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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의 사랑

[ 양장 ]
고은 | 창비 | 2011년 07월 11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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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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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1년 07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89쪽 | 348g | 126*196*20mm
ISBN13 9788936427214
ISBN10 8936427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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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저 : 고은 (高銀, 호:파옹(波翁), 본명:고은태(高銀泰), 법명:일초(一超))
한국의 대표적인 참여시인. 본명은 고은태로 1933년 전북 군산에서 출생하였다. 1952년 20세의 나이로 입산하여 승려가 되었으며 법명은 일초(一超)로 효봉선사의 상좌가 된 이래 10년간 참선과 방랑의 세월을 보내며 시작 활동을 하다가 1958년 『현대문학』에 시「봄밤의 말씀」「눈길」「천은사운」등을 추천받아 등단하였다. 1960년 첫 시집『피안감성』간행하였으며 1962년 환속하여 시인으로, 어두운 독재시대에 맞... 한국의 대표적인 참여시인. 본명은 고은태로 1933년 전북 군산에서 출생하였다. 1952년 20세의 나이로 입산하여 승려가 되었으며 법명은 일초(一超)로 효봉선사의 상좌가 된 이래 10년간 참선과 방랑의 세월을 보내며 시작 활동을 하다가 1958년 『현대문학』에 시「봄밤의 말씀」「눈길」「천은사운」등을 추천받아 등단하였다. 1960년 첫 시집『피안감성』간행하였으며 1962년 환속하여 시인으로, 어두운 독재시대에 맞서는 재야운동가로서의 험난한 길을 걷기도 하였다. 초기시는 주로 허무와 무상을 탐미적으로 노래한 반면 이후 어두운 시대상황과 맞물리면서 현실에 대한 치열한 참여의식과 역사의식을 표출하었다. 영웅주의에 물들지 않고 진솔한 삶의 내면을 드러내는 독특한 시 세계를 보여주었다.

1974년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를 출판하며 시인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였으며 이후 시ㆍ소설ㆍ수필ㆍ평론 등 100여 권의 저서를 간행하였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민주회복국민회의, 민족문학작가회의 등에 참여하며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앞장섰으며 계속해서 1984년『고은시전집』을 냈고 1986년『만인보』간행을 시작하였다. 1987~94년 서사시『백두산』, 1999년 시집『머나먼 길』을 간행하고, 미국 하바드대학 하바드옌칭 연구교수, 버클리대 객원교수를 역임하였다. 전세계 10여개 언어로 50여권의 시집, 시선집이 간행되었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 시 아카데미 회원 한국대표이자 서울대학교 초빙교수, 단국대학교 석좌교수이다. 저서로 『허공』,『개념의 숲』,『오십년의 사춘기』, 『고은 시 선집』, 『고은 전집』(총 38권) 등 1백여 종이 있으며, 2010년에는 연작시편 『만인보』가 전 30권으로 완간되었다. 2011년에는 작품활동 53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연시집 『상화 시편』을 발표했다.

한국문학작가상, 만해문학상, 중앙문화대상, 대산문학상, 만해대상 등 국내 문학상 10여 개를 비롯하여 스웨덴 시카다 상, 노르웨이 비외르손 훈장 등 국내외 주요 문학상을 두루 수상했다. 최근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면서 한국의 첫 번재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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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세계적인 시인 고은, 문학인생 최초의 사랑시집

고은 시인이 작품활동 53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연시집 『상화 시편: 행성의 사랑』을 발표했다. 1983년 결혼 이후 시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부인 이상화에게 바치는 노래이기도 한 이 시집에는 사랑에 행복해하고 애달파하는, 사랑을 그리워하고 사랑으로부터 깨달음을 얻는 ‘한 남자’로서의 시인의 모습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시인의 소소한 일상은 물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인이 되기까지의 세월과 사유의 과정을 담은 시편들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나아가 인간의 사랑 속에서 시간의 무한성과 우주의 약동으로 확장되어나가는 깊이있는 주제의식에서는 대시인의 풍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고은 문학의 또하나의 기념비적 성과라 할 만하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 가난해진 빈 몸으로 돌아와야 한다

「서문」에서 시인은 스스로 “80세 앞에서 사랑의 시를 쓰는 나를 이제까지의 누구도 예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시인은 『만인보』를 마치고 “완만한 흐름의 강물이 갑자기 숨찬 흐름으로 바뀌는” 일에 몸을 맡겼다. 그래서 시인의 ‘사랑시’는 그의 삶과 문학세계가 오롯이 담긴 “삶의 최고 형태”로서의 모습을 갖추었다. 시집을 여는 부인 이상화의 시는 이 시집이 어쩌면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유무형의 결과물이기도 한 한편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사랑을 노래하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해가 진다 / 사랑해야겠다 / 해가 뜬다 / 사랑해야겠다 사랑해야겠다 // 너를 사랑해야겠다 / 세상의 낮과 밤 배고프며 너를 사랑해야겠다 (「서시」 전문)


시인은 시작부터 거침없이 사랑을 이야기한다. 선 굵고 강렬한 시인 특유의 필치로 선언하는 이 사랑은 태곳적 인류의 태동과 함께 살아숨쉰, 인간이 존재하는 근거이자 존재 그 자체로서 면면히 이어져내려온 것이다. 하여 연인은 시인에게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너는 먼 근원이다」)이며 ‘둘의 나신으로 태고의 달빛을 밀어내고 현재로 건너오게 하는’(「달밤」) 존재의 기원과도 같다.

또한 시인에게 사랑은 관념 혹은 이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현실에 토대를 둔 실재하는 그 무엇이다. 그런만큼 사랑은 “언제까지나 정의되지 않”는, “무수한 정의들 이전, 무수한 정의들 이후” (「아직 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것이지만 동시에 이 세계와 유구한 역사 속에서 형성된 장엄한 인연이기도 하다.


함박눈이 내린다 / 까마득하고 까마득한 날들 이래 / 몇백억 7백억의 삶 / 몇백억 7백억의 죽음 위에 / 함박눈이 내린다 // 그 많은 삶과 죽음으로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 모든 질문 모든 정답 다 파묻고 /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함박눈」 부분)


결국 시인은 자신에게 신은 “오백년 앞의 세종”과 “삼십년 뒤의 이상화” 둘인, “지극히 사적인 신”이라고 단호히 선언한다. 이렇듯 실존하는 사랑은 그것이 속한 세계와 역사로부터 분리될 수 없기에 개인들만의 것을 넘어 더 큰 세상에 참여하는 동력이 된다.


종소리 / 온 세상 목숨들을 위해 / 이 세상 사람들을 위해 울린단다 / 북소리 짐승들을 위해 울린단다 / 목어소리 물속의 고기들을 위해 / 운판소리 공중의 새들을 구제하기 위해 울린단다 // 아내가 말한다 / 지상의 나무들과 풀들을 위해 천상의 별들을 위해 / 둘의 몸을 울리자고 // 과연 그대로 아내의 몸과 내 몸 속에서 샛별이 절로 울린다 / 어둑어둑 숲들이 절로 울린다 (「칠장사에서」 부분)


살구꽃 구름 아래 / 그대를 우러러봅니다

『상화 시편: 행성의 사랑』에서는 고은 시인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쏠쏠한 재미도 얻을 수 있다. 28년 전 결혼식의 풍경, 자택에서 보내는 부인과의 시간 등 시집 곳곳에는 시인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더불어 사랑에 울고 웃고 감동하는 범부로서의 솔직한 모습 또한 이 시집을 읽는 감흥을 더욱 드높인다.


수유리 안병무네 집 마당에서 / 초례 마치고 / 한강가에서 / 하룻밤 자고 / 안성 대림동산으로 왔다 / 상화 남편은 얼간이 / 상화는 철부지 / 축의금 봉투를 꺼내보았다 / 이백만원 얼마 / (…) / 마음 밖 가난이라 / 전화도 없다 / (…) / 이백만원 얼마는 곧 동났다 / 안성장에 가 / 빗자루 사고 / 삽도 호미도 샀다 / 개수대 그릇도 샀다 / 빈털터리인데 / 창비에서 원고료가 왔다 / 살았다 (「자전거」 부분)


아내의 목소리가 왔다 // 오다니 / 오다니 / 이 행성 밖의 다른 행성에서 그 목소리가 광년의 빛으로 왔다 // 심청으로 던져지고 싶었다 깊은 달밤의 인당수였다 (「국제전화」 전문)


저 수평선이 사랑입니다 / 저 수평선 너머가 사랑입니다

세계 꺹학사상 유례없는 대기획 『만인보』를 통해 이미 시공의 한계를 초월해 인간사를 시화하는 시인의 역량을 우리는 유감없이 확인한 바 있거니와 이번 시집 또한 끝간데없이 펼쳐지는 시인의 사유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시인은 저 멀리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 대륙에 이르기까지, 태평양에서 지중해까지 사유의 지반을 넓힌다. 나아가 무한한 시간 속에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로서의 결핍과 가능성을 동시에 인식하며, 저 도저한 우주의 운행으로부터 삶과 사랑을 바라보는 광활한 시적 사유를 선보인다.


벌써 바이깔을 지나갑니다 / 몇날며칠의 자작나무 사이 지나 / 우랄입니다 / 우랄 서쪽입니다 운명이나 혁명이 보일 것입니다 / (…) / 지구상의 사상들이여 맹신들이여 / 그따위 다 가버린 어느 삶일 것입니다 / 마침내 살균되지 않은 땅에서 / 다른 삶들 속의 삶으로 / 다시 싹틀 사랑의 시원일 것입니다 (「남겨둔 시베리아」 부분)

당신의 눈빛은 우주시간 몇십년 전의 것 / 지금의 것이 / 몇십년 후의 것 / 지금의 것이 / 아무런 거리를 두지 못하는 눈빛 / 밤이 깊어서 밤이 얼마 남지 않았다 / 그때였다 / 딸의 전화가 왔다 / 당신의 눈빛이 우주의 어디로부터 와서 서반구의 딸에게 간다 / 그것도 모르고 나는 당신의 자궁 밖에서 냇물의 잠을 잔다 (「당신의 눈빛」 부분)


그대의 둘레를 돌 때마다 / 나의 한쪽이 빛난다

시인은 자주 ‘상화’를 직접 호명한다. 이 이름은 시인의 부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랑의 보편적인 이름이기도 하다. 줄곧 영겁의 시간 속에서 사랑을 사유하기에 그 이름은, 또한 ‘당신’ 혹은 ‘그대’라는 호명은 우주만물의 소유가 된다.
시공의 틀을 벗어나 그렇게 ‘나’와 합일하는 사랑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시인에게 그녀가, 그리고 시가 웅숭깊은 무한의 사랑이듯 우리도 저마다 그러한 사랑의 대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시인은 다른이의 입을 빌려 말한다. “나 없는 그대, 그대 없는 나는 무이다”(「타고르」)라고. 그 사랑과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각자에게, 나아가 모든 인류에게 허락된 가장 커다란 축복임을 오늘, 우리시대의 시인과 함께 깨닫는다.


아내의 둘레를 돌 때마다 / 나는 빛난다 / 아내의 둘레를 돌 때마다 / 나의 한쪽이 빛난다 // 아내의 빛으로 나의 다른 한쪽이 캄캄하다 / 나는 아내의 위성이다 내 운명이다 (「공전(公轉)」 부분)

추천평

우리는 간혹 사랑의 만경벌을 갑니다만 그중 단 한번쯤은 너무 깊이 들어가게 마련이지요. 뒤돌아보면 흐릿흐릿 젖은 발자국만 보이지요. 이어져온 그 단순한 발자취의 곡선은 누선(淚腺)을 닮았지요. 동무 하나 없어야만 하는 사랑이라는 운명의 꼼짝없는 회고와 꼼짝없는 전망, 사랑의 독도입니다. 고은 선생님! 까마득 진화에서 까마득 멸망까지가 사랑의 온몸이라네요. 그토록은 커야 안 슬퍼요. 너무 커 멸망까지가 다 품 안에 있습니다. 영혼 술술 뿌려 절여놓은 사랑 그리고 그것들의 호흡. 때로는 너무 격해 건너뛰기도 하는 비문(碑文)의 아름다운 징검돌 사이, 나는 한 떼의 햇송사리떼입니다.
장석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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