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자를 향한 뜨거운 연대와 사랑으로 빚은 책 『두 어른』
대담집 『두 어른』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비정규노동자들에게 힘을 보태려는 두 어른의 연민과 사랑,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편 가르는 불평등한 사회를 향한 분노에서 시작되었다. 2016년 여름, 비정규노동자쉼터 ‘꿀잠’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전시 ‘두 어른’이 열렸다. 이 전시에 백기완 소장은 “서슬 퍼런 독재에 저항하며 모진 고문 속에 적어내린 시와 글귀를 직접 쓴 붓글씨” 40여 점을 내놓았고, 문정현 신부는 “심장을 깎는 심정으로 칼을 들고 나무에 새긴 서각” 80여 점을 내놓았다. 두 어른의 작품은 유례없는 ‘완판’을 기록하며 ‘꿀잠’ 건립의 마중물이 되었다.
책 『두 어른』은 ‘꿀잠’ 건립을 끝까지 완성하고자 하는 두 어른의 노력이 담긴 또 하나의 결실이다.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2월까지 두 어른과 나눈 긴 대화를 시와 아포리즘의 형식으로 정리했다. 짧지만 강렬한 100편의 글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두 어른의 삶이고, 치열한 질문이며, 뜨거운 응답이다. 함께 맞잡자고 내미는 연대의 두 손이고, 부둥켜 안아주시는 너른 가슴이다.
책의 모든 수익금은 두 어른의 뜻에 따라 비정규노동자쉼터 ‘꿀잠’을 위해 쓰인다.
백기완과 문정현, 두 어른이 건네는 치열한 질문
세상을 세상답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노동하는 삶에 대하여, 포기할 수 없는 정의와 평화에 대하여, 진실이 승리하는 싸우는 삶에 대하여, 외로움과 고통에 대하여, 예술과 혁명에 대하여……
두 어른은 지나온 시간과 현실의 시간을 연결하고 되짚으며 이 땅을 함께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더 없이 뜨겁고 절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삶의 가치와 믿음이 흔들리고,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할 때, 두 어른이 건네는 치열한 질문에 화답해보자.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올곧게 싸우며 나아가는 삶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될 것이다.
평생의 동지, 서로의 자부심
길 위의 삶을 배우다
여든다섯의 백기완. 그는 “천년을 실패한 도둑”(백기완, 10쪽)으로 책의 서두를 꺼낸다. “앗딱수(속임수)라도 써서 한탕 치려다가 사람 같지 않은 것 같아서 때려치우고”, “남의 피눈물인들 슬쩍하려다간 눈시울이 뜨거워져” 그만둔다. 이렇게 도둑이 실패만 한 까닭은 “저도 모르게 사람이 되고자 몸부림친 진땀의 사연은 아닐까.” 우리는 과연 ‘사람’으로 살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쳤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백기완 소장이 말하는 사람은 “밥네(식구)의 넋”(백기완, 14쪽)을 가진 자이다. 혼자 배불리 먹고 잘살겠다며 편 가르지 않고, ‘이웃과 벗’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만드는 벗나래(세상)는 “너도나도 일하고 너도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세상”(백기완, 82쪽)이다. 책을 관통하며 일관되게 강조하는 백발 투사의 정신은 ‘같이 살자’다.
백 소장의 이야기와 만나고 이어지는 여든 살 문 신부의 고백과 다짐은 더욱 숙연하다. “끝까지 버틴다! 뺏길 때 뺏길지언정 버티는 것. 그것밖에 없는 거 같아”(문정현, 25쪽). 1975년 인혁당 수형자들의 시신 탈취를 막기 위해 몸을 던졌던 젊은 사제는 평생을 약자의 곁에서 현장을 지키는 거리의 신부로 살고 있다. “한 발짝만 가자. 가다가 죽자. 한 치라도 가자. 그래도 가자.”(문정현, 33쪽)
문정현 신부는 오늘도 길 위에 있다. 매향리, 대추리, 용산, 강정…… 그의 눈물과 기도가 내려앉지 않은 곳, 그의 흔적이 배지 않은 고통의 땅이 어디인가.
외치는 자와 남은 자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두 어른의 희망
백기완 소장은 “노동이란 바로 비주(창조)야. 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있는 벗나래(세상)를 빚어내는 그게 바로 비주이니. 비주란 무엇이겠어. 바로 노동”(백기완, 48쪽)이라고 말한다. 문정현 신부는 “노동은 아름다운 것이고 인간의 품위를 높이는 일인데 노동자들은 빼앗기기만 했어”(문정현, 19쪽)라고 말한다. 사람이 사람으로, 노동이 노동으로, 평화가 평화로 설 수 없는 이 땅의 현실이 두 어른은 늘 안타깝고 괴롭다. 그러나 절망과 포기는 없다.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다른 길로 가지 않고 언제나 아픈 곳에 남아 있다.
“정직한 마음을 지니고 살면 미련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어. 우리라도 미련한 자를 자처하는 수밖에 없어. 실망하지 말고 그편에 서 있어야지. 진실을 좇는 사람이 언젠가는 이겨.”(문정현, 73쪽)
역사적 현장에서 부패와 모순에 맞짱을 뜨는 것, 그것이 진짜 사람의 싸움이고, 그것이 바로 희망이다. 그래서 두 어른은 오늘도 길 위에 서 있다.
“우리는 모두 오늘의 역사적 현장에 함께 있나니 오늘의 부패, 그 모순과 떡하니 맞짱을 떠야 하는 거다. 그런 과제 앞에서 늙고 젊고가 어디 있어요. 진짜 사람이라고 한다면 말이야.”(백기완, 42쪽)
“거짓과 싸워 마침내 거짓을 들춰내려는 사람들. 이게 희망이야. 싸움은 희망이야.” (문정현, 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