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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집으로 가다

풍경, 그리고 그녀들 - 삶과 여행의 경계에서

[ 양장 ]
권산 | 우드스톡 | 2018년 04월 09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174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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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8년 04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98쪽 | 734g | 152*210*20mm
ISBN13 9791196243234
ISBN10 119624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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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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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일찍 ‘붓’을 꺾었다. 민중미술단체에서 ‘미술평론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강연을 하다가 그만두고,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본격적인 밥벌이 전선에 나섰다. 대학에서 보따리 장사, 공장에서 시다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가능하면 월급쟁이로 사는 일은 피해오면서, 주로 미술 관련 사이트 디자인을 했고 인쇄물 디자인과 영상물 편집 작업도 병행했다. 서울에...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일찍 ‘붓’을 꺾었다. 민중미술단체에서 ‘미술평론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강연을 하다가 그만두고,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본격적인 밥벌이 전선에 나섰다. 대학에서 보따리 장사, 공장에서 시다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가능하면 월급쟁이로 사는 일은 피해오면서, 주로 미술 관련 사이트 디자인을 했고 인쇄물 디자인과 영상물 편집 작업도 병행했다.

서울에서 몇 년 밥벌이하면서 가족을 건사하다가 불현듯, “도대체 나는 왜 일을 하나?”라는 질문과 마주하고, “그냥 나를 위해 살자.”는 결정을 내린다. 2006년에 아내와 함께 전라남도 구례로 이사했다. 구례로 옮겨 온 이후 6년 동안 김장을 담그기 위해 작은 텃밭에서 배추를 키우는 것 외엔, 컴퓨터로 디자인하는 일을 밥벌이 수단으로 삼았다. 쓴 책으로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2010)과 『아버지의 집』(2012)이 있다. 일상적으로는 「지리산닷컴(www.jirisan.com)」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매일 아침 물음표 없는 ‘행복하십니까’라는 제목의 @편지를 도시 사람들(지리산닷컴 주민들)에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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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사는 곳에서 멈췄을 때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그녀들에 대한 포토에세이


“서울을 떠났다. 어쩌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2005년, 저자 권산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며 원하는 곳에서 살기로 마음먹는다. 1년이 지난 시점에 정말, 서울을 떠나 구례 어느 마을로 이사했다. 그 뒤로 사는 곳의 언저리를 여행하며 살고 있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은 현실을 벗어나게 해줄 출구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유명한 곳이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여 자연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곳, 여러 번 가도 새로운 곳, 자세히 보았을 때 아름다운 곳을 숨김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주변 것들, 그리고 아주 작은 것들의 가치를 확인하며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와 행복감을 주는 권산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 보자.

다르게 보아야 아름다운 곳

서울을 벗어나 구례로 이사하였지만, 웹디자인 밥벌이는 여전하다. 저자는 이렇게 다시 일에 치여 현실이 복잡해질 때 사는 곳 주변을 뚜벅뚜벅 걷는다. 사는 곳은 이미 너무도 유명한 관광지, 문화재가 많기에 어딜 가나 여행이다. 그러나 그가 여행하는 방식은 우리의 것과 조금 다르다. 천은사도 마찬가지다. 유명한 천은사를 앞에 두고 옆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선다. 사람의 발길이 잦지 않아 숨길이 환한 숲길. 그곳을 걸으며 잠시 먹고 사는 일을 잊는다. 때론 잠을 설쳐 새벽에 일어나 안개 낀 토금마을을 걷다가 더 신비로운 길이 나타났을 때는 미지의 세계로 남겨두기로 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인생의 절집 화엄사를 가서도 각황전의 특별한 곳에만 눈길을 둔다.

90년대 중반까지는 각황전 남쪽 어깨에 자리한 사사자석탑에서 각황전 지붕을 내려다보는 것을 즐겼지만 자라난 나무들로 시야를 잃어버린 후로는 대웅전 뒤에서 훔쳐보는 방법을 즐긴다. 그것은 마치 야구장에서 특정하게 즐겨 앉는 자리가 있는 것과 같다. 봄에도 보고 여름에도 보고 가을에도 보고 겨울에도 본다.
-113p

섬진강을 볼 때도 그의 여행 방식은 독특하다. 세상에 우두커니 서서 강을 바라보는 여행이 아닌 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여행을 떠난다. 구례 구간 섬진강을 끊어지지 않고 래프팅으로 내려오는 여행이다. 그는 마치 이러한 여행이 호사라 여긴다. 다른 사람들이 출근하는 시각에 일어나는 여행, 다른 사람들이 움직일 수 없는 강에서의 여행. 정해지지 않은 다른 길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건 분명 그의 말처럼 호사다.

호사를 하고 있었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곳, 누구나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아닌, 정해진 길이 아닌 다른 길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 64p

그렇다고 아름다운 곳, 치유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만을 찾아 그의 방식으로 여행하지는 않는다. 메마른 단풍이 너무도 처연한 피아골. 내려오는 이야기와 역사 때문인지 한 걸음 내딛는 것도 너무 아프다. 마치 통증과도 같다고 표현할 정도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보기에 좋을 필요는 없다. 아픔을 느끼게 하는 곳이라도 그 나름의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던 흔한 여행지를 새로운 시선으로 다르게 여행하는 것, 그의 여행 방식은 정해지지 않은 길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권산을 닮았다.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운 곳

저자가 사는 구례는 나무도 많고 꽃도 많다. 이를 구경하러 서울 멀리서 사람들이 오기도 한다. 그런데 저자가 자세히 들여다보는 건 아주 가까이 있는 것들이다. 꽃 피는 봄에 꽃 사진 찍으러 유명한 곳을 다니다가도 작업장 앞 살구나무를 자세히 본다.

살구나무. 그 나무에 꽃이 피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당신을 보았는데 당신이 이리 예뻤나?…
그저 그렇게 당신은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 나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먼 곳을 떠돌았다.
-155p

그리고 지나가다 보이는 발밑에 홀로 핀 꽃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주기도 한다.

계절의 주인공 꽃만 쫓다가 한 박자 쉴 때 발아래를 쳐다본다. 기다리고 있었나? 어쩌면 예정되었던 일인지도 모른다. 꽃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 그러하지 않다면 내가 지금 당신 앞에 서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를, 언젠가 당신을 찾아올 나를, 이렇게 온전히 맞이해 주는 당신에게 괜히 미안하다.
-148p

저자가 사는 마을에는 국가 민속 문화재 운조루 고택이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곳의 가치가 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나에게 운조루는 문화재가 아니라 단지 마을에 있는 큰집이다. 나에게 운조루는 최근 세상을 떠난 그 집 종손과 고기를 구워 먹던 바람 잘 통하는 이웃집 마루다. 나에게 운조루는 건축물이 아니라 ‘운조루 사람들’이다.
-102p

너무도 익숙해서 놓쳐버릴 수도 있었던 가까운 것들의 아름다움, 그건 멈춰 서서 자세히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그녀에게

당연히, 구례 읍내에서는 명품 매장을 볼 수 없다. 이런 매장이 없으니 명품을 욕망할 턱도 없고 빈부차가 있어 누군가를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대평댁은 지정댁을 지정댁은 운암댁을 운암댁은 대구댁을 대구댁은 금강댁을 금강댁은 갑동댁을 갑동댁은 남원댁을 남원댁은 근동댁을 경쟁 상대로 삼지 않았다. 그녀들의 경쟁 상대는 잡초와 살림이었다. 그녀들이 뱉어낸 한숨이 매화였고 산수유였고 벚꽃이었고 철쭉이었고 양귀비였다.
- 214~215p

저자는 몸빼, 꽃가라, 땡땡이를 소비하는 그녀들이 궁금해졌나보다. 그녀들을 온전히 알 수는 없지만,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삶을 들여다보며 이해하기 시작한다. 사실, 그녀들의 일상은 별일 없고 별 볼일도 없다. 그런데도 그녀들의 이야기는 그 어느 것보다도 진한 여운을 준다. 그녀들이 소중하다고 토닥이고 싶어진다.

뒷집 할머니가 10월 말에 콩과 들깨를 두드리는 풍경은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영화다.
해 질 무렵이면 그 윗집 할머니가 같은 말을 다르게 하시면서 등장한다.
“아 작작 혀. 뭐 해 먹는다고.” 그다음 날,
“그만 좀 혀, 월매나 먹겠다고.” 그다음 날,
“못 말릴 할매네, 아 일 좀 그만 혀.”
인사 같은 지청구를 나누고 나면 해거름판의 마당에 앉아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신다.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같은 마을에서 매일 같은 시간에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매일 박장대소다. 한 분은 세상을 떠나셨고 한 분은 요양원으로 들어가셨으니 박장대소의 비밀을 알아낼 방도는 없다.
-249p

저자는 11년 전 구례로 이사 왔지만, 집을 갖지 않았고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여행자와 현지인의 경계에서 서성였다. 그래서 천은사 옆길 숲을, 운조루 고택 사람들을, 주변에 있는 그녀들의 가치를 알게 된 건지도 몰랐다. 11년, 오래 멈춰서 자세히 보고 다르게 보며 이전과 다른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껏 누렸나보다. 이제 돌아갈 집을 정한 듯 보인다. 그리고 우리에겐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세계의 입구가 열린다는 희망이 생긴다. 이런 기대감으로 집에 가는 길에 멈춰 서서 찬찬히 주변 것들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길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내가 돌아갈 곳을 마련하는 일에 관한 것이다. 11년 동안 구례를 여행한 결론이기도 하다.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여전히 여행 중이었다. 이제 여행을 끝내고 싶다. 여행의 마지막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2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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