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프롤로그 - 한 정치인의 참회록<br/><br/>제1장 100만 원 아줌마</b><br/><br/>밥과 장미<br/>100만원의 꿈 / 시다소녀 공순이 아가씨 / 그림 그리는 남자의 아내 / 일산 신도시의 촌 아줌마 꽃 파는 판매사원 요양이 필요한 요양 보호사 ‘면세점’이 부러운 엄마 치약 두 통<br/><br/>천하무적 찬숙씨의 노동변천사<br/>철의 여인 / 자린고비의 여왕 / 보험의 여왕 / 채소 노점의 여왕 / 농부이면서 파출부 / 국가지정 공식 파출부 / 수거의 여왕<br/><br/><b>제2장 달팽이 아줌마</B><br/><br/>마트 언니들의 지붕 뚫고 하이 킥!<br/>털레기 수다 만찬 / 시한부 캐셔 인생 /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의 떡‘ 같은 집 / 집테크 달인 순자씨의 하우스 스토리 / 빚으로 세운 집 / 그녀의 리얼 하우스 스토리<br/><br/>비닐하우스와 아파트 사이<br/>파란만정의 서막 / 1990년, 서울 전농동 지하 단칸방 / 1994년, 경기도 역곡의 신혼집 / 2002년, 안양의 아파트 / 2004년 원당의 월세와 2005년 비닐하우스 / 2006년 일산 풍동 아파트 / 2009년 일산의 대형마트 / 2011년 다시 거리에서<br/><br/><b>제3장 가장이 된 불굴의 아줌마</b><br/><br/>가장이 된 아내, 그녀의 이름은 ‘2024’<br/>새벽 4시의 약속 / 100원에 울고 웃는 길 위의 인생 / 단지 그대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 가장, 죽을 수도 없는 권리 / 아빠가 된 엄마 / 가장은, 울지 않는다<br/><br/>암탉이 울어야 집안이 산다, 외조의 여왕<br/>생계 전선에 서다 / 슈퍼우먼 ‘송반장’ 제1탄 / 슈퍼우먼 ‘송반장’ 제2탄 / 슈퍼우먼에서 까데기 송반장으로 / 송반장의 약속 / 방문판매사원, 봉이 김여사 / 싱글맘으로 사는 법 / 고객은 신, 친절에 목숨 건 그녀<br/><br/><b>제4장 맹모 아줌마</B><br/><br/>21세기형 맹모의 탄생<br/>등록금에 질식된 어느 청춘의 죽음 / 21세기형 ‘맹모’의 탄생 / 사교육비가 그대를 속일지라도 / 밥 푸는 그녀들의 ‘일상 노동사’ / 맹모 엄마들의 밥값 / 개천의 용은 어디로 갔을까? / ‘M'자 곡선의 슬픈 자화상 / 젊은 맹모들의 육아 전쟁 / 저출산, 그 불행의 도미노 보육이 필요한 보육교사들<br/><br/>바다를 건너온 맹모들의 코리안 드림<br/>아츰다운 동행, ‘아시아의 친구들’ / 한국의 엄마가 된 이주 여성들 / 희망의 사다리 / 일산 속의 작은 중국 / 아들을 위해 국경을 넘다 / 한국인이 한국 국민이 되기 위하여<br/><br/>에필로그 - 아줌마들에게 희망을

정치인이 쓴 유별난 100만 원 아줌마 이야기-정치인 김현미의 참회록
이 책은 흔히 말하는 ‘정치인이 쓴 책’이다. 정치인이 쓴 책이라고 하면 대개 그 내용이 대부분 ‘자기 자랑’이거나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어떻게 멸사봉공 하겠다’는 식의 각오와 공약으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좀 유별나게 저자의 자기 자랑이나 사탕발림에 가까운 공약이 전혀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이 저자가 아니라 바로 주부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난 봄부터 4,50대 주부노동자들을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수다도 떨면서 그들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이 책은, 휴일도 거의 없이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도 월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주부노동자들’의 눈물과 땀, 고통과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마트 캐셔, 식당종업원,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판매사원, 택시 기사, 사회복지사, 이주여성 등 생존을 위해 여러 직종에서 일하며 분투하는 아줌마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아줌마들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OECD 가입국이며, G20을 개최한 ‘풍요로운’ 대한민국에서 한 달에 100만 원을 벌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해가며 가정을 이끌고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이다.

저자가 주부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게 된 것은 지난 10년간의 정치가 실패했다는 철저한 반성과 참회가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정치인이다. 낙선 후 정말 열심히 정치 활동을 한 자신이 왜 낙선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는지, 지난 10년간의 ‘민주정부’는 왜 국민에게 외면받았는지를 깊이 성찰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열심히 일하면서 인간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을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아는 체했지만 건성이었고, 그래서 그들에게 대안과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과감하게 과거의 정치와 결별하고 서민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저자는 결코 특별하지 않은 지극히 보편적인 이 시대의 진짜 인생들과 대면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정치의 소명이 바로 그들에게서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우치고, 이제는 새로운 정치의 출발선에 서서 ‘아줌마들’을 위해 열심히 뛰는 마지막 한 사람이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리얼 생존 분투기
이 책은 복지 혜택도 없이 사회적 안전망 밖에 힘없이 서 있으면서도 고난의 삶에 당당히 맞서 싸우며 용감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힘센 아줌마들의 생존기다. 이들은 우리가 점심 식당에서, 거리에서, 일터에서, 학교에서 만나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결코 우리 사회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몇몇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어머니, 아내, 동료, 친구, 그리고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들의 구체적인 삶의 이력을 쫒다보면 말 그대로 눈물 없이 보기 힘든 한 편의 인생 드라마가 펼쳐진다. 마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인생극장’을 보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그리도 절절할 수 없다. 한 달에 100만 원을 벌기 위해 죽도록 일해 가족을 부양하지만 정작 자신은 한 푼이 아까워서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점심 값을 아끼기 위해 끼니를 김밥 한 줄로 때우기도 한다. 자식들에게는 단 세 벌로 한 해를 지내게 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는가 하면, 자녀들의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리가 붓도록 마트 캐셔 일을 하기도 한다. 또 싱글맘이 되어 세 자녀를 기르기 위해 온갖 수모를 감수하며 한 달에 200시간이 넘도록 택시 핸들을 잡기도 하고, 아들을 위해 국경을 넘어 일하러 왔지만 온갖 차별과 멸시에 사기까지 당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중국동포 여성도 있다. 한 가지 직업만으로는 도저히 살기 어려워서 투잡(two job)은 물론 아침에는 농부, 점심때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파출부 일도 하고, 고물까지 수거하러 다니는 맹렬 아줌마도 있다.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는 돌보면서 정작 자신의 아이는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보육교사가 있고, 어려운 사람들을 제도적으로 돕는 사회복지사들은 스스로를 돕지 못해 차상위 계층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학교 급식조리원으로 일하면서 화상을 비롯한 온갖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식들’을 먹이는 보람으로 사는 경우도 있고, 낯설고 낯선 한국 땅에 정착해서 살아가며 차별과 자녀 교육, 일자리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이주여성들도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부노동자들 중에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을 대신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이 실직이나 사업 실패, 비정규직화 등으로 생계를 책임질 수 없게 되자 당장 먹고살기 위해, 자녀의 학원비 마련을 위해, 대출금을 갚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경우가 많다. 과거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 일을 손에 놓지 않았던 사람도 있고, 또 대학을 나와 한때는 커리어우먼으로 좋은 직장에 다녔지만 결혼 후 남편의 사업 실패로 다시 일을 찾아나선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일자리라고는 이른바 3D라 불리는 업종들뿐이다. 과거의 경력이 아무리 화려하다 해도 자녀 양육 등으로 수년간 경력이 단절된 데다 취업 기회조차 쉽사리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찾을 수 있는 일자리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어렵게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그 다음에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고용 불안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한탄하거나 불평을 늘어놓을 여유가 없다. 잠시라도 쉬게 되면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일이 고되고 힘들어도, 고객들이 무시를 하고 업신여겨도 화를 내거나 불평할 수 없다. 가장이 된 이들에게는 쉴 권리도, 아플 권리도, 죽을 권리도 없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런 주부노동자들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밑바닥에서 지탱해주고 있는 기둥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온갖 어려움을 감내하며 살았던 이런 주부노동자들에게 100만 원짜리 일자리를 던져준 것이 전부였다. 그렇다면 이제 복지국가를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우리의 주부노동자들에게 보답해야 할 차례가 아닌가. 그래서 저자는 이런 주부노동자들이 조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정치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이들의 요구를 제도적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줌마들이 잘 사는 세상을! - 대안을 모색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주부노동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고용 안정과 함께 하루 8시간 일하면서 한 달에 100만 원을 버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최저임금부터 올려야 한다. 2012년의 최저임금은 시급 4,580원으로 한 달이면 95만 7,200원이다. 채 100만 원이 안 된다. 최소한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인 5,410원은 되어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도 중요하다. 한국처럼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나라에서 해고나 계약해지는 한 개인에게 생계수단을 빼앗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일단 정부 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최소화하고, 기업과 노동자들은 상생 정신을 발휘해 단기 계약은 무기 계약으로 전환함으로써 고용안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보험료 감면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면 4대 보험료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주부노동자의 경우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에서 보험료는 큰 부담이다. 그렇다면 일정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감면하거나 일정 기간 유예해주는 방안을 제시해볼 수 있다.

집에 대한 부담도 줄여야 한다. 특히 과도한 대출이자로 고통받고 있는 주부노동자들이 너무나 많다. 현재처럼 대출금을 단기, 변동금리, 거치식으로 갚는 대신 장기, 고정금리, 비거치식으로 상환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에서 임대주택을 지어서 서민층에게 널리 보급하도록 해야 한다.

일하는 여성을 위해서는 보육에 대해 좀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전면 부상보육을 통해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또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도 개선해서 보육의 질도 높여야 한다. 크게 떨어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유인책으로 출산비용과 산후 조리비용도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