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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 나의 한국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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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 나의 한국현대사

[ 전2권 ]
유시민 | 돌베개 | 2018년 06월 25일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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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 나의 한국현대사

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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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760쪽 | 1,288g | 크기확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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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한국현대사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저 | 돌베개 | 2014년 07월 07일

    16,200(10% 할인)

  • 역사의 역사

    역사의 역사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저 | 돌베개 | 2018년 06월 25일

    14,400(10% 할인)

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했다. 국회와 정부에서 잠시 일했고 비평가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지금은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글을 쓰며 산다. ‘인생은 너무 짧은 여행’이란 말에 끌려 몇 해 전 유럽 도시 탐사 여행을 시작했다. 도시의 건축물과 거리, 박물관과 예술품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유럽 도시 기행》을 썼다. 여행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면 이 작업을 앞으로도 오래 할 생각이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했다. 국회와 정부에서 잠시 일했고 비평가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지금은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글을 쓰며 산다.

‘인생은 너무 짧은 여행’이란 말에 끌려 몇 해 전 유럽 도시 탐사 여행을 시작했다. 도시의 건축물과 거리, 박물관과 예술품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유럽 도시 기행》을 썼다. 여행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면 이 작업을 앞으로도 오래 할 생각이다.

주요 저서로 『청춘의 독서』,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역사의 역사』,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럽 도시 기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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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유시민, 주요 역사가와 역사서를 말하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p*******1 | 2018-09-30 | 신고

유시민의 신작, <역사의 역사>의 주제는 역사 자체가 아니라 역사연구의 변모와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초점을 맞추는 대상은 유명한 역사서 고전과 그 역사서를 남긴 저자들이다. 일단 역사라는 주제를 택하고 있지만,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직접 다루는 대목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언급되기는 하는데, 주요 역사서의 몇몇 대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사전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라는 학문의 본질을 명쾌하게 꿰뚫으면서, 동시에 독자들에게 물 흐르는 듯 쉽고 재미있게 관련 내용을 풀어내고 있다.


<역사의 역사>는 일단 사마천의 사기, 헤로도토스와 투키티데스의 저서 등 대표적인 역사서와 그 저자들을 옴니버스 식처럼 분류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챕터마가 특정 역사서나 역사 연구 사조, 그리고 대표적인 역사가들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이런 구성에서는 대개 주요 내용을 요약하고 설명하는 선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여러 역사서의 역사적 의미와 특징을 소개하는 것을 떠나서, 현대 시점의 사회인으로서 바라본 옛 역사 이야기의 관점과 평가 등에 대해서 흥미진진하면서 맛깔난 이야기를 도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여러 역사서와 역사가들을 평가한다. 하지만 일차원적인 평가는 극단적으로 지양한다. 동시에 선악이분법 수준의 일차원적인 평가에서 벗어나, 보다 종합적이고 총체적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고전으로 손꼽히는 옛날 글을 현대인의 관점에서 기술적으로 빈약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기는 손쉽다. 과학기술을 비롯해 많은 부분에서 발전했다면, 자연스럽게 옛 방식과 옛 물건은 낡아 보이고 , 허점이 많이 보이게 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아무런 흠이 없는 절대적인 존재처럼 숭상하기는 더욱 쉽다. 그저 칭송에 칭송을 거듭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유시민은 둘 중 어느 쪽에서 기울어지지 않았다. 대신 중도일 뿐만 아니라 더욱 발전적인 세 번째 길을 택했다. 옛 저작의 시대적 한계를 지적하는 것과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은 노력을 호평하는 일을 동시에 하면서, 더욱 발전적인 역사 연구와 고찰에 대한 길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첫번째 챕터, 헤로도토스와 투키티데스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부터 이런 특징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현대 관점에서는 역사책이라기보다 설화 채록집에 더욱 가깝다는 평을 받을 것이다. 여러 나라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막상 저자가 직접 답사한 지역이 별로 없을 뿐더러, 외국인이나 외국을 다녀온 사람들 등에게서 여기저기서 들었다는 이야기를 교차검증 없이 수록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흥미롭고 신기한 이야기가 많아서 재미는 있지만, 현대 학계 기준에서 엄밀한 의미의 역사서라고 하기에는 힘들다.


그리고 투키티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현대 학계 관점에서는 역사서라기보다, 고증이 뛰어난 역사소설쯤으로 분류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물의 연설 등을 다른 자료에서 직접 옮기는 대신 저자가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조합하고 재구성한 부분이 많다. 막상 그런 부분에는 따로 출처를 붙이지도 않아서, 실제로 전문 기록이 존재하는 연설인지 저자가 적절하게 재조립한 연설인지도 분간이 가지 않을 지경이다. 현대 역사학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쓰여진 글을 엄밀한 역사서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유시민은 이런 부분을 가차없이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명의 저작은 허점이 많고 빈약하며, 오늘날 일부러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일까?

유시민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헤로도토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고대 그리스의 범위를 벗어난 외국 이야기를 다양하게 채집하기 위해 노력했고,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설화적 이야기도 일일이 출전을 달아서 소개했다. 투키티데스는 여러 자료들을 무비판적으로 복제하고 전달하는 대신, 현실적으로 검증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쳐서 정련된 이야기를 뽑아냈다. 이 두 가지 주제는 이후 역사학계가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와 맞닿아 있으며, 꾸준히 발전하고 단련된 테마이기도 하다.


<역사의 역사>는 이처럼, 기술적으로 발전한 현대의 기준으로 옛 저술을 평가하지만, 거기에 매몰되지는 않는다. 사마천의 <사기>는 동시대 유럽의 역사서에 비해서 훨씬 방대한 내용을 훨씬 체계적으로 정리한 역작이지만, 이 대목을 말하면서 동양이 서양보다 앞섰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이븐 할둔의 <역사서설>은 뜬금없이 이슬람교를 칭송하는 내용이 수시로 출몰하는 것을 비롯해서, 왕조에는 100여년의 흥망주기가 태생적으로 존재한다는 식의 무리수가 여럿 있다. 이런 부분을 깎아내리면서 평가절하하거나, 정교일치를 원칙으로 하는 이슬람교를 폄하하는 내용을 덧붙이거나, 혹은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라는 말을 되뇌면서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더없이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유시민은 이븐 할둔이 살았던 14세기 이슬람 세계의 사회와 당대 역사를 말하면서, 당대의 정교일치 이슬람 사회에서 수시로 왕조가 바뀌던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니, 오히려 그런 점을 내세워서 히븐 할둔과 그 저작을 깎아내리지는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대목은 마르크스의 역사학에 대해 이야기할 때 최고조에 달한다. 마르크스가 내세운 역사학 이론이나 예측은 21세기 현대에서는 들어맞는 대목을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아 새롭게 만들어진 여러 이론들도 현재는 상당수 사멸되었다. 탄압받아서 퇴치된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학문적 성과에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만 유시민은 굳이 한 챕터를 할애해서 마르크스에 대해 말한다. 이 챕터의 상당 부분은 마르크스의 주장과 저술을 논박하는 데 할애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르크스의 이론이 의미가 없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마르크스의 문제의식과 비관적 미래관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여러 부문에서 변화를 이끌어냈으며,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역사학은 과거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사회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랑케와 카를 다룬 챕터는 학문으로서의 역사학을 배운 사람에게 독특한 재미를 안겨준다. 역사학 이론의 첫머리는 거의 예외없이 랑케와 카를 대조하면서 시작한다. 랑케는 주관을 극도로 배제한, 철저하게 객관적인 역사기록을 추구했다. 반면에 카는 역사를 연구하고 기록하는 그 순간부터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으며, 그 자체가 바로 역사라는 논조였다. 랑케와 카를 대조하는 것에 워낙 익숙해서, <역사의 역사>에서는 두 명을 각각의 챕터에서 따로 다루는 것이 좀 이상하게 여겨질 지경이었지만, 책을 읽자 곧바로 이해가 되었다. 랑케도, 카도 자신만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각자의 특징이 뚜렷하기 때문이었다.


랑케의 역사학은 어떤 의미에서는 마르크스의 역사학보다 더 심하게 잊혀졌다. 역사학 이론의 첫머리에서 언급되는 것 외에, 랑케의 저작 중에 오늘날에도 회자되는 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준이다. 하지만 그것은 랑케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랑케는 자신이 만든 방법론 내에서는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최선의 결과를 뽑아냈다. 하지만 역사 연구의 근본 원천이 되는 옛 사료에서부터 필연적으로 작성자의 주관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옛 기록을 쓴 사람들은 모든 것을 그대로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이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록했기에, 그 단계에서부터 주관이 개입되어 있었던 것이다. 주관이 개입된 자료를 그대로 인용한다면 주관이 반영된 자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유럽 역사학계가 이 명제를 깨달으면서, 역사학은 새로운 방향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역사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카는 여러 모로 랑케와 대조된다. 카는 역사는 필연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전제는 역사학은 객관적일 수 없다는 체념이 아니라, 주관적인 면모를 파악하고 그 점까지 반영하는 것이 역사학이라는 새로운 명제로 이어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시선으로 써낸 갖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주관적인 면모를 최대한 덜어내고 교차검증으로 확인되는 사실을 추출해서 재구성하여 역사적 사건에 다가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연구자 개인의 주관이 개입된다는 것을 타인이 명심하는 것이 바로 카의 역사 이야기다. 여러 사람들이 자신만의 역사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역사학 연구에서는 순수한 의미의 학문 이외의 요소가 개입할 때가 종종 있다. 구한말 한국의 민족주의 역사학은 역사학을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도구처럼 여겼다. 이런 면모는 장단점을 동시에 지녔는데, 중국 중심의 역사관을 벗어나 민족주의 의식을 고취시키는 설화나 잊혀진 사료들을 발굴하는 데 적극적이었던 대신,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을 강조하는 측면으로 역사서 서술을 끼워맞추는 경향이 나타났던 것이다.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신 새로운 한계를 만들어버린 격이다. 그리고 그 민족주의 역사학의 한계와 맹점을 지적하고 보완하고 새롭게 대체하면서, 한국 역사학 연구는 더한층 발전했다.


이 책의 후반부는 일종의 학문 통섭을 다룬다. 문명과 역사를 직접 결부시키는 새로운 융합 시도가 나타나는가 하면, 아예 과학 발전과 역사 연구를 통합하듯이 동시에 다루기도 한다. <역사의 역사>는 이런 시도가 역사학의 테두리 안에 갇혔던 시절의 역사학에서 설명하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과, 두 가지 영역을 동시에 다루면서 한 가지 영역만 다룰 때보다 오히려 시야가 좁아지고 경직된 부분도 있다는 것을 짚어낸다.


완벽하게 완성된 역사학이란 있을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 시점에서 완벽해 보이는 역사서는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때까지 수많은 역사학 고전들이 그랬듯이,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사료가 발견되고, 예전에는 연구하지 못했던 영역을 새로운 방법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되면,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 나올 것이다. 옛 것이 반박되고 새로운 것이 출현하며 기존 서술이 물갈이될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역사학을 추구하면서, 기존 역사서에서 보다 결점이 적은 새로운 역사서를 만들어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때까지 수많은 역사가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면서 명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고, 그 저술들이 기술적으로 불완전한 평가를 받게 된 후대에도 고전으로 남아서 영향을 미치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 경지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역사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옛 역사서의 고전들에서 핵심적인 메시지를 짚어내고, 본받을 점은 본받고 비판할 점은 비판하며,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한 부분을 호평하고 폄하하지 않으면서, 멈추지도 말고 앞으로 나아가고, 무엇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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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역사의 역사(HISTORY OF WRITING HISTORY) - 유시민
평점10점 | g*******7 | 2018-09-30 | 신고

 인류의 행적이 문자로 기록된 이래로 현재까지 수많은 역사 서적이 출간되고 있다. 역사로 다뤄지는 부분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지만, 그것들이 실험과 분석을 통하여 발견되는 새로운 영역의 것이 아니라 이미 과거의 사실이라는 점에서 그토록 다양한 책들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왜 동일한 사건과 시대, 인물이 다양한 관점과 방법으로 기술되고 있는지를 이해함으로써 역사서의 내용을 일차원적으로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담긴 다양한 함의(含意)를 짚어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는 바로 그러한 부분들을 고대 그리스의 헤로도토스투키디데스부터 최근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유발 하라리의 저서를 통하여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역사를 공부하는 하나의 방법을 마주하게 된다.

 

 [역사의 역사]라는 제목을 접하면서 다소 광대한 범위를 다루고 있는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의 정확한 제목이 [역사 서술의 역사]임을 알게 된다면 저자의 의도를 어느 정도는 눈치챌 수 있게 된다. 이미 인문학의 고전에 반열에 올라 있는 역사서는 물론이고 현재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서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역사 서술의 시간적 흐름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유시민 작가는 역사에 대한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역사서와 그를 기록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역사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에 대한 몇 가지의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헤로도토스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활약한 투키디데스에 대한 내용은 역사 서사에 대한 방법론을 설명하고 있다. 이야기꾼으로 유명한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마치 당시의 상황을 실제 옆에서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로 생생히 묘사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즉, 사실과 허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은 그의 묘사는 분명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에 반하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집필한 투키디데스의 기술 방법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원인 분석에 치중하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연대에 따른 꼼꼼한 기록과 더불어 그리스 내전의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보여주고 있다. 언뜻 이 둘의 기술에 대한 차이는 사실과 상상이 역사에서 어느 정도 허용이 되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결국 둘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각각 페르시아와 그리스라는 세계 전쟁과 그리스 내전이라는 민족 전쟁에 대한 둘의 기록이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게 쓰여져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이들의 역사 기술을 통하여 역사 서술의 고충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직접 경험한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헤로도토스는 다양한 사료를 통하여 기술을 하였으며, 투키디데스 역시 자신의 경험에 더하여 다양한 사료와 글들의 비교를 통하여 기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비록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대중에게 역사의 극적인 부분들을 선사하고,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신화와 전설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간결하게 정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그러한 차이는 현재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큰 것이라 볼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부분들은 제한된 자료로 인하여 당시 역사가들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고충으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상상력과 사실의 잣대를 그 당시의 역사에 평가 기준으로 삼을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사마천의 [사기]는 축복을 받았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이내 공감하게 된다. 비운의 역사가라고 알려져 있지만, 역사를 기록하는 관직에 있었다는 점과 고대 그리스와는 달리 풍부한 사료와 기록이 있었기에 그를 바탕으로 [사기]를 기술할 수 있었다는 점은 왜 [사기]가 역사서로서 의미가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기]가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는 점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사마천이라는 인물의 관점과 생각이 반영된 서사라는 부분이다.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에 기반한 기록에 그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에 대한 해석을 추가한 부분이라든지 [화식열전]과 같이 자신의 관점과 기준에 따른 인물들의 이야기의 분류는 역사 서적이 그저 사실에 대한 기록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서사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관점과 방향성에 따라 달리 기술되는 역사 서적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인물과 책은 바로 이븐 할둔의 [역사 서설]이다. 이슬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이븐 할둔과 그의 저서에 대한 설명은 새로운 지식으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가 1300년대에 활동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술 방법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인류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즉, 그는 이전의 기술 방법과는 달리 빅 히스토리의 개념으로서 인류사를 다루면서 그 안에서 보편적인 원칙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였던 것이다. 물론 종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편적인 원칙을 찾기 위한 일차적인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였지만, 그러한 보편적인 원칙을 찾아내기 위하여 다방면에 대한 그의 기술은 거꾸로 당시 이슬람 세계에 대한 다양한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성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이 시점에서 [역사의 역사]는 첫 장에서도 잠깐 언급한 사실과 상상력의 경계에 대한 부분을 랑케와 에드워드 H. 카의 저서와 행적을 통하여 집중적으로 언급한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라는 표현으로 유명한 랑케의 필법은 말 그대로 사실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기술 방법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역사가 객관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통하는 부분이지만, 그의 역사 기술이 철저히 문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역사 서적이 단순히 사실의 나열 및 정리에 그친다는 부정적인 부분을 담고 있다. 또한 그가 각국을 방문하여 얻은 문헌 역시 승자의 기록과 같이 편향된 조건에 의하여 보존된 자료이기에 문헌이 반드시 객관적이라고도 볼 수 없다는 점은 랑케 필법의 한계일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바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하여 비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마 에드워드 H. 카에 대한 내용을 읽다보면 유시민 작가가 이 책을 기획한 의도가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중략) 역사가와 사실은 평등한 관계, 주고받는 관계다. 역사가는 끊임없이 해석에 맞추어 사실을 만들어 내며 사실에 맞추어 해석을 만들어 낸다. 어느 쪽도 우위를 가질 수 없다. 이 상호작용은 현재와 과거의 상호 관계도 포함된다.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고 사실은 과거에 속하기 때문이다. 역사가와 역사의 사실은 서로에게 필수적이다. (중략)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 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

 - p. 235 中에서 : [역사란 무엇인가]의 내용 -

 저자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이 부분의 인용을 통하여 다음의 사실을 도출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역사 서술에 대한 설명을 압축하여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은 과거의 것이고 역사가는 현재에 산다. 과거의 사실 가운데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하는 기준과 그 사실들을 일정한 관계로 맺어 주는 해석의 관점은 역사가를 둘러싼 현재의 환경, 역사가의 경험, 역사가의 이념과 개인적 기질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다. (중략) 역사란 오늘을 사는 역사가들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과거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 p. 235 中에서 -

 

 저자는 역사가 과거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역사를 객관적인 사실, 분석된 사실로 알고 있던 우리에게 '이야기'라는 표현은 역사를 서술하는 이의 개입에 초점을 맞춰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가온다. 사마천 또는 투키디데스가 독립운동 시기의 우리의 역사에 대하여 기술한다면이라는 가정이 실제 박은식과 신채호의 역사 서술로 이어진다라는 부분은 역사 서술 당시의 상황이 서술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동시대에 그들과 달리 식민사관이 등장하였다는 점은 상황과 관점에 따라 달리 역사가 서술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헌팅턴이나 토인비와 같이 특정 국가나 시대가 아닌 문명이라는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하는 부분이라든지 과거의 역사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하여 논하는 유발 하라리의 이야기도 기술의 관점에 따라 역사에 대한 다양한 서술이 얼마든지 가능함을 깨닫게 된다.

 

 [역사의 역사]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와는 다르다. 보통 역사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과 개선되는 상황을 발견하게 되지만, 여기에서는 역사 서술이 시간에 따른 발전이 아니라 그 상황에 따른 다양한 형태로 기술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풍부한 자료가 존재하는 현대에 쓰여진 역사 서적이 [사기], [역사]와 같은 고대의 역사 서적보다 우수하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도 그에 대한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역사의 역사]는 역사를 서술한 인물이나 관점, 방법에 대한 우위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특징을 통하여 당시의 사회적 흐름이나 상황을 거꾸로 유추할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그 책의 내용들이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리 표현되는 원인을 이해함으로써 그 안에 담긴 함의를 파악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역사란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기록하는 순간 쓰는 사람의 입장이 배제되고 정확히 사실만을 반영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실을 기록하되 지어내서 쓰지 않는다라는 '술이부작 [述而不作]'이 그 의미 그대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겸양의 표현이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인간이 기계적으로 모든 것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역사]를 읽음으로써 역사 관련 서적을 달리 바라보게 된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의미와 또 다른 역사적 사실을 찾는 과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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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역사(서)의 역사’를 읽고..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1 | 2018-07-11 | 신고

   나는 대학에서 사회과학이 아닌 자연과학을 전공했다. 내가 왜 자연과학을 택했는지는 지금도 아리송하지만 그렇다고 후회하는 건 아니다. 단지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문과 과목에 더 흥미가 있었고 좋아했는데 왜 다른 선택을 했는지 가끔 생각이 나서 기억을 더듬어 볼 뿐이다. 대학 때는 당시 학교를 다닌 대부분의 학생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사회과학 책을 많이 읽었다. 그렇게 형성된 나의 독서습관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사회에 나와서는 업무와 관련된 책들을 읽기 시작했지만 딱히 독서습관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90년대 초반 중국관련 업무를 하면서 중국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동양고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 역사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관심은 지금도 여전하다.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나의 독서습관은 바뀌었다. 소위 인문학에 대한 책들, 그 중에서도 역사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관심은 여전히 한국사와 동양사 그리고 문명사에 머물러있다. 서구의 역사도 알고 싶다는 생각에 읽어보기도 하지만 그때그때 흥미에 따라 읽을 뿐이다. 요즘은 그들의 역사도 체계적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들 사고의 근원이라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책들을 먼저 읽고 있다. 그러던 중 이 책 [역사의 역사]를 읽게 되었다. 저자인 유시민의 책은 대부분 읽었기에 그의 생각이나 글쓰기 방법 등은 이미 익숙했고, 그의 생각을 빌어 역사서에 대한 입문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없이 읽지 않았나 싶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동서양의 역사가 16명이 쓴 역사서 18권을 다루고 있는데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동양의 역사서이다. 박은식의 [한국통사], [한국독립운동지혈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백남운의 [조선사회경제사]는 우리의 역사를 다루었고, 사마천의 [사기]는 중국역사, 그리고 이븐 할둔의 [역사서설]은 이슬람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는 우리의 역사서는 모두 식민지시대에 쓰여졌다. 박은식은 조선의 망국과 민족해방투쟁의 아프고 고단했던 과정을 생생하게 기술했다. 그는 망국의 역사가 아니라 광복의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당대사를 기록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에 반해 신채호는 조선의 정신을 살려내기 위해 집요하게 고대사를 파고 들었다.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의 기록이다라는 말로 널리 알려진 [조선상고사]는 단군왕검 건국에서 시작하여 백제의 패망에서 끝이 나는 미완의 역사서이다. 정통유물사관을 견지한 식민지 조선의 마르크스주의자였던 백남운은 [조선사회경제사]에서 원시시대부터 삼국통일 이전까지의 경제사를 다룬다. 그 시기를 노예제로 규정한 그는 아마 민족해방투쟁의 수단으로서 마르크스주의를 받아 들였는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는 서구의 역사서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폰 랑케의 [근세사의 여러시기들에 관하여][강대 세력들 정치,대담,자서전],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그리고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바로 그것들이다. 이들 중에는 저자와 제목을 알고 있는 책도 있고, 여기서 처음 알게 된 책도 있으며, 이해 여부를 불문하고 읽어 본 책도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록 저자의 시각을 빌려서 이지만, 이들 역사서가 어떤 책인지를 알게 되었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도 있지만 그냥 건너뛰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만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서가 아니라 역사이론서이다. 예전에 읽은 책이지만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역사서들의 마지막 분류로는 문명사이다. 슈팽글러의 [서구의 몰락],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 그리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이에 해당되는 책들이다. 나에게는 서구의 역사서들보다는 이 책들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고, 따라서 대부분 읽어본 책들이다. 20세기 들어서 개별민족이나 왕조, 국가가 아닌 문명을 연구하는 역사가들이 등장했고, 토인비는 그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으로 문명사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역사와 과학이 융합되어 우리에게 알려진 문명사가 아닌 인류, 그 자체의 역사를 다룬 문명사가 쓰여진다. [,,][사피엔스]에서 다이아몬드와 하라리는 문명 발전 속도의 차이를 만들어낸 근본원인은 환경 외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함으로써 기존의 서구학자들이 주장하는 문명의 해석을 반박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가 왜 역사서를 읽어야 하고, 또 역사서를 읽을 때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저자는 역사서를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이렇게 말한다.

 

사실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살아남는 게 아니다. 기록하는 사람이 선택한 사실만 살아남아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231) 역사란 오늘을 사는 역사가들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과거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235)

 

 

또한 저자는 역사의 매력은 사실의 기록과 전승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데 있음 (17)을 절감했다며, 역사의 역사란 인간과 사회의 과거에 대해 문자 텍스트로 서술하는 내용과 방법이 변화해온 과정에 대한 이야기 (15)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 [역사의 역사]에서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역사가를, 역사이론서가 아니라 역사서를 다루었다고 한다. 나 역시 역사이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이해하고 싶었기에 이 책을 읽었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를 이해하고 싶어서가 아닐지 모르겠다.

 

우리가 옛 역사서를 읽는 것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남긴 이야기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1)

 

 

  그러나 우리가 남의 역사서를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역사는 사실을 쓴 이야기이고 언어로 재현한 과거인데, 남의 언어로 재현한 남의 과거 이야기에 감정을 이입하고 흥미를 느끼려면 그 책이 담고 있는 기초정보를 알아야 한다.’ (51)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역사나 동양고전은 쉽게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었지만 서구의 역사는 이해하기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 틈나는 대로 읽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들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 중의 기초가 아닐까 싶다. 내가 이 책에 나오는 서구의 역사서들을 읽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역사서에 대한 나의 생각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준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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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한국의 현대사
평점10점 | b****1 | 2016-12-05 | 신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탐구하는 것은 흥미롭다. 역사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지만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역사를 알고 싶었다.

 

한국 현대사는 예민하다. 아직도 우리가 (정확히 말하면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 세대) 예전의 전쟁, 가난, 북한의 위협과 반공주의, 지역 감정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고, 현대사의 주역이나 조연들이 아직도 정치권에서 현역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때문이다. 언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었다고 하지만, 정치적으로 반대인 성향의 친구와 시국에 대한 대화를 편하게 나눌 만큼 성숙한 문화가 아직 자리잡진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중고등학교때 배우는 역사 교과서로 한국의 현대사를 알기란 너무나 어렵다. 솔직한 고백으로는 국사 공부보다는 수학, 영어 공부가 더 중요했었다. 국사 교과서에서 현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1/10 정도나 되었을까?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1/20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TV나 책을 보다가도 현대사적인 주제에 대한 내용은 이해하지 못했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뉴스도 걸러듣게 되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정보가 부족했으며, 현재가 곧 미래의 우리 역사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한 때 정치에 몸담았던, 현재는 작가와 방송인으로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유시민 작가의 우리나라 현대사의 산 기록이다. 그는, 역사가 완전한 사실 그대로 기록될 수 없고, 전달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당당히 고백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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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역사적 사실 그 자체가 객관적인 진리를 이야기한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착각일 뿐이다. ... 역사는 어떤 사실을 선택해서 어떤 관계를 맺어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책도 그런 감정싸움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감당할 가치가 있는 위험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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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우리나라 현대사의 명과 암을, 그 상황을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았던 한 젊은이의 시선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놀라웠던 것은, 과거로만 인식되었던 역사는, 박제된 것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현재 지속형이며, 지금과 닮아도 너무 닮은 모습이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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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09.  10월 유신은 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쿠데타였다. 제3공화국 헌법에는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없었다. 국회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받지 않으면 헌법개정안을 확정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폭력으로 국회를 해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신헌법 초안을 만든 인물은 중앙정보부와 청와대 파견 근무를 했던 김기춘 검사로 알려져 있다.

 

p. 88.  시위는 연일 계속되었고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4월 25일에는 대학교수들이 거리로 나왔다. 매카나기 주한 미국대사가 이승만 대통령을 찾아가 하야를 권고했다. 법무부장관 권승렬, 외무부장관 허정도 하야를 요청했다. 4월 26일 오후, 마침내 대통령 담화가 나왔다. 이승만 대통령은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고 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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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젊은이들의 대통령 지지율은 0%에 가깝다. 그러나 유권자 전체로 따지면 10%에 이른다. 우리들 끼리는 얘기한다. 도대체 그 콘크리트 지지층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옹호를 하는 것일까?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그저 예전의 추억, 향수에 갖혀 변화를 거부하는 고집스러운 사람들일까? 이런 궁금증에 대해서도 역사적 배경을 들어 의견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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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0.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좋아하는 시민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대상은 사실 그의 인격과 행위가 아니라 그 시대를 통과하면서 시민들 자신이 쏟았던 열정과 이루었던 성취, 자기 자신의 인생일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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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헌정 사상 초유로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 되어 특검을 앞두고 있고, 국민의 70% 이상이 탄핵을 고대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국면이다. 우리나라의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 눈앞에까지 와있지만, 변수가 워낙 많아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온전히 예측하기가 힘들다. 민주주의의 실현이란 어느 한 시점에 반짝하고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인 것임을 과거의 실패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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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78 민주주의는 최선의 인물이 권력을 장악해 최대의 선을 실현하도록 하는 제도가 아니다.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악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p.183 수십년 동안 같은 사건이 반복되는 것과 같은 우리 현대사를 들여다 보면, 집권 세력 또는 정부가 독재, 인권탄압,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시민들은 시위를 하고, 경찰을 동원하여 이 시위를 진압하고 잦아들면, 다시 부정부패가 저질러지고, 같은 패턴의 시민 투쟁이 벌어지고, 시민들의 호응이 커질 것 같으면 공안당국이 나서서 배후의 북한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비판적인 언론보도를 통제하고 시민들을 세뇌하는,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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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일까지의 총 6차에 걸친 전국적인 촛불집회가 그동안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에서의 다른 궐기들과 비슷한 점, 다른 점을 살펴보았다.

 

지금까지의 시민들의 궐기와 같은 점은

     연속적, 동시다발적, 전국적 도시봉기이다.

     헌법 정신에 위배된 정권, 국가 지도자를 축출하려는 국민적 외침이다.

지금까지의 시민들의 궐기와 다른 점은

폭력적 행위 없는 평화적인 시위로 진행된다.

시민들의 호응 매우 큰 것에 비해 북한 세력이 있다고 조작하기에는 시위에 참가하는 대다수의 시민은 북한과의 연관성에 관심이 없고 영향받지 않는다.

(JTBC) 언론보도가 (정부가 원하는 대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 : 언론 (및 SNS) 을 통해 이미 대통령과 측근들의 비리, 국정농단 사실이 국민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된다.

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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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7  연속적, 동시다발적, 전국적 도시봉기는 다양한 불법행위를 수반한다. 도로점거, 투석, 화염병 투척, 야간시위 등 시위대의 모든 행위가 실정법 위반이다. 그러나 다수 국민이 그것을 최고의 법인 헌법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불가피한 행동으로 받아들일 경우, 그 모든 것은 불법이지만 정당한 행위가 된다.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 대원칙을 실현하는 민중의 저항권 행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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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같은 목적이지만 지난 6월 항쟁이 성공했던 (폭력적인)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불법행위 없이 새로운 형태의 시위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려 하고 있으며, 지역과 정치 성향을 넘어서 남녀노소 불문한 많은 국민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어 지금의 정권과 집권당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투표라는 형태로 평화롭게 대통령을 뽑았지만, 대다수의 국민이 지금보다 더욱 올바른 정권을 원하고,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유시민은 현대사의 한복판에 있었다. 지금은 실정에서 한걸음 물러서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좌우 가리지 않는 신랄한 비판에 독자나 시청자들이 이에 호응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의 역사는 빈곤에서 탈출하는 전쟁 직후 시기, 독재 정권 하에서 격랑하던 시기를 거쳐 민주 정부를 수립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어오고 있다. 부끄럽고 어두웠던 과거도 많지만 시민들이 점차 변화하는 모습과 앞으로 변화할 역량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현재 정치에 비참해하고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은 그만큼 지향하는 기대치가 높다는 뜻이다. 한 곳을 향해 나아가면 시간이 걸릴지라도 지금까지처럼 좀 더 나은 역사를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다. 작가는 지금의 기성세대인 40-50대에 대하여 우리 역사의 중심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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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89. 그러나 4.19가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민중이 궐기해 권력자를 축출하고 정권을 바꾼 위대한 사건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4.19 는 신생국가 대한민국이 정통성 있는 국민국가를 향해 내디딘 첫걸음이었다. 4.19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체득했다.

 

p. 291. 하지만 10대 때의 경험은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그게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난민촌에서 병영으로, 병영에서 광장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에서 우리 세대가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었다.

 

p.417 만약 오늘의 50대가 10년 후 지금의 60대와 같아진다면, 오늘의 40대가 지금의 50대와 비슷해진다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 지금의 40대와 50대는 한국전쟁 이후 두 차례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수가 아주 많다. 그들이 변화와 혁신을 싫어하는 보수적 또는 과거 회귀적 고령 유권자가 된다면 대한민국은 일본처럼 혁신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언제까지나 물질에 대한 개별적 욕망과 북한에 대한 감정적 증오가 지배하는 추한 사회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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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암담할 것 같은 나의 한국현대사
평점8점 | l****h | 2014-08-29 | 신고

#1

내가 태어나고 한 달이 지나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에 죽었다. 나중에 어머니께 당시에 대해 여쭤본 일이 있었다. 어머니의 대답은 간단했다.

“너 키우느라 정신없었다.”

누군가에게는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이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침내 찾아온 해방이자 자유의 서막이었을 것이다. 태어난 지 정확하게 한 달이 된 내게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은 어떤 의미였을까? 뭐, 아무런 이유가 없었겠지. 태어난 지 한 달 된 갓난아기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잖아.

 

#2

어머니가 나와 내 남동생을 기르던 그 시절에는 필름 카메라밖에 없었다. 컬러 사진을 출력해 두껍고 큰 앨범에 하나하나 끼워 넣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리 집은 물론 친구 집 어디를 가도 장롱 위나 서랍장에 큰 앨범 몇 개쯤은 꼭 있던 시절이었다.

내가 5살 정도? 내 동생이 3살 정도 되는 시절 사진이 있는데, 당시 세 들어 살던 주택 옥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뽀글뽀글 파마를 한 청년의 무릎에 내 동생이 앉아 있고 나는 그 청년 어깨를 타고 머리를 잡아당기며 사진을 찍었다. 그 청년은 둘째 외삼촌이다. 충북 단양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경북 포항에 소재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내 부모님의 고향은 충북 단양이다. 경북 포항에 철강공단이 대규모로 들어서던 때, 철강공단의 모 기업에서 일하시던 아버지의 사촌매형의 소개로 물설고, 사람 선 포항에 정착하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괜찮은 보수에 안정적인 일자리였기에 친가쪽 삼촌과 외가쪽 삼촌 두 분이 우리 집에서 함께 살며 공장에 다녔다.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고 해안지역 도시에 대규모 공단이 들어서게 되면서, 저 멀리 충청북도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경상북도 포항까지 오게 된 것이다. 휴가를 받아 고향에라도 가려면 포항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경주역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경주역에서 부산발 청량리행 비둘기호를 타고 단양역에 내려야 했다. 단양역에 도착하는 시간은 밤9시. 완행버스도 거의 없던 시기에 비싼 택시를 불러 타고 신작로와 비포장이 섞인 고향 앞마당까지 갔다고 한다.

 

#3

1988년 9월 17일,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나의 생일이었다. 생일이 다가오면 친한 친구나 초대하고 싶은 친구, 혹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있으면 초대장을 쓰기도 하고 직접 초대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해주신 생일상을 받아 친구들을 맞이하면 손에 하나씩 선물을 사들고 와 생일파티를 하던 것이 당시 유행이었다. 1988년 9월 17일 내 생일을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은, 내가 좋아하던 여자 아이가 내 생일파티에 와 준 것도 있지만, 88서울올림픽 개막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한참 생일파티가 진행되고 있는데 TV에서는 자전거 바퀴 같은 것을 굴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으로 가득 찼다.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이었다.

 

#4

1997년 겨울, 수능을 망친 나는 아연실색했다. 평소 성적보다 10점정도 올랐는데, 다른 아이들이 적게는 30점에서 100점이나 올랐다. 평소 모의고사보다 훨씬 쉽게 나온 수능시험 탓이었다. 나는 당연히 재수를 마음먹었다. 서울 고시원도 알아봤다. 그런데, 마침 그 해가 IMF가 터진 해였다. 나라 전체가 망한 것이다. 잘 나가던 기업이 줄줄이 망했다. 멀쩡하게 회사에 다니던 친구 아버지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었다. 친한 친구 집이 하던 치킨집도 갑자기 망했다. 20년 가까이 근속하며 열심히 일하신 아버지가 주식으로 엄청난 돈을 날렸다. 나라 전체가 망하니 주식은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나는 재수를 할 수 없었다.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생전 들어보지도 못했던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5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월드컵 4강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감격과 기쁨이었다. 내 손으로 뽑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그전 대통령과는 다른 사람이라 생각되었다. 사회와 국가가 완전히 바뀔 줄 알았다.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다. 그와 같은 정치인, 대통령을 내 인생에서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자각을 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

 

#6

2011년 11월 아내와 결혼했다.

2014년 4월 새봄이를 낳았다.

 



“한국현대사는 이 두 세력의 분투와 경쟁의 기록이다.” (p.26)

“오늘 우리가 누리는 어느 것 하나도 하늘에서 거저 떨어지지 않았다. 청년들에게는 그 모든 것이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한국 경제의 50년 궤적을 몸으로 밀어왔던 사람들은 이런 것을 보면서 꿈을 꾸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p.119)

 

나의 한국현대사를 돌아보았다. 재미있다. 유시민은 참 글을 잘 쓰는 양반이다. 쉽게 쓴다. 논리는 치밀하지만 명료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한국현대사를 특징짓는 그의 논리에 설득 당했다.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의 분투와 경쟁은 사실 지금도 진행형이다. 민주화세력이 정치권에 입문하면서 분투와 경쟁의 치열함이 무뎌지고 변절과 철새짓으로 피아식별이 모호해지기는 했지만 명확한 구분법이다. 집안에 대학 나온 어른이 거의 없는 내게 민주화세력은 낯설다. 아버지도, 친가와 외가의 삼촌들도 모두 산업화세력이었다. 몸 하나로 가족을 부양하고 평생 근속하며 기계처럼 일했다. 아버지와 삼촌들 모두 당시 민주화세력의 삶의 궤적과는 판이하게 다른 궤적을 만들며 살아오셨다. 나는 그분들을 비판할 수 없다. 매번 1번을 찍고 이명박과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유시민의 표현대로 급속도로 산업화하며 경제발전을 이룬 가장 밑바닥에 내 아버지와 삼촌들이 있었다. 내 고모들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잠을 쫓기 위해 ‘타이밍’이라는 이름의 알약을 먹으면서 철야 작업을 했고 공장 관리자들은 옷핀으로 팔을 찔러 피로에 지쳐 조는 여성 노동자를 깨웠다.” (p.139)

 

지금 이런 얘기하면 꼰대 소리듣기 딱 좋다. 무슨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 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다. 책에서 읽고 알게 된 사실이다. 나도 직장생활을 하는 생활인이 되고 나서야 옷핀으로 찔려가며, ‘타이밍’이라는 알약을 먹으며 비인간적인 노동을 해온 여성 노동자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3교대라는 지옥 같은 근무형태로 집채만 한 기계들 틈바구니에서 일해오신 아버지를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시장소득 분배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어왔다. 정부가 조세와 복지지출을 통해 가처분소득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시장소득 분배의 급격한 악화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 (p.166)

 

IMF이후 2014년 현재의 한국경제를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글을 보지 못했다. 정치적 민주화가 설익게나마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의식도 성장하고 성숙했다. ‘나라는 발전하는데, 소득규모는 커지는데, 왜 이렇지?’라는 물음이 커졌다. 경제적 민주화는 아직 한국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IMF이후 완전히 신자유주의 경제구조로 전환하면서 노동시장의 불균형은 고착화·심화되었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상위와 하위계층의 소득규모는 하늘과 땅차이로 벌어지게 되었다. IMF를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되면서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에서는 공적연금과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정치권력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의 권력을 가져오지 못한 탓에(언론마저도) 거의 모든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소득 분배의 급격한 악화’를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정치권력은 물론 경제·언론권력까지 합심해 노력해도 될까 말까 한 시도였다. 전쟁터에 나가며 단지 10발만 발사할 수 있는 총을 들고 나간 것과 다름없었다.

 


“1980년대 3저 호황과 고도 성장기를 거쳐 재벌이 막대한 자본을 축적하고 정치적으로도 민주화가 이루어지자 정부가 권력으로 기업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이 돈으로 정치권력을 관리하게 되었다.” (p.147)

“재벌이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헌법 위에 군림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국가권력을 통한 정치적·민주적 개입과 통제뿐이다. 나는 이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본다.” (p.151)

 

유시민은 책에서 이러한 시장소득 분배의 급격한 악화를 모두 재벌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지만 나는 재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198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재벌은 대한민국의 초법적 존재가 되었다. 서초동의 기괴하고 아방가르드적인 삼성본사 건물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나는 그 건물을 보면서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착륙한 외계인의 함선 내지는 비행체로 보였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은 거의 모든 경제를 주무르고 있다. 그래서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거의 모든 국민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많은 젊은이가 삼성을 비판하지만 갖은 노력 끝에 삼성에 취업하게 되면 집안의 경사가 되는 이상한 사회다.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서울의 싱크홀 중 하나가 삼성물산의 부실시공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얼마나 부실했으면 도무지 자신의 범실이나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는 괴물, 삼성이 잘못을 시인했는지 기가 막혔다. 일단 시인은 했지만 그 부실시공의 주체가 밝혀지고 책임자가 제대로 규명되어 처벌되는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나는 비관적이다. 현장 공사 책임자 정도 선에서 처벌받는 것으로 흐지부지 끝날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껏 한국의 재벌이 그런 형태로 한국의 현대사를 아로 새겨왔기 때문이다. 갖은 불법과 비리, 횡령과 배임, 편법상속과 노동탄압 등이 일어나 9시 뉴스를 도배해도 며칠 뒤 재벌 오너가 휠체어를 타고 나와 검찰에 한두 번 출두하면 그만이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병원에서도 가장 좋은 특실에 묵으며 흐지부지 될 때까지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유시민은 ‘경제민주화’의 출발은 재벌에 대한 국가권력의 정치적·민주적 개입과 통제라고 진단한다. 나는 회의적이다. 재벌에 대한 국가권력의 힘이 약해도 한참 약한데, 국가권력이 재벌에 개입하고 재벌을 통제할 수 있을까? 나는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미 어찌할 도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괴물이 된 재벌을 이제 와서 통제하고 개입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그 어떤 한국의 재벌 오너와 오너의 가족들이 알아서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받는다고 할까? 하늘이 두 쪽이 나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전체주의 국가 또는 병영국가는 집중을 추구하는 권력의 본성을 극단까지 밀고 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념의 통일성이다. 사상과 이념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 ‘불온사상’과 ‘잡사상’을 ‘박멸’하며 확실한 ‘우리 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 (p.367)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김영오씨의 단식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병원에 실려 간 뒤, 김영오씨에 대한 악의적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정말 치졸하고 비겁하며 악랄한 행위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에는 편 가르기가 당연시되고 있다. 나와 의견이 다르면 틀린 것이 되고 ‘적’이 된다. 합리적인 의심이나 궁금증을 할라치면 친노종북, 빨갱이가 된다.

지금의 재벌을 봐도 그렇고, 전체주의·병영국가의 모습을 미쳐 버리지 못한 저급한 상황을 볼 때, 앞으로의 “나의 한국현대사”가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이고 회의적일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단지 권력의 주체가 바뀐다고 해서 단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그렇다. 여전히 북한과는 휴전 상태이고, 대치 상태이다. 언제든 전쟁은 일어날 수 있다. 내 딸아이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확신이 없는 상태다. ‘정말 여기서 양육하고 교육해야 하나?’라는 물음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비슷한 연령대의 부모들을 만나면 하는 얘기가 거의 이런 것이다. 상황이 되고, 혹시 여건이 안 되더라도 아이를 외국에서 교육시키고 싶다는 이야기. 이민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 등.

 


“민주적 제도가 있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에 맞는 생각을 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p.260)

“각자의 욕망과 신념과 이기심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연민, 교감, 공감을 바탕으로 상호이해와 협력을 이루어야만 이 과제를 해낼 수 있다.” (p.416)

 

타인에 대한 연민과 교감과 공감이 바탕이 된 사회가 아니다. 그런 사회라면 이렇게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망발을 일삼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인간들은 없을 것이다. 곪을 대로 곪고 병들대로 병들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료해 나가야 할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 그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겨우 전반전을 마친 “나의 한국현대사”의 후반전이 어떻게 기록될지 자못 궁금하지만, 큰 기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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