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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학자 김시덕의 서울 걷기, 2002~2018

김시덕 | 열린책들 | 2018년 06월 10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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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8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572g | 140*215*30mm
ISBN13 9788932919164
ISBN10 89329191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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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75년 서울 출생.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국문학연구자료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조교수이다. 조선·명·일본 간 국제전쟁으로서의 임진왜란을 중심으로 16-20세기 동부 유라시아 지역의 전쟁사를 연구하고 있다. 고문헌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에 근거해서 전쟁이 초래한 동아시아 차원의 변화와 역사의 흐름을 추적해왔다. 나아가 한반도가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여느 국가와는 다... 1975년 서울 출생.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국문학연구자료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조교수이다. 조선·명·일본 간 국제전쟁으로서의 임진왜란을 중심으로 16-20세기 동부 유라시아 지역의 전쟁사를 연구하고 있다. 고문헌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에 근거해서 전쟁이 초래한 동아시아 차원의 변화와 역사의 흐름을 추적해왔다. 나아가 한반도가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여느 국가와는 다른 궤적을 그렸다는 인식이 실상과 다르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일본에서 펴낸 박사학위논문 [이국 정벌 전기의 세계 - 한반도·유구·오호츠크 해 연안]으로 2011년 외국인 최초로 일본 고전문학학술상을 받았다. 2015년에는 한국 동방문학비교연구회의 석헌학술상 수상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저서로는 『히데요시의 대외전쟁』(공저), 『그들이 본 임진왜란』, 『이국과 일본의 전쟁과 문학』(공저), 『교감 해설 징비록』, 『그림이 된 임진왜란』 등이 있다.

만든 이 코멘트

저자, 역자, 편집자를 위한 공간입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남겨주세요. 코멘트 쓰기
안녕하세요. 이 책의 저자 입니다.
| 2018-06-07
안녕하십니까, 김시덕입니다.

구석구석 서울을 걸어다니며 심혈을 기울여 이 책을 썼습니다.

부디 즐거운 독서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평안한 하루 보내소서. 감사합니다.

YES24 리뷰

휴가철, 멀리 떠날 것 없이 근처라도 걸어보실래요?
손민규 (lugali@yes24.com) | 2018-07-04
지금은 입사 면접 단골 문제가 어떻게 변한지 모르겠다. 대략 10여 년 전, 대표적인 질문이 "여기까지 온 과정을 1분 안에 말하시오."였다. 당시 나는 관악구에 살았고, 면접을 보기 위해 동작구와 영등포구를 지나는 버스를 탔더랬다. 지나친 정류장 중 '강남 초등학교'라는 곳이 있었다. 강남 초등학교로 썰을 풀었다. 강남3구가 아닌 곳에도 강남이라는 명칭을 학교에 붙이는 것은 대한민국의 과잉된 교육 열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고 말이다. 나름 잘 대답했다고 생각하고 뻐근해하며 면접관을 바라봤더랬다.

그리고 10년 뒤. 『서울 선언』을 읽으며 강남 개발 이전의 강남이 영등포구와 동작구 일대를 일컬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볼이 빨개졌다. 그 면접관은 내 대답을 들으며 코웃음 쳤을까? 주변에 있는 서울 토박이들을 만날 때마다 집요하게 묻고 다녔다. 동작구에 왜 강남초등학교가 있는지 아니? 다행히도 내 또래 서울 토박이들은 나처럼 몰랐다. 마음대로 결론 내리고 정신 승리하기로 했다. 그 면접관도 몰랐을 거야! 우리에게 서울의 역사는 사대문 안 서울을 주로 의미하니까.

현대 서울 시민이 조선 시대의 사대문 안에만 주목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외국 도시의 올드 타운을 관광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자기가 사는 도시를 관광객처럼 낯설게 보는 것은 도시를 보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만으로는, 서울 사대문 안이라는 올드 타운의 바깥에 사는 나 자신이 서울이라는 도시의 주인공이 아닌 존재로서 스스로 소외되어 버립니다. (51쪽)

여하튼 『서울 선언』은 서울에 관한 책이다. 김시덕 문헌학자가 책을 연구하듯 꼼꼼하게 서울을 둘러보고 쓴 기록이다. 부제가 '문헌학자 김시덕의 서울 걷기'이다. 문헌학자의 서울 걷기란 어떤 의미일까. 문헌학이란 기존에 주목받지 않았던 텍스트까지 세세하게 검토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내는 학문이다. 이 방법을 서울 답사에 적용해본다면, 그간 주목받지 않았던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문헌학자의 서울 걷기라 할 수 있겠다. 그간 서울을 소개하는 책에서 단골로 등장했듯 궁궐이나 종묘 같은 조선 시대 유적은 다루지 않았다. 대신 도로, 골목, 단독 주택, 다세대 주택 등등 보통의 공화국 시민이 살고 걷는 공간을 소개한다. 글을 보지 않고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만 쓱 보더라도 서울이 이토록 다채로운 공간이었다니! 하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겠다.

이 책이 서울 걷는 법만을 소개하지는 않는다. 전작인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에서 주류 한국인의 역사 인식 - 한반도는 지정학적 요충지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 과 반대되는 주장을 개진했듯, 이번 책에서는 책 곳곳에서 한국의 역사 기억 방식을 비판한다. 이를테면, 한국은 역사가 유구하고 문화재가 풍부하다는 사실. 그리고 일본제국주의가 나쁘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뒤 대한민국 정부에서 벌어진 동일한 폭력에 관해서는 침묵하는 태도. 서울을 기억하는 다섯 가지 선입견에 관한 부분 - 조선 후기 중심주의, 사대문 안 중심주의, 왕족 양반 중심주의, 주자학 중심주의, 남성 중심주의 - 도 유념할 만한 대목이다.

서울의 백제 유적이 파괴된 것은 신라가 백제를 멸망시킨 뒤도 아니고, 임진왜란 때도 아니고, 식민지 시대도 아니고, 바로 우리 한국인들이 정부를 세운 현대 한국 시기였습니다. 현대 한국, 현대 서울에 이렇게까지 유적 유물이 남아 있지 않은 책임의 일부는 발 우리 현대 한국인들 자신에게 있습니다. 이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됩니다. (69쪽)

조선 신궁은 헐릴 만합니다만, 현대 한국 시기에 세워져서 수많은 서울 시민들이 들른 남산 식물원을 헐어 버리고, 조선 왕조 시대의 성곽을 복원하는 데에 저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저는 조선 왕조라는 왕국의 신민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의 시민입니다. 대한민국 시기에 만들어진 건물과 공간들이 귀히 여겨지지 않아서 툭하면 헐려 버리고, 그 자리에 조선 왕조의 유적이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창작되는 최근 움직임이 한탄스럽습니다. (중략) 무솔리니는 로마 제국 시대의 로마를 지상에 드러내기 위해, 그 이후에 만들어진 것들을 깡그리 철거해 버렸습니다. 자기가 로마 제국의 위엄을 세상에 다시 드러나게 했다고 강조함으로써, 로마 제국과 자신의 파시스트 국가를 동일시하려고 했습니다. 21세기 들어 서울 곳곳에서 대한민국 시대의 건물과 공간을 헐고 조선 시대의 유적을 발굴 복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이름만 제국이었던 대한 제국을 <아시아 2위의 군사 강국>이라는 식으로 호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마치 무솔리니 시대의 로마 발굴 작업을 보는 듯한 불길한 예감을 받고 있습니다. (177쪽)


눈 떠 보니, 올해도 절반이 지났다. 휴가철이 성큼 다가왔다. 멀리 떠난는 것도 좋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에 존재하는 골목, 도로, 건물도 유심히 보면 재밌는 게 많다. 그 장소가 이 책에서 다룬 서울일 필요도 없다. 저자의 바람처럼 각자 자신이 사는 동네를 걷고, 기록하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책 속으로

--- p.405

출판사 리뷰

여기도 서울인가?

이 책에 등장하는 장소들은 현대 서울이다. 얼핏 봐선 볼품없는 곳들이다. 아파트 단지와 상가와 골목, 공단과 종교 시설, 주택가와 빈민가, 유흥가와 집창촌, 서울 안의 농촌 지대, 이런 곳들이 저자의 관심사다. 이들 장소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곳이 바로 시민의 생활 터전이라는 점이다. 경복궁 근처에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람도 극소수일 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시민 대다수가 사는 공간에 관심이 없고, 함부로 없애 버려도 된다고 생각할까. 저자가 보기에 이것은 아마도 그 장소들에서 역사가 지워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역사를 복원하기 위한 시도이다. 또한 [시민의 도시]로서 서울을 재정립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 장소들이 서울의 변두리라는 점이다. 이제는 서울의 새로운 중심처럼 느껴지는 강남도 사실은 가장 늦게 서울에 합류한 변두리 중 하나다. [강남은 서울이 아니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보는 변두리의 한 특징은 [역동성]이다. 이 장소들의 풍경은 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재개발은 그 한 단면일 뿐이다. 한편으로 역동성은 사회 변혁의 측면을 말하기도 한다. 위정자들은 불안 요소들을 서울의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 노력해 왔다. 빈민과 철거민, 집창촌, 공단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쌓인 불안이 사회 변혁의 불씨가 되어 왔다. 저자는 [현대 한국의 변화는 언제나 땅끝에서 시작되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서울이 어떤 도시인지 파악하려면 서울의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의 도시, 서울

그렇다 하더라도, 한양 도성 안의 풍성한 문화유산을 두고 굳이 변두리를 걸어야 할까. 경복궁이나 종묘에 가면 얻을 것이 더 많지 않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조선 왕조의 유산은 그 자체로 서울의 소중한 자산이다. 다만 이 책은 서울에서 소중히 보존되어야 할 것이 단지 그뿐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조선 왕조와 사대부 문화의 계승을 서울의 정체성 확립과 동일시하는 관점을 비판한다. 이 관점을 [조선 왕조 중심주의]라 칭하고, 강남 개발 과정에서 파괴된 백제 고분과 왕성들, 은평 한옥 마을 조성 과정에서 파괴된 5,000여 기의 평민 무덤을 예로 든다. 한편으로는 일제 잔재 청산을 이유로 근대 문화 유산을 마구잡이로 훼손하는 행태도 문제 삼는다. 일제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아픈 역사를 감추고 지울 것이 아니라 보존하고 드러내야만 교훈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서울이 [역사 없는 도시]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애초에 우리는 외국에 비해 문화유산이 그리 많지 않다. 흔히 [침략을 많이 받아서], [일제의 약탈]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 책임이 현대 한국에도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사대문 안 조선 왕조를 복원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같은 일에 매달리는 한편, 사대문 밖 오래된 장소들은 함부로 파헤쳐 재개발하는 데 여념이 없다.
저자는 서울의 정체성을 다시 정립할 것을 요청한다. 그에 따르면, 서울은 조선 왕조와 사대부의 전통을 잇는 도시가 아니고, [공화국의 수도]이자 [시민의 도시]이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뿐 아니라 초라하고 더러운 모습도 공존하는 도시다. 이 모든 것을 역사로 받아들이는 것이 곧 서울의 진정한 주인, 시민을 존중하는 길임을 강조한다.


서울을 걷는 법

저자에게 서울 걷기는 곧 자신의 존재 근거를 찾는 방편이다. 그는 [사대문 안이 진짜 서울]이라는 동료 연구자의 말을 인용한다. [그렇다면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이 바로 애초의 문제의식이다. 한편으로는 학자로서 정체성과도 맥락이 닿는다. 사학계 일부는 그의 학문적 관점을 두고 [친일파]라고 비판한다. 그는 사대문 밖 서울을 [가짜]로 보는 태도가 자신들과 다른 학문 관점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편협한 시각에 맞서기 위해 위정자들과 학자들이 가치 없다고 치부하는 사대문 밖 서울을 걸었다.
즉, 이 책의 서울 걷기는 저자의 삶의 이력을 반영한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하지만, 누구나 나름의 삶이 깃든 장소가 또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더 많은 시민이 자신의 도시를 걷기를 권한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도시를 가치 있게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역사적 맥락을 읽기 쉽도록 배려한 궁궐과 유적지에 비해, 우리가 사는 주변부를 걸음으로써 뭔가를 얻으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저자가 강조하는 노하우는 같은 장소를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걷는 것이다. [시간이야말로 서울의 주인이고, 변화야말로 서울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관찰해야만 의미를 짚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노하우는 [여럿이 걷기]다. 무엇이든 혼자서는 알기 어렵다. 가능하면 동료와 함께 걷는 것이 좋다. 저자 역시 책의 곳곳에서 함께 걷던 동료로부터 중요한 통찰을 얻는다. 한편으로 선행 답사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가령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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