는 ‘망국적 이념 전쟁’으로 치달을 게 아니라 대안을 내놓았어야 했다.

‘이건희 손자’ 논리는 유치한 수준을 떠나 보수가 얼마나 게으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줬습니다. ‘철학의 빈곤’을 날것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그리고 우선순위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보수 진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진보 진영과 논쟁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어요. 예를 들자면, 이런 식으로요. 돈이 충분하면 당연히 무상 급식을 하면 좋다. 하지만 한정된 돈을 갖고 나라 살림을 해야 하니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한다. 우리가 보기에 그 예산이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에 와 있는 사병들 월급을 40만 원으로 대폭 올려 주는 게 먼저다. 우리와 안보 상황과 경제 상황이 비슷한 이스라엘과 타이완도 그 정도는 준다. 젊은 사람을 나라가 데려왔으면 그 정도는 해 주는 게 국가의 도리 아니냐, 그게 무상 급식보다 먼저다……. 이렇게 맞불을 놓았다면 새로운 곳에서 전선이 마련되었을 텐데요.

이미 한국 사회의 의제는 ‘사회’와 ‘문화’로 넘어갔는데 보수는 여전히 모든 것을 ‘돈’의 문제로만 보기 때문에 급식도 ‘재정’ 차원에서만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75퍼센트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다수결 원칙, 즉 51퍼센트만 확보하면 모든 것을 다 장악하는 식은 정치보다는 시장, 엄밀히 말해 ‘주주 자본주의’의 원리다. 기업에서는 51퍼센트의 주식을 가지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CEO 출신들이 정치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문화에 익숙해 있어서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못 견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바로 ‘정치’다. 다수와 소수의 이해관계는 대립하기 마련이고, 그것을 각각 대변하는 정치인이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바로 정치의 본질이다.

그런데 미국처럼 승복 문화가 없는 한국에서 낮은 지지율은 정통성의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가 힘들다.

‘87년 체제’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다섯 명의 대통령이 당선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어떤 대통령도 과반수의 지지를 얻은 적이 없어요. 노태우 대통령은 36.6퍼센트, 김영삼 대통령은 42.0퍼센트, 김대중 대통령은 40.3퍼센트, 노무현 대통령은 48.9퍼센트, 이명박 대통령은 48.7퍼센트였어요. 이렇게 대통령의 정통성의 기반이 약하다 보니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가 없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등과의 차이가 고작 1.5퍼센트,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작 2.3퍼센트였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은 승복을 하지 않은 거예요. 그들에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너희 대통령’이지 ‘우리 대통령’이 아닙니다.

문제점을 알았다면 해결 방법을 사람에게서 찾지 말고 시스템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즉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정치 선진화란 법과 제도를 통해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서 모두가 수긍하는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과반수가 지지하는 대통령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결선투표제를 실시해야 한다.

1위를 한 후보가 50퍼센트를 넘지 못했어요. 그렇다면,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해야 합니다. 그
들은 당연히 3, 4, 5위 후보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겠죠. 그들을 지지한 시민이 결선투표에서 자
신을 찍도록 해야 하니까요. 그러니 결과를 놓고 연정 제안도 가능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진보 정당 측에 노동부 장관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을 할당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도 있고, 녹색당 측에 환경부 장관을 할당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진보 정당, 녹색당이 장관을 배출하고, 직접 권력에 참여해 본다면 다음 선거에서 그 정당의 존재감은 훨씬 더 또렷해질 거예요.

즉 ‘결과에 의한 연대’가 가능해진다. 지금처럼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불확실한 선거 결과를 미리 예상해서 ‘결과를 위한 연대’를 이끌어 내는 데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각자가 최선을 다한 다음에 그 결과를 가지고 연대를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것이 바로 결선투표제가 가져올 긍정적인 모습이다.

한편 우리 국회는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만 너무 많이 대표되고(과잉 대표) 그 밖의 다른 많은 집단의 이해관계는 너무 적게 대표되는(과소 대표) 문제를 갖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국회의 결정에 상당수 시민이 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한미 FTA는 이러한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보여 주는 사례다.

한미 FTA 및 4대강 사업의 찬반 여론은 대체로 40:60에 가깝다. 이럴 경우 반대 측은 절대 승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 측이 절박하기 때문에 목소리만 더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와 2008년 촛불집회 때의 여론 지형은 대체로 75:25였다. 1993년 긴급명령 형식으로 실시된 금융 실명제는 기득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파격적인 조치였지만 의외로 역풍은 미미했다. 당시 국민의 78.6퍼센트가 ‘찬성’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는 적어도 75퍼센트 이상이 동의해야 승복이 가능하다.

지금의 국회의원 선거제도에서 국회는 절대로 75퍼센트의 민의를 반영할 수 없다. 전 국민의 과반수가 자신의 대표를 국회의원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구조다.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75퍼센트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방법일 수 있지만, 선거제도는 현역 국회의원들에 의해 바뀔 수 있다. 그런데 지역구에 목을 매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찬성할 리 없다. 따라서 지금의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게 오히려 현실적인 대안이다.

안철수 현상, 안철수 ‘시대’로 이어질까?

안철수 교수는 공공성과 소통이 결여된 이명박 ?통령에 대한 길항으로 등장했다. 이것이 바로 안철수 교수가 진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 이유이지만, 엄밀히 말해서 안 교수는 박정희 패러다임이라는 구보수에 대항하는 신보수에 더 가깝다. 이 시대 대중은 무엇보다도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사를 살핀다. 그런데 대중은 안철수 교수에게서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빌 게이츠와 혁신가로서의 스티브 잡스뿐만 아니라 기부 문화 확산에 앞장서는 부자 워런 버핏의 이미지를 모두 보고 있다.

안철수 교수는 구보수에 대항하는 신보수이며, 진보-민주-공화-자유 스펙트럼에서 공화에 가깝다. 그런데 대중은 이명박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박정희 패러다임을 극복할 대안을 안철수 교수에게서 찾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불만의 실체는 공공성 결여와 소통의 부재다. 안철수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길항으로 존재한다. 대중이 안철수 교수를 반한나라당과 반보수로 인식하는 이유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을 지배해 온 것은 ‘성장’과 ‘안보’를 두 축으로 하는 박정희 패러다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권위주의는 시대착오다. 그들에게 박정희 패러다임은 구시대의 산물일 뿐이다.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게 되었다. 안철수 현상은 이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열망의 산물이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를 예고하는 상징일 뿐, 안철수 현상이 안철수 시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금 안철수 현상을 얘기하는 이들은 바로 이 점을 놓치고 있다. 저자가 ‘75퍼센트 민주주의’가 등장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의 틀을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역전 불가능한 비가역적인 체제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대단한 지도자라도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 “의도가 선하다고 저절로 선한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다. 새로운 체제는 선한 사람들의 선한 의도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제도’를 통해 비로소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지도자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나?

지도자가 대중에게 평가받는 조건은 세 가지, 즉 이미지, 업적, 비전이다. 그중에서 짧은 시간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이미지다. 그런 이미지는 브랜드, 스토리, 정체성으로 구성된다. 박근혜 의원은 아직 업적을 보여 주지 못했지만 품격, 신뢰, 강단 등으로 지도자 이미지를 쌓았다. 안철수 교수는 ‘닮고 싶은’ 이미지로 비교적 빠른 시간에 ‘스토리’를 만들었다. 정치인을 포함한 대다수가 ‘사는 대로 생각하는’ 시대에 ‘생각하는 대로 사는’ 그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하지만 이미지만으로는 리더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젊은이를 ‘이끄는’ 멘토에서 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자의 이미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이미지만으로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지도자의 권위를 갖기 위해서는 대중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지도자의 또 다른 조건인 ‘업적’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는 사람들은 그가 자나 깨나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영삼, 김대중 두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건 지도자들이다.

정치가는 또한 국민에게 꿈을 주는 존재다. 케네디와 오바마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다른 미래’를 감동적으로 호소했다는 점이다. 그들의 연설은 언제나 꿈으로 가득하다. “전략가는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지도자의 요건 3요소 가운데 ‘비전’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정치인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 강한 사람이어야 한다. 합리적인 사람보다는 합목적적인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선한 의도가 늘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입만 열면 개혁을 외치는 자들은 사적 이익을 챙기려는 자들이라고 보면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정치인은 선한 의도뿐만 아니라 선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끊임없이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진정성‘ 있는 정치인만이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미래 사회, 정당은 살아남을 것인가?

디지털 혁명 이후 SNS 시대에 조직의 역량이 떨어지자 정당에 대한 회의가 생겼다. 이제 정당에서만 정치 지도자가 나오는 시대는 끝났다.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다수당의 다수파’로 당선됩니다.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다수당의 소수파’로 당선되었고요.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소수당의 다수파’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소수당의 소수파’로 대통령이 됩니다. 놀라운 것은, 지금 안철수 교수는 정당의 도움 없이 그냥 ‘개인’인데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래학자는 가장 먼저 없어질 것 중의 하나로 정당을 꼽는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아직 ‘정치의 몰락’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정당은 ‘당파성’을 같이하는 이념 조직이다. 그러나 삿늘날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논할 때 당의 비전에 부합하는 인물인지, 지지자의 이해관계를 떠안을 자격이 있는지는 뒷전이다. 오로지 당선 가능성만을 고려한다. 대통령에만 당선되면 당에 소속된 국회의원, 관료, 직원들은 정부 부처, 산하 기관 등의 장관, 차관, 기관장, 감사 등 수만 곳의 자리를 꿰찰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의 정당에는 ‘동지’는 없고 이권을 나누는 ‘동업’만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시민이 정당을 외면하는 중요한 이유다.

정당의 역할은 또한 필터링 기능이다. 당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지지층의 의견을 고려하여 입장을 조정하고 당론을 만든다. 정당은 대통령,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들이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시에 정당은 그들이 갈고 닦은 어젠다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지금의 안철수 현상과 박원순 바람은 탈정당의 신호라기보다는 오히려 제대로 된 정당을 요구하는 흐름이다.

새로운 한국형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활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교회는 육아에서부터 장례까지 모든 집안의 대소사에 관여하며 대가족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교인이 교회에 헌금을 하는 것은 단지 신앙 때문만이 아니다. 시민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당비를 안 낼 이유가 없다. 정당도 시민을 상대로 법률 상담에서부터 문화 학교까지 재미, 정보,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생활 공동체를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그 안에서 풀뿌리 구청장, 풀뿌리 국회의원도 나올 수 있다. 엥겔스가 강조했듯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가야 혁명, 즉 비가역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한국 정당이 세계사, 그리고 한국사 속에서 바로 이런 ‘희망의 불꽃’을 발견하고 새로운 한국형 정당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두 개의 대한민국과 세 개의 국민묘지

‘이념 전쟁’의 아픈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은 지금도 ‘오른쪽 대한민국’과 ‘왼쪽 대한민국’으로 나뉘어 ‘보수 타도’와 ‘진보 박멸’을 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국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국립묘지가 세 개나 있다. 현충원, 4?19민주묘지, 5?18민주묘지는 각각 보수, 중도, 진보를 대표하며 광기와 야만이 낳은 현대사의 상처를 담고 있다. 또한 ‘국민의례’는 하는 사람은 애국가를 부르고, ‘민중의례’를 하는 사람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

하지만 국민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이념 갈등에는 언제나 서민만 희생된다. 사실 대북 정책이나 복지 정책에 대해서 시민은 정치인, 지식인, 더 나아가 언론보다 훨씬 더 실용적이고 유연하며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다. 밀턴 프리드먼이 비판했듯이, 오히려 정치인과 지식인이 대중을 선동해서 개인의 사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를 둘러싸고 우리는 세 가지 폭력을 목격했다. 첫째, 최루탄으로 대변되는 물리적 폭력, 둘째, 날치기로 상징되는 제도적 폭력, 그리고 셋째로 언어의 폭력이다. 정치인의 말은 민주주의의 수준을 보여 준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폭력에 저항한 역사를 갖고 있다. 폭력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사람은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87년 체제’가 성공했던 것은 학생, 시민, 노동자가 들고일어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런 변화의 압력 속에서 보수와 진보가 대타협을 했고, 그 결과물로 새로운 헌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무기는 폭력보다 훨씬 더 힘이 센 ‘제도’이다. ‘75퍼센트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제도야말로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이다.

‘정당의 몰락’과 ‘정치의 죽음’을 논하는 지금, 한국 정치는 지금이야말로 ‘정치의 힘’과 ‘정치의 가능성’을 믿고 변화를 모색할 때이다. 그런 변화는 외부에서 인기인을 모셔 오는 이벤트로는 불가능하다. 제도의 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2012년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대타협을 통해 누구나 따라야 하는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 결선투표, 중대선거구제 혹은 비례대표제 같은 제도 개혁을 통해 75퍼센트 이상의 민의가 반영되는 ‘75퍼센트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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