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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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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렸다

이윤학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2월 14일 리뷰 총점8.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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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1년 1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17쪽 | 182g | 128*204*20mm
ISBN13 9788932022628
ISBN10 893202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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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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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6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그림자를 마신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산문집 『환장』, 소설 『졸망제비꽃』, 어른을 위한 동화 『내 새를 날려줘』, 장편 ... 196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그림자를 마신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산문집 『환장』, 소설 『졸망제비꽃』, 어른을 위한 동화 『내 새를 날려줘』, 장편 동화 『왕따』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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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40

출판사 리뷰

아직 오지 않은, 가정(假定)의 시간
다시 한 번 그 아득한 풍경 속으로


시인 이윤학이 3년 만에 발간한 시집 『나를 울렸다』(문학과지성사, 2011)는 절정의 감각과 섬세한 언어로, 서정의 다른 지경(地境)을 선보인다. 시의 바깥이 아닌 안쪽에서 시인이 모색한 이 ‘새로움’은 깊이와 울림으로도 반복이나 답습이 아닌 ‘낯선 체험’을 선사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어쩌면, ‘전통적 서정의 진화’,라고 이를 수도 있을 『나를 울렸다』 속 4부 57편의 시들은 조금씩 변화해온 이윤학의 시에 분수령이 됨은 물론 기존 문법 속, 모든 가능성을 타진하며 세계, 그 너머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나를 울렸다』는 헌사인 동시에 선언이 될 아르튀르 랭보의 시 구절 인용으로 시작한다.

그 일이 지나갔다./ 나는 이제 美에게 절을 할 줄 안다. ─아르튀르 랭보

범상치 않은 이 두 문장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 일(시간+공간)”이 지나간 뒤, “나”에게 찾아온 변화에 대한 이야기일 텐데, 여기에는 회한, 후회나 걱정, 기대 같은 사후적 감정이 보이질 않는다. 그저 담담한 이 문장은 실은 거대한 사실 몇 가지를 내포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는 ‘나’가 ‘美’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개를 숙여 절을 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의 ‘美’를 알지 못한다면, 절은 성립할 수 없다. ‘美를 알게 되었다’라는 말로 치환이 가능할 이 문장이 숨기고 있는 다른 하나의 사실은 ‘발견한’ 아름다움 앞에 허리를 숙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해내는 것이라는, 이 사실 앞에서는 어떤 교만도 없이 그저, 절할 뿐. 너무 단순해서 ‘선(禪)적’ 이고 또 ‘도(道)’적인 자리로 시인은 돌아가 있다. 마치 맨 처음 같다. 겪고 난 후에 돌아간 자리가 어떻게 제자리일까. 그러므로 제자리는 아니다. 다른 자리다. 놀라운 자리다. 이윤학의 새 시집 『나를 울렸다』는 이러한 시집이다.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그저 절을 올리는 시인이 펴낸 시집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른 것을 보여주는 시집이다. 그러니 이 시집은 이윤학의 새로운 절의 기록이다. 이윤학이 본 ‘美’들의 책이다.

털이 뽑히고 가죽이 늘어나
몸이 헐렁해질 때까지
울음소리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끈끈이로 구멍을 틀어막았으리라

자신의 구멍으로 사라진 쥐들을 떠올렸다
다시는 그 구멍으로 나오지 않은
쥐들의 눈빛을 떠올렸다 ─「나를 울렸다」 부분

이토록 선연히 아픈 아름다움
우리가 탐험할 이윤학의 미는 일상적이면서 또한, 그렇지 않다. 위의 시를 보자. 시집의 표제와 같은 제목의 시 「나를 울렸다」는 제목이 가지고 있는 서정적 뉘앙스와는 달리, “쥐”와 쥐덫(“끈끈이”)이 나오는 끔찍할 만큼 처절한 시다. 끈끈이를 놓고 쥐를 잡는 일.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장면이다. 끈끈이에 붙들려 쥐구멍으로 달아난 쥐의 몸부림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 장면이 우리에게 환기하는 감정은 꽃의 빛깔이나, 흔들리는 나무의 선, 새의 울음소리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시를 따라 읽다 보면, 우리는 생의 발버둥에서 비롯되는 의지와 맞닥뜨리게 된다. 쥐의 눈빛으로 묘사된 숭고,라고도 이를 수 있는, 빛나는 생애의 의지, 이 경건함보다 더한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을까. 시인은 이 아찔한 충격 앞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그 울음은 겁에 의한 것도,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의한 것도 아니다. 그것을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대상을 주체의 안으로 끌어와 감각과 정서를 이용해 본질을 드러내는 방식의 글쓰기가 서정시라면, 이윤학의 시 세계 그 본질은 뒤바뀐 것이 없다. 하지만, 몰입의 집요, 쥐는 그러했을 것이다라는, 가정의 극대화는 이윤학만이 해낼 수 있는 선연하고 아픈 아름다움이다. 이 가정에 의한 아름다움은 이번 시집의 한 궤적이다.

너와 나의 창문 밖으로
끝이 없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펼쳐져 있으면

메타세쿼이아 가지에선 봄마다
부드러운 연둣빛 잎이 둥지 속
갓 태어난 새털처럼 돋아나
무수히 날개를 달고 날아갔으면

미래가 없는 곳으로도 날아갔으면
피라미드가 켜서 피라미드가 커서
이 세상과는 상관없이 살아갔으면 ─「메타세쿼이아」 부분

가정의 풍경들
가정법의 시제와 공간. 이번 시집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이다. 쥐 “자신의 구멍”(「나를 울렸다」)이나 “너와 나의 창밖”(「메타세쿼이아」)으로 가정된 그곳은 구체적인 공간이다. 이 시간에는 미래도 과거도 없다. 시간의 순환적 운동 어느 한 지점이 다른 지점들과 만나, 재구성된다. 이 재구성된 가정법의 세계는, 그러나 광범위하지도, 작위적이지도 않다. “너와 나의 창문”이라는 구체적 한 ?으로 수렴되는 까닭이다. ‘당신’이라는 구체적인 세계가 지금 눈앞에 펼쳐진다. 이윤학의 기존 시에서도 볼 수 있던 풍경이 새로운 힘을 얻어내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정법의 세계를 구성하는 추동력은 무엇인가. 시집의 해설을 맡은 평론가 이광호 씨는 이를 “불가능성”으로 정리한다. 불가능이란 그전에는 없었던 시간이며, 오지 않을 시간이기도 하다. 그것은 현재를 내재하며 꿈을 꾸는 시-공간이다. 없으나 있는, 대상의 부재가 만들어놓는 시-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윤학의 시는

풍경의 불가능성을 기입하는 풍경이며 이윤학 시의 아름다움은 그 풍경의 실재성이 아니라, 그것의 불가능성으로부터 나온다. ‘나’는 그 풍경을 규정하는 주인이 아니라, 무한한 수동성의 자리에서 머문다. 차라리 풍경은 미래도 근원도 없는 공간이 된다. 실제적인 과거도 아니며, 반드시 도래할 미래도 아니다. 미래가 과거가 되는 곳이다. ─해설 「가정법의 풍경들」 부분

미래가 과거가 되는 곳. 푼크툼punctus. 이러한 시-공간 속에서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으나, 누구나 경험한 일들이 이윤학의 시 속에서 태어난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모두의 경험으로 돌아올 때, 우리는 거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뒤채는 망망대해처럼 조용하고 아득한 거대한 아름다움 앞에서 절을 하지 않을 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 절은 압도이면서 자발적인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이면서 모르는 것이다. 외면한 것일 수도 있고, 그러나 끝내 목도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초월의 풍경이라고 이를 수 있다면, 이윤학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그 출발점으로, 그 불가능한 지점으로 스스로를 옮긴 것일 수도 있겠다.

어느 봄날
너는 복화술사가 되어
벌의 날갯짓을 빌려서라도 말할 것이다

너무 먼 길을 돌아온 자
앵두나무가지를 향해
입을 벌린다

결후(結喉)를 들어 올리다
힘겹게 그걸 내려놓는다
투명한 씨앗을 본 적 있는가
그리운 사람 이름을 부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적 있는가

자기 이름을 부르다 돌아온 적 있는가 ─「씨앗을 보이는 열매」 부분

사소함에서 거대함으로
그렇다면 이윤학의 이번 시집은 사소함에서 거대함으로 나아가는 ‘앎’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좋은 시인이 위대한 시인으로 나아가는 ‘그 첫 걸음’을 목도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마치 씨앗을 보이는 열매처럼, 이윤학은 다시 씨앗으로 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 열매는 다시 열매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열매를 매다는 나무로 자랄 것이다. 그러기 위해 “복화술사가 되어/ 벌의 날갯짓을 빌려서라도 말”하는 중일 것이다. 성립 가능하지 않은─불가능성의 미학에 마주한 시인 이윤학은, 이렇듯 존재하지 않을, 그러나 여전히 눈부신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막 동굴에서 나온 사람의 눈부심처럼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그의 시들은 이토록 아프다. 그렇게 우리를 찬란하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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