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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천 개의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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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천 개의 연극

박철호 | 반비 | 2011년 12월 21일 리뷰 총점9.2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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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1년 12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57쪽 | 614g | 153*224*30mm
ISBN13 9788983715814
ISBN10 898371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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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박철호
한국에서 무역 일을 하다 뉴욕시립대학교로 MBA를 공부하러 떠났는데 그곳에서 연극을 만났다. 언어를 익히려고 신청한 연극 수업을 들으며 연극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 뒤 연극 연출로 진로를 바꾸어 파리와 베를린, 마드리드 등 유럽 곳곳에서 연극과 언어를 함께 공부했다. 파리의 제4대학교인 소르본대학교에서 프랑스 문명사와 언어 과정을 이수하여 마기스터 학위를 받았다. 논문으로는「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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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309-310

출판사 리뷰

아비뇽보다 뜨겁고 파리보다 장엄하다!
‘연극에 미친’ 연출가가 열정으로 써내려간 베를린의 황홀한 매력!


“베를린은 아름답지는 않지만 정말 섹시하다.” 현 독일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의 말이다. 그 섹시함을 가장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문화 장르가 바로 연극이다. 이 책은 그런 ‘연극의 수도’로서 베를린의 매력을 해부한다.

연극을 꿈꾸는 전 세계의 젊은이들은 뉴욕, 파리가 아닌 이곳 베를린으로 모여든다. 연출가 박철호도 그중 하나였다. 뒤늦게 발견한 연극의 매력에 깊이 빠져든 박철호는 유럽 연극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베를린으로 떠났고 매일 같이 연극을 보았다. 그렇게 2년 여간 베를린과 인근 유럽 도시에서 관람한 연극만 500여 편. 관람한 모든 연극에 대한 감상과 비평을 빠짐없이 기록해두었는데 이중 유럽 연극의 특징과 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16편을 뽑아 책으로 정리했다.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 괴테, 입센 등의 고전부터 현대 극작가 한트케의 미발표작까지 망라했고 각 연극의 시대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설명부터 무대 위에서 흘린 배우의 땀 한 방울까지 생생하게 서술했다. 책 곳곳에 컬러도판으로 삽입된 연극의 주요 장면들은 마치 세기의 공연들을 직접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또 페르가몬박물관, 알테나치오날갤러리 같은 베를린의 유명 박물관을 비롯해 룩셈부르크에서 온 이민자가 운영하는 지그재그 카페, 바비큐 파티가 열리는 티어가르텐 공원처럼 일상적인 베를린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도시 베를린이 가진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베를린에 잠시 머무는 이방인으로서의 감성, 문학에 대한 풍부한 지식, 정갈한 문체, 그리고 연극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책은 에세이로서의 매력이 아주 풍부하다. 연극 애호가뿐만 아니라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좀 더 알고 싶은 독자, 또 고전적인 문학작품들을 쉽게 접하고 싶은 독자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책이다.

1. 세계 연극의 중심지, 베를린의 재발견
한국 독자들은 ‘연극’ 하면 아비뇽이나 에든버러를 떠올리겠지만, 베를린은 탁월한 문화 예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유럽 연극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왔다. 베를린에는 극장만 무려 50여 개가 있다. 브레히트와 그의 아내 헬레네 바이겔이 세운 베를리너앙상블, 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1년에 200여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도이체스테아터, 최근 한국과의 교류가 활발한 폴크스뷔네나 샤우뷔네 같은 유명한 레퍼토리 극장들을 비롯해 3곳의 오페라하우스, 최근 새로이 주목받는 라디알시스템 같은 젊은 극장들을 모두 합치면 1년에 베를린에서만 수백 편의 연극이 공연된다. 매일 연극을 보아도 약 2년간 매일 다른 연극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베를린의 연극들은 그 레퍼토리와 완성도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베를리너앙상블과 도이체스테아터의 경우, 그리스 고전을 새롭게 재해석하여 현대적으로 완성해내는 노력과 함께 현대 극작가들의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는 과감한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베른하르트의 희곡「클라우스 파이만 바지 한 벌 사고 나와 함께 식사하러 간다」에서 세계적인 연출가이자 베를리너앙상블의 상임 연출가인 파이만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자기 역을 직접 연기하는, 세계 연극사에 남을 만한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는 것도 베를린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이다.

베를리너앙상블은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한 레퍼토리 극장 중 하나로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와 그의 부인이자 최고의 배우였던 헬레네 바이겔Helene Weigel이 함께 세웠다. 그만큼 유서 깊은 곳이다. 그런데 매표소 옆 칠판에 ‘오늘 공연 전 좌석 7유로’라고 적혀 있다. 이게 웬 떡이냐 하고는 덥석 한 장 샀다. 전에 폴크스뷔네Volksbuhne*에서 19유로 주고 「햄릿」 본 걸 생각하면 거저 아니겠는가.(20쪽)

이런 독설 가득한 연극을 보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배우들이 나타나니 연기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벌써 웃는다. 그리고 한 배우가 대본을 들고 나와서 읽으면서 연기한다. 이게 무슨 일이람? 혹시나 해서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니 슈나이더 양, 베른하르트, 그리고 바일 역의 배우는 헤르만 바일이고, 파이만 역의 배우가 클라우스 파이만이다. 파이만이 여기 베를리너앙상블의 상임연출로 있었다. 1999년에 빈을 떠나 이곳 베를리너앙상블에 둥지를 틀고 있었는데 다른 배우를 쓰지 않고 본인들이 직접 연기하기로 마음먹은 거다. (97쪽)

2. 차원이 다른 스케일과 깊이! 세계 최고의 연극을 만나다
저자 박철호는 베를린에서 가장 유서 깊은 레퍼토리 극장인 도이체스테아터와 베를리너앙상블 두 곳을 중심룀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극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그 진면목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남다른 스케일과 깊이, 독창적인 연출과 해석 등을 세밀하게 그려 보여줌으로써 유럽 연극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장면을 설명하기 위해 썼던 ‘엑키클레마’(무대 바깥에서 안으로 시체를 밀어 넣는 일종의 수레)를 피를 뒤집어쓴 배우가 낮은 포복으로 천천히 기어가는 장면으로 재탄생시킨 연출가 미카엘 탈하이머, 모든 무대 가구를 거부한 채 흰 옷을 입은 배우들이 ‘좌로 굴러 우로 굴러’를 하는 것만으로 폭풍이 몰아치는 파도를 표현해낸 연출가 페터 차덱, 86세의 노구로 단지 책을 읽기만 하는데도 관객들의 숨을 멎게 하는 배우 앙겔라 빙클러 등 저자가 묘사한 몇 가지 사례들만으로도 오늘날 유럽 연극의 수준과 깊이, 흐름을 엿볼 수 있다.

갑자기 내 뒤의 관객들이 모두 벌떡 일어난다. 이건 또 뭔가? 코러스였다. 관객으로 위장하고는 객석의 가장 꼭대기에 앉아 있다가 깜짝쇼를 벌인 것인데 내 바로 뒤에서 외치는 바람에 놀라 자빠질 뻔했다. 이 코러스를 독일어로 슈프레히코어Sprechchor라고 한다. ‘말로 하는 합창’이란 뜻인데 나도 이렇게 직접 듣는 것은 처음이다. 40여 명의 합창단이 지휘자의 손동작에 맞추어 마치 나팔을 불듯 대사들을 외쳐댄다. 타박을 하기도 하고 어루만지듯 달래기도 하는데 기가 막힌다. 억센 독일어가 저 높은 곳에서 수십 개의 화살처럼 배우들에게 내려꽂힌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고대 연극의 코러스를 책으로만 접할 때는 이런 걸 왜 하나 했었는데, 막상 무대에서 접하니 내가 연출자라도 이 엄청난 효과를 포기할 수 없겠다. (185쪽)

여기서 카트린의 연기가 폭발한다. 벙어리가 소리 내어 우는 장면을 연기한다. 목에 걸려서 소리는 나지 않지만 그보다 더 인간의 마음을 뒤흔드는 울음은 없다는 듯 운다. 눈물, 콧물 흘려가면서 북을 두드리면서 운다. 태어나면서부터 겪은 전쟁이니 이젠 감각이 무뎌져서 울지 않을 것 같던 카트린이 지붕 위에서 마지막 홰를 치는 닭처럼 운다. 오빠 슈바이처카스가 죽어 시체로 들려 왔어도 울지 않던 카트린이 훠이 훠이 하면서 운다. 군인들에게 맞아서 얼굴에 상처가 났어도 울지 않던 카트린이 차곡차곡 쌓아놓았던 모든 아픔으로 운다. 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취사병과 떠나려고 하자 방해되지 않으려 길을 떠날 때도 울지 않던 카트린이 슬픈 삶에 서러움을 더해서 운다. (220쪽)

3. 무대에 오른 고전 읽기, 색다른 즐거움!
이 책은 쉽고 재미있는 고전 해설서이기도 하다. 희곡은 글로 읽기보다 무대에 오른 작품으로 볼 때 더 큰 감동을 얻을 수 있는데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그렇게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적다. 이 책에서는 「오레스테이아」, 「일리아스」 같은 그리스 고전부터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입센의 페르 귄트」, 체호프 「벚꽃 동산」처럼 서양 희곡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주요 작품들이 오늘날 어떻게 재해석되고 재창조되는지를 실제로 보여줌으로서 책으로만 희곡을 감상했던 독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거기에 타고난 스토리텔러인 저자가 서양과 동양,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해석하면서 고전에 담긴 함의를 쉽고도 재미있게 풀어낸다. 「도적 떼」에서는 연인 카를에 대한 정절을 지키는 여인 아말리아를 성춘향과 비교하고 망나니 아들 ‘페르 귄트’를 묘사하며 “남편 복 없는 년이 자식 복 있겠느냐?”는 어머니의 탄식을 떠올린다. “자기 둥지를 더럽히는 놈”이라는 오스트리아 속담은 “누워서 침 뱉기”라는 우리 속담을 빌어 설명한다.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고도라는 이름은 절대 신을 뜻하지 않으며 신발의 속어 ‘고디요’에서 고도라는 이름을 따왔을 뿐이라고 억지를 부렸던 베케트의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말로는 신는 신이나 믿는 신이나 모두 신이라고 한다는 것을 베케트가 알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기도 하는 저자는 고전 읽기에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신데렐라의 역 버전이랄 수도 있고, 장화홍련전의 코믹 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본에게서 나는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를 떠올리지만, 다른 이들은 영국의 다이애나 비나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떠올린다. 같은 연극을 봐도 서로의 의식에서 잠자고 있던 다른 이들이 깨어난다.(28쪽)

추천평

‘단기’ 베를리너이자 동시에 이방인으로서의 저자의 일상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고 인문학의 향취가 진하게 배어 있으며, 연극을 향한 깊은 사랑이 녹아 있다. 읽는 것만으로도 베를린에 있는 저자의 모습이, 베를린 사람들의 삶과 사회가, 베를린의 현대 연극 무대가 선명하게 눈앞에 보이고 들리는 듯하다.
'김철리(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 단장)'
연극은 예술인 동시에 관객을 교양 시민으로 만드는 교육이기 때문에 독일은 연극을 적극 지원한다. 그래서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는 백 년의 전통만큼이나 역사적인 극장이 여럿 있다. 브레히트와 뮐러의 연출이 아직도 살아 숨 쉬는 베를리너앙상블, 중요한 작품으로 주목 받는 도이체스테아터……. 이 책은 한국의 독자들을 베를린의 유서 깊은 무대의, 가슴 벅찬 공연으로 안내하며 그곳에서 세계적인 거장의 텍스트와 연출, 배우들의 거친 숨소리, 흐르는 땀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다는 열망을 일깨운다.
'맹완호(주한독일문화원 문화협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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