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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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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장석주 | 여문책 | 2018년 05월 14일 리뷰 총점9.2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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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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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8년 05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392g | 130*215*30mm
ISBN13 9791187700210
ISBN10 118770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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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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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비평가·독서광이다. 1955년 1월 8일(음력), 충남 논산에서 출생한다. 나이 스무 살이던 1975년 [월간문학]신인상에 시가 당선하고, 스물넷이 되던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문학평론이 입상하면서 등단절차를 마친다.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출판사를 직접 경영하는 동안 15년간을 출판 편집발행인으로 일한다.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명지전...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비평가·독서광이다. 1955년 1월 8일(음력), 충남 논산에서 출생한다. 나이 스무 살이던 1975년 [월간문학]신인상에 시가 당선하고, 스물넷이 되던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문학평론이 입상하면서 등단절차를 마친다.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출판사를 직접 경영하는 동안 15년간을 출판 편집발행인으로 일한다.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명지전문대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3년여 동안 [문화사랑방], [행복한 문학] 등의 진행자로도 활동한다. 2000년 여름에 서른여섯 해 동안의 서울생활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적한 시골에 집을 짓고 전업작가의 삶을 꾸리고 있다. 한 잡지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소장한 책만 2만 3,000여 권에 달하는 독서광 장석주는 대한민국 독서광들의 우상이다. 하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쓴다고 해서 안으로만 침잠하는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다.

스무 살에 시인으로 등단한 후 15년을 출판기획자로 살았지만 더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자 업을 접고 문학비평가와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급변하는 세상과 거리를 둠으로써 보다 잘 소통하고 교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성에 있는 호숫가 옆 ‘수졸재’에 2만 권의 책을 모셔두고 닷새는 서울에 기거하며 방송 진행과 원고 집필에 몰두하고, 주말이면 안식을 취하는 그는 다양성의 시대에 만개하기 시작한 ‘마이너리티’들의 롤모델이다.”

저서로는 『몽해항로』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일요일과 나쁜 날씨』,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이상과 모던뽀이들』,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일요일의 인문학』,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고독의 권유』, 『철학자의 사물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시간의 호젓한 만에서』,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공저) 등이 있다. 애지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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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328~329

출판사 리뷰

지독하게 성실한 ‘문장노동자’의 삶과 사색의 바탕이 된 책 이야기

반세기 동안 지독한 성실함으로 책을 읽고 쉼 없이 글을 써온 작가 장석주가 말하는 독서의 본질적 속성은 ‘고독’이다. 고독의 오롯함 속에서 ‘준불멸적 존재’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작가 장석주에게 책읽기는 글을 쓰기 위해 읽는 것이라기보다 그 자체로 존재증명이자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불쏘시개다.

분명 일반 독자와는 다른 층위에 있으나 작가는 그 거리감을 강조하지 않는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그가 선별한 책들은 일단 믿고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신간의 바다 위에서 작가 또한 좋은 책을 고르는 데 실패한 적이 많다고 토로한다. 추천사만 믿고 샀다가 낭패를 본다거나 그저 표지가 너무 좋아 샀지만 실상 내용은 별로인 경우 등은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경험해봤을 법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단순히 작가가 그동안 읽은 책들 중 추천할 만한 도서를 선별한 책인가? 그렇지 않다. 서문에서 저자는 소박하게 ‘독서 에세이’라고 말하지만 실상 이 책은 문학과 인문학이 하나로 녹아들고, 삶과 여행과 사색이 완전체를 이룬 또 하나의 풍경화이자 작가의 내밀한 아픔까지도 일별할 수 있는 고백록이기도 하고, 고전이 된 작품과 그 작품을 탄생시킨 작가들에 대한 진중한 비평서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큰 영향과 영감을 준 철학자 질 들뢰즈가 강조한 ‘리좀’처럼 이 책은 딱히 정해진 입구와 출구가 없다. 편의상 점층법 구조로 배열되어 있지만 아무 꼭지나 마음에 드는 부분부터 시작해도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지나고 다시 봄이 오듯 자연스러운 계절의 흐름에 의식을 맡겨도 좋고, “한 페이지짜리에 머무는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은” 이들이라면 가벼운 여행 이야기부터 시작해도 무관할 것이다. 반면 진중한 작품 분석이나 비평의 세계를 먼저 맛보고 싶다면 맨 뒤부터 펼쳐도 좋을 것이다. 평소 “적게 먹고 적게 배설하고자 한다”는 저자의 소식 습관과 달리 이 책은 풍성한 뷔페식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책들로 넘어가는 훌륭한 가교 역할도 한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특별한 초대장이지만 평생 책과 담 쌓고 지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곳곳에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이 책은 지루함을 털어버리고 ‘책-독서’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줄 것이다. 시큼하면서도 달달한 ‘자두 맛’이 곧 인생의 맛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안내를 따라 풍요로운 책의 바다에 빠져보자.

인생은 자두 맛과 같고 삶이란 저마다 한 권의 책을 쓰는 일

거부할 수 없는 열정에 이끌려 첫 평론을 쓴 때로부터 40년이나 흘러 60대가 된 작가는 인생의 맛을 자두에 빗댄다. 출판업이 무난한 성공을 거두던 30대에 분노조절장애를 앓았던 일이며, 혼자 세 들어 사는 아파트에서 새벽마다 타자기의 자판을 두드리던 어느 날 이웃의 신고로 경찰관이 들이닥친 일, 딱히 대상이 없는 분노와 울분으로 괴로워했던 날들 속에서 “세계의 우울을 견디며 오래된 의례와 같이 몇 번의 연애를 치”른 뒤 시를 쓰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 새로운 생활을 꾸리기까지의 인생편력을 곳곳에 담담히 풀어놓는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 “운 좋게” 60대에 이른 지금, 작가는 웬만한 소규모 출판사보다 연간 출간종수가 더 많은 왕성한 필력을 자랑한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헐어 책을 사고, 하루의 절반을 꼼짝 않고 책 읽는 데 할애하며, 꾸준한 산책으로 사유의 깊이를 더해가는 삶을 성실하게 꾸려가는 작가 장석주를 우리는 이제 ‘책의 사제’라 불러도 좋으리라.

늦더위가 사라지고 소슬바람 불 때 가을은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다가온다. 아내는 잘 익은 자주색 자두를 먹을 때 달콤하고 시디신 맛에 몸서리를 친다. 날씨에도 맛이 있다면 청명한 가을 초입 날씨는 잘 익은 자두 맛이다. 이 맛은 슬픔과 행복이 뒤섞인 맛이다. 두어 개를 먹은 뒤 돌아서면 금세 아련해진다. 인생의 슬픔을 모르는 사람은 이 자두 맛도 모를 테다. 나는 인생의 슬픔을 아는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고 믿는다. (71쪽)

나는 문신도 하지 않고, 비트코인 따위에 투자하려는 마음도 품지 않는다. 다만 새 책이 늘어나 서가를 채우고, 손톱과 발톱이 자라나는 세계에서 산다. 간혹 30대의 빛나던 젊음을 칙칙하게 만들고, 나를 딱히 대상 없는 분노와 울분에 빠뜨린 것이 무엇이었나 생각한다. 출판업이 무난한 성공을 거두던 그때 나는 왜 분노조절장애를 앓았을까. 마음에 짚이는 바가 있지만 굳이 발설하고 싶지는 않다. 그 분노와 울분을 넘어서서 나는 살아남았다. 미세먼지와 암이 만연하는 세상은 여전히 살 만하거나 그렇지 못하다. 재난과 비명횡사가 많은 세상에서 운 좋게 살아남아 60대에 이른 나는 삶이란 시간과 망각의 압력 속에서 기억력의 저하와 오류를 겪으며 저마다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이라 상상한다. (258쪽)

책은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다

평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든 책이라면 질색인 사람이든 작가가 모든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한마디는 바로 이것이다. “책은 그 자체가 목적이다.” 오죽하면 이런 고백을 할까.

‘천국의 도서관’이 있다면 나는 날마다 읽을 책을 한 바구니 내려주소서, 하고 기도할 것이다. 책은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다. 우리는 나와 현실 사이에 걸쳐 있는 책을 매개로 현실과 만나고,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불안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내면의 변화를 겪으며, 찰나의 점에 불과한 존재를 무한으로 확장해서 영원에 잇는다. 책은 경이와 충일감을 주고, 감성과 정신을 쇄신하며, 나라는 존재를 새롭게 빚는다. 나는 책을 읽으며 어제와는 다른 존재로 거듭난다. (221쪽)

거울에 갇히지 않기 위하여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작가 장석주는 시인이다. 그런데 그는 문학뿐 아니라 인문학 책들에도 무한한 애정을 갖고 시간을 쏟는다. 그에게 시와 인문학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작가에 따르면 ‘거울의 수인’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시와 신화, 인문학이라는 거울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거울은 책의 형태를 띠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책이 소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문학 역시 항상 현실 저 너머를 가리킨다. 인문학으로 위장한 자기계발서는 바로 여기 지옥 같은 현실에서 생존하는 법과 성공을 고무하는 이야기로 채워진다. 자기계발서가 현실 저 너머에 대해 말하는 법은 없다. 오직 현실에서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나쁜 습관을 바꿔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 그 기술에 대해서만 말한다. 그러나 진짜 인문학은 마치 거울인 듯 현실이 아닌 곳, 그 너머를 가리킨다. 이 거울은 천 개의 눈을 가진 그리스 신화 속 괴물 아르고스다. 아르고스의 눈은 거의 모든 것을 본다.

우리는 거울을 잃어버렸다. 타자라는 이름의 거울을, 시와 인문학으로 명명되던 거울을, 신화라는 거울을 잃었을 때 우리는 자기가 누구인지를, 어떤 존재인지를 알아볼 수 없다. 거울을 잃은 사람은 역설적으로 거울에 갇힌다. 거울의 수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불행은 거울을 잃어버린 데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거울이라는 감옥에 유폐되었다. 그 감옥에서 해방되려면 거울을 되찾아야 한다. 어떤 거울을? ‘이것은 네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거울, ‘나’의 내부에 펼쳐진 외부로서의 거울, 직관과 상상력으로 빚은 거울, 거울로서 상연되는 시와 신화와 인문학이라는 거울을! (318~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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