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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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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질문하고 토론하고 연대하는 ‘프랑스 아이’의 성장 비결

목수정 | 생각정원 | 2018년 06월 20일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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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8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536g | 145*210*30mm
ISBN13 9791188388370
ISBN10 1188388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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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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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화 영역에서 일을 하다가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8대학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학 석사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문화정책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08년 이후, 줄곧 파리에 거주하며 한국 사회 속 약자와 소수의 권리에 관해, 올바른 정치를 위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매체에서 글로써 전하고 있다. 뚜렷한 주관으로 냉철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목수정은 상대와 마주할 때면 누구...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화 영역에서 일을 하다가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8대학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학 석사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문화정책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08년 이후, 줄곧 파리에 거주하며 한국 사회 속 약자와 소수의 권리에 관해, 올바른 정치를 위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매체에서 글로써 전하고 있다.

뚜렷한 주관으로 냉철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목수정은 상대와 마주할 때면 누구보다 따듯하고 부드럽다. 삼시 세 끼를 제 손으로 챙기면서 밥하기의 수고로움과 그 안에 들어앉은 세상 작동을 배움 삼아 자신만의 하루를 온전히 살아가기 때문이다. 『밥상의 말』은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제 2의 터전으로 살아나가는 저자가 두 밥상을 넘나들며 마주한 음식에 깃들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는 한국에서 대학까지의 교육과 사회생활을 경험한 저자가 프랑스에서 프랑스 남자와 함께 낳은 아이를 키우고 학교에 보내며 경험하고 관찰한 바를 기록한 이야기다. 어느새 중학교 2학년이 된 딸 칼리의 학교와 가정에서의 성장 과정을 차곡차곡 정리한 성장 기록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파리의 생활 좌파들』,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야성의 사랑학』, 『월경독서』, 『아삭아삭 문화학교』, 『당신에게, 파리』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문화는 정치다』,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자발적 복종』, 『10대를 위한 빨간책』, 『부와 가난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세계인권선언』, 『초경부터 당당하자: 나, 오늘 생리해!』, 『에코 사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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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 219

출판사 리뷰

교육은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다!
- 재불작가 목수정과 딸 칼리의 프랑스 공교육 체험기

한국에서의 어린이집 시절을 거쳐, 만 세 살 때부터 아이는 프랑스 공교육시스템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유치원,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까지 다니면서 아이가 경험한 학교라는 틀을 통해 프랑스 사회가 축적해온 양식들이 아이 속에 스며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훌쩍 엄마를 넘어서서, 저만의 멋진 세상을 친구들과 함께 짓고 있는 아이의 모습, 학부모로 이 나라 학교를 겪으며 지내온 지난 13년의 관찰과 생각들을 책 속에 차곡차곡 담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예술 작품은 반드시 아름다운가?’ ‘우리의 윤리적 확신은 경험에서 비롯되었는가?’ 물음표 앞의 문장에서 읽는 사람 모두를 멈춰 서게 하는 이 질문은 실제 2013년 프랑스 고등학교졸업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에 출제된 문항이다. 암기 능력을 측정하는 취지가 아닌 한 인간의 세계관을 묻는 프랑스의 철학 바칼로레아는 자국에서 화제가 되는 것을 넘어 어느새 시험 날이면 출제된 질문이 전 세계 신문에 실릴 만큼 유명해졌다.

삶의 연륜이 켜켜이 쌓인 어른도 쉽게 답하기 힘든 질문들에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은 어떻게 대답하는 것일까? 철학 교육을 오랫동안 받아온 것일까? 아니면 남다른 교육시스템으로 자기만의 생각을 준비하도록 가르치는 것일까? 바칼로레아로 대표되는 프랑스 교육은 그간 외국의 교육시스템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나 연구자들의 논문을 통해 많이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그 자료들은 제3자의 입장에서 조사된 연구 결과일 뿐, 현실에서 프랑스 아이들이 어떻게 교육받고,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어떠하며, 문제점은 무엇인지, 다수의 사람들은 쉽게 알 수 없었다.

날카로운 사유와 깊이 있는 시선으로 유명한 저자 목수정이 딸 칼리를 프랑스에서 키우며 직접 경험한 프랑스 학교와 교육철학을 말한다. 특히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식 경쟁교육시스템에 익숙한 엄마이자,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쓰는 저자가 딸 칼리를 키우며 경험한 문화적 차이뿐 아니라 아이를 통해 프랑스 문화에 조금씩 젖어드는 모습은 단순히 아이의 성장기만이 아니라 저자 자신이 엄마와 양육자로서, 그리고 프랑스 시민의 일원으로서 적응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놓치지 않도록 느리게 진행되는 교육 과정, 그 안에서 경쟁과 서열 없이 행복하게 공부하며 친구와 우정을 쌓아가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삶을 즐길 수 있도록 가르치는 선생님과 학부모, 사회가 흔들릴 때마다 거리로 나서길 주저하지 않으며 공화국의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를 직접 실천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들이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읽고 말하고 쓰며 자기의 생각을 정립하는 아이들
- 프랑스, 소프트 파워 세계 1위의 힘은 교육에서 출발했다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는 2004년, 세계 정치에서 성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소프트 파워는 군사력, 경제력 등의 물리적인 힘인 하드 파워에 대응되는 개념인데, 구체적으로는 각 나라의 정신적 가치, 대외정책, 호감도를 지칭하며 대개 국가가 지닌 문화적 힘과 가치관의 확장성, 매력도로 환원되어 사용된다. 그렇다면 현재 소프트 파워 1위 국가는 어디일까? 미국이라는 예상과 달리 영국 홍보컨설팅 업체인 포틀랜드커뮤니케이션에서 발표한 순위에 따르면 2017년 소프트 파워 1위 국가는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1789년 프랑스대혁명을 통해 자유 민주주의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한 국가이며, 문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강국이다. 프랑스 요리를 비롯해 칸영화제와 앙굴렘만화페스티벌로 비롯되는 문화, UN 공용어와 IOC 공식 언어로 지정된 프랑스어까지, 전 세계에 퍼진 프랑스의 영향력을 짐작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프랑스만의 소프트 파워가 만들어지는 근간은 무엇일까?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에서는 전체 학교 과정에서 프랑스어 교육과 문학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칼리를 통해, 그리고 칼리가 다니는 학교 선생님의 인터뷰를 통해 잘 보여준다. 국어 교육이 ‘읽기’와 ‘출제자의 의도에 맞춰 문학작품을 이해하기’에 맞춰진 한국과 다르게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어 교육에서 ‘읽기’와 ‘쓰기’, ‘말하기’를 모두 강조한다.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과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저자의 딸 칼리는 중학교 입학 후 프랑스어 수업 시간에 그 나라의 유명 희곡인 [시라노]의 한 대목을 외우고 직접 연기해본다. 칼리만 특별히 프랑스어 교육에 신경쓰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어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문학 작품을 함께 읽은 후, 그 작품을 바탕으로 한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한다. 아이들은 주어진 소설의 앞 한 대목만 보고 뒷부분을 상상해서 써보고, 친구들과 팀을 만들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직접 책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프랑스어뿐만이 아니라 전 과목에 ‘읽기’와 ‘쓰기’, ‘말하기’가 강조된다는 이야기가 본문 곳곳에 녹아 있다. 심지어 프랑스의 초대 문화부 장관인 앙드레 말로는 “교육부는 라신의 작품을 알게 하고 문화부는 라신의 작품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할 정도로 교육부는 지식을 문화부는 사랑을 전달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읽기’, ‘쓰기’, ‘말하기’를 중시하는 교육 방식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몇몇 선생님들만의 특이한 수업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않다. 프랑스의 교육시스템 전체가 텍스트를 읽고, 자기 생각을 쓰고,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말하기)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프랑스의 철학 바칼로레아가 유명하지만, 프랑스어 바칼로레아(국어 시험)도 지나칠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오지선다형으로 모든 것을 기계가 채점하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어 바칼로레아에는 구두시험과 필기시험을 함께 진행한다. 필기시험은 제시된 세 가지 텍스트의 캐릭터나 주제가 지닌 공통점을 분석한다. 그러나 구두시험은 한 명의 학생이 교사와 함께 제비를 뽑고, 뽑힌 텍스트에 관해 시험관이 던지는 질문에 답한다. 시험의 공정성에서 시비가 없을 만큼 시험관인 교사도 학생도 자기 생각을 탄탄하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이 시험에 준비된 답안이나 문제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많이 ‘읽고’, 읽은 다음 꾸준히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고,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읽은 사람만이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읽고 쓰고 말하기는 자연스럽게 생각하기로 이어진다. 답안을 외우고 맞히는 대신 10년 내내 자기 생각을 정립해가는 것이다.

고개 숙이지 않는 아이들
- 프랑스 유아 교육의 근간, “아이를 어른처럼 대하라”


아이가 고집을 부리면 프랑스 부모들은 설명하고 설득한다. 그리고 선택의 범위를 제시한다. 아이가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어른의 언어로 계속해서 설명한다. 프랑스에는 유아에게만 쓰는 특유의 단어가 없다. 아이도 처음 말을 배울 때부터 어른들의 말을 따라 한다. 아이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기 위해 어른들 세계에는 없는 배꼽인사 같은 것은 시키지 않는다. - 본문 77쪽

자기 생각을 정립해가는 사람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프랑스의 교육문화는 한국에서도 상당히 화제가 된 바 있다. 아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미국식 모델과 다르게 프랑스는 철저하게 가정에서 부부가 중심이 되며, 아이는 부부라는 줄기에서 얻은 삶의 열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어느 날 ‘아이를 다소 희생시키더라도 부부를 중심에 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말은 프랑스의 육아철학을 관통하는 문장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수면교육은 독특하다. 한국은 아이 울음소리가 커질수록 부모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프랑스는 아이에게 수면습관을 길러주고 부부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이를 울리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의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배꼽인사를 배우지도 않고, 아이들만이 사용하는 (애교가 듬뿍 담긴) 유아어도 따로 없다.

유학 시절, 베이비시팅을 했던 저자는 티보라는 아이를 돌보며 프랑스 사회의 흐름을 하나씩 알게 된다. 아이라고 해서 떼를 쓰거나 귀엽게 보이려 노력하지 않는다. “내 맘이야”라고 고꾸라지며 떼를 쓰지 않기 때문에 이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야 하는 이유, 지금 이 행동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꾸준히 하나씩 설명했던 일화를 말한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아이들에게 ‘봉주르(Bonjour, 안녕하세요)’, ‘실트플레(S’il te plait, 부탁합니다)’, ‘메르시(Merci,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입에 붙을 때까지 가르친다. 그것은 만인을 향한 존중의 언어인 동시에 사람들과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여 자신을 지키는 언어였다. ‘메르시’를 넉넉하게 말하는 사람은 우아함을 획득하며, ‘봉주르’를 자주 건네는 사람은 너그러워진다. ‘실트플레’(경어로는 ‘실부플레 S’il vous plait’)를 잊지 않는 사람은 품위를 얻게 된다.

많은 부모들이 프랑스에서는 아이들이 전식, 본식, 후식까지 타인을 방해하지 않고 식탁에 얌전히 앉아 있는다는 전설 같은 말을 듣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 프랑스 아이들만이 특별하다거나 우리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나친다. 저자는 프랑스 아이들도 다른 나라의 수많은 아이들과 똑같다고 말한다. 대신 프랑스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내가 받고 싶은 대접을 남에게 더도 덜도 말고 똑같이 하라고 배운다. 무엇보다 아이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이니 부모 마음대로 하는 일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충분히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면서 인내심을 갖게 하는 것. 아이를 작은 어른처럼 대하며 존중하는 태도가 바로 프랑스 유아교육의 바탕이라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서는가?
- 프랑스 교육의 핵심 가치, ‘경쟁하지 않을 자유’


등수가 없는 세계에선, 내가 점수로 판단되지 않으므로 남도 서열로 세워놓고 보지 않는다. 그리하여 점수 너머에 있던 더 많은 각자의 특징을 보게 된다. ……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시험과 등수의 압박에서 자유로우니,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관심사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다. -본문 162쪽

프랑스 교육만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읽기와 말하기, 쓰기를 강조하는 교육? 아이를 어른처럼 존중하는 유아교육? 저자는 프랑스 교육의 가장 큰 특징으로 ‘경쟁이 없음’을 꼽는다. 프랑스에는 아이들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할 결정적인 단어, ‘전교권’, 이른바 등수가 없다. 저자는 가끔 딸 칼리에게 반에서 ‘누가 공부를 잘하는지’를 묻곤 하지만, 항상 칼리는 ‘몰라’라고 답한다.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에 가서도 등수는 없다.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중학교에서부터 학업에 대한 평가가 ‘축하합니다’, ‘잘했습니다’, ‘열심히 하세요’로 매겨지지만, 그 평가가 세세한 변별력을 제공한다기보다 각자의 학업 성취가 어느 정도를 진행되었는지를 알려주는 표지일 뿐이다.

▶우정, 비슷한 성적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사람이 친구

등수의 부재가 베푸는 미덕은 무한하다. 저자는 등수가 사라지면서 먼저 쉽게 아이들이 ‘우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반의 3분의 1한테 “너희들 참 잘했다”라고 알려주면 그 아이들은 그저 흐뭇할 뿐이다. 또 다른 3분의 1한테 “너희들도 잘했지만 다음에는 더 잘해주면 좋겠구나”라고 하면 그 아이들도 잘했다는데, 기분이 나쁠 이유가 없다. 잘하는 아이들만 특별 대우를 받는 일은 없으니 미워할 필요가 없다. “열심히 하세요”라고 평가받은 아이들은 스스로가 성실하게 학업에 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성취도가 낮다는 이유로 모욕을 주는 일이 없으니,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넘어간다.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면, 공부를 잘하는 것은 한 아이가 갖는 특징 중 하나가 될 뿐이다. 또한 ‘차이를 차별로 만들지 말라’는 만고의 진리를 학교에서부터 배울 수 있게 된다. 시험 때문에 덜 긴장하고 학교생활 자체를 덜 고통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환경뿐만 아니라 성적도 비슷할 때 친구가 된다. 그래서 가끔 친구는 ‘나와 성적이 비슷하거나 나보다 성적이 더 나은 사람’을 칭할 때도 있다. 경쟁이 과열된 사회에서는 친구마저 ‘성적과 서열’이라는 기준으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 우정이 들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공부를 잘하는지’라는 기준을 버리고 사람을 바라보게 되면 친구가 가진 관심사나 그만의 특성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정은 저마다의 다양한 관심사를 친구를 통해 만나게 해주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친구의 관심사를 따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환경을 생각하여 채식주의를 실천하거나 전파하고, 아이들끼리 전시회를 보러 가고,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서점을 찾아간다. 혹은 자신들이 배우는 악기의 마스터 클래스를 찾아 실력을 향상시키기도 하고, 함께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책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프랑스 아이들은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에 시달리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시험과 등수의 압박에서 자유롭기에 친구와 함께 여러 가지를 꽃피우고 열매를 만들 수 있다. 프랑스 학교마다 붙어 있는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이념 ‘자유 평등 박애’. 프랑스의 중학교 시절까지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발판은 이렇게 마련되는 것이다. 등수와 경쟁이 사라진 그 자리에 넓고도 깊은 우정의 샘, 차고도 넘치는 예술 프로젝트, 상생과 연대의 지혜를 채워가며 프랑스 아이들은 자라난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며 연대하는 아이들

이쯤 되면 한국에서 원하는 교육, 인재상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한번쯤 한국의 교육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오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은 문제를 얼마나 실수 없이 정확히 맞히는지를 측정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실수라도 하나 생기면 ‘등급’이 몇 단계씩 하락한다. 객관식 시험을 통해 시험을 치르고 나서 한 달 후면 결과가 나올 만큼 효율적이지만, ‘효율’이라는 말 뒤에 무언가 누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사회나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거리로 뛰어나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외치는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이 보일 때마다 우리와 그들의 교육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진다.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정치 참여는 전혀 놀라운 현상이 아니다. 한국 현대사를 복기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원래 17~18세는 가장 빨리 피가 끓어오르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 조직에 눈뜨기 시작하는 나이다. 일제에 저항했던 유명한 독립운동가 중 한 사람인 유관순을 떠올려보자. 그녀는 당시 이화학당에 다니던 열일곱 살의 소녀였다. 1929년 일제강점기에 일어난 광주학생운동도 학생들이 주도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던 대규모 항일 운동이었다. 1960년 4·19혁명을 촉발시킨 것도 3·15부정선거에 항의하며 시위에 참여했던 마산상고의 학생 김주열의 죽음이었다. 1980년 광주민주항쟁에 수많은 고교생 시민군들이 있었다. 지난 촛불 정국 때 어른들이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질타에 머무르던 순간, 가장 먼저 ‘혁명정부’라는 어휘를 들고 거리를 누볐던 사람들은 바로 ‘고등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의 사회 참여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인간이 세상을 뒤흔든 익숙한 방식이었다. 지난 수십 년간, 건강한 사회 작동에 필요한 학생들의 참여를 입시 지옥에 철저히 가둔 한국 사회가 오히려 진단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한국의 10대들과는 달리 프랑스의 10대들이 누리는 한 가지 엄청난 특권이 있다면, 그것은 경쟁하지 않을 자유라고 말한다. ‘경쟁하지 않을 자유’, 이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경쟁 대신 협력하고 연대하는 법을 배우고, 경쟁으로 마모되지 않은 에너지는 세상을 개혁해낼 조직된 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공화국의 시민이 되기를
- 230년을 이어온 프랑스 교육의 원칙


어린 시절부터 독립적인 인격체로 자라고, 경쟁이 없는 사회에서 친구와 우정을 쌓으며 세상에 대해 발언하는 이들의 교육시스템은 언제부터 만들어진 것일까? 수능 외에는 해마다 입시 요강이 바뀌는 한국에서는 프랑스의 교육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나 교육시스템은 나폴레옹 치하에 만들어져 이제껏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의 교육 이념도 230년 동안 똑같다. 이들에게 교육은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공화국의 시민을 기르는 것’이다. 1789년 왕의 목을 자르며 탄생한 프랑스대혁명, 프랑스혁명에서 탄생한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을 유지하기 위해서 생각하고, 비판할 줄 아는 시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왕의 빈자리를 누군가 차지하려 할 때, 그것을 저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깨어 있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비판적 시민의 양성을 위해 프랑스 교육은 읽고 쓰고 말하기를 비롯해 철학을 가르친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 사회에서도 회자되는 이 시험은 이들에게 단순히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바칼로레아 시험에는 정답이 없다. 저자는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지의 답안은 말 그대로 ‘엉망’이라고 말한다. 1년 정도 철학수업을 듣는 프랑스 고등학생들도 그 문제에 쉽게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고 한다.

프랑스의 철학 바칼로레아 문제가 발표되는 날은 온 시민이 고민한다. 이 시험은 프랑스라는 나라가 세상에 막 나가려는 고등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숙고의 시간인 것이다. 말 그대로 ‘세상에 나가기 전 너만의 생각과 너만의 논리를 챙겨 나가라’고 전하는 것! 시험 문제를 보며 자신이 그간 생각해온 것들을 정리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신문에 발표된 주제를 읽으며 그날만큼은 프랑스의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답을 고민한다. 그들에게 철학은 세상의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틀이자, 철학 시험은 공화국의 시민으로 한 번 더 생각하는 과정이다.

학교 가는 것이 행복한 아이들
- 성적 위주의 경쟁 교육을 버려야 하는 이유


13년간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워온 저자 목수정. 그곳에서 딸 칼리를 키우며 항상 ‘맑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구구단을 2년 동안 배우는 속도에 답답했던 적도 있고, 공부다운 공부를 위해 참고서를 구입했다가 선생님에게 “그 책을 불태워버리세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한국식 교육에 익숙했던 저자는 칼리를 키우며 한국에서 자란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것,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에 담았다. 그녀는 자신의 책을 통해 ‘프랑스 공교육이 최고’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계속해서 우리가 교육을 통해 원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객관식으로 진행되는 효율성 위주의 시험 시스템, 사교육에 더 많은 영역을 허용하는 공교육 체계, 학교별, 학년별, 반별, 과목별로 등수를 노출시키는 시험, 평가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한 번 더 묻는다.

프랑스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구두시험이 보편화되어 있고,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객관식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 시스템을 통해 뒤에서 학생들이 각자의 논리를 만들어가도록 돕는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날수록 이들에게 모든 공부는 자기 생각을 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수업 방식은 또 어떤가! 지리수업 시간에 ‘여행 계획’을 짜면서 도시에 대해 알아가고, 영어 시간에 ‘로힝야족’을 돕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며 생각을 정리하며, 미술시간에 문학작품을 읽고 만화를 그려보는 등, 교과목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공부를 통해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한다. 또한 시민윤리 시간에 ‘왕따’나 ‘환경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토론한다.

또한 사회가 공화국의 근간이 되는 혁명 이념에서 벗어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바리케이드를 치며 항의하는 고등학생들이 프랑스에 존재하는 이유는 이들에게 교육과 공부란 결국 ‘자유 평등 박애’에 근거한 자기 의견을 세상에 당차게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학교는 힘들고 괴로운 곳으로 기억될 때가 많다. 만약 학교에서 배우고 익히는 일이 행복하다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 아이의 성장을 전하며, 독자들에게 넌지시 질문을 건넨다. 당신이 원하는 아이는 과연 어떤 아이냐고. 우리는 이곳에서 어떤 사람으로 아이를 기르길 원하냐고. 지금은 우리가 그 질문에 고민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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